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 정령치를 출발하여 만복대로 향한다.

등산로는 휴게소 바로 옆 고갯마루능선을 향해 계단으로 나 있다. 우리는 계단을 찾아 오른다. 금방 숨이 가빠져 올 만큼 가파르다. 남은 구간은 만복대 2키로 성삼재 6.5키로 모두 8.5키로 4시간이 넘는 긴 산행이다. 피곤할대로 피곤해진 다리가 잘 견뎌주길 바랄뿐이다.


 

15:45 만복대(1,433M)에 서다

능선을 따라 오르면서 비교적 평탄한 구간이지만 오르막에선 숨이 가빠진다. 정상에 미완성 돌탑이 하나 서 있다.  돌을 얹으면서 우리의 산행이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한다.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마치 바래봉처럼 민둥산이다.  오른쪽 아래 저 밑으로 이어지는 산릉을 따라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야 하는 지루한 길이 보인다. 차라리 오르막이 힘은 들지만 더 좋지 않을까?

우리는 이곳에서 멀리 정령치와 바래봉등을 바라보면서 서로 말이 많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선두는 모두 마라톤 준족들이다. 표차장은 하프코스를 1시간 34분에, 노지사장은 1시간 37분에 뛴다. 순식간에 헬기장까지 약 3키로의 능선을 36분만에 내려간다. 여기서부터 고리봉까지는 오르막길이다. 이 길에서 처음으로  왼쪽 발목 왼쪽 인대가 늘어나 통증을 주고 있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등산화를 잘못 신어서 그런줄 알고 줄을 풀어 다시 매다가 힘줄이 부어오르고 그곳을 문질러보니 통증은 그곳에서 시작하고 있음을 느낀다. 처음 느끼는 통증이다. 지금까지 이런 증상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마도 무리한 산행을 계속하고 준족들을 따라 내려오면서 발을 잘못 디딘 모양이다. 그런데 일행은 그런 경험들이 있는 모양이다.  맨소래담을 주면서 문질러주라 한다. 괜찮아질 거라면서 .....남은 아픈데 별로 심각히 생각하는 눈치가 아니다. 마라톤과 산악종주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정도 부상은 다반사인 듯 ............


 

17:17  고리봉 아래 헬기장 도착

능선과 고개를 넘어 고리봉 아래 헬기장에 도착한다. 지리산 서부능선에는 군데 군데 헬기장이 참 여러개가 설치되어 있다. 어떤 용도인지 모르지만 이곳은 평평하게 다듬어져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우리는 다시 고개길을 오르면서 고리봉 바로 아래를 지난다. 고리봉을 지나면서 약간은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오늘 산행을 계획대로 마칠수 있을지 걱정한다. 성삼재를 바라보면서 얼마나 걸릴까 논의가 많다. 휴식없이 곧바로 멀리 바라보이는 성삼재 휴게소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곳부터는 내리막과 능선이 이어져 있다.  빠른 걸음으로 치닫는 선두를 따라 스틱에 의지하여 발목이 더 덧나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이고 있다. 스틱을 가져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17:50 성삼재 휴게소 도착

산행을 시작한지  12시간 만에 오늘의 목적지인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한다.  아픈 다리를 끌면서 마지막 구간을 지나온 것이 꿈만 같다. 잘 포장된 고개마루에 휴게소는 자리하고 있다. 이 도로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을까? 또 얼마나 많은 자연이 파괴되어가고 있을까? 차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은 편안함에 얼마나 좋아할까? 땀에 절어 붉게 탄 얼굴을 서로 바라보면서 하이파이브를 한다.  우리는 여기서 남은 물 한모금을 마져 몸안으로 던져넣고 있다.

구례에서 이곳까진 군공영버스가 운행한다. 1인당 3,800원이다. 시내버스 생각을 하던 우리에겐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에 오른다. 출발시간이 20여분 남은 관계로 구경하던 표차장이 서있던 택시기사와 흥정을 하더니 한화콘도까지 2만원이니 가자고 한다. 우리는 택시로 갈아타고 한화콘도로 향한다. 기사아저씨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다.

내일 아침 4시 30분에 콘도를 출발하기로 약속을 한다. 콘도에 도착하여 몸을 씻은 후 화엄사입구에서 첫날 산행을 무사히 마친 기념반주와 화엄사 계곡물에 지친 다리에 냉수 찜질을 한다.  낼 식사준비를 마치고 10시에 잠자리에 든다.


 

둘째날

03:52  전원 기상, 잠자리 정리

04:25  어제의 그 택시기사가 정확히 약속시간대로 성삼재를 향하여 출발한다. 벌써 새벽에 구례에 도착한 등산객을 태우고 성삼재에 한차례 다녀오는 길이란다.  3시 40에 도착하는 새벽열차를 말함이라. 오늘 이미 성삼재를 통해 시작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아침에 천은사를 통해 올라가는 길에서 입장료 징수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없다. 다행이다. 우리는 과도한 통행료 징수에 대해 한마디씩 불평을 한다.


 

05:00 성삼재를 출발한다.

어둠속에서 사람들이 이미 바삐 움직인다. 새벽에 도착한 사람들로 보이는데 빠르면서 힘찬 걸음으로 어둠속을 뚫고 사라진다.  우리도 걸음을 재촉한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사람들도 여럿이다. 이들은 어디까지 가는 길일까?  노고단 대피소로 가는 길은 잘 다듬어진 로마의 가도처럼 돌로 바닥을 다져놓았다. 옛날 로마의 군대는 그런 가도를 따라 신속하게 물자를 수송하고 군사를 전쟁터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한다.

노고단대피소 가는 길에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코재와 연결되는 등산로에 이르렀다. 전망대가 잘 만들어진 곳에서 비박을 하는 3인을 본다. 사람들이 그리 오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잠에 빠져 있는 저들은 얼마나 대단한가?  그들의 무신경과 대담함을 부러워하면서 화엄사계곡을 내려다 본다. 저기가 어제 우리가 잔 그 콘도이리라...... 

성삼재를 올라오는 길에  김기연차장이 아차하신다.  택시안에 물통을 두고 내린 것 같다는 것이다. 택시기사에게 핸드폰을 하니 뒷자리에 뭔가 있단다. 다시 올라오기로 하고 우리는 산행을 계속한다.


 

05:40  노고단 대피소에 서다.

많은 사람들이 바삐 식사준비를 하거나 벌써 식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주무신 분들이거나 새벽에 올라온 분들이리라. 한 팀에서 김치찌개를 끊이기 위해 김치를 코펠에 넣고 있다. 내내 그 김치찌개 생각이 간절하다. 뒤에 남아 있던 김차장이  벌써 올라온다. 같이 노고단 입구로 걸음을 옮긴다. 노고단 대피소 바로 밑에서 한 아주머니가 일출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한다. 큰 소리로 남편에게 하는 말이 우리에게도 전해지고 우리도 노고단 입구로 서둘러 오른다.


 


 

05:50 노고단 입구에 서다

고갯마루를 오르자 마자 저쪽 하늘에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해를 배경으로 사진활영을 하느라 소란스럽다. 사람부르는 소리 , 이리 찍어달라는 소리 .......................

무엇인가 소망하고 싶었다. 우리 일행이 모두 안전하게 산행을 마치게 해 주기를, 둘째놈 공부 열심히 해주기를 ........등등.  고개에는 노고단을 본뜬 돌탑이 하나 있어 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노고단은 예약된 사람들만 탐방이 가능하다고 해 서둘러 임걸령을 향해 출발한다.


 

06:58 피아골 삼거리를 지난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별 휴식없이 이곳을 지난다. 이곳에서부터 커다란 철쭉나무를 만난다. 어제  보았던 바래봉의 철쭉과는 사뭇 다르다. 이곳의 철쭉은 우리의 키를 훨씬 넘을 만큼 크다.  길은 서부능선보다 넓어 통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어제 다친 왼발목 인대가 계속 신경을 쓰이게 한다. 스틱을 왼손에 쥐고 일행을 따라 바삐 걸음을 움직인다. 과연 이 발을 가지고 오늘 산행계획을 완주할 수 있을까?  자신에 대한 의문을 가지면서 어떻게든 완주한다는 다짐을 계속한다.


 

07:13  임걸령에 서다.

많은 분들이 산행기에 쓴 대로다. 벌써 30여명이 넘게 모여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라면을 끓여 맛있게 먹고 있다.  아 그  라면맛을 한번 보았으면........!. 우리도 그 맛있다는 임걸령 샘물을 길어 한모금 꿀꺽 삼킨다. 아침도 먹기 전 2시간이 넘게 걸어온 내게 그 물맛의 시원함이란 어떻게 표현을 할 수 있으랴.....

일행은 배낭을 풀어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콘도에서 준비한 밥을 꺼내고 반찬을 꺼내고 식사를 시작한다. 금방 식사를 끝내고 약간은 부족한 듯하지만 행동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서 짐을 꾸린다. 어제 서부능선을 타면서 한명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 주능선에 들어서면서 앞길을 막기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 종주에 나선 것일까?

누군가 산행기에서 말한다. 지리산 종주는 젊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나이의 젊음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이 젊은 사람.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난 이번 종주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어제 오후부터 신경쓰이게 하는 발목인대에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혹 발을 잘못 디딜때마다 신음소리를 삼킨다. 그래도 어줍잖은 걸음은 어쩔수가 없다. 그렇지만 끝까지 완주할 것이다.  가다가 기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부터는 돌아가기도 어렵다. 이제 완주하는 방법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07:50분 반야봉을 향해서 출발한다.


 

08:19 노루목 3거리에 서다

이곳에서 반야봉까진 1키로. 약40분 내외다. 아까 임걸령 샘에서 반야봉은 2키로. 내 다리상태론 도저히 가기가 어려워 혼자 앞으로 갈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그냥 지나가면 두고두고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노루목 위 약 200미터 거리에 반야봉과 뱀사골로 가는 3거리가 있다. 그곳에 배낭을 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반야봉을 향한다. 배낭을 벗은 상태로 가니 날아갈 것처럼 가볍다. 

여기서 반야봉 길은 바위와 돌로 된 가파른 경사이다. 쉽게 걸음을 옮기다 비명을 삼키고 비틀거리기를 여러 번 하면서 힘겹게 오른다. 앞에 간 일행을 따라가면서 스틱에 왼발을 의지하면서....


 

09:00 드디어 반야봉 정상에 서다.

반야봉이라는 표지석을 배경으로 일행은 기념촬영을 한다. 사방이 탁 트여 멀리 천왕봉을 보고 어제 오른 정령치 세걸산  바래봉 덕두봉을 차례로 가리키면서 조망을 한다. 반야낙조는 나중에 기회를 잡아 한번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곳에서 젊은 청년 둘을 만난다. 둘 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들은 각자 지리산을 종주하고 있었다. 성삼재에서 시작하여 내일 일요일까지 천왕봉을 지나 하산한다고 하니 그 인내와 체력, 대담함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반야봉을 내려오면서 임철갑차장이 자신도 다리가 아파 짚고 있던 나무지팡이를 내게 건네주면서 양쪽으로 짚어보란다. 이렇게 편안할 수가. 보잘 것 없는 나무지팡이 하나를 오른손에 쥐면서 그간에 균형이 맞지 않아 비틀리던 몸의 구조가 바로 잡힌다. 왼손으로만 스틱을 잡고 오면서 어깨쪽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는데 거짓말처럼 편안해진다.  임차장에게 그 지혜로움에 감사를 한다. 배낭을 둔 삼거리에서 김차장이 자신의 스틱을 건네준다. 두손으로 짚으면 더 나을 거라고. 염치불구하고 받아서 내내 양손으로 스틱을 잡으면서 그래도 덜 아프게 산행을 할 수 있어 이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는 이 삼거리에서 어제 정령치 휴게소에서 만났던 가족을 다시 만난다. 그들은  반야봉을 오르는데 태극종주를 3박4일 일정으로 하는 중 이란다. 우리 어른들도 힘들어 하기 어렵다는 태극종주를 초등생 중등생이 끼인 가족이 종주를 한다니............. 놀라울 수밖에. 이들의 완주를 빌면서 우리도 뱀사골을 향해서 출발한다. 스틱을 양손에 잡고 움직이니 걷기가 훨씬 편하다. 아침부터 이 주능선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양손에 스틱을 쥐고 물 흐르듯 걷는 모습이 왜 둘을 쥐는지 이제서 알게된다.


 

09:50  삼도봉에 서다.

오늘 산행을 시작한지 6시간에 가깝다. 삼도봉은 어느 산행기에서나 나오는 것처럼 지리산을 경계로하는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합쳐지는 꼭지점이다. 이곳에서 바라다보는 능선들이 굳고 덕이 있어 보이는 듯 장엄미를 더하고 있다. 이곳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기로하고 그늘을 찾는다. 신발을 벗어 바람을 쏘이며 발을 안마한다. 맨소래담을 바르고 문질러 스며들도록 애를 쓴다.


 

10:00에  토끼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삼도봉을 내려오면서 그 아래 뱀사골로 이어지는 화개재다. 재의 유래를 알리는 표지판과 나무계단이 잘 가꾸어져 있고 일단의 등산객들이 그늘을 확보한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이곳을 지나 토끼봉을 항하여 걸음을 옮긴다. 주능선은 중간중간에 햇볕이 쬐일수 있지만 많은 곳이 나무 그늘을 지나게 된다. 그늘속이라 별로 탈거같지 않지만 땡볕에 노출될때마다 모자를 쓰고 수건을 둘러쓴다. 그렇지만 지금은 얼굴이 까맣다. 후후 -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10:50 토끼봉(1,533M)에 서다

이곳을 오르는 길도 아주 가파르다. 이미 한낮으로 시간이 옮겨가면서 기온이 오르고 햇볕이 강렬해진다. 점점 산행은 더 힘들어진다.  오르면서 양쪽 경계선을 표시한 흰 밧줄 너머로 이름 모르는 야생화가 여럿 피어 있다. 이들을 사진에 담았으면 했지만 너무 힘들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양손에 스틱을 잡아야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오늘은 더 욕심을 내지는 말자고 자신을 추스린다.


 

12:20 연하천산장에 도착하다.

산장을 내려오려면 긴 나무계단을 거쳐야한다. 지리산 주능선을 타다보면 이처럼 나무계단이 여러 개 있다. 힘든 코스에 계단을 설치해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한다 하지만 어쩐지 낯설다.  연하천 산장에는 벌써 점심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칠팔십 명은 족히 되는 듯 시끌벅적하다.  화개정터를 옮겨온 듯 하다. 우리는 다른 팀이 이동하는 뒷자리를 이어받아 점심자리를 편다. 한 팀이 점심을 끝내고 일어서면 다음 팀이 기다리다 그 자리를 이어받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 같다.  표차장이 물을 떠다 라면을 끓인다. 이 라면을 반찬 삼아 우리는 점심식사를 맛있게 한다. 임차장이 맥주 4캔을 사오면서 하나에 3,500원이라면서 혀를 내두른다. 이곳에 올리는 가격이 포함되어 있겠지만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  산장주변은 어수선하다. 취사장소도 제한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는 너무 비좁다.  공원측이 좀 더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준다. 13:10 우리는 가다가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출발한다.


 

13:20  공터를 발견하고 우리는 여기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노지사장, 표차장, 김차장은 코를 골만큼 금방 곯아떨어진다.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신발을 벗고 왼발목에  맨소래담을 바르고 문질러준다. 잘 버티어다오!!

이곳에서 20분간 휴식을 취한 우리는 바로 벽소령대피소를 향해서 출발한다.  가는 길옆에서 휴식을 취하는 남여를 보았다. 부부인 듯 여자는 남자의 아랫배를 베고 잠들어 있음이 왜 그렇게 평화롭던지......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사랑과 신뢰가 있으면 저럴 수 있을까?   내내 기억이 남는 장면이었다..


 

14:47 형제봉 아래에 서다.

형제봉까지 오면서 여러 번 바위를 만난다. 우리는 길옆의 바위들을 보면서 이것이 형제봉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형제봉은 그대로 큰 바위 봉우리였다. 오랜 세월동안 풍화되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고 언제 한 조각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형국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7~8명의 젊은 팀이 휴식을 취하고 있어 우리는 이들에게 기념촬영을 부탁한다. 연이어 내려오는 사람들로 우리도 바로 벽소령을 향해 걷는다.

저 아래 벽소령대피소가 보인다. 산등성이 사이로 양옥집 한 채가 별장처럼 서있고 그 주변에 울타리 같은 것들이 보인다.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양손에 쥔 스틱으로 버티고는 있었지만 오래 지나면서 발목은 상당한 통증을 계속 보내오고 있다.


 

15:30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다.

우리는 드디어 이번 태극종주 1차구간 종점인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한다. 예정보다 빨리 온 듯싶었는데도 별로 빠르지 않다. 잠시 기념촬영을 하고 음정까지 하산 길을 계산하던 임차장이 시간이 별로 없다고 한다. 이곳에서 음정까지 6.7키로 2시간 40분이 소요된다고 표지판은 기록하고 있다. 그럼 18시가 넘어야 음정에 도착하는데 나의 서울행 버스시간은 19시였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하고 버스를 타야할거 같다.

이 땀냄새를 어찌할까?

우리는 더 이상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서둘러 하산 길을 재촉한다. 하산 길은 바로 돌투성이 길이 300여 미터 계속된다. 이런 길이 계속되면 표지판의 시간대로 소요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힘든 걸음을 스틱에 의존한다. 이 길을 벗어나자 바로 임도가 나온다.  임도는 그래도 자갈밭이긴 하지만 걸을 만 하다. 걸음을 재촉하면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음정까지 내려온다. 


 

17:30 드디어 음정마을입구의 지리산휴양림 입구3거리에 도착한다.

이것으로 1박2일 동안 총 24시간에 걸친 45키로에 달하는 태극종주 1차구간의 산행을 모두 마쳤다. 몸은 피곤하고 팔과 얼굴은 벌겋게 탔지만 나름대로 힘든 산행을 마쳤다는 자신감과 이들 준족들과의 산행에 버티어준 체력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첫날  서부능선을 오르면서  무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렸다.  중복에  이런 산을 타다니......!   이런 날은 보신탕, 삼계탕에  시원한 수박 한덩이가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산행에서 흘린 땀의 양이 수박 한덩이는 족히 넘을 것이다. 이를 어찌 편히 앉아 먹을 수 있는  보신탕이나 수박에 비교할까?


 

이번 산행을 함께 하면서 계획의 중요성과 철저한 사전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아무런 준비없이 첫 산행에 종주한 사람들도 있어 호기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호기보다는 산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엄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산행을 처음부터 같이 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끝까지 마칠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다음 2차구간종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