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동경하고 그래서 산에 다니는 우리는 처음에는 지리산 종주를 꿈꾸고 조금 지나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감히 우리의 산줄기를 찾아서라는 큰 뜻은 없을지라도- 이 땅의 백두대간을 꿈꾼다.
젊어서부터 시작한 산행이 아니었기에 또한 체력적으로나 다른 사항들이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나마 처음에는 이 길을 걸어보겠다는 마음도 정하지 못한 채 절름거리며 시작한 백두대간이 비록 황소걸음일지라도 걸어온 만큼의 결과는 완주를 눈앞에 두고있다
변변한 지도 한장도 없이 산마루에 외롭게 흩날리고 있는 선배들의 표시기를 따라 홀로 다니는 구간이 많아서 그 선배들의 표시기들과 무언의 인사를 나누며 눈내리는 산속에서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워 전화로 묻기가 몇번이며 종종 전화도 불통이 되어 거의 조난 직전까지 이른 것은 또 몇 차례인가..
급기야는 하산길을 잘못잡아 사면을 뚫고 내려오다가 발목을 다쳐 119와 산악구조대 연결까지 참으로 지난날들을 돌아다보면 준비성의 부족으로 내 자신과 주위사람들에게 많은 폐를 끼친듯 하다.
근간에는 산님들의 차량써포터를 하고있으니 그간에 다른이들에게 끼친 폐를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도 있으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종종 영업적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작지만 그 동안의 알게된 모든것들이 나보다도 뒤에서 걸어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믿고싶다.
우리가 갈 수 있는 백두대간의 거리는 산림청에서 밝히고 있는대로 약 672km이고 추정거리는 1,300km에 이른다는 이 기준을 선배들은 ‘바이블’로 여기며 땀과 눈물로서 완주를 이루어내고 한번으로 부족하여 왕복 또는 수 차례의 종주를 하신분들도 있다. 나는 단 한차례의 종주를 하신분들께도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99년에 포항셀파산악회에서 연인원 370명을 동원하여 일일히 줄자로 진부령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734.65km 이 수치는 과학의 힘으로 측정한 것 이 아닌 후답자들을 위한 수고스러움의 결과이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분들의 ‘수고’를 한낮 기계의 힘으로 폄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당연하게도 ‘종주’라 함은 첫째가 연속종주 일 것 이며 둘째가 구간종주인데 북진 또는 남진을 시작한 곳에서 일관되게 진행하는 것이 마땅한 일 이겠으나 가끔은 나처럼 우왕좌왕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단순하게 산을 쉽게 오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지않을까..
주력이 좋아서 쉽게 걷는사람도 있고 체력도 모자라고 기타 여러가지 사항들이 좋지 못함에도 자기 형편되는대로 걷고있는 또 걸어온 사람들에게 ‘그까짓것’하는 비난은 정당하지 못하다. 지그재그로 걸어왔어도 스스로의 걸음으로 이 길을 걸어 낸 것이 아닌가?
이 길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이 길을 걸어야하고 또 걸어왔는가 진부령에서 복받치는 눈물을 가눌 수 없었다는 어느 산님의 그 마음이 아니었을까..
극기인가? 단순히 자신을 자랑하기 위한 그런것인가? 아닐것이다. 이런것들이 이 길을 걷는데 따르는 고통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그 보다는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을것인데 나를 포함하는 일부가 잘 모르고 있는것이 아닌가?
내놓고 자랑할 거리는 분명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럽지는 않다. 첫째나 둘째에 들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이렇게 걸어온 것이 백두대간의 참 뜻을 훼손하지는 않았을 것이니까.. 수 많은 어려운 순간들이 오래된 필름처럼 돌아다 보인다
산 마루에 걸려있는 무언으로 후답자를 격려하고 있는 산 선배들의 표시기는 지금도 흩날리고 있다. 종주를 하면서도 표시기를 걸지 않은 산님들도 있다 이 길을 앞서 걸어간 모든이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하며..
2006. 12. 16 황소걸음
백화산-이화령,바람몰이-조침령 구간 약11km가 남았습니다 아까워서 다 못갈것 같아요^^ |
언제나 혼자였듯이 산행에 있어서만큼은 호젓하게 홀로이고 싶은 심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내가 남의 산행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 한적이 없으니 남들 또한 나에게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 할 수 없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나 자신이 부족하고 모자라면 남 또한 부족하고 모자란것처럼 여기는 이 세태가 아쉬울 뿐입니다.
그래도 나를 희생하며 나를 숨기고 나를 죽이면서 오늘 이시각에도 조용히 마루금을 이어가고 있는
내가 있고 나의 선배가 있고 후배가 있습니다.
근래에는 입산할때마다 산행도중 한사람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더군요
차라리 산짐승들을 만나는것이 더 행복하고 정감이 갑니다.
이렇듯 그 짧디짧은 거리마저도 아까워서 가지 못할것같다고 말씀하시는 선배님 !
과연 그 의미를 누가 알겠습니까? 이제 25년차에 접어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산이
주는 그 큰 의미를 모르고 있는데요....
금년에는 진정으로 제가 바라는 기도처럼 정리되어 갔으면 하는 바램을 두서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이 글을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지만 선배님의 산행기가 인기(스타)산행기가 아니다보니 많이 읽혀지질 않을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불암산이 병실에서 나와서 주절 거렸습니다. 너그러운 이해를 감히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