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양자산으로 나물 뜯으러 갑니다.

웬 강아지 풀뜯어 먹는 소리냐구요?

이웃 회사의 사장님이 나물에 일가견이 있어 유혹을 못이기고 그만~

아내는 두릅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잘 다녀오라고 한마디 하더니 다시 잠을 청하더군요.

저 인간은 산에 갈때만 꼭두새벽형 인간이라고 잠꼬대 할지도 모릅니다.

부푼꿈을 안고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양쪽에 보이는 산이 산뜻한 연초록으로
단장을 하고 다가올 신록을 위해 리허설을 하는듯 합니다.

곤지암으로 나가서 유명한 소머리국밥집에 들르니 손님은 우리 두사람만 있고
김이 무럭무럭나는 국밥에 소주한잔을 마시니 속이 짜리리~ 합니다.

양평쪽 국도로 들어서니 도로는 한산하고 백화만발한 주변은 봄이 농익어 갑니다.

한참을 가다 마을길로 좌회전하여 양자산 언저리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니
임도인듯한 비포장 도로가 나타나고 서울내기인 내차는 거친돌부리에
하부를 걷어 차이면서도 봄나들이에 신이난듯 잘도 올라갑니다.

차를 호젓한곳에 혼자 남겨두고 남자둘이서 나물을 뜯어 보겠다고 호기롭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가는데 언쩐지 어색한 기분은 지울수가 없습니다.

천주교에서 조성한 공동묘지엔 어느신부님의 묘지가 있고 파릇한 잔디는
고인들의 평화로운 잠을 거들어 주고 봄볕의 따사로움은 안온함 그 자체입니다.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서 벌써 시들어 가는 생강나무꽃을 보며 세월을 느끼고
봄날은 간다~라는 옛 가요를 생각 해 봅니다.

개울가의 두릅나무는 예외없이 잘려 있거나 너무어려 뜯을 수 없는것이 대부분입니다.

처음부터 나는 산행이 목적이었지만 증거해 보일 나물이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서고 낚시꾼들이 조황이 좋지 않으면 사서라도 바구니를 채워가는 심정을
알듯도 합니다.

발길이 닿지 않는 높은곳에서 그나마 몇개를 채취하니 의무를 다 한듯 하여
평평한곳에 앉아 주위를 조망 합니다.

건너편 앵자봉에도 연초록의 새옷과 간간히 섞여 있는 꽃무늬는 영락없는 봄처녀의
자태 입니다.

능선길에 앉아서 이름모를 꽃나무를 쳐다보며 한참을 쉬고 있자니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산님을 만나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니 혹시 한국의 산하 권 경선씨
아니냐고 물어 오길래 조금은 당황 하였습니다.
어떻게 아시냐고 하였더니 관악산 상견례때의 사진을 보셨다고 합니다.
정답게 인사를 나누고 정담을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그분은 광주에 사시는 "산에는"님이셨는데 산하가족이셨습니다.

패찰도 부착하지 않은 가벼운산행
사람이라고는 눈씻고 봐도 없는 양자산에서 산하식구를 만나고
내 이름까지 정확히 기억하시는 산하식구를 만나다니.....

그럼 이제는 나도 공인(?)
어깨에 힘이 들어 가며 공허한 봄꿈을 꾸어 봅니다.

" 다음 총선에는 우리도 산하당을 만들어 식구들 중에서 국회에 진출하는
신화를 써봐 "

" 전국의 우리식구들이 어느산자락으로 주소를 다 옮기고 지역구로 나서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

" 그럼 공약은~
1. 산하패찰만 있으면 국립공원 입장료및 문화재관람료 면제.
2. 낡은 등산장비 동사무소에 주면 마음에 드는 새것으로 교체.
3. 당원에 한해서 산행금지기간에도 출입허용(우리식구들은 산불 낼 분 없을테니)
등등~ "


이 허무맹랑한 공상은 두릅나무가시에 찔려 손가락에 피가 나고 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 아이~ 말로 할 일이지. 피까지 보게 하냐~ 양자산 두릅나무 미워~ "

나물 많이 뜯었냐구요?

제 몫까지 있을 라구요.... 그래도 생색 낼만큼 쬐~끔 뜯었습니다.

다시 개울물로 내려와 세수를 하고 옷 매무새를 추스르고 나니 양자산과 앵자봉이
제대로 다시한번 오라고 격려해 줍니다.

퇴촌을 거쳐 집으로 온 다음 집사람과 같이 소주한잔하려고 조그만 두릅을 데치니
그만 너무 삶아 헹구는 과정에서 반도 넘게 날아가 버립니다.

솔향나는 소주 한잔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데친두릅은 나물이 아니라 봄을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아내에게 이렇게 용기있게 말해 봅니다.

" 나 또 나물 뜯으러 가도 돼?...."


▣ 전국구 - 어느산자락으로 주소를 다 옮기고 지역구로 하지 말고, 250개 지역구에 한명씩 출마하여 산하당 홍보만 열심히 해서 지역구 마다 평균 산하당에 2000명 씩만 찍으면 권총무는 전국구로 당선됩니다. 그러니 드릅 따러 다니지 말고 250명의 기탁금을 준비하세요.
▣ 이수영 - 공인이 되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이제 후배님은 큰일났습니다. 산에서 공인의 품위유지를 하려면 오줌도 누어서도 안되겠고..나물도 뜯으면 물론 안되겠고.."어흠".. ..................썰렁..
▣ 김찬영 - 맨 마지막부분이 아주맘에 드네요 . 나도 일요일마다 집을 나설때는 뒷꼭지가 영가려웠거든요 .오늘도 즐거운날 되시기를 ....
▣ 윤도균 - 나물 정말 재밋게 뜯었네요 역시 한국의 산하 총무답네요 그나저나 남해산행 좌석 남았나요?열심이신 총무님모습 보고싶은디 사당역까지 시간대기가 가능할까 고려중입니다
▣ 빵과 버터 - -정서의 공감대-... 언젠가 써 먹었었던 표현이지만 얼마나 더 우려 먹어야 될지 모를 말입니다. 관악산 상견례때 제 맘 속으로 그 유명한 안동 권씨 후손 인가(?) 싶다 싶게 귀물 스럽드니 드디어 본색을 나타 내시는군요. 저의 그림자를 보는것 같아서 섬찍합니다. 좋은 표현 많이 기억 하겠습니다.
▣ 이두영 - 총무님의 산행기를 오래만에 접하는것 같읍니다 저가 세심하지 못해서 인가요 그리고 역시 총무님은 고생 하시는 만 큼 보람이 있겠읍니다 공인으로 인정 받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제미있는 산행 하셨읍니다
▣ 창원51s - 하하하... 모처럼 재미나는 글 읽었군요. 山河黨 ?정말이지, 혼자서 유쾌하게 웃어 보았습니다......웃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永漢 - 산에서 채취한 두릅을 바로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소주와 함께 먹으면 꺼~뻑 죽지요.시중에 파는 재배한 땅두릅 혹은 수입산과는 달라서 산의 것은 나무두릅으로 향기가 정말 짙습니다.봄의 땅기운을 모두 모아 나무끝에 솟아있는 것을 똑똑 따서 입으로 넣으니 바로 봄을 먹는 것입니다.부산에도 산의 한자락이 전부 두릅밭인 곳이 있는데 부산의 경우 4월 15일 경이 채취하기에 좋습니다.^^*
▣ 산초스 - 권경선님 산행기 읽으니 작년 이맘때 두번이나 가서 실패한 연인산의 두릅을 보러 다녀와야 겠습니다.^^**
▣ 전국구 - 그런데 山河黨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드릅당" "권총당" 등등...
▣ 산에는 - 다시 산행기에 등장시켜 언급해 주시니 저에겐 기쁨 두배입니다. 본인의 중증 산병은 치유가 어려운 난치병임을 자각하기에 산하가족 상견례가 아니드래두 여느 산중에서 뵐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하였습니다만 별안간 뵙게되어 반가움은 더했습니다.
▣ 산에는 - 여의도의 특정 지역에 관심을 피력하시는 듯한 익살을 부리셨는데 저 개인적으론 익살로 그치시길 희망합니다.(그러나 선거공약은 지지함) 한국의산하 중진이셨기에 제가 한순간에 뵌적 없는 권총무님을 알아볼 수 있었지 모정당 모후보 였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실제 제가 투표한 선거구 입후보자 4명중 2명만 성명 기억)
▣ 산에는 - 재밋게 엮어가는 글솜씨는 대단하십니다.부담스러운 중책을 맡아 애쓰시는데 대한 찬사를 건네자 운영자님과 관리자님 김정길님 등 모든분께 공과을 돌리시는 님의 아량에 거산을 마주한듯 했습니다.손꾸락에 피가나며 채취한 적은량의 양자산 두릅이 별미의 쐐주안주가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 산에는 - 반가운 맘에 얘길 나누다 보니 기억을 잘못하신 부분 정정합니다.광주산다 말씀드렸는데...광주에서 일찍 투표를 마치고 양평읍내로 이동하여 최대한 산길을 이용 두발만으로 광주시 집에까지 괴짜산행(70:00~20:40까지 13시간40분 만에 집에 도착했음) 도중에 권총무님을 뵙게 된겁니다...
▣ 산에는 - 반가웠던 맘이 산행 내내 이어져 피로를 덜고 계획했던 산행을 마칠수 있었음에 거듭 감사함을 전하며 한국의산하와 함께하시며 행복해지시길 고대하고 양자산이야기를 오래도록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 산에는님께 - 양자산의 이름모를 아름다운 꽃나무아래 그것도 하필 그 시간에 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 인연 "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봄날의 하루였습니다. 경기도의 산을 두루섭렵하신 강건한 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 계속 이어지시길 기원 합니다. 어느날 어느산에서 바람처럼 우연히 다시 뵙길 바라며.... 권 경선 올림.
▣ 김정길 - 산에는님께---벌써 재작년 겨울 눈길에 저는 앵자봉에서 열미봉 관산 무갑산 쪽으로 가고 있었고, 건강한 남자 한 분이서 무갑산에서 앵무봉쪽으로 가시면서 열무봉 부근에서 만나신 광주에 사신다는 분이 아니신지요,
▣ 산사랑방 - 거참~! 북한산엔 가재를 양자산엔 나물을.. 다음엔 고래잡으러~~?? 탈출하시는 방법이 기가막힙니다. 하지만 이젠 "공인"마크 꼬리까지 붙었으니 큰일입니다. 권경선님 뿐만 아니라 한국의산하 산님들 모두가 공인이 된지 오래입니다. 에구~~ 저는 그냥 소리없이 자취없는 산하의 그림자가 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