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계산 눈의 나라 산행






산행일 : 2004. 2. 5(). 흐리고 눈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매표소 (11:07)


  ☞선암사 (11:20~11:41)


  ☞샘  터 (12:39~12:47)


  ☞정상 장군봉 (13:10~13:14)


  ☞배바위 (13:21)


  ☞작은굴목재 (13:31)


  ☞보리밥집 (점심. 13:55~14:32)


  ☞선암(큰)굴목재 (14:47)


  ☞선암사 삼거리 (15:29)


  ☞매표소 (15:42)


총 산행시간 : 4시간 35분


총 산행거리 : 9.6km



산로






 


산행기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옷을 갈아입었다.


불현듯 조계산의 보리밥이 먹고 싶어 홀연히 배낭을 메고 빙판길 때문에 과감하게 자가용을 버리고 시내버스에 몸을 던져버린다. 워낙 오랜만에 타보는 대중교통인지라 요금도 모르고 무조건 천원을 요금함에 밀어 넣으니 기사아저씨가 거스름돈으로 210원을 내어준다. 순천역에서 10시 조금 넘어 1번 버스로 갈아타고 종점인 선암사로 향한다.



선암사골




승선루. 왼쪽 선암사골에선 승선교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7∼8년 전 '문화유산의 해'를 맞이하여 모일간지에서는 각계 인사들에게 '내 마음속의 문화유산 셋'이라는 릴레이 특집을 기획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첫째로 한글, 둘째로 백자, 셋째로 산사(山寺)를 꼽고 백자 중에서는 금사리 달항아리를, 산사 중에서는 조계산 선암사를 대표격으로 내세웠다.』


윗 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명지대 유홍준 교수가 모 일간지에 실은 기사 중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


그 기사를 읽은 이후 오늘은 선암사를 다시 보기 위해 산사로 들어간다.




다른 절집처럼 권위적이지도 않고 장엄하지도 않은 대웅전과 삼층석탑(보물 395호)



 


불조전과 팔상전


 



무량수각 (아니! 이곳에도 추사의 글씨가 있을줄이야!)


 



수 많은 서적에 수없이 등장하는 그 유명한 선암사 해우소. 왼쪽이 남자칸이고 오른쪽이 여자칸이다. 가운데 통로에서 양쪽을 훤히 다 볼 수 있다.


 



해우소 내부 (남자 칸)


 


[전남 승주(지금의 순천)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아, 똥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좀 멀더라도 선암사 화장실에 가서 누도록 하라.


 3백년이 넘은 건축물로 이 화장실에 앉으면 창살 사이로  오가는 사람도 보이고, 꽃핀 매화나무며 눈 덮인 겨울 숲이 보인다.


 화장실 위치는 높아서 변소에 앉은 사람은 밖을 내다볼 수 있지만, 밖에 있는 사람은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 늘 서늘하고 밝고 냄새가 거의 없다.  자연과 계절이 화장실 안에까지 들어와 있다.


  남자 칸과 여자 칸은, 서양 수세식 변소처럼 철벽으로 가로막힌 것이 아니라, 같은 건물 안에서 적당한 거리로 떨어져 있다.


 화장실의 남녀 칸을 철벽으로 막아놓은 것이 문명이 아니다. 화장실 남녀 칸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는 선암사 화장실에 정답이 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선암사 화장실은 변소의 칸막이 담이  높지 않다. 쭈그리고 앉는 사람의 머리통이 밖에서 보인다. ]


  *****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


 



대각암


 


  선암사를 둘러본 후 아이젠을 차고 스틱을 뽑아들은 후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발자국으로 보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오른 흔적이 보인다.


대각암을 지나 약간 지루한 등산로를 한동안 오르니 샘터가 나온다. 요즈음 가물었는지 물은 말라있고 바가지는 흙투성이로 변해있다.



장군봉 (정상석이 오늘따라 유달리 작게만 보인다. 다른산에서처럼 웅장한 정상석을 하도 많이 보아서 인가 보다.)



 



장군봉 이정표(뒤로 천자암산과 연산봉이 보인다.)


 


  가쁜 숨을 몰아내며 정상에 오르니 흐린 날씨와 간간이 내리는 눈 때문에 사방은 흐리기만 할뿐 잘 보이지도 않는다.


쉴 여유도 없다. 아내와 영화(실미도)감상하기로 했으니 빨리 하산을 해야만 한다.




  배바위를 지나 작은 굴목재에서 서쪽 장박골로 내려서 개울을 세 번 건너니 굴목다리가 보인다.



작은 굴목재




개울건너 보리밥집으로


 



굴목다리. 다리 위 계단을 등산객들이 오르고 있다.


 


  보리밥집(두 집이 있는데 항상 개울건너 아랫집으로 간다.)에 들어가 따끈한 온돌방에 앉아 독상을 받아먹는데, 옆에서 식사중인 네 분이 자꾸 쳐다보는 것만 같아 쑥스러운 식사가 한동안 이어진다. 나 홀로 산행의 단점이 바로 식사할 때 심심하고 쑥스럽다는 것인데 지금 내가 그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한 분이 동동주 한 잔을 권하지만 정중히 거절하였다. 식사를 끝마치고 일어서려는데 또 다시 술을 권하는데 이번에는 너무 간곡한지라 어쩔 수 없이 잔을 받고 한잔을 따라 드린 후 일어선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로 삶에 여유가 듬뿍 배어있는 멋진 분들로 기억된다.



꿀맛같은 보리밥과 반찬들



 


  배웅하는 주인장을 뒤로하고 서둘러 개울을 건너 굴목다리를 건넌다.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내면서 선암굴목재에 오르니 굴목다리쪽에서 올라오는 거센 바람 때문에 서있기가 불편하다.



선암굴목재


 


이제부터는 오르막이 전혀 없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발걸음 또한 사뿐사뿐 가벼워진다.






▣ 永漢 - 조계산이었는데 절간 해우소(송광사 혹은 선암사)에서 본 법어....버리고 버리면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를 보고 고민 끝에 직장을 옮긴 기억이 나는군요.^^*
▣ 브르스황 - 영한님!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선암사 화장실 내부에는 "대, 소변을 미련없이 버리듯, 번뇌 망상도 미련없이 버리자"라고 씌여 있습니다.
▣ y - u
▣ jhpark - 유홍준 교수님의 [문화유산 답사] 강연를 듣고 무척 가보고 싶었던 산이었습니다.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주위에 좋은 산들이 많아 부럽네요.
▣ 브르스황 - j님! 조계산에 한 번 가보세요. 특히 선암사는 사철 꽃이 지지않는 최고의 화원입니다. 야생차밭도 널려있고요. 보리밥집에서 보리밥 한 번 드셔보세요. 맛이 끝내줍니다.
▣ 산꾼 - 조계선에서의 보리밥..지난여름 우중산행에 쥔장이 손수담든 약주에 주거니 받거니..힘든우중산행이었지만 보리밥과 약주는 끝내준 기억이 새롭네요
▣ 브르스황 - 님도 그 맛을 아시는군요. 눈오는날 가서 드시면 그 맛 또한 기가막힙니다.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 은잠 - ♡ 저도 지난 가을 조계산산행후 선암사해우소에 일부러 들어가 비우고 왔답니다. ㅋ♡
▣ 브르스황 - ㅋㅋㅋ 선암사를 제대로 보고 오셨군요. 즐산하십시요.

▣ 행복한 김정길 - 저도 같은 입장이라서 놀랍습니다. 대중교통 790원! 그렇게 저렴할 수가, 남도의 명산, 아니 남한의 명산 조계산과 가까이 사심을 부러워하며 축하합니다. 정맥 때는 그냥 지나쳐 깃대봉 쪽으로 올랐던 보리밥집, 연산봉으로 한바퀴 돌때는 연산봉에서 도시락을 비웠기에 지나쳤던 보리밥집, 사진을 보니 밥그릇은 필봉 시루봉이고 반찬은 열다섯가지나 되는군요, 보리밥집도 가고싶고 부르스황님도 보고싶어 조계산을 또 가고싶어집니다. 남도의 산지기 부르스황님 화이팅!!!
▣ 브르스황 - 1200산 김정길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순천쪽으로 산행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요. 순천은 음식문화가 아주 발달하고 음식인심도 후한곳이고 먹거리가 풍성한 곳입니다. 요즈음은 서대회가 끝내줍니다. 순천만의 갈대와 철새, 낙안읍성, 선암사를 순천의 3대보물로 저는 꼽고 있답니다. 한 번 놀러오세요. 올해도 1200산 행보를 무탈 산행하기실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