설악산(남설악)................................................It's Nonsense!


 


 

날짜: 2004/10/03(일)

동행: 여여와 황박(최원철, 황도호)

날씨: 맑음

산행경로

오색매표소-제1쉼터-오색매표소-성국사-주전골-12폭포-용소폭포-용소폭포주차장

산행거리: ?

 

 


 

1.설악산 공룡능선에 갈 계획을 세우다.


 

이번 일요일에도 혼자 산에 가야하는데.....아무래도 설악의 유혹을 물리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혼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다 과거 대학 산악부에서 활약하던 친구의 이름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전화를 건다.......내가 산에 많이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니... 요새 산에 많이 다닌다카든데....어느 산에 주로 다니노? 경상도 문~딩이 친구들이 많은 나로서는 오랜만에 듣는 사투리가 낯설지 않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틀후 일요일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볼까?한다고 이야기하니....이 친구...자기도 같이 가자는데......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건가?

 

↗남설악 (이하 모든 사진)
 

2.뭐가 빠진 것 같더라니.......


 

토요일 오후 친구 차에 배낭을 옮겨 싣고 오색에 도착하니 밤 9시 30분....오색으로 올라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고 중청에서 아침밥을 먹고 소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으로 이어지는 멋진 산행로를 머릿속에 그리며 배낭을 내리는데......아뿔싸!......차를 옮겨 타면서 내차 트렁크 속에 있던 등산화를 빼놓고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전쟁터에 나가는 병사가 총을 빠뜨리고 오다니........옷이라면 모를까? 등산화는 장거리 산행에 거의 모든 것이라 할 만큼 중요한 핵심 물품인데.................낭패감과 당혹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지금 이 늦은 시각 강릉이나 속초로 나간다고해도 등산용품가게는 문을 닫았음에 틀림없고......

 

 


 

 

 

3.고무등산화를 구입하다.


 

할 수없이 오색에 있는 속칭 “만물상”이란 가게에 들어가 싸구리~ 고무 등산화를 사는데..... 모양도 싸구려 티가 물씬 나지만 무엇보다도 신어보니 역시 발가락에 닿는 곳이 있다. 큰 것을 사서 양말을 두겹 신으면 될까하여 280mm를 신어보지만 미세하게 발가락이 닿는다.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이제는 이런 미세한 정도의 접촉도 장시간 산행에는 산행후반 엄청난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오색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고 특히 내일 산행은 새벽 3시에 출발하는 이른 산행..........진퇴양난에 빠진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고무등산화를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어깨가 축 늘어지고 영~ 기분이 나지 않는다.....공룡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 같고..........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준비없는 산행이 되고만 내일......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오색의 원망스러운 밤은 그렇게 흘러간다.

 


 

4.새벽 3시30분 오색은 아수라장


 

새벽 3시에 일어나 배낭을 챙겨 양말 2개를 덮은 발에 야미(야매) 고무등산화를 신고 오색매표소에 도착하니 새벽 3시 30분 .................정말 장관이다............한마디로 부산 자갈치시장.......새벽풍경..............“## 산악회! 이리로!...” @@@@@@ 전국 곳곳에서 온 수십대의 버스들은 계속 도착하고 사람들의 소리침.... 아우성.....사람들을 찾는 소리.....과거 만원버스에 비견될만한 사람 간 공간에서의 밀리고 부딛힘.....간신히 줄을 서서 수십명씩 표를 끊는 산악회 사람들 속에 섞여 사정~ 사정해 표 2장을 끊어 올라가는데..............위를 쳐다보니 입구부터 불빛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에 쓴 랜턴과 손에 든 손전등의 불빛...................오색의 가파른 오르막에 보이는 것은 코에 닿은 앞사람의 엉덩이뿐.......좀더 빨리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발을 먼저 내딛는 통에 발끼리 부딪히고 발을 서로 밟는다. 이게 도대체 산행인가? 뭔가? 한마디로 아수라로 가는 지옥의 불빛 행렬이다. 곳곳에서 서로 밀리는지 “미안합니다!”란 소리가 계속 들리고.............너무도 고통스러운 산행길..........설악산에 설악을 느끼며 존재해야하는데..............

 

 


 

5.불빛 4열 종대 행렬이 멈추다.


 

이 칠흙같은 새벽 이렇게 사람들끼리 부딪히며 오르는 것은 집에서 편히 자는 것만 못하다란 생각이 계속해서 꼬리를 문다. 친구를 놓치면 어디서 만나게 될 줄을 모른다. 앞에 있던 친구는 끼어드는 사람들로 인해 점점 멀어져만 가는데....할 수 없이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멀어져가는 친구를 향해...“황박! 일단 제1쉼터에서 기다려~” 그렇게 사람들을 느끼며 얼마나 올랐을까. 간신히 제1쉼터가 나와서 둘러 쳐져있는 밧줄 옆을 보니 황박 혼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못 찾을 줄 알았는데....레슬링선수가 링 바깥으로 나오듯이 수많은 관중이 보는 가운데 밧줄을 넘어 친구에게 다가가서 쳐다보니 허탈하다는 듯이 보고 웃는다. “니 이 쉼터에 왜 아무도 없는 줄 아나?”......“글쎄.....사람들이 많아 너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뜻밖인데 왜 그렇지?”...............“줄에서 나와 쉬었다가는 줄에 다시 못 끼여 들까봐 줄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 기라” ...........그 말을 듣고 밧줄 안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니 제 1쉼터에서 그 위로 올라가는 행렬이 완전 올 스톱된 것이다. 움직임도 없고 앞뒤 사람 간격 없이 3~4열 종대로......이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웃지 못 할 광경인데......

 


 

6.제1쉼터에서 퇴각하다.


 

밧줄 안에서 서 있던 외국인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 한마디한다..."It's Nonsense!"..............깜깜한 새벽 4시 ....산행길에서 앞뒤사람 한치 공간 없이 빼곡히 서있는 모습....외국인이 볼 때 말이 안된다는 이야긴데.....  .............(아직 한국이란 곳에 경험이 부족한 친구구만....) 이 와중에도 밧줄을 나와 옆길 공간으로 유유히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갓길로 가지 맙시다!”..“서있는 우리가 바보인줄 아슈?”........당연히 밧줄 안에서는 고함소리와 육두문자소리가 들리고...............이 정체된 행렬은 15분간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새벽 설악산 오르막 길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설사 정체가 풀려 고생하며 대청봉 정상에 올라간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낀단 말인지..........발가락이 아파 차츰 등산화에게까지 자극을 받기 시작한 나는 하산을 결정한다. 대학시절부터 산행을 해 와서 산을 잘 알고 있었던 친구도 더 이상 올라가야할 의미를 못 찾은 듯 아무런 반대의견이 없다. 우리는 4열 종대 부동자세로 도열해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마치 열병식을  하듯 천천히 하산한다. “벌써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가봐”...수근~수근....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가파른 오색의 내리막을 내려서던 우리는 오색의 길이 작년에 비해 많이 파여나가 훼손된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한다.

  


 

7.남설악 주전골로.....


 

하기야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으니...........계단을 너무도 싫어하는 우리지만 무슨 조치가 취해져서 그나마 보존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표소에 도달한다. 이제는 매표소 직원이 나와 표를 사는 산행 객들에게....... 줄을 서서 진행을 못하고 있으니 다시 내려와도 표를 환불해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한편에서는 먼저 내려온 산행객들과 매표소 직원들과의 환불시비 소리가 들린다.................고무등산화에 발가락이 쓸려 아픈 나는 나지막하고 아름다운 주전골을 감상하게 위해 등산복에 어울리지도 않는 구두로 갈아 신고 남설악으로 향한다.  

 

 

남설악 주전골 사진

 

 

 

↗성국사

 

 

 

 

↗선녀탕

 

 

 

↗금강굴

 

 

 

↗십이폭포

 

 

 

 

 

 

↗용소폭포

 

 

후기)

 

10월 단풍이 막을 내리기전까지는 일요일 오색으로 올라가는 길은 극심한 정체를 보일 것입니다.

특히 대청봉 일출을 염두에 둔 단체팀들이 전국에서 올라오는 시각인 새벽 2시30~새벽4시 사이에 오색매표소로 올라가는

들머리는 정체를 예상해야하며 가능한한 평일을 택하시되 일출을 보기위한 러쉬아워는 가급적 빗겨가는게 현명해보입니다.

저 또한 일출과 단풍을 한꺼번에 보고싶은 성급한 마음에 오색에서 올랐으나 큰 교훈을 얻고 돌아서야했습니다.

오색에서 이어지는 주전골은 점봉산줄기로 크게는 남설악에 속해있는 절경의 계곡입니다.

오색여관촌에서 너무도 평탄하게 길이 나있어 어린이와 부모님들을 모시고 2~3시간 이내에 원점회귀할수 있는

산책길입니다. 좀더 멀리는 올해 9월20일 개방된 흘림골로 연결되어 있어 산행을 원하시는 분은

 4시간정도의 산행을 즐길수도 있습니다.

저는 비록 오색에서의 정체와 등산화문제로 인해 공룡능선에는 못갔지만 아름답고 호젓한 주전골의 경치는

그 것을 만회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오색에서 대청봉 오르는 길은 수 많은 산행객들을 받아 들이느라

깊이 파헤쳐저 훼손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을 확인 할수 있었습니다.

가시적인 조처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