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덩이의 8월 2번째 산행기


문 복 산(계살피계곡)

언제? : 2004년 8월 8일()/ 날씨 : 맑음
어디로? : 삼계리-계살피계곡-문복산 정상-너럭바위-950봉-963봉-리턴-계살피계곡-가슬갑사표석-삼계리

누구캉? : 수덩이 부부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영남 알프스는 우두머리격인 가지산(迦智山1240m),
운문산(雲門山1188m), 천황산(1189m) 사자봉, 재약산 수미봉, 신불산(神佛山), 영취산(취서산鷲棲山:1,059m),
간월산(肝月山1,083m) 7산으로만 나누어 정의하는 백과사전도 있고, 그기에다 고헌산(1,032m)과 문복산(1013.5m)을
포함해 9산을 통틀어 영남알프스라 일컫는 분들도 계시는데 어느 것이 정확히 맞는건 지, 산초보 수덩이는 아직까지
정리가 잘 되지 않습니다.
 
하여튼 문복산은 그들 산군중 북쪽으로 혼자만 살풋이 떨어져 있기에 수덩이는 고헌산과 더불어
미답의 산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어 오늘은 그 중 하나인 문복산을 답사하려 합니다.

새벽 5시에 켜지도록 입력시켜 놓은 TV의 잡음으로 열대야로 잠을 설친 육신을 일으킵니다.
지난 주 심심이골-학심이골산행으로 팅팅 부어오른 발등이 부기가 아직 남아있어, 아내가 10mm나 더큰
아들내미 등산화를 권합니다.

"왜? 찡호는 안간다카더나?“ 하니... 오늘도 친구들과 봉사활동하러 갈꺼라며 약속해놨다며 또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 나갑니다.
1학년때 3년치 ‘60시간’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채우기를 닥달해 놓은터라 더 이상 말을 부칠수가 없습니다.

그녀석의 등산화는 그야말로 항공모함같습니다. 끈이 매어져 있는채로 부은 발을 넣으니 그대로 쑥 들어가버립니다.

속으로 ‘ 저 자쓱은 밥무꼬 발만 키웠남?’....









▲ 이른 6시 30분, 양산을 통과할 무렵 차창밖으로 보이는 천성산위에 걸린 해와 스쳐지나가는 후덥한 바람이 고행길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석남사를 얼마앞둔 도로를 우회전해 따라 운문령으로 넘어가는 69번 국도 중턱에 잠깐내려 오늘부로 마지막으로 남게 될 고헌산을 바라다 봅니다.






▲ 운문령을 넘자 계곡에는 마지막 피서인파가 쳐놓은 텐트가 어지럽게 나열해있고, 2차선 도로의 한쪽 차선은 주차장으로 변해있습니다.
생금배리와 운문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오전 8시경에 삼계리 ‘칠성수퍼’앞에 도착해 그 옆 공터에 박킹을 시킨 후 걸망을 챙깁니다.

삼계리는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룰 때 기본정신이 된 화랑오계와 관련해 신라의 현사 귀산과 추앙에게 세속오계를 가슬갑사에서 내려주었는데 그 '가슬갑사지'가 삼계부락 일대인 것으로 근래 밝혀지고 있다합니다.

수덩이가 나중에 하산하면서 가슬갑사유적지로 추정되는 곳의 표석을 우연하게 마주치게 되어 촬영해 오게 됩니다.

삼계리는 배너미, 생금비리, 계살피라는 세 계곡이 합해지는 곳이라 하여 그 명칭을 얻었다합니다.
그 중 문복산으로 오를 때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계살피계곡이 이 부락앞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십 수년 전 이곳 부근에서 친구와 여름휴가를 보냈을 땐 관심밖이라 보이지도 않았던 저 범상치 않게 생긴 봉이 쌍두봉일것이라는 건 보는 순간 느껴졌고, 단걸음에 오르고 싶은 욕망이 용솟음칩니다.






▲ 처음으로 맞이한 아침의 계살피계곡 초입은 피서철 행락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더미에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5분여를 올라 계살피의 속살을 들여다보니 뜻밖의 비경이 펼쳐집니다.






▲ 계살피계곡의 ‘계살피'란 말은 ’가슬갑사 옆의 계곡‘이라는 경상도의 사투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어감이 전혀달라 억지로 끼어 맞춘듯한 느낌이 듭니다.






▲ 수량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맑은 옥류와 미끈한 바위는 수덩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적당히 그늘져 아늑하고 깨끗한 계곡입니다.











▲ 계곡마다의 제각기 특성과 풍치가 있고, 느끼는 사람마다 감흥 또한 다르겠지만 수덩이는 이 곳처럼 마음에 드는 계곡은 몇 되지 않은 것같습니다.






▲ 푸른 계곡수에 뛰어든 일가족 형제의 우애 가득한 위쪽에서, 우리도 잠깐 배낭끈을 풀고 자그마한 폭포앞에서 발을 담구고 한동안 쉬어갑니다.






▲ 계곡을 벗어나 몇m도 가지 않아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마른 침을 삼기게 됩니다.

너덜이 있는 좌측으로 오르면 옛날 화랑들이 무술을 연마하였다는 문복산록을 만나게 된다는데 숲으로 우거져 있어 그 체취는 온데 간데 없고 귀에 웽웽되며 성가시게 하는 날벌레와 바람 한점없는 무더위만 극성입니다.





▲ 30여분을 가파르게 오르니, 가지산일대의 조망이 확 트이는 바위가 나오고, 고마운 한줄기 실바람이 조여오던 숨통을 그나마 열어줍니다.






▲ 오전 11시, 2시간 이면 충분할 곳을 1시간이나 더 걸려 정상을 맞이합니다.

문복산은 청도군 운문면과 경주군 산내면 경계에 솟아 있는 산으로 현시점에서야 주위의 가지산 등 뛰어난 산들의 유명세에 밀리고 있다지만 신라때에는 경주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귀족자제인 신라 화랑들이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훈련장이 되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경주쪽 남으로 내려진 맥은 894봉에서 왼쪽은 고헌산, 백운산으로 낙동정맥이 연결되고 지금은 도로로 맥이 짤렸지만 운문령을 지나 가지산으로 , 북으로는 삼계리재를 지나 옹강산, 공암, 풍벽, 장육산 그리고 구룡산으로 맥이 연결되고 있으니 결코 외톨진 산은 아닌 듯 합니다.







▲ 동쪽으로 와항재를 지나 고헌산이 자리하고 있고,






▲ 북쪽으로는 지척에 구수한 경상도 어감을 가진 도수골만디(832m)가 조망되고, 북서쪽엔 옹강산(834m), 그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산은 경주 단석산(829m)이 아닌가 싶습니다.






▲ 쌍두봉 우측으로 배내미골이 위치하고, 남쪽 멀리로는 영남알프스 신불-취서산 주능선이 아스라히 연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 1,000고지가 되는 이 곳 정상능선 역시 바람 한점 불지 않고 쏟아지는 햇살과 찌는 지열에 느긋하게 쉬면서 조망할 기회조차 주지않습니다.






▲ 몇십명이 앉아 쉴수 있을 넓찍한 둔덕같은 바위위에서 수덩이부부는 등로를 잘못찾는 불운을 겪게 됩니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운문령을 넘어 상운산과 쌍두봉으로 향하는 산행을 접어야하는 빌미가 되어버릴줄이야... 쩝....

너럭바위에서 직진을 해 능선을 따라 수월하게 950봉, 963봉, 894봉을 거쳐 운문령으로 갈 수 있는데, 바위에서 우측 숲으로 뚜렷하게 열려있는 등로만을 무심코 따라가다보니 삼계리로 향해 하산하는 등로로 내려가게 된것입니다.
원인은 뜨거운 햇살로 재빨리 숲속으로 가고픈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탓일겝니다.

잡목에 가려 좌측 950봉 능선이 보일 즈음에는 이미 계곡 가까이까지 내려와져 버렸습니다. 하이구메~~@#%&@$*...






▲ 어쩝니까? 다시 힘겹게 오릅니다. 이 무더운 날씨에 체력은 금방 소진되어버리고 의욕까지 상실직전입니다.
그러나 갈때까지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지만 계살피계곡의 푸른 물이 눈앞에 아련거리기 시작합니다.
아내 표정 역시, 말은 없지만 산행은 이제그만 포기하였으면 하는 눈치가 역력합니다.






▲ 몇 번을 쉬어 일단 너럭바위가 있는 곳으로 올라와 정상등로를 찾아 950봉 갑니다만 다리가 풀려 패잔병 행색이 따로 없습니다.

그 와중에도 내리막 능선 중간쯤 왼쪽에 우뚝 선 하얀 바위봉우리가 단연 시야를 사로잡습니다. 바로 '다린바위’입니다.
이 바위는 높이 130m, 지름이 100m에 이르러 영남지역에서는 수직벽을 가진 최대 암봉으로 손꼽힌다합니다.






▲ 다린바위와 같은 경관만 가끔씩 나와주고 약간의 바람만 불어준다면 이런 땡볕이 대숩니까?
하지만 등로 양쪽에 삐죽 튀어나온 나뭇가지는 반팔의 맨살갗을 사정없이 긁어버리는 길이 연속되고 산짐승이나 다닐 좁은 등로를 1시간 가까이 진행을 해도 카메라 한번 딜다밀 곳하나 보여주질 않습니다.

집을 나설 때 아내가 무게땜에 반대했으나 수덩이가 고집피워 가져온 팥빙수가 효자노릇을 단단히 합니다.
먹는 그 순간이나마 아내는 속까지 시원하다고 난리났었습니다. 가져가지 말자고 할 때는 언제고... 내참... ^^

963봉 근처에서 운문령에서 올라오신다는 6분의 산님을 만나 여쭈어보니, 운문령의 길은 땡볕과 잡풀만이 사람을 괴롭힐 뿐이라는 말을 듣고 얼씨구나 탈출의 명분을 찾아 퍼뜩 뒤돌아나와 다린바위 조금 못미쳐 계살피계곡으로 하산을 합니다.







▲ 산죽밭이 군락을 이루는 급경사지역을 벗어나니 이윽고 계곡상류가 나타나고 조금 더 진행하여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아늑한 또하나의 지류를 발견해 자리잡아 점심식사를 하려 자리를 펴니 어느 산짐승이 먹다 흘린 가재의 신체일부분을 발견합니다.

돌을 뒤적이니 가재 몇 마리들이 화들짝 놀래며 돌 밑으로 도망을 쳐 한동안 가재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합니다.






▲ 아늑한 계곡에서 탁족과 등물을 치고 계곡을 벗어나 정상적인 등로를 따라 가니 자그마한 표석이 보입니다.
수덩이가 표석이 있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절터가 될만한 공간이 없어보였습니다만 계곡에서 다소 떨어진 오래전 산허리를 따라 길게 쌓아올린 돌축담 위로의 길은 통상 사찰로 갈때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길인것 같아 여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 산사면에 너덜의 중간을 가로질러 급경사를 내려오니 약초농원이라는 음식점 으로 나오게 되어 고행의 길은 일단락됩니다.






▲ 오후 6시, 차를 회수하며 바라본 쌍두봉은 역시 매력적입니다.
쌍두봉은 상운산(1114m)에서 흘러내린 지능선상의 봉우리이고 시작기점은 '쌍두봉가든'이라합니다.






▲ 쌍두봉을 줌으로 클로우즈업해보니 역시 수덩이가 젤로 좋아하는 영판 그시기(?)모양입니다.ㅋㅋㅋ...

상운산까지의 산행로는 혼잡을 피해 호젓하고 깨끗한 산길이 이어진다는 쌍두봉코스와 운문령에서 문복산으로 이어지는 중간에 와항재를 거쳐 고헌산으로 연결되는 산행로를 차후의 산행지로 메모리해 둡니다.

원래 계획한대로 했다면 고생은 되었겠지만 좋은 그림을 많이 훔칠 수 있었을터인데... 불만스럽습니다.
아내에게 동의를 구합니다. “우리... 운문댐을 한바퀴돌면 어떨까?”
걸어가는 것도 아니고 차로 가는 것이니 수덩이 뜻에 따르겠다고 응해 운문댐으로 향해 갑니다.






▲ 운문사 1Km지점, 달리는 차 우측으로 보이는 멋진 이 암봉이 추정해보건데 다린바위가 아닌지?.






▲ 문복산을 뒤로하고 그 좌측으로 방매산(549m)으로 추정되는 산능선이 길게 드리운 운문댐입니다.






▲ 마지막 피서철 행락객들의 엄청난 차량으로 꼬리를 물며 가다서다를 반복하니 서서히 운문댐의 아름다움이 반감되기 시작합니다.






▲ 운문댐 하류지역에 휴양지같은 곳에 차량들이 겹쳐 예측치 못한 운문댐의 낙조를 구경합니다만 경주 산내면을 거쳐 석남사입구에서 밀양에서 내려오는 차량과 뒤엉켜 또 서행과 멈춤을 반복하는 짜증스러움을 저녁 9시가 되도록 겪습니다.





▲ 차라리 욕심부리지말고 문복산만 오르고 계살피계곡에서 가재와 함께 놀다가 내려왔었으면... 때늦은 후회를 해봅니다만 두군데의 예비산행지를 알아내는 소득도 있었으니 본전치기 장사는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