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곳 ★ 설악산 천화대,범봉
일시 ★2004.05.01.새벽4시경 산행시작
참가자 ★(24명)
날씨 ★며칠전내린폭설로 잔설이 남아있으며 흐리고 쌀쌀.
코스 ★설악동입구-비선대-설악골입구-첫번째침니-노란벽-왕관봉-희야봉-석주동판-
범봉릿지-범봉-설악골-비선대-설악동입구(약22시간)
[개 요]
설악산에서 가장 붐비는 암릉 가운데 하나가된 천화대 릿지는
예전엔 전문산악인들만의 산행길이나
이젠 대중화 되어 많은사람이 즐기는 코스다
멀리 대청봉을 비롯해
남성미를 한껏 뽐내는 암릉들로 둘러싸인 천화대는
설악의 백미라 불리울만하다
에델바이스등 희귀식물이 움트고있는 암릉은
오월의산행을 더욱 신비롭게한다.
새벽을 깨웠슴니다
새벽길을 달렸습니다
오랜만에 걷는 밤길임에도 모든게 낯설지 않았습니다
산악인의 집을 지나고 돌다리를 두들기며
우람한 나무들 사이를 그렇게 걸었습니다
비선대를 흘려버리고
장군봉과 적벽에 눈맟춤하면서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여명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능선들의 열병식---
아 천화대!!! 하늘꽃밭이라 하여 부르는 이름.
설악의 백미라 불리는 능선길.
위로는 칠형제봉을 아래로는 장군봉과 적벽을
그리고 정면으로는 공룡의 허리를 노리고있는 범봉.
산악인이면 누구나 오르기를 꿈꾸는 산행길.
그러면서도 왕관봉을 밣고
석주동판길을 지나 범봉까지 가는것을 어려워 해야만 하는 길
쉽지않은 여정.
지금이 새벽 5시.
범봉 하강예정시간은 오후4시 늦어도5시까지는 하강을 해야만
잦은바위길로 안전하산을 기약할 수 있다고 힘주어말하는대장.
---비박준비없이 왕관봉에 도착시간이 늦는다면
그곳에서 탈출로를 정해 하산하는것이 상식이며 산행공식이다---
젊은날
그많은 산행중에 언제나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언제나 다음산행을 말해야 했던 천화대!!!
이번에도 범봉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을 말할것인가
성공징후로 보기에는 이변이 많은 산행.
미친4월이라 불리울 만큼 쏱아부은 폭설
그리구 강풍
아직도 봉우리 마다 하이얀 모자를 쓰고있는 설악.
출발을 망서리며 고민할 만큼 불안정한 설악의기상 어쩔것인가---
그래도 가야만 하는길이라면 결심할뿐인것을---
이제, 천화대 문턱에 서있는 지금.
다시한번 주위를 돌아보며 등반준비를 확인하는 손길에 긴장감이 돈다
앞으로 산행시간이 15시간이될지 20시간이될지
아님 기상이변으로 강제 하산해야 할지
알수 없는 나의산행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왕관봉에 올라 하강순서를 기다리며
암벽에선 등반하고 낭떨어지가 나오면 하강하면서 한봉우리씩 올랐습니다
멀리도 아닌 화채봉 능선사이로 살며시 얼굴을 내밀며 안녕하는 아침햇살.
갈수록 손에 잡힐듯이 가까이 다가서는 칠형제봉.
아름다운 봉우리 왕관봉을 뒤로하고 시간을 보니 오전11경
산행을 식작한지 약6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희야봉 정상 바로 못미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오르니 이때 시각은 11시 20분
등반시 언제나 귀하고 부족한 식량.
물도 아껴야하고 행동식도 아끼면서
조금씩 자주 먹어야하는 식사
일반산행시 먹는 식사와는 하늘과땅 차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맛있게 먹었다고 말할수 있는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억지로 집어넣듯이 그러나 일부러 꼭꼭씹어먹으며
침으로만 음식을 삭이며 먹었습니다
장거리 산행에서 밥이 잘 안넘어간다고 물말아 먹다
위통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희야봉을 오르기위한 1차관문 나이프릿지(위)
식사가 대충끝나자 출발.-희야봉으로-
아까부터 심상치 않은 안개가
범봉주변을 오락가락하여 일행들을 불안케 했습니다
시간은 자꾸만 가는데 동료들의 발걸음은 느려지고
기상조건이 오를수록 나빠지고 있기때문입니다.
예상은 했으나 설마 했는데
범봉주변은 잔설이 남아 산행을 어렵게 하고 있었습니다
넘어야할 봉우리 마다 잔설이 빛난다
이어서 애절한 사연이 담긴 그 유명한 석주동판길.
대부분 이곳에서 설악골로 하산한다는데 우린 50/50 이었습니다
결국 말없이 진행된
천와대에서 가장어렵다는 직상 와이드크랙으로의 등반
그것은 오늘산행은 범봉까지 반드시 간다라는 외침이며 몸부림인것입니다.
오로지 올라야만 한다는 생각만 하면서
오른후 직상크랙 정상에서 2단을 현수하강한 다음
좁은 바위협곡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협곡에는 며칠 전 내린 폭설이 그대로 남아
눈이 발목 위까지 쌓여 있었습니다
한 발만 미끄러져도 시커먼 골짜기로 추락이니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왜 그리 마음은 평화롭고 가슴은 설레이는지---
알수없는 기쁨!
소리없는 외침!!
그리고 자유!!!
그동안 무엇이든 일의 순서를 정하고
옳고 그름을 분별해야만 했던 시절속에
잊혀지고 소리없이 죽어가던 나의야성---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했고
보기 싫은 일을 보아야만 했으며
가기 싫은 길을 가야만 했던 시간들.
그래서 절망할수 밖에 없었던 나의야성---
나의야성을 담보로
내가 얻은것은 무엇이며
내가 잃은것은 무엇인가.
삶과죽음의경계가 한발작 사이에 놓인시방.
분별심을 버리고 있는그대로의 모습에 만족하니
숨죽였든 야성이 살아나고 삶과죽음의 경계가 없어졌습니다
이미 시간은 범봉하강 예정시간 4시를 지나고 있으나 행복했습니다.
앞에있는 푸석바위도 급사면도
그리고 종점의길목에 놓인 범봉의벽도 아름다울 뿐이었습니다
위용과기품이 서린 범의형상을 하고있어 범봉인 봉우리.
오늘 킬리만자로의표범처럼
눈덮인 정상에 있음으로 더욱 빛나는 설악의범.
그와의 만남에 나는 또한번 전율하며 행복해 했습니다.
하늘은 범봉과의 만남에 미소했습니다.
오월의 산행임에도 눈을 내림으로서 범봉을 설악의범으로 만나게 했습니다.
만남의기쁨도 잠시
범봉주변의 하얀구름들이 검은옷을 입기시작하자
설악범이 이별을 말하듯 바람마저 스산하게 불었습니다
달이떴다면 달빛을보며
별이떴다면 별을세며
새벽별이 질때까지 설악범과 꿈의대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설악의 그많은 봉우리들을 마다하고
거대한 공룡의허리를 노리며
웅크리고 있어야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먹이도 없는곳에 자리한 이야기---
외로울수 밖에없는 곳에 자리한 이야기----
죽을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자리한 이야기-----
나도 왜 이자리에 있어야 했는지
나도 왜 너를 보고 싶어 했는지
그것도 평범한 범봉이 아닌 눈덮힌
설악범을 꼭 만나야 했는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묻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홀로 높은곳에 웅크리고 있어야 하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남이 가지않는 길을 고집했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정 줄곳이 없었는지-----
그래도 이말만은 하강전에 꼭 해야 했습니다.
난 외로울수 있음을 알면서도 혼자인 네가 좋다고
난 돌이 될줄 알면서도 돌이된 네가 부럽다고
난 고독한 네 영혼과 불타는 네 가슴을 눈물겹게 사랑한다고---
하늘 가까이 오르는것에
모든것을 건 설악범의 불타는 가슴!
하고싶은 일에
모든것을 던진 설악범의 시퍼런 영혼!
가고싶은 길을위해
모든것을 버린 설악범의 서러운사연!
칠형제봉이, 장군봉이,공룡릉이 모른들 어떻겠습니까
애초부터 기대하지않은 관심이며 위안인것을---
이젠 나도 하강해야지--내길을 향해--
하늘꽃밭 속으로 들어가면서 꽃이됬다 바위가 되고
다시 구름이되고 바람이 되는 산행.
그래서
하나의 풍경으로 살아나 그림이되는 산행
총22시간의 천화대 산행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 요즈음 - 산행기 제목이 점차 점입가경이군요. 아예 유행가를 부르시지.
▣ sraok - 감사합니다-일상적인 산행기에대한 고정관념에서 한번쯤은 벗어나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