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의 칠선계곡 

 

 

 

산행지 : 지리산(칠선계곡-천왕봉-중봉-하봉-합수골-칠선계곡)

산행일 : 2005. 10. 16(일)맑음

산행자 : J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 
 

03:30 추성리 칠선산장주차장 -산행 시작-

03:40 추성리 매표소

04:00 두지동

05:00 선녀탕(초입조심)

05:40 <지리 09-09 지점>

06:00-06:25 <지리 09-10 지점>알바구간

06:50-07:20 칠선폭포

07:35 대륙폭포 <추성리5.7km / 천왕봉4km>

07:45 <지리 09-12 지점>

08:10 2단폭포

08:30 <지리 09-14 지점>

09:30 <지리 09-16 지점>

09:35 마폭포 / 3층폭포

09:50 <지리 09-17 지점>

10:50 <지리 09-19 지점>

10:55 철계단

11:05-11:40 천왕봉

12:15 중봉

12:35-13:10 하봉헬기장

13:40 하봉

13:55 초암능 전망바위

14:30 합수골

15:30 대륙폭포

16:45 선녀탕

17:20-17:40 두지동에서 휴식

18:10 추성리매표소 -산행끝- 
 

총 산행시간 : 14시간 40분 / 약23km

              추성리→9.7km←천왕봉→4km←하봉→9.3←추성리


 

대중교통편 
 

대구서부터미널 053-656-2824

대구-함양 40분간격 첫차 06:30, 막차 19:40

함양버스터미널 055-963-3745

인월-추성동 하루 18회 추성리→함양막차 19:20 1시간소요

함양-마천은 하루 30회 마천택시(055-962-5110)로 추성리 이동할 수 있음. 
 

 

                  

                                    ▲녹색선은 실제 산행구간  붉은선은 알바로 놓친구간


 

칠선계곡은  
 

지리10경에 들만큼 지리산 최대의 계곡미를 자랑하며

갖가지 형용사들이 동원돼 표현된다.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도 손꼽힌다. 
 

지리산의 대표적인 계곡으로 험난한 산세와 수려한 경관, 그리고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을 끼고 있는 칠선계곡은 천왕봉 정상에서 마천면 의탄까지

장장 18km에 걸쳐 7개의 폭포수와 33개소의 소가 펼쳐지는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연출된다. 
 

지리산자락 가운데 유독 여성을 상징하는 지명이 가장 많으면서도

들어가면 갈수록 골이 더욱 깊고 날카로운 칠선계곡은 그 험준함으로 인해

숱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해 죽음의 골짜기로도 불릴 정도이다. 
 

그래서 지리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칠선계곡을 꼭 등반하고 싶어 하지만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전문 산악인들도 히말라야 등 원정등반에 앞서

겨울철 칠선계곡에서의 훈련등반을 거칠 정도로 겨울의 칠선등반은 어렵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천왕봉에 도착한 다음의 행선지 선택이다.

천왕봉에서 마을까지 하산하려면 가장 가까운 거리인 중산리가 7㎞이며

백무동은 12㎞이다. 
 

칠선계곡 코스는 이처럼 천왕봉에 오른 뒤의 산행 시간 계획까지 면밀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천왕봉에서 칠선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것도

천왕봉에 오르는 것 이상으로 힘이 든다. 
 

추성리-천왕봉은 10㎞로 등정 시간은 최소한 7시간, 하산 시간은 5시간 정도로

잡아야 하고 이 코스를 따라 산행할 사람은 특히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여

겨울철 폭설이나 우천시에 조난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계곡을 10번이상 건너야하므로 등로 찾기가 쉽지 않으며

산행은 이른 아침에 시작하여 해지기전에 내려오는 것이 현명하다.

               

 -네이버에서 발췌 편집- 
 


 

추성리의 은은한 달빛 
 

칠선계곡 산행을 계획하고는 일주일 내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리의 마력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가슴이 설레 이기는 처음이다.

처음 수도가야종주를 할 때도 그랬던 기억이 나지만 지금과는 달랐다. 
 

미지의 새로움에 대한 신비감과 두려움

10시쯤 한 잔의 술에 의지해 억지로 잠을 청하는데

꼭지(아내)의 걱정스런 눈길이 등 뒤에 머문다. 
 

혹시나 늦잠에 빠질까 걱정했는데

새벽1시 알람소리에 눈이 번쩍 뜨인다.

대충 준비를 끝내니 1시30분이라 삐리릭~~ J에게 전화를 건다.

“지금 출발하니 1시간 후에 해인사I.C에서 만나자.”

“네 행님!!”

거침없이 시원한 그의 대답을 들으니 오늘 예감이 아주 좋다.
 

새벽 3:30분

초행길의 추성리 추성산장 주차장

차에서 내리니 지리특유의 으스스한 찬바람이 옷깃에 스며든다.

하지만 새벽공기가 너무나 상쾌하다.

처음인데도 처음 같지 않고 익숙하게 느껴짐은 왜일까? 
 

두려움과 긴장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이 등산화 끈을 조이고

이마에 도깨비불을 달고 산행준비를 끝낸다.

마을을 통과하니 불청객이 왔다며 동네개가 다 따라 짓어댄다.

“개들은 나만 보면 또 짓어대니 오늘도 예외는 아니구나.” 씩씩거리며

불꺼진 매표소를 또 외상으로 통과한다. 
 

그런데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이번엔 급경사돌길이다.

“이런 초입부터 사람 잡네. 과연 <칠선>은 무서운 곳이로구나.” 투덜대며 오르는데

“누가 덕수궁 돌담을 여다 옮겨놨을까?”

돌길은 마치 덕수궁돌담을 옆으로 눕혀 놓은 듯 예쁘게 놓여있다. 
 

승용차 1대정도 겨울 오를 수 있는데 그 위에 어둠을 뚫고 달빛이 부서져 내린다.

구름이 잠간씩 보이긴 해도 하늘은 무척 맑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그지?”

“행님 날 하나는 기차게 잡았네요.” J 특유의 억양 높은 사투리가 듣기 좋다. 
 

달빛은 굳이 랜턴을 켜지 않아도 좋을 만큼 등로를 환하게 비춰준다.

앞서가는 J의 발자국소리가 성큼성큼 밤하늘로 고요의 정적을 깬다.

해병대대신 동행하는 그가 오늘은 듬직하게 느껴지니

멧돼지가 튀어나와도 겁날 것 없으리라. 
 

능선에 올라서니 덕수궁 돌담길(?)의 차도는 끝이 난다.

이제부터는 내림 길인데 좁아서 자동차는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지형이 아주 이상하게 생긴 곳이다. 


 

지리산의 오지마을 두지동 
 

길은 골자기 우측 비탈면으로 두지동 마을까지 2km정도 이어진다.

좁아서 오토바이 한 대가 겨울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몇 채의 민가가 보이고 사진속의 조그마한 담배건조창고도 보인다. 
 

무성한 잡초가 어지럽게 뒤 덥혀 있어

사람이 사는지 어떤지 희미한 가로등불빛이 이곳이 마을임을 암시해준다.

아무도 손대지 않아 가지가 휘어지도록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땡감

“이곳이 말로만 듣던 두지동, 그래도 전기는 들어오는구나.” 
 

두지동은 마을 모양이 식량을 담는 두지같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요즘은 곡식을 가마니 속에 넣어 창고에 보관하지만 예전에는 가을에 곡식을 타작하여

마당 한쪽에 둥그렇게 외부를 짚으로 덮어서 겨울동안 보관하는데 그 것을 두지라 했다. 
 

옛날 화전민들이 기거하던 마을이었는데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니

자연적으로 마을이 쇠퇴하였나보다.

건물도 흙과 돌 나무 등.. 자연재료로 지어져 있고

작은 산장과 민가 몇 채가 희미한 불빛에 어스름하게 보인다. 
 

작은 창고같은 담배 건조장은 지금은 분위기 있는 찻집으로 변해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측 창암산으로 붙으면 백무동으로도 갈 수 있다.

우리는 칠선계곡을 따라 좌측으로 내려선다. 
 

키 큰 대나무 숲을 지나 약간의 너덜길과 출렁거리는 철다리를 건너니

길은 다시 계곡을 벗어나 좌측 산 쪽으로 이어진다.

선녀탕까지의 초입부는 급경사비탈의 산사면을 1시간동안 지루하게 진행한다.

계곡과 동떨어진 등산로라 낮에도 좋은 조망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수영님이 비탈에 넘어져 스틱을 잊은 지점이 이쯤인가보다.

“조심해야지.”혼자 중얼거리며 스틱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서서히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계곡이 가까워지는 것 같다. 
 

랜턴을 이리저리 비추니

아치형 나무다리 아래로 커다란 소가 보인다.

일곱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 
 

“바라 여가 말로만 듣던 선녀탕같은데 혹시 칠선녀 목욕하나 봐라.”

“행님 우리 복에.”

“혹시 아냐? 한사람은 옷이 없어 못 올라갔는지.”

“........??” 


 

선녀탕의 전설 
 

전설에는 

선녀에게 연정을 품은 곰과 선녀를 도운 사향노루가 등장하는데

일곱 선녀가 이곳에서 목욕하는 것을 본 곰이 선녀들이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옷을 훔쳐 바위틈에 숨겨 버렸다. 
 

목욕을 마친 선녀들이 옷을 찾아 헤맬 때 사향노루가 자기 뿔에 걸려있는

선녀들의 옷을 가져다주어 선녀들이 무사히 하늘나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곰이 바위틈에 누워있던 노루의 뿔을 나뭇가지로 잘못알고 선녀들의 옷을 숨겼던 것이다.

그 후 선녀들은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푼 사향노루를 칠선계곡으로 이주 시켜

살게 했으며 곰은 이웃의 국골로 내쫓아 버렸다는 전설이다. 


 

랜턴불빛속에 선녀탕이 희미하게 비쳐지건만

날이 어두워서 제대로 선녀탕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밝을 때 까지 1시간이상이나 기다릴 수도 없는 일 아쉽지만 자리를 뜬다. 
 

<출입금지>로 막아놓은 나무 팬스를 보니 이수영님이 알바했던 구간이 틀림없다.

“우린 그런 알바를 하지 말아야지.”

아무 생각 없이 산으로 치고 올랐다가는 큰일 난다.

선답자들에 의하면 대륙폭포까지는 절대 계곡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수영님 고맙수. 덕분에 우린 알바 없이 잘 통과했네요.”

산쪽이 아닌 계곡쪽으로 붙으니 <추성리3.5km/천왕봉 6.2km>이정표가 나오고

이제야 계곡특유의 본격적인 너덜길이 이어 진다. 
 

대체로 등로는 양호한 편이다.

곳곳에 리본표시기가 걸려있어 안심을 하지만

그래도 무섭기로 소문난 칠선계곡이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진행한다.

계곡을 11번이나 횡단해야 한다는데.. 
 

선녀탕에서 2번째 계곡을 건너고 3번째 제법 큰 계곡을 건너야 하는 곳

로프를 잡고 내려서야 하고 또 로프를 잡고 큰 바위를 올라야 하는 등

무척 까다로운 구간인데 웬걸 다리공사가 한창이다.

표지목이 없어 알 수 없지만 이곳이 비선담구간인가 보다. 
 

“행님 다리 공사하는 것을 보니 내년엔 개방 할 것 같네요.”

J의 즐거운 비명에 참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천상에서나 볼 수 있는 이 좋은 구간을 개방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리공사구간(까다로운 로프구간)을 지나 계곡좌측으로 붙으니

산죽길이 드문드문 이어지는데 오늘도 온몸을 때리는 산죽의 바람소리가 정겹다.

널따란 평지에는 인부들의 야영텐트가 많이 보여 행여나 그들을 깨울까 조용히 지나간다.

밝아오는 새벽 하늘사이로 계곡은 기지개를 켜고 서서히 본 모습을 드러낸다.

“햐~~ 좋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첫 번째 알바 <사라진 등로를 찾아라> 
 

06:00 벌어진 입을 다물기도 전에 갑자기 큰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갑자기 등로가 사라지고 없다.

“계류를 건너 저쪽에 길이 있나보다.”

애서 불안을 감추며 J의 얼굴을 쳐다본다.

J는 그저 덤덤한 표정이다. 
 

J가 이곳저곳 부지런히 리본 찾기에 열중이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때 이수영님 산행기가 머릿속을 스친다.

“아! 그래서 이수영님이 마지막엔 육감으로 찾으라 했구나.” 
 

가만히 계류를 보니 호박만한 돌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다.

“저기 같다. 일단 건너가 보자.” 이제 4번째 계곡을 건너는 셈이다.

그제야 계곡건너에 빛바랜 리본이 보인다.

말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반가움 그것은 차라리 생명의 불빛이다. 
 

20m정도 진행했을까.

그 반가움이 가시기도 전에 또 길이 없어진다.

“이상하다. 여기까지는 분명히 맞는데..”

중얼거리며 다시 백하고 여기저기를 찾아 헤맨다.

제자리에서 왔다갔다 빙빙돌며 30여분을 소비한다.

“참 희한한 일이네..” 
 

도저히 안돼서 원점에서 다시 찾기로 한다.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냉정을 찾는다.

“저기 같다.”

아니라 다를까 쓰러진 고사목 밑을 통과하니 희미하게 길이 보인다.

쓰러진 고사목이 길을 막고 있어서 찾지 못한 것이다.

휴~~ 30여분 뱅뱅돌았지만 길을 찾았으니 다행이다. 
 

고생에 대한 보답인가?

계곡의 한복판으로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어 길을 연다.

아담한 소의 한 켠엔 단풍 몇 잎이 물위에 떠 있고 그 움직임이 너무나 푸근하다.

갑자기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그 절경에 취해 한참동안 쉬어간다.

 

 

  

                                                                                ▲아담한 소의 풍경

 

 


 

                                                                               ▲소의 상층부
 

 

칠선계곡에서 등로를 벗어나지 않는 방법은

진행하면서 대체로 40m이상거리까지 리본이 보이지 않거나

발자국흔적이 없으면 절대로 그냥 치고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산행경험과 육감도 중요하다. 
 

칠선계곡은 1964년에 부산산악인들에 의해 처음으로 등반로가 개척되었다.

그 당시의 개척단인 부산일보를 본 딴 부일폭포

부산 대륙산악회를 본 딴 대륙폭포 
 

그 이름은 현재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데 부일폭포는 어딘지 알 수 없다.

옥녀탕, 선녀탕등도 그 당시에 개명된 이름들이라 한다.

 


 

칠선계곡의 비경 칠선폭포구간 
 

골짜기를 가득 메운 칠선골의 화려한 단풍

그 원색의 향연은 부끄러워하는 새색시의 얼굴에 핀 노랗고 붉은 홍조와 같다.

아담한 소와 매끈매끈한 우윳빛의 부드러운 바위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맑은 청류는 이리저리 부딪히며 자신을 한 것 뽐낸다.

 

 

 

                                                                                     ▲칠선폭포

 

 

물줄기는 다시 깎아지른 바위위에서 멈추지 못하고 떨어지며 폭포를 이루고

깊은 소에서 잠시 머물며 서러운 푸른빛으로 변한다.

“아! 여기가 선경이 아니고 무엇이랴.” 
 

자연의 대서사시

창조주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풍경

“햐! 정말 좋다.” J의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른다.

칠선계곡의 이 아름다움을 어찌 몇 자의 글로서 표현할 수 있으며

사진 몇 장에 담아낼 수 있을까?

.......................

 

 

 

 


 

                                                                                  ▲칠선폭포 
 

 

고도가 높아지면서 돌들은 푸른 이끼로 옷을 갈아입고 태고의 정적에 잠긴다.

돌길은 단풍터널 속으로 이어지니 이상향에서나 볼 수 있는 비경의 극치요

희귀한 고산식물들은 제각기 자신의 향기를 뽐낸다. 
 

“자연은 저렇게 서로가 동화되어 한 몸으로 살아가는구나.” 
 

우천(宇天) 허만수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며 교감을 이루었던 山사람 허만수

그는 세석고원에서 하늘을 집삼아 초막을 짓고 지리산을 지키며 살았으나

76년 6월 어느날 “나를 찾지 말라”는 말을 남긴 체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아무도 찾지 못하는 칠선계곡 어딘가에서 생을 마감하리라.”는

살아생전에 남긴 그의 말대로 이곳 어딘가에 영생의 숨소리로 살아 계시리라.

저 계곡 속에 번지는 만추의 아름다운 빛 속에서

갑자기 그분이 생각남은 왜일까? 


 

태고의 정적 대륙폭포구간 
 

칠선폭포를 지나 15분정도 올라 좌측으로 계곡을 건너니

중봉과 하봉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만나는 합수골이다.

이곳이 옛날 도벌꾼들의 초막이 있던 곳인데 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한때 이곳에 산장을 세울 계획이 있었다 한다.

그때는 여론에 밀려 취소되었지만 지금은 개방과 더불어 어딘가에

다시 세울 계획이라는 소문이다.

위치상도 이곳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합수골 아래 풍경1

 

 


 

 

                                                                               ▲합수골 대륙폭포


 

보기만 해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대륙폭포를 지나서부터는

등로가 계곡길을 벗어나며 계곡의 물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는다.

대륙폭포를 지나 30여분 산길로 이어지다가 다시 비경의 극치 2단폭포를 만난다. 

 

  


 

                                                                          

 


 

                                                                           ▲2단폭포 아래 풍경

 

 

 

 

                                                                                ▲2단폭포


 

다시 계곡을 지그제그로 물이 흐르는 바위들을 조심조심 건너 올라서니

작은소와 실폭이 제각기 우아한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옥수가 부서져 내린다. 그 소리에 묻혀버렸을까?
 

 

 

 

 

 


 

                                                                               ▲마폭포가는 길 
 

 

고운단풍의 비벼대는 속삭임도 들리지 않는다.

산새도 풀벌레도 숨을 죽이고 있는지 고요의 정적만이 감돈다.

길은 계곡속에 묻혀 더욱 희미해진다.

“길이 맞나?” 거의 무의식적으로 J에게 물어본다. 
 

엷은 햇살이 사르륵 숲속으로 스며드니 더욱 신비감이 더해진다.

저 멀리 제석봉이 보인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시커먼 물체가 쿵 떨어진다.

“헉~!! 아이고 놀래라!” 시커먼 멧돼지인줄 알고 나도 모르게 고함이 튀어나왔다. 
 

저쪽에서도 고함소리에 놀랐는지 움찔한다.

서로의 반갑다는 인사가 오고가고 여자 한분과 남자 세분이었는데

그분들은 벌써 천왕봉에서 하산하는 길이었다. 

 

 


고산특유의 향기 마폭포 구간 
 

09:30 <지리09-16>을 지나니 다시 계곡이 시작되고 실폭포가 나타난다.

중봉과 천왕봉안부에서 흘러내린 계곡수가 합쳐지는 곳에서

칠선계곡 비경의 마지막 마폭포를 만난다.

 

 

  

                                                                        ▲마폭포아래의 실폭1 

 

                                                         

                                                                      ▲마폭포아래의 실폭2 

 

 

                                                       

                                                            ▲이정표를 세워놓은 것을 보니 곧 개방할 것 같다.

 

 


 

                                                                 ▲칠선계곡 비경의 마지막 폭포인 마폭포


 

수량이 적어 그 웅장함은 덜하지만 본래의 아름다움은 감추지못하고 있다.  

근처에 3층폭포도 있다는데 안내판이 없어 어느 것인지 식별할 수가 없다.

이곳까지가 선경의 진수를 보여주는 계곡의 왕(?) 칠선계곡이 이제 끝나는 셈이다.

앞으로는 식수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여기서 식수를 충분히 보충한다.

 

 

 

                                                                                  ▲마폭포 하단부 


 

마폭포를 지나면 울창한 천혜의 원시림이 하늘을 덥고 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나무와 풀과 자연의 보고

살아천년 죽어천년 썩어천년, 3천년을 산다는 주목과

아름드리 잣나무 
 

그리고 두 아름이 넘는 신갈나무

너무나 예쁘고 단정한 단풍나무, 또한 고산특유의 식물들이 뿜어내는

방향이 전신에 스며든다. 길게 심호흡을 하니 여기가 바로 선경이로다.

그들은 삶과 죽음을 한 덩어리로 서로의 살을 비비며 살아가고 있다.

 

 

  

                                                              ▲천혜의 원시림 속에서 길은 육감으로 찾는다

 

 

 

 


 

                                                                    

 

 

                                                                       ▲ 고사목이 누워서 포즈를.. 

 

 

천왕봉까지는 2km급경사 길이라 아직도 1시간 30여분의 거리에 있다.

체력안배를 하며 넘어진 고사목사이를 비집고 되도록 천천히 오른다.

돌이 흘러내리고 길은 가파르고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드디어 이수영님 산행기에서 본 157개라는 녹색의 철계단이다.

드디어 천왕을 만난다.

 

 

 

 ▲철계단아래에서 바라본 칠선계곡

 

 


 

                                                                 ▲철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천왕봉이 지척이다. 


 

천왕봉의 막힘없는 조망 
 

천왕봉의 하늘이 이렇게 맑은 날이 있었던가?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까지 지리의 주능선이 선명하게 조망된다.

바람한 점 없이 고요하기만 천왕봉 양지쪽에서 J와 때 이른 점심을 먹는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노고단까지 막힘없는 주능선의 선명한 조망


 

이수영님은 밥맛이 없다더니 우리는 밥맛이 꿀맛이네.^^*

식사준비는 J가 해왔는데 너무나 푸짐하고 맛이 있어 예삐엄마의 정성에 감동한다.

그때, 이심전심인가.

칠선계곡 산행 잘 했느냐는 이수영님의 전화다. 
 

헉~~ 우째 알고??

너무나 반갑다.

이수영님 산행기가 아니었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칠선계곡이 아니던가.

“아이고 수영형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했습니다. 지금 어데 계십니까?” 
 

한 거번에 여러 말을 하고나니 꼭 이 근처에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니라 다를까 지금 써리봉이라 한다.

서로 하산로가 다르니 어찌하랴 써리봉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아쉬움의 작별을 하고 중봉을 향해 내려선다.

 

 

 

                                               ▲중봉에서 바라본 써리봉과 황금능선, 그너머 웅석봉과 달뜨기능선 


 

원래계획은 국골로 하산하려 했으나 초암능선으로 하산로를 변경한다.

국골로 또 계곡산행을 하기보다는 초암능선을 타고 가면서

칠선계곡을 한번더 내려다보고 싶어서이다. 
 

초암능선을 타려면 식수가 부족할 것 같아 J를 헬기장에서 기다리라 하고

샘터로 내려가니 첫 번째 샘은 참새오줌보다 적어 포기하고 다시 제2샘으로 내려간다.

어느분이 피티병을 꽂아두었는데 그 입구로 샘물이 제법 많이 흐른다.

참고로 샘터는 헬기장에서 각각 5분과 10분거리에 있다.

 

 

 

                                                                         ▲하봉헬기장 아래의 제2샘터 


 

두 번째 알바와 전화위복 
 

하봉에서 초암능으로 15분정도 내려서니 전망이 좋은 바위가 있다.

꼭지가 준비해준 삶은 계란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조망을 즐긴다.

이곳에는 출사꾼이 두병 카메라를 설치하고 합수골과 초암능의 단풍을 찍고 있다.

 

 

 

                                                                               ▲초암능선의 조망

 

 


 

                                                                        ▲초암능선 전망바위에서..


 

저기 초암능선으로 간다하니 남자분이 주의할 구간이 한군데 있다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저 아래 큰 바위앞에서 좌측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능선으로 붙어야 하는데

잘못하면 합수골로 떨어지니 조심해 가라는 그분에 염려에 고맙다며 인사를 건넨다.

전망바위를 내려서니 바로 로프가 있는 협곡이다. 
 

협곡을 내려와 잠시 유순한길이 이어지다가 좌측으로 급하게 꺾어진다.

리본따라 계속내려가는데 능선으로 붙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30여분이나 내려가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으나 이미 늦었다. 
 

“우리 다시 올라갈까?”

“우째 다시 또 올라갈라꼬요? 마 그냥 합수골로 내려 가입시다.”

다시 올라간다 해도 초암능선을 제대로 찾을지도 의문이라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차라리 잘됐다. 이참에 합수골도 구경하고 새벽에 못 본 선녀탕이나 구경하자.”

“평생에 한 번도 가기 힘든 칠선계곡을 왕복하다니 전화위복이네요.”

J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다시 칠선계곡으로 
 

합수골의 등로는 뚜렷하지 않다.

차라리 짐승들이 다니는 통로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낙엽이 산꾼들의 발자국에 눌린 흔적과 멧돼지가 남긴 흔적, 그리고 리본표시기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제는 J가 앞서서 길을 찾는다. 그의 큰 어깨가 무척 듬직하게 느껴진다.

그가 옆에 있다면 길을 잃고 비박을 해도 견뎌낼 것 같다.

나 혼자였으면 아마 더 힘들었을 것이고 당황하여 고생을 많이 했으리라.

역시 두 사람의 눈으로 찾으니 훨씬 수월하다. 
 

 

 

                                                                  ▲등로는 어디에??  이곳인가? 저곳인가? 


 

그래서 사람은 서로가 기대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가 보다.

합수골 또한 태고의 원시림이 어우러져 계곡은 비경을 연출한다.

거의 2시간가까이 진땀을 흘리고서야 도착한 대륙폭포 상단부

아담한 소가 보이고 빼어난 계곡의 경치가 나타난다.

 

 

 

                                                                                ▲대륙폭포 상단부

 

 


 

                                                                           ▲하산길 칠선계곡의 풍경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침에 못 본 선녀탕이 눈에 아른거린다.

“어! 벌써 3시반이다. 우리 빨리 가서 선녀탕보자.”

 

 

  

                                                                                      ▲비선담?

 

 


 

                                                    ▲비선담구간의 다리공사 '개방 하긴 하려나 보다.' 

 

  


                                                                                   ▲선녀탕1

 

 

 

                                                                                   ▲선녀탕2

 

 


                                                             

                                                        ▲출렁다리위에서 바라본 초입부의 칠선계곡

 

 


 

                                                                               ▲ 매표소 가는 길..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