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을 넘어  단목령의 나무장승을 만나러 간 사연 (사진)

 

산행일시:2004년 9월22일(수)-9월23일(목)

산행지   :점봉산

산행코스:방태산(車營1박)-설피마을-곰배령-작은점봉산(1293.5)

              점봉산(1424.2) - 갈림길- 단목령(나무장승) - 설피마을

 

 

점봉산 백두대간길 단목령의 나무장승

 

언젠가 뉘에게 들은 듯 만 듯 희미한 기억이 귓가에만 맴돌고 머릿속에선 상상으로만

그려졌던  단목령의 나무장승이 보고 싶어 세상사 몽땅 때려치우고 길을 나섭니다.

 

오래전부터 인터넷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단목령 나무장승의 모습을 확인하려 했으나

그 어디에도 찾을 길 없어 그 보고픔과 궁금증은 더욱 커져 꿈에조차 나타날 지경이였습니다.

 

귀때기청봉에서 지독히 무더운 여름을 견디고  연인산 잣나무 숲속에선 한밤의 여름을

보내고  가을로 접어들자 단목령 나무장승의 유혹은 조바심으로까지 번져 앉으나 서나

단목령 나무장승 생각뿐입니다.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것도 흘려들은 것에 지나지 않는  단목령 나무장승이 왜 그토록

마음 한가운데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야만 하는지 그 답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단목령의 나무장승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그 무엇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더 늦기 전에 꼭 한 번 찾아가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끊어지지 못하는 무슨 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래서.......

 

 추석전날 부터 추석후 3일까지 외국 손님의 방문 계획이 있어 부랴부랴 준비를 끝내놓고

22일(수) 오후 2시 서울을 출발합니다.

 

이하 사진으로

 

5시간을 홍천,인제를 거쳐 방태산자락 휴양림에 도착시간 7시,

이폭포 저폭포 곁에 차를 세우니 숲속은 이미 짙은 어둠에 쌓여있고

쌍폭포 떨어져 부서지는 굉음은 어둠속에서 작은 두려움으로....

방태산휴양림 통나무집에서 비쳐나오는 전등이 유일한 불빛입니다.

 

 

 

 

인제에서 사 온 돼지고기를 코펠에 굽고 고량주 2병을 12시가 넘도록

몽땅 비우고  하룻밤 잠자리 차속 침낭에 드니 새벽1시.

 

  

다음날(23일,목) 꼭두새벽 6시에 눈을 떠 차창밖을 내다보니 이폭포 저폭포의 웅장한 모습

어젯밤 짙은 어둠속에서 듣던 폭포소리와 새벽에 듣는 폭포소리는 전혀 다른 차원

떡라면을 끓이고 커피도 한잔하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방태산의 새벽을....

방태산등산로 입구까지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어슬렁 어슬렁거린 후

 차를 몰아 새나드리를 거쳐 곰배령 초입 강선리에 도착하니 9시.

해는 구름속에 숨어있어 습기 가득한 숲속은 아직도 어둡고

스틱을 휘휘 저으며 여유롭게 오르는 곰배령 원시의 숲길

 

 

이하 오름길의 사진들..........

 

곰배령 오름길에 만나는 계곡의 깊은 소

 

 

단 한그루의 붉은 가을.가을의 전령목

 

 

점봉산 원시계곡의 폭포

 

 

강선리 다섯채뿐인 산마을의 토속적인  이정목

 

 

나무마다에 파란 이끼가 두텁게 쌓여져 있어 더욱 원시스러운 점봉산

 

 

곰배령 오름길 점봉산의 어둑컴컴한 원시의 숲길

 

 

그리고 오름길 돌 마다에도 짙은 이끼가 가득가득...

 

옛 화전민의 집터 돌담에도 짙은 이끼가 가득

 

 

원시 고사리- 마치 쥬라기 시대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짙은 숲속에 숨겨져 있는 와폭

 

 

11시 곰배령

앞에 보이는 작은 점봉산엔 구름이 가득

곰배령 천상화원엔 가을야생화가 가득가득

 

 

 

멀리 보이는 점봉산 정상에도 구름은 걸쳐 흐르고....

 

 

작은 점봉산 오르는 길목의 나무장승

이곳부터 출입금지 표지판 그러나 단목령의 나무장승을 만나기위해 미리 "입산 허가증"을 교부받음.

떳떳히 통과

 

 

 

점봉산 오름길 길목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고풍스러운 주목

 

 

천년의 삶을 다하고 다시 천년의 세월을 사는 주목

 

 

13시 점봉산

하얀 어둠속 구름으로 망대암산과 설악으로 이어지는 시야는 전혀 없고....

 

 

점봉산 정상 표지석과  한 켠의 묘비석 

 

 

 점봉산에서 단목령으로 내려가는 백두대간길

 어느 산꾼 부부의 백두 대간 종주 표지기

 

가을이 짙어오는 백두대간의 숲사이 길

 

 

너른이골과 오색과 단목령으로 갈라지는 3거리-단목령으로

 

 

숲속으로 백두대간은 이렇게 이어지고...

 

 

혼자만 붉은 점봉산의 가을 단풍

 

 

하얀 어둠이 짙게 쌓인 단목령 향하는 대간길 원시의 숲속

 

 

대간길엔 이런 산죽길이 끝없이 이어지기도 하고

 

 

 

 

이정표 하나없어 혼란스러운 대간길을 작은 두려움 속에 2시간30여분을 내려오니

 

 

16시10분 단목령 도착

단목령의 험상궃게 생긴 두 나무장승의 실체를 확인합니다.

헌데 험상궃은 장승의 모습에 두려움은 커녕 다정함을 느끼니 무슨 조화인지

마치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가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기다리다 결국은  만난 듯한

그러한 반가움입니다.

 

 

나무장승을 꼬옥 껴안으니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오며  귓가에 대고  무언가

반가운 인사를 하는 듯 합니다.

"오랜만이다. 이제 겨우 찾아와서 미안해" 하고 인사를 하니 빙그레 웃으며

화답을 합니다.

"그래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네가 반드시 올 줄 알았지. 참으로 반갑다 친구야"

".................................."

".................................."

"..................................."

묵언의 대화가 오랫동안 이어집니다.

 

날이 어두워져오는 것도 잊은체 오랫동안 장승곁에 기대어 함께 머물러줍니다.

가슴으로 전해져 오는 따뜻한 나무장승의 마음을 알 듯합니다.

 

한참을 함께 머무니 장승이 등을 떼어밀며 마음을 전합니다.

"더 어둡기 전에 빨리 내려가라 친구야. 내려가는 길이 험하거든.....

난 항상 이곳에서 있을테니 보고싶고  생각이 나거든 언제던지 보러 와라"

 

등을 떼어 밉니다.

등을 떼어 밉니다.

 

장승에게 다시오마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니 왠지 눈물이 납니다.

마치 친구를 험한 곳에 놓아두고 혼자만이 내려가는 듯하여 눈물이 납니다.

몇 번을 뒤돌아 나무장승을 보고 또 보며 내려옵니다.

"친구야 나중에 올 수만 있다면 또 오마" 인사를 하고 내려옵니다.

 

교감이라는 것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다만 흘려들었을뿐인 어쩌면 들은 기억조차 없었을 단목령의 나무장승이지만

마치 살아있는 실체인 듯 언젠가 한 번쯤 만난 듯한 실존처럼 가슴속에 각인되어

이곳 점봉산까지 찾아오게끔한 "단목령 장승의 그 무엇" 이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져 내림길을 내려옵니다.

무엇일까?

여하튼 확실한 것은

단목령의 나무장승은 오늘 밤에도 그 점봉산 깊은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모르겠네.

 

 

오색리, 백암령, 설피마을을 가르키는 백두대간 유일의 고사목에 걸려있는 단목령 이정목

 

 

끊길 듯 이어진 계곡사이 산길을 30여분 내려오니 17시45분.

단목령과 너른이골 갈림길 이정목

 

 

차를 주차시켜둔 곰배령 초입 백두대간 나무장승에 도착하니 18시

점봉산엔 벌써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

두무대 송어횟집에서 회와 식사를 한 후 강원도의 어둠속에서 상남과 철정 홍천 양평을 거쳐

집에 돌아오니 한밤중 12시를 넘습니다.

 

 

점봉산 곰배령의 가을 야생화

 

 

 

 

 

 

 

 

 

 

 

 단목령 나무장승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기다리고 있을텐데.....

그 친구가 부르면 또 달려가 만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