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4월4일(日)晴
참여인원:39명

아침에 일어나니 웬일로 아이들이 먼저 일어나 있습니다.
도시락을 싸고, 남편이 좋아하는 쌈장을 준비하고(산에 선 쌈이 최고)
이젠 투정하지 않는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가뿐한 기분으로 집을 나섭니다.

예약자가 많은 관계로 만원이 되어
정각 08시에 번잡한 시민회관 앞을 빠져 나갑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푸르고 밝습니다. 시원하게 달리던 차가 속도를 늦춥니다.
산인 부근에서 교통사고가 났다고 교통방송이 전합니다. 진영까지 차가 밀려서 갑니다.

지루한 밀림에서 벗어나 대진 고속도로를 달려 ‘추부’나들목을 빠져 태고사 삼거리를
지나 예정 보다 늦은 12시 20분(30분 늦음)산행기점인 수락리에 도착합니다.




인원점검을 하고 “반갑습니다!”인사를 나누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좌로 대둔산승전탑을 바라보며
협곡에 들어서자 봄바람이 시원, 서늘하여 옷깃을 여미고 어깨를 움츠린 채 걸음을
옮깁니다.
선녀 폭포를 지나며 어깨를 펴고,
수락 폭포를 지나 재킷을 벗어 배낭에 넣습니다.

많은 행락객들로 계곡이 소란스럽습니다. 잠시 땀을 닦으며 둘러본 계곡이 여느 곳 보다
맑고 깨끗합니다.
‘이곳은 반딧불이 서식처입니다’
라는 팻말이 많이 있는 것을 보니 안 온 듯 다녀가시라는 뜻이리라.

‘낙석 지역’이라는 안내표지판과 안전모를 비치한 것도 친절한 배려이지만 갯수가 너무
적은 것이 흠이라면 흠, 우리산악회 인원이 다써버리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하지?(노파심)
하지만 안전 불감증이 심한 탓인가 안전모를 착용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씰데 없는 걱정을 하며 걷는데 수직으로 곧게 뻗은 220 계단이 ‘어서오세요’합니다. 허걱!
정대장님의
“심심하신 분, 괜히 해보고 싶은 분은 계단수를 세어보세요!! 220계단이 맞는지?”
우스개 소리에 속으로 정말 세면서 올라갑니다.




160계단이 하나 모자라고 170계단이 하나 남습니다.
(참고: 계단 숫자를 10개단위로 표시해 둠)
하릴없이 세다보니 219계단이 끝이 납니다. 내가 잘못 세었나 ??? 헷갈리네????

계단 끝에서 좌로 돌아올라 좌우 트이는 조망에 시원한 바람 한번 마시고, 장군 바위를
향하여 앞으로... 선두에서 교신이 옵니다. “점심 먹고 가자고요.”
정말 배가고픕니다. 적당한곳에 자리를 잡으라는 정대장님의 교신 또한 반갑습니다.

석천암과 낙조대가는 능선 길을 정대장님이 후미로 가시는 분들께 설명하며 한숨
돌리고 선두 따라잡기 강행군이 계속 이어집니다.

선두의 행복한 점심 식사가 끝날 쯤 후미도착. 우리들의 한정식 밥상이 펼쳐지고
정대장님의
“와~~맛있다. 진짜 맛있다!!!”
는 소리에 피로가 한방에 날아가고 덩달아 나도 맛있는 점심을 먹습니다.
“역시 쌈에는 젓갈이 최고여!”
강보래 여사님이 씻어온 묵은 김치 맛도 일품입니다.

산행 시간이 짧은 관계로 점심은 느긋하게 정말로 오랜만에 퍼질러 앉아서
행복하게 먹습니다.

다시 산행이 이어지면서
“어휴, 너무 많이 먹었나?”
하는 소리와 쌕쌕거리는 후미들이 숨차합니다.

마지막 능선에 올라선 강보래 여사님, 마천대를 앞에 두고 외칩니다.
“마천대가 왜 저~쪽, 왼쪽에 가버렸냐? 저 밑에서는 분명히 바로 앞 오른쪽에 있었는데???”
정대장님 왈
“선두인 이진복 감사님이 힘이 넘쳐 가시면서 짊어지고 왼쪽으로 가져갔다 아이요!!”
한바탕 웃음이 계곡을 타고 흘러 내려갑니다.

웃고 나니 힘이 남아돕니다.
마천대로 가볍게 올라갑니다.




마천대 도착하니 인파로 산이 갑자기 시장바닥으로 변합니다.
한적한 길을 걸어오다 만나는 또 다른 산의 모습입니다.
(케이블카의 편리함이 산의 한적함을 가져가 버렸다.)

금강 구름다리의 빼어난 경관을 밑에 두고도 원색상춘객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
작은 금강산 같은 대둔산이 가슴에 와 닫지 않는 건 왜일까요?
뽀족 구두와 미니스커트가 눈에 자꾸 거슬립니다.




무릎이 아파와 하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기로 하고 모두 내려 보내고 케이블카로
향합니다.
예매를 하니 40분이나 기다려야 된답니다. 환불도 되지 않아 마냥 기다립니다.

걸어가도 30분인데 괜한 짓을 했나 싶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니 내려다보는 또 다른 경치는 아주 좋았습니다.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해 준다는 동심바위, 신라 원효대사마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간이나 쉬어간 곳이라는 동심바위등을 내려다보며 나도 잠시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모두 내려와 기다리시는데 싶어 마음이 바쁩니다.




제일 후미입니다.
정대장님의 걱정, 쓴 소리 들으며 차에 오르니
4시 45분. 예정보다 15분 늦게 출발.
미안! 송구! 지송!!

회원님들은 나름대로의 산행후일담을 한잔 술로 나누며 편한 모습들입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배기사님의 여유로운 운전솜씨로
21시20분, 부산에 도착합니다.

※사진은 오지호 선배님이 올려 주셨습니다.


♥'대둔산 산행 슬라이드쇼 68컷'







▣ 김성기 - 대둔산 다녀온지 어언 10년쯤 되나봅니다. 오랫만에 사진과 재미있는글 접하게되어 기쁨니다.함께오른 느낌입니다. 늘 안전산행 하십시요.
▣ ♥ - 마이산에서 하마터면 큰일 당할 뻔 한 김성기님, 평생을 두고 좋은 교훈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산행하시겠지요? 감사합니다.

▣ 빵과 버터 - 한국의 산하에 드디어 "춘추 전국시대" 가 도래한 건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페미니스트" 는 아니지만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진정한 공동사회를 이룬다고 믿고 있습니다. "슬라이드쇼" 기법으로 웹에 로딩 시간을 줄이는 기법은 저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 ♥ - 빵과 버터보다 인절미와 송편 같은 고소한 님의 산행기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웬 살벌한 춘추전국시대입니까? 자연과 더불어 평화스러운 산사람들의 서로 사랑하는 사랑방으로 생각하였는데^L^... 슬라이드쇼 기법은 간단합니다. 사진포탈사이트에 촬영한 순서대로 사진을 올린다음 슬라이드쇼를 작동시켜 곧장 마우스로 주소와 제목을 따와 링크 공식에 넣어 올리면 됩니다. 링크공식 아시죠? 안산 즐산과 재치와 구수한 숭늉 같은 산행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