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사진산행) 영축산 야영과 신불평원의 아침

2004년 8월 7일(토요일 저녁)-8월 8일(일요일 한낮)

극락암(오후6시05분)-백운암-함박재-영취산 정상(알바 후 10시 야영)
다음날 아침4시-6시반 영축산 정상에서 아침맞이
신불재 대피소-신불산 정상-신불공룡-폭포(12시30분)

홀로산행- 어두운 산중에서 산사나이를 만나 야간산행 후 동숙, 동행

 

 


#아래사진 : 지도

 

 

<산행동기를 밝히자면>
산행기를 쓸 줄 몰랐던 수년 간,  산행을 다녀오면 몇 장의 사진들을 골라 지인들에게 제 흥에 취한

몇 줄의 감상문을 곁들여 이-메일을 보내곤 하였다. 천왕봉에 올라 주능선을 종주해 보고 싶다느니,

향적봉에 올라 덕유능선을 거닐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느니......, 그리고 가야산에 올라 수도산

까지 종주를 해 보고 싶다느니.....

그런 글을 보는 지인들은 나의 감상을 그저 수사적 표현으로만 느꼈을 지 모르나 나는 혼자서 혹은

집사람과 함께 차근차근 그 과정들을 실제로 이루어왔다.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린, 행복

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2년 전,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한 여름날 새벽, 가천리에서 신불재로 오른 후 싱그럽기 이를 데 없는

초여름의 신불 평원을 보고 얼마나 감동하였던지,  언제고 한번 이곳에서 밤을 새고 신불 평원의 새

벽을 맞고싶다고 넋두리를 이곳저곳에다 해댔더랬다. 아래가 2002년 6월의 그 사진 중 일부다.


#아래사진 :2002년 6월 사진



<해거름에 산행을 시작하다.>

어부인을 초야에 눞혀 고단한 잠을 재울 수 없다며 홀로산행을 청했던 바. 드디어 토요일. 오후근무

를 한시간 줄이고 부리나케 양산 통도사로 향하니, 행락객으로 인해 차량정체가 심해 줄인 근무시간

의 효력도 없이 6시가 되어 극락암에 도착한다. 집사람과 하룻밤 헤어지는 세레머니가 물경 5분여..
인기척 없는 저녁 산행이, 잘생긴 소나무들의 도열 속에 한발 한발 행해진다.

근자 들어 최대의 배낭무게를 기록하니, 15 kg을 훌쩍 넘긴다.  그래도 텐트 장비를 제외하고 비박

(bivouac ; 비상노숙, 불시노영)을 할 요량으로 준비를 하였는데, 엄밀히 따져 이런 야영은 계획노영

혹은 예상노영이라고 해야 한다나.....

어쨌거나 텐트를 가지고 가자니 손이 서툰 체질로 혼자 밤중에 텐트를 세우다가(?) 날밤을 지샐 것

같은 불안도 들고, 간단한 장비로 계획노영을 하자니 벌레나 들쥐의 접근이 신경쓰였다. 그래도 예

상보다 산행이 길어지면 무게가 부담스러우니 줄곳 야간산행을 하다가 이른 아침에 자도 되고, 신불
대피소가 영업을 하면 거기서도 자도 될 일이다 싶어 텐트를 포기하였다.

배낭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을 좋았다. 땀은 비 오듯 흘렀지만 몸이 가벼워 지난 가을 이곳에

서 배내고개까지 이어갈 때의 힘들었던 초반 컨디션과 비교되지 않는다.

백운암에서 산사나이를 만났다. 이 시간에 산에 오르는 경위에 대해서는 피차 묻지 않고 코스만 서

로 확인하니 신불재까지는 같은 코스다. 아직 마흔살은 되지 않았다는 다부진 산사나이는 산행경력

이 많지 않지만 정열이 가득하다. 그이를 먼저 보내고 백운암에 들었다.

금당의 공사는 잘 마무리되어 삼존불을 모시었다. 공양주 보살과 불목하니로 보이는 절 식구분들이

스님과 함께 열심히 지장염불을 하는 맨 목소리가 낭랑히 절 인근으로 울려 퍼진다. 반면, 절 아래 환

타지아 놀이공원에서는 요란한 캠프송과 율동을 지휘하는 확성기 소리가 영축산과 지산면 일대를
쩡쩡 울린다.


<함박재 아래서부터 야간산행>

절에 있다가 다시 뻘뻘 땀을 흘리며 오르니 금방 해가 져버렸다. 헤드랜튼을 밝히고 어두운 길을 더욱

천천히 올라가니 8시에 함박재에 다다랐다. 다시 산사나이를 만났다. 힘도 들고 밤길도 어둡고 하니 이

곳에서 텐트를 치겠다고 하였다.

8시부터 자리잡아서 내일 아침 해뜰 때 까지 혼자서 뭐 하실려고..... 슬슬 가면 가는 것이 즐거움이요,

가다가 정말 지치면 거기서 주무시면 되니 않겠냐고 제안을 했더니 망설이다가 같이 가잰다. 나 또한

함박재에서 영축산 정상까지 북쪽사면의 어둡고 칙칙한 길을 오르내리면서 암봉도 오르내리는 것을 혼

자하기보다 같이 가는 것이 편할 것 같아서였다.

뒤따르던 사나이는 자주 쉴 것을 요청하였다. 그래서 되도록 느긋하고 여유롭게 진행을 하며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했다. 달빛 없는 야간산행은 적당히 지겨웠고 진행도 더디었다. 간간히 쉬면서 나눈 이야

기들은 주로 내가 듣기만 하는 편이었다. 주장도 강하고, 언변이 쎘던 시절도 있었는데 언제인가부터 나

는 주로 끄덕이며 듣는 스타일로 변해있었다. 나이가 들긴 드나보다.


<영축산 정상의 야영>

정상에서 그대로 신불평원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엄청난 절벽 끝에 서버렸다. 어랍쇼?? 순간 좌우를 돌아

보니 정면에 버티고 섰어야 할 신불산 검은 실루엣이 왼쪽으로 빠져버린 것이 아닌가. 정상 안내판에서

신불산 방향을 보고 진행한다고 한 것이 지산리 하산 방향으로 틀어진 것이다.

순간 당황하였지만 길을 찾지 않고 그대로 돌아와 칠흙 같이 어두운 정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자주 왔었는

데도 신불산 내려서는 돌틈이 어둠 속이라 확실하지가 않다. 이리기웃 저리기웃하고 있으니 사나이가 그

만 여기서 자고가자고 한다.

그 말도 매력적으로 들렸다. 이대로 신불재까지 가면 신불평원의 대부분을 야간에 산행하는 것이고, 여기

서 자면 신새벽의 아름다움을 지려 밟을 수 있다. 흔쾌히 동의를 하고 내 나름의 잠자리를 볼려고 살피는데

사나이가 3-4인용 텐트니까 같이 자자고 하였다. 고마운 일이었다.


#아래사진: 정상에서 본 언양 쪽 야경




텐트를 치고 그 고마움을 음식으로 표현하였다. 사나이가 내 준 맥주를 한 캔씩 들이키고 나의 복분자주....

그리고 집에서 얼려와 산정의 시원한 밤 바람 같은 과일샤벳, 별빛 아래 달콤쌉사름한 초콜릿. 이런 것들로

영축산의 야영을 축하하고 잠이 들었다. 열시 반.

얼마나 눈을 붙혔을까 한밤중에 두런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깨었다. 얼른 불을 밝혀 상대방이 놀라

지않도록 해 주었다. 세사람이다. 밖으로 나서보니 야간 산행 중이라며 코 앞에 둔 영축산 정상을 찾고 있다.

다시 옅은 잠을 붙히니 얼마지 않아 빛이 천지에 가득한 느낌이다. 나서 보니 별빛을 잠재운 반쪽의 달빛이

온 하늘에 교교하다. 이젠 바람도 차거워지고 으스스한 습기가 산정에 가득하다. 잠이 오는 것이 얄미울 정

도로 아름다운 밤이다.


<신불평원의 아침>

먹물이 번져 내린 여백 같은 여명을 맞으러 텐트 속에서 나오니 4시 반이다. 무척 추워하는 사나이 위로 내

침낭을 덮어주고, 새벽한기를 막기 위해 윈드자켓을 입고 반바지 차림으로 나오니 다리 아래로 시원한 기운

이 좋고 상체의 따뜻함에 포근해서 좋다.

#아래사진 : 언양 땅의 새벽


 

#아래사진 : 영축산 정상의 새벽


 

#아래사진 : 우리의 잠자리


 

#아래사진 : 해뜨기 전의 신불평원



5시 05분. 정상 동편을 카메라 뷰파인드로 들이다 보고 있는데 왠 물체가 쏙 나와 깜짝 놀랐다. 육안으로 확

인하니 자전거를 들쳐 맨 MTB 애호가다. 이른 아침에 산정에서 만난 인연을 격려하며 인사를 나누고 서로

괴이한 취미를 기념하는 촬영을 하였다. 새벽 두시에 지산리에서 임도로 올라 한시간 가까이 비탈을 메고 올

랐단다. 그리고 신불산 간월재 거쳐 재약산 사자봉, 능동산 거쳐 석남사, 다시 통도사로... 나중에 연락하여

서 알았지만 13시간의 대장정으로 소화해 냈다고 한다. MTB 의 힘이다.

#아래사진 : Mr. MTB


#아래사진 : 함박등-채이등-시살등 쪽 서릉


#아래사진 : 천성산 방면 남쪽 새벽



#아래사진 : 일출(1)

 

#아래사진 : 일출(2)





MTB를 보내고, 깨어난 산사나이도 한시간 정도 같이 있다가 짐을 챙겨 헤어졌다. 혼자 남아 이것저것 마무

리하고 천천히 신불평원으로 내려갔다. 재약산 쪽으로 쭈욱 한번 진행했다가 다시 되돌아와 동사면 절벽을

따라 신불재로 향했다.

#아래사진 : 햇살이 비켜드는 평원



#아래사진 : 평원으로(1)


(이상 네가티브 필름, 이하 포저티브필름)



한시간반 여 평원을 어슬렁거리며 신불재로 내려서서 대피소로 가니 영업을 하지 않은 날이 꽤 오래 되었나

보다. 샘터에서 씻고 나무그늘 아래에 자리를 펴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벌써 원동 쪽으로 내려가고 있어

야 할 사나이가 땀범벅이 된 채 되돌아 왔다. 풀섶이 가려 진행이 너무 어려워 되올라왔다는 것이다.

그러지말고 나도 재약산 쪽은 더운 참에 포기하고 공룡능선을 타고 하산 할 터이니 공룡 맛이나 보고 내려가

자고 하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완전한 동행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신불공룡을 지루하게 내려서서 홍류폭

포에서 온몸을 적시는 시원함을 맛보고 간월주차장 내려서니 한시다. 아내가 30분 후 도착하여, 더운 도회지

로 이동, 부산서 산사나이와 헤어졌다. 참 정식인사를 안 나누었군요!! 차창 밖으로 뜨겁게 악수를 하며 이름

을 교환하고 헤어졌다.

이하사진.

#아래사진 : 평원으로(2)



#아래사진 : 신불공룡릉이 보인다.



#아래사진 : 신불산과 신불공룡



#아래사진 : 신불재, 그리고 폐가가된 대피소



#아래사진 : 신불산 정상에서


#아래사진 : 운무가 다가오는 공룡릉


#아래사진 : 간월산과 먼 가지산


#아래사진 : 신불평원, 멀리 영축산(영취산, 취서산) 서릉이 이어진다.


#아래사진 : 공룡릉 내림


#아래사진 : 공룡릉 올라보기



#아래사진 : 물줄기가 많이 약해진 홍류폭포





*********************************************

예상노숙으로 준비한 장비목록(15.4 kg)-조언바람

배낭(60 L), 4계절용 침낭, 쿠션깔개1인용, 3,4인용 은박쿠션자리,
침낭커버용 은박비닐덮게, 베게용으로 접는자리.

양말(속,겉용)여분, 반바지, 윈드자켓, 상의 티 여분
얼린 물타올 두장(자기전 세수 세족용), 마른 타올 한 장, 손수건 두장
모자, 장갑, 헤드랜튼 2개와 여분의 건전지

비닐아이스케이스(물과 음식물은 카메라의 습기방지 위해 항상 별도로),
물 2000 cc, 밥 두그릇, 반찬(고추장볶음, 돼지갈비바베큐) 과일샤벳
쨈넣은 모닝빵 7개, 떡조각, 복숭아2개, 미숫가루, 초콜릿바, 초콜릿과자.
수저

카메라박스와 삼각대(야간촬영이 있어서 삼각대를 가져가는 고통^^)

비상약품과 모기방지스프레이, 안경 여분, 칼, 나침반, 시계(고도계)
휴대폰, 비상금, 스틱 한자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