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과 함께 한 설악산 휴가 산행

☞ 언제 : `04. 8. 1 ~ 8. 3
☞ 어디로 : 8월 1일(용대리 → 백담사 → 수렴동 산장)
                8월 2일(→ 봉정암 → 소청 → 중청 → 대청봉)
                8월 3일(→ 희운각 → 비선대 → 설악동)
☞ 누구와 : 수성구의 네 친구들과 그들의 아내들(김목유/이해경, 한철웅/김상희, 이춘우/임순분
                                                                     원종진/이영옥, 용감한 외톨이 권영희 여사)
☞ 이동경로 : 북대구 → 중앙고속도로 → 홍천 → 인제,원통 → 용대리(03:40 ~ 09:10)
                   속초 → 주문진 → 영동고속도로 → 장평 IC → 봉평 → 횡성 IC → 중앙고속도로 ->  북대구(14:30 ~ 23:00)

 

1일차 산행(수렴동 계곡으로... 09:40 ~ 15:00)

 

 대한민국 축구가 이란에 덜미를 잡히는 이변 때문에 흥분이 가라 앉질 않아 잠을 잘 이루지 못해 겨우 눈을 붙였다가 깨어 보니

새벽 2시다.
 이틀동안 머리를 감지 못하므로 박박 문질러 씻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집합장소로 이동하니 3시가 조금 넘었다.
 배낭과 물품들을 차에 싣고 시트에 앉자, 몸 하나 움직일 공간도 부족하다.
어찌하랴 ! 한대로 움직이는 효율은 온몸으로 때워야지,,,
 새벽녘에 중앙고속도로를 내달려 한달음에 용대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9시 10분,
 설악산 자락에 시꺼먼 구름이 휘감아 돌더니 가랑비가 조금씩 내린다. 대리운전 기사와 조우하여 차를 설악동 주차장으로

 옮겨 주길 부탁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태풍소식에 입산을 통제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유라 아빠는 매표소까지 가서 확인을 했다.
 산행 총원 9명. 네 부부와, 부군없이 혼자 따라 나선 용감한 아줌마 한 사람 포함이다.
 제법 산행깨나 하는 차림으로 차려 입고 용대리 매표소로 직행한다.
 수렴산장에서 1박할 요량이므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
 목유 대장은 셔틀버스를 마다하고 백담계곡을 걸어오르자고 명령반, 제안반 하고 나오니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다.
 '아이고 죽었구나' 속으로 복장하고 터벅터벅 길을 나선다.

                                                                         <백담계곡>


 

                                                                         <백담계곡의 산 증인들>


 비는 조금씩 더 내리기 시작해 축축하고 매우 덥다.
 비가 오는데도 이 놈의 매미들은 온통 제 세상이다.
 말로만 듣던 백담계곡은 역시 걷기를 잘했구나 하는 느낌을 곧바로 받을 수 있도록 한껏 보증 해준다. 풍부한 수량과 맑디

 맑은 계곡의 아침은 진행하는 우리들의 눈을 끊임없이 즐겁게 한다.

                                                       <백담사 못미친 원교 위에서>


 

                                                                       <백담사 입구에서 드디어 한 컷>

 

원교를 지나고 우측으로 난 부드러운 길을 휘어 돌아 수심교를 건넌다.
 백담사에 도착하여 부처님께 큰절하고 민생고를 컵라면 한 그릇으로 해결한다.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관념속의 호젓한 백담사와는 거리가 멀었으니,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내내 가슴속에 남아돈다.
 수심교 밑의 맑은 계류에 어름치 같은 물고기들이 노니는데 남부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고기들이라 다들 쳐다보며 신기해한다.

                                                          <수심교 아래의 정성이...>


 백담산장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가랑비 수준이었으나 영시암을 지나면서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진다.
 목유 대장은 오버트라우저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하릴없이 비를 맞으며 걷다가 영시암에서 판쵸우의를 뒤집어 쓴다.
 유난히 연두색으로 빛나는 영시암 뜨락의 상추는 빗방울에 촉촉히 젖어 더욱 싱싱해 보임에 따라 뜯어 가고픈 욕망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선생은 자제력을 발휘한다.
 오세암 갈림길의 언덕에서 20여분 후, 배낭의 어깨끈이 온몸으로 압박해 들어오려고 할 즈음, 빗속의 수렴등 대피소에 도착한다.

                                                             <수렴동 대피소>


 시원한 막걸리를 한 잔씩 들이키고, 모여앉아 돼지갈비를 안주 삼아 권커니, 받거니 하니, 우중취중인지라,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
 기분이 좋아져 자꾸 술잔에 손이 가고, 마시는 만큼 설악과 하나되는 느낌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수렴동의 밤은 그렇게 쐬주 몇잔의 추억으로 매김되고, 태풍 남테우른의 찌꺼기는 수렴동 계곡에
장대비로 마무리 되고 있다.
 유라 아빠는 큰소리로 한곡조 읖조리매... 모두들 쳐다보며 의아해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좋아라 한다.
 수렴동 대피소는 좁고, 답답하며, 1층에 앉아 있으면 꼭 토굴에 앉아 있는 듯 하다.
 남녀의 구분도 없고 되는 대로 자리 잡고 누우면 되는 합숙소 같다고나 할까.
 새벽에 잠을 깬 몇 명의 주당들은 또다시 뭉쳐 팩소주와 함께 했다.
 사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집안일까지 완전히 1 turn 을 한 다음에야 자러 들어간다.
 성필엄마의 입심도 대단해 마지막 한 시간은 독무대를 장식했다.
 우리의 아낙네들은 지난 밤에 자지 못한 시간을 오후 3시부터 고꾸라져 보충한다고 정신이 없다.
 무려 13~14시간을 잠에 빠져 있다니 대단한 실적을 남기고 있다.

 

2일차 산행(대청봉으로...07:40 ~ 16:00)

 

 아침에 일어나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어제 밤에 해 놓았던 밥으로 아침 요기를 한다.
산에서 먹어서 그런지, 김과 김치 몇 조각에도 꿀맛이다.

                                           <수렴동 대피소의 다람쥐,  식빵을 먹고 있네>


 먹다 남은 소주를 챙기고, 구곡담계곡으로 출발하는데 출발부터 길을 잘못 잡아 잠깐 헤매다가 꼬불
꼬불 우렁차게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헤쳐나간다.
 계곡의 물은 지난밤 비로 많이 불어 있었고 흐르는 물소리도 위압적으로 계곡 전체를 진동한다.
 좋은 배경으로 부부들이 몇 커트 씩 하고 날 무렵, 유라 아빠는 배가 아파 삼림 육성을 할 자리를 찾아서

해매다가 뱀에게 쫓겨 혼이 난 이야기를 주절주절 풀어댄다.

 

                                       <수렴동 및 구곡담 계곡>


 만수담을 지나고, 백운동 계곡과 합류하는 지점에 다다라 잠시 쉬어가기로 하여 깔판을 깔고 편안히 자리잡아 마음먹고 쉰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하산하고 있는데 봉정암에서 밤새워 기도하고 이동하는 불자들일게다.
 게중에 나이 많은 분들도 몇 분 보이는데 대단하다.
 미숫가루를 타서 목을 축이고 에너지를 보강하면서 천천히 계곡을 다시 오른다.
확실히 수렴동 계곡보다는 길도 좁아지고 가팔라 진다는 것을 장딴지의 뻐근함을 통하여 알게 되는데, 철사다리도 많고 점점

더 협곡으로 빠져드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노천 여자 화장실.. 누구 차례일까>


 쌍목 뭇 미쳐서 탁족을 하면서 쉬고 있자니, 우리 아줌마들 판쵸의를 몇 사람이 둘러치고 앉아서 소변을 돌아가며 보고 있다.
 어처구니 없지만 기발한 발상!
 증거를 남기기 위해 디카로 박아 놓는다.
 쌍폭을 지나고 협곡이 끝날 즈음, 오늘의 하이라이트, 봉정암 깔딱고개의 시작이 보인다.
 초장부터 선주엄마와 유라엄마는 뒤로 쳐지고, 성필엄마는 앞장서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악을
쓰고 올라간다.
 이선생은 악으로 깡으로를 연발하고 코가 땅에 닿을 듯이 몇 분간의 사투를 벌인 끝에 올라선 능선이 사자 바위...

                                                 <사자바위에서 힘들게 올라온 계곡을 보며>


 구름위의 사자 바위에 걸터 앉아 용아 능을 배경으로 부부끼리 사이좋게 몇장씩 증거하고 봉정암으로 향한다.
 여기서의 조망은 정말 대단하고 경이롭기 까지 하다.
 운무는 끊임없이 각양각색의 형상으로 피어오르고, 사라지고, 보였다, 안보였다 하니 여기는 신선의 경계인가 보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드디어 봉정암.

                                               <병풍같은 암봉에 둘러쌓인 봉정암>


 11시 30분, 수렴동 대피소를 출발한지 네 시간 만에 봉정암에 안착이다.
 용아능의 가장자리 안부에 위치한 봉정암은 언뜻언뜻 드러나는 햇살 사이로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등산객에게는 공양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망설이면서 줄을 섰는데 모든 사람에게 공양을 베풀어 준다.  
 꾸역꾸역 밥을 해야 했는데 한끼 멋지게 해결할 수 있어서 고무적이다.
 미역국에 밥을 놓고 오이소배기 몇 조각을 얹어 주는데 이것을 먹겠나 싶었지만 맛은 너무 좋았다.
 이선생은 두 그릇을 뚝딱하고 김으로 싼 주먹밥도 두개를 처리한다. 대식가 다운 식성이다.
 모두들 맛있게 공양하고 유라네와 수정이네, 그리고 성필엄마는 적멸 보궁으로 올라 108배를 올린다.
 갓바위에서 하던 것 보다 훨씬 수월하게 느껴지는 것은 봉정암이라는 대단한 관념이 우리 의식 속에 자리잡아, 벌써

 성불을 받은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리라고 유추해본다.

                                              <소청 오름길에서 바라본 봉정암 사리탑>


 사리탑 위 전망대에 올라 좌측의 용아장성과 우측의 공룡능선, 뒤쪽의 소청과 중청봉을 한꺼번에 조망해 본다. 우리나라

어디에 가서 이런 멋진 풍광과 조망을 할 수 있을까.
 미친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 것, 없는 것, 모든 포즈를 다 취해 촬영에 마음껏 임해 본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몰라 한동안 이 모든 경치를 일시에 입력 시킬려고 두루두루 살핀다.
 머리 뿐만 아니라 우리들 가슴 한 구석에도 설악산의 디렉토리를 따로 만들어 하나씩, 하나씩 저장해
나간다.
 할머니 한 분이 작대기를 짚고 사리탑을 향한다. 창원서 오셨다는데 대단한 분이다.
 봉정암에서 소청봉 오름길도 역시나 쉽지 않은 오르막의 연속이다.
 울산에서 오셨다는 50대의 아주머니 너댓명의 오기는 대단해, 신랑들을 제쳐 두고, 대청봉을 올라
천불동으로 당일 하산할 예정이란다.
입담들이 얼마나 걸쭉한지 경상도 아줌마의 우직함이 그대로 베어 난다.
 이선생이 목유대장의 배낭을 대신, 바꾸어 매고 진행하다가, 유라아빠에게도 교대하여 무게를 나눔하도록 한다.
 한참 진행하다가 시끌벅적한 소리에 고개를 쳐들어 보니 소청산장이 예쁘고 고즈넉한 자태로 살며시 나타난다.
 모두들 평상에 배낭을 풀고 단숨에 캔맥주 두개씩을 틀어 넣는다.
 왼쪽 발밑에는 용아릉의 한쪽에 봉정암 사리탑이 두둥실 떠 오르려 하고 있고, 우측발 앞의 능선에는 공룡능이 운무 속에

 가라앉았다, 떴다를 반복하고 있다.

                                           <소청산장에서 바라본 봉정암 위 용아능>

                                          <운무가 피어나는 공룡능선..  소청산장에서>


 다음에 올 때는 꼭 소청에서 일박하면서 이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음미해 보고 싶어진다.
 운무에 따라 무차별로 바뀌는 경치를 손아귀에 넣을려고 애꿏은 셔터만을 눌러 댔더니 디카의 사진 매수가 여기서만 30매도

 넘어 버린다.
 소청산장의 물은 또 얼마나 시원하고, 맛이 있던지,, 멋지고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소청산장에서 한시간 정도 쉰 뒤 소청봉에 올라 연속되는 경치를 조망하면서 설악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오른쪽 희운각 방향,

 공룡능에는 이제 운무만이 교교하게 흐를 뿐이다.
 산장 입실 시간에 맞추어 중청봉을 뒤로하고 진행하니 중청대피소에 무사히 도착한다.


산장 도착 후 식탁에 자리해 이른 저녁을 해먹으며 대청봉을 가슴에 안고 정상주를 건배하며 감히 신선의 경지에 다가섬을 느낄 수 있다.
 중청대피소에서의 꽁치찌개, 어떻게 그 맛을 잊을 수 있을소냐.
 내일 일출을 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대청봉으로 향하는 우리의 호프 일행들. 15분여 숨을
헐떡여 대청봉에 도착했다.

                                <갑자기 하늘이 확 걷히며 눈앞에 위용을 드러내는 대청봉>


 우리의 상징물, 대청봉, 웅장하게 주위봉을 거느리고 도도하게 자리하고 있다. 오른 사람이 이선생 부부와 유라아빠 뿐으로

이선생 부부의 독무대가 시작되었다.
사진 욕심이 많은 두 사람은 무수히 많은 포즈를 뱉어낸다.
유라아빠는 그저 묵묵히 디카의 셔터만을 눌러댄다.

                                                      <운무에 묻힌 공룡의 기둥  1275봉>


 운무가 스쳐 지나가는 중청대피소. 1275봉의 위용과 마등령의 굽은 허리는 운무로 하여금 때로는 sharp 하게 때로는 무진장

부드럽게 그 자태를 뽐내게 한다.

                                                      <기가막히게 맞이하는 화채능선>


 떨어지는 태양을 따라 번지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이 선생 부부는 남아있는 일행을 부르러 내려가고, 이윽고 선주엄마를

제외한 모든 일행이 도착하여 설악산의 느즈막한 오후를 풍요롭게 즐기고 있다.
 일몰시간에 맞추어 봤으나 안개로 인하여 일몰구경과 사진담기는 포기하고 중청대피소로 돌아온다.
 한잔의 술을 더 음미하고 산장으로 짐을 옮겨 취침할 준비를 한다.
지리산의 장터목 산장보다는 작은 듯하고, 벽소령 정도의 규모를 보이는데 별 어려움이 없이 취침할 수 있었다.
 선주아빠는 설거지를 할려다 공단직원에게 혼줄이 났다고 한다. 등산 처음 하냐면서.
선주엄마와 성필엄마는 밤새 우랑우탄처럼 온몸을 벅벅 긁어대면서 이가 있다고 야단이다.
그참 모를일 이다. 산정에 이라니.....
 유라엄마는 끈질기게 긁어대는 두 사람 때문에 잠을 못잤 다고 투덜거린다
 모르긴해도 목유대장도 유라아빠의 풀풀 불어대는 코골이로 잘 자지 못했을 터.
 하여튼 지난밤보단 모두들 잠을 설친 듯하다.

 

3일차 산행(설악동으로...06:40 ~ 13:30)

 

 새벽 4시 40분에 기상하여 천천히 대청봉에 올랐으나 염려한대로 기대했던 해맞이는 하지 못했다.
30분여 머물다가 포기하고 다시 산장으로 내려와 하산할 준비를 서두른다.
 어제, 늦은 밤에는 속초 앞바다의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을 총총이 바라볼 수 있어 안심했는데
아쉬웠다. 다음 번을 기약하고 속절없이 희운각 내림길로 발길을 돌린다.
만만찮은 내림길에 땀이 쏟아지고 피곤해 하는 중간 어느 지점에 서니, 깨스가 피어오르는 공룡능이
한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작년 가을, 공룡능 산행시 안개 때문에 한치 앞도 볼 수 없어 무조건 걷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까닭에 이렇게 전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감개무량하다.


 과연 공룡이로고,

                                                       <공룡의 우아한 자태-- 범봉>


 유라엄마는 어떻게 저곳을 횡단 했느냐고, 놀랍고 경이롭다는 듯이 찬사를 늘어놓는다.
 지겹도록 긴 철게단을 내려서니 희운각 대피소 앞 마당이다.
 흐르는 땀을 닦고 재빨리 아침 준비를 서둘러 늦은 아침요기를 한다.
 햇반과 3분카레, 3분 짜장, 3분 하이라이스등의 조합이 이처럼 맛있고 든든한지 처음 알았다.
 어메 맛있는 것,
이선생은 두산 山소주를 거금 7500에 사서 한잔씩 권한다.
라면국물과 햇반과 짜장, 그리고 소주 한잔!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궁합인데도 너무나 근사하고 짭짤한 아침이었다.
 마주 보이는 신선대의 아침은 산 소주 한잔의 얼큰함으로 작년 10월의 10% 부족함을 대신해 준다.
문어다리처럼 꼬였던 아줌마들 다리는 아침 요기로 다시 정상을 되찾고, 씩씩하게 하산을 하고 있다. 수정이엄마는 신발이

 너무 커서 발톱 두개가 시꺼멓게 변하고 있고 고통을 참으며 산을 내려오고 있다. 보기에도 안쓰럽다.
 목유대장은 Wife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낭만 꼿꼿이 높이 세우고 성큼성큼 밑으로만 내닺는다
 이제는 집으로 가는 천불동 계곡의 하산길.

                                                                   <천불동의 아침>


 아낙네들이 조금씩 힘들어 하고 소요시간을 물어오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피로도가 축척되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천당폭에서 사진 촬영 때의 압권 하나.
 유라네 부부는 신혼여행온 부부처럼 입을 꼭 맞추고 사진을 찍는다.
 에그머니나 망측해라.

                                  <오련폭포...  벌써 단풍시즌이 그립다>


 자기들이 무슨 이팔 청춘이라고, 지나가는 어린애들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풍기 문란 아닌가. 하지만 좋다,

 좋아보이네 그려-
 양폭대피소에서 조껍데기 술을 한잔 들이키고 계속 하산을 하고 있다.
 작년 산행 때 다른 단체들을 추월하면서 힘들었던 계단길이 어렴풋이 기억 나는 듯하다.
 어느 쯤인가 정확히는 기억을 못해도, 귀면암 가지전의 어느 곳에서 시원하게 탁족도 하고 20분 넘게 휴식을 취했다.
이선생은 돌사이를 건너가다가 계곡에 빠져 시원하게 아예 자맥질을 한다. 차라리 잘 빠진 건가.

                                                               <물에 빠져버린 이선생> 


 귀면암 앞에 오르는 계단을 힘겹게 지나고 비선대에 도착해 시원한 쮸쮸바를 하나씩 먹는데
시원한 것이 정말 맛난다.

                                     <장군봉위 하늘이 한여름이다>


 어린애들처럼 쪽쪽 빨아 대니 가관이다.
 고도가 높을 때는 못 느꼈는데 설악동으로 갈수록 덥고 습도도 굉장히 높다.
 대구는 오늘도 36도 정도 된다는데, 정말 걱정이다. 이제 또다시 한증막 속으로 돌아가야 하니 깝깝해 지는 것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설악동에 주차된 차량을 타고 척산 온천으로 향한다.
 사흘간 땀으로 범벅된 몸을 씻고 나니 정말 날아갈 것 같다.
 이제는 대구로 돌아 갈 일만 남았는데 멀리 차 창에 보이는 울산 바위와 대청봉이 벌써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기약되어 진다.
 여기서 우리의 즐겁고 유쾌했던 산행은 끝이 났다.
 태풍 때문에 걱정도 많았고, 논란도 많았지만 막상 결행하고 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대청봉에서 어린아이처럼 좋아 어쩔 줄 모르던 상봉이 엄마, 봉정암 깔딱고개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올라가던 성필이 엄마, 수렴동 산장에서 목이 터져라 한곡조 읊어 대던 유라아빠, 중청대피소에서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던

꽁치찌개의 기막힘,

행여나 wife들이 다칠세라 안절부절 못하며 코치하던 이선생, 그리고 선주 아빠. 다 지나간 기억들로 되새김 되지만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언젠가 가버릴 40대의 우리 청춘-
한 구비 잘 정리하고, 잘 간직한 이벤트였다고 본다.
 친구간의 우애와 부부간의 애정이 교차하는 알토란 같은 2박 3일을 보낸 것 같다.
 아줌마들은 평소에 운동 좀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고, 좀더 여유있는 사고와 긍정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을 제안해 본다.
 끝으로 이 산행을 기획해준 김목유 대장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면서 우리의 산행기는 이것으로 끝을 맺는다.
 

- 이천사년 팔월 삼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