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교산 산행기

● 운교산이란...


 

영월군 중동면과 하동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운교산은 백두대간 상의 함백산에서 백운산과 민둥산, 예미산를 거쳐 망경대산으로 이어지던 능선이 수라리재를 지난 935m봉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쳐 빗어 놓은 산이다. 운교산 남동쪽에는 옥동천이 흐르고 있고, 산의 남동쪽 사면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산 높이에 비해 산세가 다소 험하며 경관 또한 뛰어난 편이다. 아울러 바위마다 석이버섯이 많이 자라고 있어 마을 사람들은 이 산을 석이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 운교산 등산로

운교산은 녹전중학교와 제비바위마을, 그리고 외룡초등학교와 칠용교가 있는 곳을 산행 기점으로 삼아 산행을 할 수가 있지만 등산로가 제대로 갖춰지지를 않아 보통의 경우에는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제비바위마을에서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885m봉과 614.5m봉을 거쳐 녹전 중학교로 하산을 한다.

하지만 어느 곳을 기점으로 삼던지 경사가 상당히 가팔라 올라갈 때는 제법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산이 비교적 낮고 산의 품이 넓지를 않아 산행 시간은 3-4시간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산행 시간을 길게 하려고 하면 녹전 중학교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정상을 거쳐 망경대산(등로는 없음)까지 이어가는 것도 좋고, 하산 후 옥동천 건너편에 있는 목우산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옥동천과 백두대간>


 

<옥동천과 곰봉>



  

 

<옥동천과 목우산>


 
 <김삿갓 조각상>

산행개요


 

● 산행구간 및 구간별 도착시간 : 녹전 중학교(08:25)→TV안테나 있는 봉(09:08)→885m봉(09:46)→정상(10:18)→제비바위 마을(11:00)→녹전 중학교(11:43)

● 산행거리 : 약 11km(제비바위 마을에서 녹전 중학교까지 거리 포함)

● 산행시간 : 3시간 18분

● 참석인원 : 단독산행

● 날씨 및 조망 : 구름이 다소 있고 초여름 마냥 날씨가 무더웠으며 망경대산, 예미산, 질운산, 단풍산, 매봉산, 목우산, 곰봉, 마대산 등 주변 산 군 조망됨.

교통편

* 영월-녹전 : 서울에서 영월을 거쳐 상동과 태백으로 운행하는 직행버스가 있고, 영월읍내에서 녹전으로 운행하는 군내버스가 있음(08:00-22:15까지 1일 22회 직행버스 운행)

* 녹전-영월-서울 : 07:00, 07:30(성남), 08:30(의정부), 09:00, 09:30, 10:35, 11:10, 11:20(성남), 11:35, 12:00, 12:50, 13:35, 13:40(성남), 13:55, 14:55, 15:40, 16:10, 16:35, 17:00, 17:35(성남), 17:50, 18:15, 20:10(영월), 이외에도 녹전에서 영월로 운행하는 군내버스가 있음

* 요금(직행버스) : 녹전-영월(2,800원), 녹전-서울(12,300원)


● 운교산 산행기

백두대간과 치악산 부근 그리고 동강 주변의 몇 몇 산은 답사를 해 본적이 있지만 영월의 동쪽, 옥동천 주변의 산은 처음이다. 영월조차도 몇 년만에 다시 찾아가는 듯 싶다.


 

영월 읍내를 빠져나가자 고씨동굴을 거쳐 녹전으로 이어지는 지방도와 석항을 거쳐 녹전으로 이어지는 국도가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잠시 갈등이 생긴다. 운교산만 산행을 하려고 하면 어느 곳으로 가던지 상관이 없으나 운교산에서 망경대산까지 이어가려고 한 터라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갈등도 잠시 차는 늘 가던 대로 국도를 따라 방향을 잡는다. 습관이란 놈은 이렇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 버린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솟는다.


 

웃음을 뒤로하고 어느 정도 달려갔을까? 잠시 오르막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망경대산 등산로'라고 적혀 있는 안내판이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린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안내판이라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뒤따르는 차량이 많아 미쳐 멈추지를 못했다.


 

저곳으로 하산을 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차량을 회수하러 가야 하는데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다. 차시간이나 알아보고 떠났어야 했는데 걱정스럽다. 하지만 걱정도 잠깐, 곧바로 수라리재의 비탈길이 애마의 발길을 붙잡는다. 한계령 고개도 이보다 험할까?

브레이크 페달과 씨름하느라 한동안은 정신 없이 보냈다. 그러나 그 경황 중에도 단풍산의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아름답다. 애마는 절벽과 절개지를 오고가며 비명을 지르지만 풍경에 취한 마음은 그저 즐겁다.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조차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리고는 얼마 후, 운교산의 암봉을 담고 있는 옥동천이 나왔다. 녹전리의 아침도 조용히 다가왔다. 녹전 중학교 교정에는 운동하러 나온 마을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공 하나에 사력을 다해 뛰어 다니는 모습이 정겹다. 모든 사람들의 눈동자가 공을 따라 움직인다.

사람들의 열기를 뒤로하고 중학교 담장을 따라 올라가자 순흥 안씨 무덤이 나오고, 무덤을 지나자 숨을 멎게 하는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능선 오른쪽에는 조금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31번 국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드문드문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잠시 더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자 한양 조씨와 삼척 김씨 무덤을 지나 옥동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녹전리의 한적한 마을 풍경도 시야에 들어 왔다. 전형적인 강원도의 모습이 발아래 펼쳐진다. 옥동천을 따라 상동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도 또아리를 틀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정으로 올라가자 표지판(여기서부터 마을까지 2km입니다)과 TV안테나가 나왔다. 나뭇가지 사이로 망경대산의 능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표지판을 지난 다음부터는 간벌 흔적이 있는 굴곡 능선이 이어지고, 굴곡 능선을 지나자 885m의 암봉이 다가왔다. 등로는 흔적 정도만 보인다. 하지만 능선이 하나밖에 없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885m봉을 지난 후부터는 본격적인 바위지대가 펼쳐졌다. 능선 우측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능선 좌측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바위 벼랑이 버티고 있다. 노송과 어우러진 바위벼랑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일품이다.


 

31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단풍산과 목우산이 솟아 있고, 그 사이로 옥동천이 흐르고 있다. 옥동천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도래기재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펼쳐진다. 그 초입에는 곰봉이 자리를 잡고 있고, 건너편에는 마대산이 마주보고 있다. 마대산은 김삿갓 선생의 생가와 묘역을 품고 있는 산이다.


 

바위에 앉아 넋을 잃고 있었더니 졸음이 몰려온다. 봄 햇살이 너무 따사롭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표지판(마을까지 3km)을 지나자 다시금 바위와 어우러진 굴곡 능선이 이어지고, 얼마 후에는 표지목(운교산 정상 해발 935m)과 표지판(마을까지 4km)이 있는 정상이 나왔다.


 

정상에서의 조망도 과히 일품이다. 88번 도로를 따라 내리계곡이 이어지고 계곡이 끝나는 곳 어딘가에 도래기재가 보이는 듯 하다. 백두대간을 따라 걷던 시절 저 고개에서 가을의 향수를 달래곤 했는데 벌써 한 세월이 지나가 버렸다.

지난 시절은 언제나 그리움을 남긴다. 잠시 되돌아 본 시절이지만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 진다. 낙동을 마지막으로 고인이 된 선배의 너틀 웃음이 그립다. 편하게 잠들고 계신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망경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그만 돌부리에 채이고 말았다. 방심하다가 미처 돌부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예전에 다친 적이 있는 발목이라 아픔이 더하다.


 

도리 없이 망경대산 산행을 포기하고 제비바위마을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하산을 시도했다. 가져 간 스프레이를 발목에 뿌리고 붕대를 감고 나자 다소 걸을 만하다. 하지만 내리막길의 경사가 가팔라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내리막길의 초입에는 바위지대까지 있어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바위지대를 지나자 굵은 소나무 숲이 이어지면서 등로가 뚜렷해졌다. 경사가 완만해 지니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잠시 후에는 낙엽송 숲이 나타나면서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는 칠용교로 이어지는 직진 능선을 포기하고 제비마을이 있는 좌측 능선을 따라 내려갔다. 내려가는 도중에는 표지판(정상까지 2.5km)과 철탑이 연이어졌다.


 

철탑을 지나자 약간의 바위가 있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다시 이어지다가 무덤이 나오고, 무덤을 지나 잠시 경사가 완만해지다가 다시 표지판(정상까지 3.5km)이 매달려 있는 철탑이 나왔다. 철탑을 지난 곳부터는 또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경사가 가파르니 발목이 통증이 심해진다. 시큰거려 걷기가 힘들다. 다시 한번 더 스프레이를 뿌리고 붕대를 동여매자 잠시나마 고통이 가라 않는다. 그리고는 얼마 후,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제비바위마을이 나왔다.

 

걱정과는 달리 하산 거리가 짧아 큰 고생은 면했다. 이래저래 아픔이 많은 산행이었지만 끝내고 나니 속은 후련하다. 쟁기질하는 농군의 너틀 웃음처럼 봄날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 김정길 - 홀로 다니는 산 꾼 처지에 그정도만 넘어지고 발목만 삐인것을 다행으로 생각합시다. 큰일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발목은 어떤지요, 저도 운교산만 돌아내렸지 운교산에서 망경대산으로는 가보지 않았는데, 운교산에서 망경대산으로 이동하기는 어려울것같아요, 등산로는 있는지, 중간 안부들의 고도편차도 심 할것 같고요, 그러니 망경대산으로 가지 말라고 성 선생님의 보호신께서 일부러 넘어뜨린것 같습니다. 저는 그럴 때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 빵과 버터 - 맛있는 음식 남겨 놨다가 제일 마지막으로 먹는 개구장이 심정과 소중한 물건 천천히 꺼내서 요모조모 살펴보는 꼰대의 심정으로 선생님의 글을 봅니다. 산행 교과서를 읽듯이...뜻하신 바를 이루시기를 소망합니다....
▣ 안성산지기 - 안녕하세요. 김정길 선배님. 산행 잘 다녀 오셨는지요?. 미처 소식 전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후배로서 항상 뒷북만 치고 있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천성이 게을러서 그런 모양입니다. 건강하십시요. 그리고 빵과 버터님 가까운데 있으면서도 지면으로만 이렇게 안부를 전하고 있으니 죄송합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