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과 더불어 오래도록 호흡을 나누던 사람의 몸에서는 열매 익은 냄새가 배어나오! 

  칠갑산 천장호 봄 

    천장호의 영물 호랑이상

 

2010. 4. 20.

위치 충남 청양군 대치면 대치리, 장곡리

제봉산악회원과함께

코스 한치고개-충혼탑-헬기장-칠갑산-삼거리-작은칠갑산(삼형제봉)-삼거리-장곡사-장승공원-주차장

거리및소요시간 약11km 4시간(널널산행)

 

칠갑산 : 높이 561m로, 청양군의 중심부에 있다. 1973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고 100대 명산에 속한다. 차령산맥에 속하며 북쪽의 한티고개(大峙:대치)를 지나 동쪽에서 서쪽으로 대덕봉(大德峰:472m)·명덕봉(明德峰:320m)·정혜산(定惠山:355m) 등과 이어진다.

대치천(大峙川)·장곡천(長谷川)·지천(芝川)·잉화달천(仍火達川)·중추천(中湫川) 등이 산의 능선을 따라 내려 흘러 금강으로 흘러간다. 계곡은 깊고 급하며 지천과 잉화달천이 계곡을 싸고 돌아 7곳에 명당이 생겼다 하여 칠갑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세가 험해 ‘충남의 알프스’라는 별명이 생겼으며 교통이 불편하였던 관계로 울창한 숲이 비교적 잘 보존 되어 있다.

문화재는 신라 문성왕 때 보조(普照) 승려가 창건한 장곡사(長谷寺)가 있다. 장곡사의 상대웅전·하대웅전·금동약사여래좌상·철조비로자나불부석조대좌 등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는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恨峙고개에는 최익현(崔益鉉)의 동상이 있고 공주시로 통하는 대치터널이 있어 교통이 편리해 졌다. 계곡으로 흐르는 물은 맑고 깨끗하며 자연석과 어울려 경치가 아름답다. 또한 자연석 주변에 자생란이 자라고 산 곳곳에서 구기자·송이버섯·싸리버섯·고사리 등이 많이 난다.

   천장호 영물 용조형물

    칠갑산 장승박물관 

 

▷산행기

 좋은 계절이다! 산으로 떠나자. 온갖 새싹이 푸르름을 더해가고, 벗꽃, 진달래꽃, 배꽃, 복숭아꽃들에 새와 벌이 날아들고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도 "일한 자 산으로 떠나라"라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괘락은 항상 고생하는데서 나온다(樂牲於憂). 우리 속담에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 고 했는데 정말 삶에 찌들린 후 산으로 떠남은 찌들린 만큼 즐거움이 마음을 파고 든다.

 

우리를 태운 해운대관광버스는 만차로 부산을 떠나 칠갑산을 향하여 달린다. 봄비는 밤사이 대지를 촉촉히 적시고 아직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제봉산악회 김창식 회장은 필자에게 찾아와 자신의 저서인 "다시본명산"과  시집"소리없는소요" 책 2권을 선물로 주고 간다. 시집을 읽으며 청도휴게소를 향하는 차창 밖 구름사이로 하늘이 엷게 열리며 산골짜기 운무가 춤을 추며 넘나든다. 이를 보노라니 시상이 떠오른다.

 

운무는 산골짜기를 삼키며 휘돌아 능선을 넘나들고

갈길 바쁜 차는 노도 폭풍같이 질주하는 구나

미지세계는 어디엔고

칠갑산 어서 오라 손짓하는데

멀어져 가는 운무에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칠곡휴게소에 내리니 다소 쌀쌀하였던 바람은 따사라와 감미롭게 살갗을 스친다. 어제까지만 해도 걱정이었는데 날씨가 좋아 즐거운 산행이 그려지니 마음이 설례인다. 산천에 핀 복숭아꽃 배꽃 진달래 벗꽃등 각종 꽃이 아름답게 다가오니 향기가 느껴진다. 시집을 읽다가 낙동강 다리 위를 달리는 차창 밖 강줄기 풍경에 절로 시 한 수를 읊어본다.

 

다리 아래 낙동강 푸른물 덧없이 흘려가고

강변 물버드나무 새움 텃구나!

반짝이는 모래는 물 빛속에 숨어들고

한마리 학이 내려 앉아 노닐다 간다.

학아! 세월 이야기나 하며 놀자구나!

 

 

 청양이 가까워 오자 하늘은 점점 푸르게 맑아오고 햇볕은 따스해진다. 차가 공주휴게소를 지나 마치고개(161m) 칠갑산 산마루를 돌아가자 "김창식" 씨는 "칠갑산" 노래 가사 산마루에 대해 소개한다. 

  

콩밭 매는 하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음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는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가 어린 가슴 태웠소

 

이 노래는 화전민 아낙네는 가난해 밥이나 굶지말고 살라고 부자집 며느리로 어린 딸을 시집 보내면서 밭떼기를 받은 어미의 서러운 사연이 어린 노래다. 어린 시절 공주에서 보냈던 작사 작곡자인 조운파 씨는 어느 비오는 날 완행버스를 타고 고개를 넘다 어려웠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면서 그때 가난속에 살던 아낙네들의 기억을 노래화 한 것이다. "아내에게 받치는노래" 옥경이"를 작곡하여 하수영과 태진아를 스타 반열에 올려 놓았다. 주병선 씨가 88년 MBC대학가요제에서 "칠갑산" 노래로 금상 수상을 받고 유명세를 타 국민가요로 불러지고 있다.

 

칠갑산 산마루를 내려 천장호 산책길을 돌아 청양고추 조형물 출령다리 앞에 선다. 길이 2.07km 폭 1.5m로 최대 30-40센티를 흔들리게 설계되어 있다. 07.11월부터 09년4월까지 약 1년6개월 공사로 완공하였다. 웅장한 청양고추 조형물 속을 통과하여 출령다리를 걸으니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는 호수와 이를 감싸고 있는 산들이 어우려져 아름답다. 겨울이면 출령다리 아래는 잔잔한 물결 대신 청아한 얼음이 차지하고 스케이트 타는 신나는 소리로 넘쳐난다. 얼음조각공원은 천정호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천장호를 건너 호랑이와 용 조형상이 있는 곳에서 칠갑산 정상을 오르는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호랑이와 용의 전설 이야기를 읽어본다.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 승천을 하려던 황룡이 자신의 몸을 바쳐 다리를 만들어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이를 본 호량이가 영물이 되어 칠갑산을 수호하고 있어 이곳을 건너 칠갑산을 오르면 황용과 호랑이의 영험한 기운을 받아 악을 다스리고 복을 받고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천장호에서 칠갑산을 오르는 코스는 처음에 계단을 치고 오르는 것이 다소 힘들어 대치터널 위 한치고개(구길)로 차를 돌린다. 한치고개는 해발 약 400m로  칠갑산(560m)를 오르기가 수월하다. 임도로 길이 넓고 평탄하여 호젓함이 없고 땀하나 흘리지 않으니 등반이 아니라 산책이다. 등반을 하려면 장승공원에서 출발하여 장곡사를 둘러보고 정상을 올라 천장호로 내러서는 코스가 좋을 듯싶다.

 

한치고개 칠갑문을 통과하여 휴게소광장에서 칠갑산 유래비를 읽어본다. 백제는 이 산을 사비성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이 산을 항하여 제천의식을 행하였다. 그래서 옛날에 칠악산(漆岳山)이라 하던 산 이름을 불교식 이름 칠갑산(七甲山)으로 바꾸었다. '七'은 천지만물을 생성한다는 풍, 수, 화, 화, 견, 식(風, 水, 火, 和, 見, 識)을 뜻하고, '甲'은 천체 운행의 원리가 되는 육십갑자의 으뜸이 '甲' 자여서다. 

일설로는 금강 상류인 지천을 굽어보는 이 산이 입곱(七) 장수가 나올 갑(甲) 자 형의 일곱 자리 명당이라는 것이다. 즉 갑옷 '갑(甲)' 자는 갑옷을 입을 장군을 상징하여 칠갑산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신동국여지승람에도 '칠갑산 재현동(七甲山在縣東) 15리'라고 칠갑산을 소개하고 있다.

 

구기자약수물 한모금 먹고 면암 최익현 동상을 돌아보고 천문대를 지나 충혼탑으로 오른다. 최익현은 문과 급제 후 대원군 시책을 비판하다 제주도에 유배되는 등 상소로 여러차례 구금되었다.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의병활동을 하다 왜군에게 체포되어 대마도에서 단식투쟁을 하다 74세로 순절하였다. 우리는 그를 주관이 뚜렷하고 고고한 절개를 지킨 선비로 기억하고 있다. 충혼탑은 청량군 출신의 전몰 호국영령들 명복을 빌고 숭고한 희생정신과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좌측 동쪽 냉천골과 천장계곡, 우측 너울계곡을 두고 임도 같은 능선을 따라 432.5봉을 지나 고려시대 산성 자비성(두솔성지)에서 이름을 따온 자비정 육각정 2층에 올라선다. 사방이 아늑한 산이 이어지는 조망이다. 노송사이로 불어오는 신선하고 향긋한 봄 내음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오지의 산군이다. 이 곳 청양은 충남에서 첩첩산중 가장 오지였는데 최근에 군에서 칠갑산을 중심으로 장승공원과 출령다리 병풍바위 자연휴양림 등을 조성하고 산악마라톤대회등을 개최하여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

 

300여 계단을 힘겹게 올라서니 넓은 정상이다. 제단과 정상석 그리고 정상으로 부터 발원하는 7개의 계곡과 7개의 등산안내판과 무선중계탑이 있다. 칠갑산은 육산으로 기암괴석은 없으나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조망이 좋고 아침이면 칠갑산 자락에 둘러있는 천장호, 칠갑호, 도장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골짜기를 살짝살짝 덮어 멋을 더한다.

 

평일인데도 전국 각지에서 찾은 산님들로 정상석 기념촬영이 어려울 정도다. 삼형제봉으로 내러 장곡사 갈림길에서 삼형제봉으로 간다. 용못 2.5km표시주와 마라톤코스 7km 표시판을 지나니 우측으로 새싹이 돋아나 나무 속살 사이로 아흔아홉계곡과 좌측 백운계곡에서 올라오는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히 스며든다. 능선 곳곳에 곱게 핀 진달래의 환영을 받으며 간다. 남쪽에 지기 시작한 진달래와 벗꽃 산수유 꽃이 절정이다. 진달래꽃 몇 개 따다 입에 넣으니 남쪽 진달래보다 향이 찐하고 달콤한 맛이 감돈다.

 

4월15일까지 눈이 내린 추위 탓인가!

 3개의 봉오리를 오르내려 마지막 헬기장 봉오리에 올라서니 천장호 방향에서 봄바람이 불어온다. 천장리로 갈까/ 장승공원으로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망설이다 되돌아 장곡사 방향으로 간다. 무명봉에 올라서니 평택에서 온 부부산님이 길을 물어온다. "반갑습니다. 칠갑산 정상이 얼마나 됩니까?" 2개의 봉오리를 우회하여 오르면 크게 힘들지 않고 20여분에 오를 수 있다고 하고 헤어진다. 장곡사와 장곡산장 갈림길에서 후미 일행들을 만나 앞서 간다. 등로에 심심하자 않게 진달래꽃이 나타나 눈친구가 되어준다. 

 

간간히 장곡사에서 오르는 산객들을 지나치며 자연휴양림 갈림길을 지나 장곡사에 내러선다. 천년고찰 장곡사에는 코끼리가죽으로 만든 북과 두개의 대웅전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하대웅전을 돌아보고 상대웅전에 들어가서 국보 철조약사여래좌상과 부석조대좌와 미륵불괘불탱에 예배를 하고 대웅전 문턱에 앉아 천년고목 느티나무 아래 골짜기 내려다 보며 대웅전 처마 밑 종소리 풍경에 젖으드니 시상이 떠오른다. 

 

장곡사 상대웅전 문턱에 걸터 안자으니

지나가는 산새들 천년고목 느티나무에 우짓고

천년고찰 대웅전 처마 밑 종소리 청아한데

큰 고목느티나무 새싹 움터 세월을 더하구나

 

장곡사 종각류에 올라 큰북을 보니 세월의 풍상을 말하듯 빛이 바래고 가운데가 찢어져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다. 이 북은 옛날 장곡사에 있던 한 승여가 국난을 극복하고 중생을 계도하는 뜻에서 코끼리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실치 않다. 대웅전은 겉치례가 없이 순수하고 천년고찰 냄새가 덤뿍 배어난다. 장곡사 경내를 돌아보고 약수를 생수로 받아 절을 내러서니 진입로 벗꽃이 아름답다. 잎이 먼저 나고 꽃이 피는 종류의 벗꽃이 많아 꽃이 피고 입이 나는 벗꽃보다 운치가 덜하다.

 

4.18일 제11회 전국산악마라톤(15km) 현수막과 이동식 천막집이 있는 곳을 지나 장승공원에 들어서니 양반장승, 농부장승,청양고추대장군,청양구기자여장군 등 한국장승과 미국, 캐나다 장승 등 온갖 모양의 장승들이 자기폼을 내고있다. 이런 작품들은 약 350여개가 된다고 하는데 이곳 출신 장승예술가 방유석 씨의 작품이라고 한다. 장승공원을 돌아본 후 산행을 접고 산채비빕밥을 잘한다는 칠갑산장곡사식당에서 산나물 만찬을 갖고 나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칠갑산에서 나는 산나물로 배를 불리고 칠갑산 풍광에 젖고 나니 겨울 눈에 묻혔던 동굴 안에 봄볕이 찾아들듯 자연의 청정함과 평온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 그 동안 쌓였던 근심 걱정이 눈처럼 녹아 내린다. 주말이 기다려 진다. 

 

▷산행이미지

  천장호의 봄

 

   출령다리 필자

   출령다리 

 

    천장호 입구

   칠갑산 산마루 휴게소

  인공으로 만든 구기자약수터

 

   자비정

 

    정상에서 본 칠갑호

   정상에서 본 지나온 능선 가운데 흰 한치고개 뒤 대덕봉

    삼형제봉 중간봉

 

   장곡사 내려가는 능선등로

  

   하대웅전

   상대웅전

 

    꼬끼리가죽으로 만든 북

 

 

 

 

 

  감사합니다.  산에 오르면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깃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