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 양산 공설 운동장 앞에서 1077번 지방도를 찾아 동래 방향으로 달린다.

다방교 사거리에서 동래 방향으로 약 2 키로 미터 쯤 가다 외송리로 들어선 후, 동면 초등 학교 오른쪽 담장을 끼고 마을 뒤편으로 오른다 (마을 뒤편으로 오르는 포장 된 길이 여러갈래므로 금륜사 방향으로 오르는 이정표를 찾아야 한다)

13일 10시 40분, 등산 안내도를 따라 삼나무 숲을 헤친다.

불과 일주일 전 찾았던 금정산은, 안개로 인하여 한치 앞 볼 수 없었는데 그뒤 아쉬움 달래려 제차 오르고 있다.

금정산을 오르는 들머리는 여러곳 있으나, 이번 등산은 외송리에서 시작하여 장군봉으로 오른 후, 고당봉(금정산)을 지나는 종주길을 택했다.

이 이는 낙동 정맥의 남쪽 끝을 솟구치고있어 자못 위세 당당하다.

송정사를 지나치는 시멘트 포장길에서 쳐다 본 장군봉은 거침없이 쏟는 햇살을 긴 혓바닥으로 핥아댄다.

남해 먼 바다를 건너오던 봄이 장군봉 등성에서 잠시 다리쉼하며 연초록으로 웃어넘기고 수채화 물감을 풀어 놓은 듯 기슭을 엷게 물들여 간다.

손바닥으로 훑을라 치면 금새 지워 질 만큼 연약스러움 애살스럽다.

송정사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100 여 미터 쯤 올라 왼쪽 소나무 숲길에 달려있는 리본을 쫓는다.

완만한 오름이 시작되며 지방도를 달리는 움직이는 기계 소리들이 멀어져 간다.

새 순 돋우는 초목들의 한해 살이가 열려, 움터며 지르는 아우성은 산 허리에 가득 찼고 거름 된 지난 계절은 서럽다 않는다.

모든것이 활기에 차 풋풋한 생기를 수놓고 있다.

볕을, 한 줄기라도 더 물어뜯을 양 산들바람에 상수리 잎새 머리 흔들고, 뾰족히 혀끝을 내미는 잎 망울에 자리를 양보하는 벚꽃은 지나가는 시간 붙들 생각 않는다.

금륜사를 지나며 급한 너덜 오름이 시작 된다.

칡넝쿨은 소나무를 감아올려 기지게 켜고 물푸레 나무는 떨어진 진달래꽃 줍고자 허리
휘청인다.

11시 30분, 금륜사 은동굴 앞에 섰다.

깊이 10 여 미터, 높이 3 미터 채 안되는 평면 굴에 불상이 모셔져 있다.

기암 절벽 언저리에 흐드러진 진달래가 굴을 막아섰으며 담쟁이 기어 오르다 힘에 부쳐 손바닥 벌려 꼼짝 않는다.

은동굴 앞 대웅전을 돌아 오름길 열린다.

고개를 젖혀야 만 볼 수 있는 몸집 큰 바위들이 급한 오름길을 틀고 있다.

11시 55분, 계석리 대정 아파트에서 올라온 등성길을 만나 장군봉으로 오른다.

코끝은 이 이의 향취에 마비되고 피부에 닿는 감미로움은 싱그러운 4월을 벗하여 등성을 넘나든다.

흐르는 시간에 맡겨버린, 무엇도 바라지 않는 그대로의 모습이 삭막한 가슴속을 훑으내면서 속깊은 양 끌어들이므로 한결 발걸음 가볍다.

오른쪽 아래로 낙동강의 한 지류를 이룬 양산천은, 양산시 동면과 물금읍을 갈라 서로를 애태우게 한다.

서릿발 같은 기암 능선길을 밟으며 뒤 멀리 돌아 본 원효산은 대기를 덮어쓰고 말갛게
눈 꿈뻑이고 있으며, 그와 마주 선 대운산은 아련하게 선하품 해댄다.

기암 한켠을 잡고 선 선홍빛 진달래 피로를 앗아 간다.

바닥을 볼 수 없는 절벽위를 타고 오르기도 하고 사송리 계곡을 훑고 올라오는 바람을
깊이 들이마시기도 하며 부지런히 오른다.

멀리 보이는 고당봉(금정산) 기암이 하늘을 일그러뜨리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나 송전탑이 흐리고 있다.

12시 43분, 장군봉 어깨를 지나 고당봉으로 곧장 오른다.

기암과 함께 한 길은 장군봉으로 잦아들었고 완만한 육산 길이 이어진다.

하늘을 지평으로 파도처럼 넘실대는 등성이 가까워지다 물러가기를 반복하는 중에 잠깐 잃었던 눈빛이 그를 품안으로 안아들며 가슴을 열어 젖힌다.

모든것을 받아드릴 수 없는 자신을 질책 하면서도 너의 자태에 묻혀버린 이기심만은 오롯하기에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

몇일 전 안개 속에서 헤매다 계명봉으로 오른 기억이 새로워 쓴 웃음 짓는다.

이렇게 빤히 확인할 수 있는 길을 본의 아니게 계명봉으로 올랐었다.

그러나 그를 언제 또 올라보랴, 위안 한다.

봄은 투명한 빛을 물고 이녁 품으로 파고들어 높은 구름 선한바람에 이끌려 온 자락을 다듬질 한다.

빼곡히 들어찬 참나무와 소나무`잣나무 숲을 가로질러 쉼없이 걷는다.

억새를 태우고 있다.

고당봉 기암을 쓸어담고 있는 억새를 연분홍 진달래가 정신없이 사르고 있다.

기암 바위들을 층층으로 포개 놓은것 같은 고당봉은 큰 울림에 금새 무너질것 같다.

험한 바위숲을 엎어져 열심히 오른 13시 20분, 801 미터 정상에 올랐다.

동해가 끝나고 남해가 시작되는 곳에서 불끈 솟은 이 이는 부산시 금정구와 양산시 동면을 경계로 하고 있으며, 북으로 가지산과 서쪽으로 신어산 등을 벗으로 하고 있다.

더구나 이 이의 등을 타고 흘러가는 낙동 정맥은, 동해를 끼고 강원 태백시 매봉산까지의 우리나라 허리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소중함 더 하다.

이녁의 어깨 위로 쌓아올려 진 금정산성(동래 산성)은 우리나라 5대 산성에 속하며 조선 숙종 29년(1703)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난 후 국방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방어
목적으로 쌓은 성이다.

발아래 낙동강이 유유히 흐른다.

태백시 함백산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일천삼백여리를 유유자적 하다 남해로 스며들고,
김해 들을 가득 메운 비닐 하우스들이 은빛 파편을 뿌리며 얼굴 가득 달려 든다.

일행이 알뜰히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마친 14시, 원효봉을 보며 내린다.

키작은 조릿대 바람을 일으키고 겹달맞이꽃 세월 무너진 산성을 파고들며 노랗게 수줍어 한다.

박새 날개 접어 숲을 헤치며 봄을 찾는다.

북문을 지나 원효봉으로 오르는 돌계단 길이 눈부시도록 구워지며, 뒤돌아 멀어지는 고당봉이 말없이 안녕을 빌어 준다.

동해의 억센 파도에 깎이고 남해의 모진 해풍에 시달리면서 근엄한 자태 잃지않구나, 그러기에 당신을 대하는 가슴들 마다 어여쁨 실리고 허락하는 한 같이하고 픈 맘 간절하다.

원효봉에서 내려 본 금정구의 건물들이 장난감 블록을 쌓아 놓은듯 올망졸망 하다.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부산시가 약동하고 있다.

어항 속같은 소리없는 움직임은 삶을 말해주며, 그 곳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이 시간 감흥에 젖는다.

의상봉을 세워 올린 기암의 어지러운 형상이 눈길 잡는다.

두부 자르듯 잘라 놓은것 같은 형상하며, 정을 가지고 아무렇게나 깨어 놓은듯한 갖가지 형태로 솟아있다.

금곡동과 화명동을 가른 대천천은, 제 몸을 타고 머뭇거리는 녹색 화신들을 힘껏 밀어 부치고, 금정구 오륜동을 배수진으로 돌아앉은 회동 저수지는 수영강을 흐르다 멈춰 초여름 같은 4월 볕을 옹골차게 받아들여 검푸른 몸을 끓이고 있다.

그는 개좌산과 운봉산에 막혀 매질 당하지만 번들거리는 눈은 언제나 살아 있다.

나비바위 날아갈듯 편 날개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으며 상계봉`동제봉은 검게 그을린 얼굴로 하늘 가득 미소 띄운다.

산성을 따라 흥얼거리던 몸은 15시 50분, 동문을 치고 나와 산성고개를 내려 서며 부산 대학교 방향의 울창한 숲속으로 쫓아 든다.

이제 아쉬운 작별의 순간, 이녁과 즐겼던 시간을 가슴에 새기며 풀 수 없는 인연을 돌아 보리라.




- 안 녕 -


- 2004, 04, 13. -


- eaolaji -


▣ 거북이부부 - 그렇습니다. 그렀게도 많이 찾았던 금정산과 장군봉, 이렇게 글로 보니 부산 근처 사는 사람들의 복일거라 생각하고 기왕 장군봉 어깨를 집지말고 바위능선길을 택하면 장군봉 정상비를 터치할 수 있었을텐데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감사합니다. 거북이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