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천주봉~공덕산

1:25,000지형도=산북. 동로

2004년 9월 9일 목요일  흐리고맑음(15.8~24.6도)   일출몰06:05~18:44

코스:불당골11:30<2.0km>천주봉13:00<2.0km>공덕산14:00<1.5km>마당바위15:00<1.3km>주차장16:30

[도상6.8km/ 5시간 소요] 

개념도 
  개념도
 

개요: 경북 문경 동로면의 천주봉(836m)에서 이웃한 산북면과의 면계선상에 위치한 공덕산(912.9m)까지 이어가는 이번 코스는, 비록 6.8km의 짧은 거리지만 다섯시간이나 소요되는 힘든 구간이다.

암릉미 빼어난 천주봉과 전형적인 육산의 공덕산, 그리고 마당바위 이후의 아슬아슬한 리지를 맛볼 수 있는, 암릉코스를 갖춘 아주 다양한 코스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공덕산에서 본 천주봉 
공덕산에서 본 천주봉 
 

전반부의 천주봉은 하늘을 받치는 기둥처럼 솟아, 높이에 비해 우뚝함을 자랑하고 벼랑이 많아 절로 오금이 저리는데, 멀리서 보면 붕어가 하늘을 향하여 입을 벌린모습으로 비쳐 일명 붕어산이라고도 한다.

산중턱에 자리잡은 천주사는 신라 진평왕때 대승사와 같은 시기의 창건설이 있으며, 고종43년에 의병을 쫓아온 일본군 헌병대에 의해 주지스님은 총살당하고 사찰은 불태워졌던 것을 최근에 중창한 것이다.

천주봉에서 본 공덕산 
 천주봉에서 본 공덕산
 

후반부의 공덕산은 산자락 한 복판에 14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승사라는 조계종 사찰이 있어, 사철 공덕을 쌓으려는 불자들이 찾아든다. 사찰 북쪽 능선상에는, 사면(四面)에 불상이 조각된 사불암이 있어 일명 四佛山으로도 불린다.

이번코스의 모든 골짝물은 일단 영강으로 흘러들어 낙동강 따라 남해바다로 흘러든다

천주봉 오름길에 내려다 본 동로면의 경천호 
  천주봉 오름길에 내려다 본 동로면의 경천호
 

가는길:경천호 최상단 자연마을의 산장앞에 내리면 [천주산.천주사→] 이정표따라 천주사까지 포장도로 따라 올라간다.

초입엔 등산로 안내판이 있고, 사찰 입구엔 화장실도 있다. 경내엔 식수가 있어 여려모로 편리하지만, 천주사를 벗어난 마사토 오름길은 무척이나 가파르다.

천주사 
 천주사
 

칠부능선의 너덜밭엔 돌탑 대여섯 개 있고, 좀 더 올라가 높이 사오십미터는 됨직한 커다란 절벽지대를 만나는데, 왼쪽으로 우회로가 잘 나 있다.

경사도 60도 정도의 대슬랩은 까칠한 바위면에 홀드와 스탠스가 좋아 오름짓이 가능하다. 그러나, 로프라든가 안전시설이 전혀 없어 무모한 도전은 삼가는 게 좋다.

대슬랩 하단 
 대슬랩 하단
 

절벽 사면을 돌아서 오른 천주봉 정상부는 양쪽이 깍아지른 난간길이어서, 악천후일 경우 산행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고도감이 높다.

좁고 긴 날등따라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부터 북쪽으로 이어지는 운달산, 공덕산, 대미산, 문수봉, 황장산이 연이어져 스카이라인을 그어, 백두 대간의 웅장미를 만끽할 수가 있다.

정상 직전의 암릉길 
정상 직전의 암릉길 
 

하산길 역시 아슬아슬하다. 초반엔 로프하나 달랑 하지만 정상 아래 작은 암봉은 우회를 해야만 안전하다.

그 길은 노루이마을로 연결되는데, 공덕산엘 갈려면 왼쪽의 능선으로 붙어야 하고, 그 길은 희미해서 자칫하면 놓치기 쉽다. 곤두박질치듯 내리쏟는 급사면길 마지막엔 슬링하나 걸려 있다.

공덕산에서 본 대간길 
 공덕산에서 본 대간길
 

안부 이후론 쿳션좋은 오솔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한차례 된비알을 올라친 공덕산 정상은, 널찍하게 공터를 조성해서 천주봉의 전모가 뚜렷하다.

주능선을 되짚어 헬기장을 지나 서쪽 안부로 내려가면, 대승사쪽으론 길이 잘 나있다. 직진해서 823m봉을 지나 [사불암],[묘적암]삼거리에 도착하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마당바위서 본 대승사 
 마당바위서 본 대승사
 

공덕산의 최고 관전 포인트 사불암(붉은천에 쌓여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전설의 사면 불상 바위)을 볼 것인가, 아니면 조망이 확 트인 암릉산행을 즐기면서 안장바위를 볼 것인가를...!

암릉길로 나서면 하늘금의 백두 대간이 항상 곁에 있어주고, 서쪽의 운달산을 바라보면서 산행을 할 수가 있다.  

마당바위 이후의 암릉길 
 마당바위 이후의 암릉길
 

암릉길은 8m쯤의 슬랩부터 시작해서 계속 내리막 길로 이어진다. 위험지역엔 로프가 매달렸고, 큰 바위는 우회로가 있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최고명소인 안장바위는 서너명 걸터앉을 수 있는 제법 큰 바위다. 주변엔 유난히도 고사목이 많아서 더욱 이채롭다.

암릉길의 안장바위 
 암릉길의 안장바위
 

암릉지역을 벗어나면 유순한 내림길이 묘적암으로 이어지는데, 스님들이 수행정진하는 곳이어서, 등산객은 물론 참배객의 출입도 막고 있다.
[←공덕산정상] 이정표가 있는 큰길로 나서면, 창공을 가린 전나무정글지역을 십분 쯤 내려와, 왼쪽의 사잇길로 들어 윤필암 경내를 돌아본 뒤, 사찰 뒤편의 장군수를 거쳐 사불암에 다녀올 수가 있다.

윤필암 
 윤필암
 

산행후기: 천주사가는 길섶은 야생화 천국이다. 붉고 노란 물봉선화가 실개천 따라 강변의 자갈보다 더 많이 피었고, 눈괴불주머니꽃들도 질펀하다.

오토바이를 타신 촌로 두분께서 한분은 어디서 왔냐고 묻고, 한분은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대답을 들어주지도 않고 그냥 탄 체로 달리면서...!

시골정취....아주까리 
시골정취....아주까리 
 

그러나, 그 분들이 사시는 뜨락엔 예쁜 맨드라미가 피었고, 텃밭엔 아주까리가 한창이다. 재배단지엔 오미자가 결실을 기다리고 있어 무척이나 정겨웁다.

왕고들빼기꽃 소복한 수풀위로 누리장나무가 새파란 씨앗을 햇볕에 말리는 길을 따라, 커다란 석축위의 천주사로 들어서자, 오랜만에 보는 복실강아지 한 마리 오요요~ 하니, 꼬리 살랑살랑 흔들어 귀여워 죽겠다.

천주사의 복실강아지 
  천주사의 복실강아지
 

물 한 바가지 들이키고 급경사를 오르는데 브레이크 고장 난, 대구에서 오신 노처녀?들이 삼삼오오 퍼져 앉아 우리 일행을 부러운 듯 쳐다보고 있다.

돌탑을 지나서 절벽밑에 당도하자 산행대장이 유혹을 한다. 로프 있능교? 예! 그리곤 보이질 않는다.

결실의 계절, 오미자 
  결실의 계절, 오미자
 

쳐다보니 까마득 한데 저 위에 서너명 제 각각 올라가고 있다. 음~, 저 정도면 괜찮겠는데...! 스틱 배낭에 꽃고, 신발 끈 조이고, 달라 붙는다.

하단은 쉽게 올라섰다. 테라스에서 절벽 건너 눈아래 능선도 촬영하고, 앞에가는 분들 힢도 찍어본다. 상단도 그럭저럭 올라섰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의 바위턱엔 내 손이 닿질 않는다.

참배암차즈기 
 참배암차즈기
 

어디로 올라갔지? 앞선이들의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서, 어떻게든 이 난관을 혼자서 통과해야만 한다.

까칠한 바위면을 양 손 바닥으로 비벼대면서, 약해보이는 진달래나무 뿌리를 버팀목으로 겨우 올라섰다. 휘~! 큰일 날 뻔 했잖아, 우~~,열 나! 등산로로 나서자, 대구 아줌마들이 아저씨, 어데로 왔능교?

삽주꽃 
 삽주꽃
 

야, 바위만 배우면 저런데도 갈 수 있다 카더라!  아이고, 말 마라! 나도 한 오년만 젊었어도 벌써 배왔을끼다.

그네들의 수다를 뒷등으로 들으며 정상 아래 날등으로 올라서자, 노처녀 일행들이 네발로 기는 모습이 보인다.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날 정도여서 저 멀리 백두대간상의 벌재로 눈길 돌린다.  

버들분취 
 버들분취
 

산불감시초소 아래, 일행들이 식사를 같이 하잔다. 예, 저는 좀 전에 했습니다. 대장께 양해를 얻어 먼저 내려간다.

물푸레나무에 매달려서 행여 꼬꾸라질세라 조심조심 급비탈을 내려가는 하산길엔, 어느분이 고맙게도 슬링을 걸어놓고 갔다. 계란 노른자같은 예쁜 버섯 한 송이 빼족이 올라와 무탈산행을 빌어주고 있다.

아교뿔버섯 
 아교뿔버섯
 

안부에 도착해 사과 한 알 꺼내들고, 폭신폭신한 오솔길에서 앞선 자의 여유를 맘껏 누린다.

공덕산으로 가는 마사토 오름길엔 송림이 울창하고, 여러종류의 참나무수종들이 혼재한 그 길엔 하얀 비닐끈이 줄을 이어서, 여기가 송이버섯 채취구역임을 알리고 있다. 벌름거리는 콧 속으로 솔향이 날아든다.

노란다발버섯 
  노란다발버섯
 

공덕산 정상에 올라 그동안 내가 무슨 공덕을 쌓았는가를 자문해보지만, 나는 지금껏 너무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음을 확인 할 뿐이다.

그래서 벌을 받은 것일까, 다친 발목이 은근히 욱씬거린다. 한쪽 다리도 우리~하다. 그제서야 햄버거 베어물고 목도 축이며 잠시 쉬어 간다. 스트레칭을 하고 나자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주인 떠난 벌집 
  주인 떠난 벌집
 

상수리나무가 주종을 이룬 마당바위 가는길엔, 볼품없는 단충취나물꽃이 무성하고, 하얀 구절초꽃들이 코스모스처럼 흔하게 피었다.

백두 대간을 바라보며 그 길을 걷던 추억에 빠져 암릉지대로 들어서자, 속속 우리 일행들이 추월해 나아간다. 어느분이 비닐봉투에 버섯을 가득 따서 자랑스레 보여준다. 독버섯도 섞여 있어 솎아내 준다.

일본조팝나무 
 일본조팝나무
 

묘적암을 지나쳐 윤필암으로 들어서는데 경내 뜨락엔 일본조팝나무와 붉은인동꽃이 또 다른 담장을 형성하고 있다.

음수대에서 수통에 물 갈아 넣는데 주위엔 이름모를 원예식물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화분에 자란 하얀 연꽃을 가까이서 바라보긴 처음이라 커다란 기쁨으로 와 닿는다.

 흰연꽃 
   흰연꽃
 

오늘도 맨 후미로 처진 나로선 사불암엘 갈 수는 없다. 언젠가 또 기회가 닿겠지!

아쉬운 마음으로 윤필암 포장길을 내려온 주차장엔, 벌에 쏘인 분들이 너댓명이나 된다. 상비약을 꺼내어 모두에게 돌려준다. 오늘은 공덕을 조금 쌓았을까^^!

윤필암의 붉은인동꽃 
 윤필암의 붉은인동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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