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봉 산행기

 

 

● 곰봉이란...

백두대간 상의 선달산에서 회암령과 어래산을 거쳐 옥동천으로 이어지던 산줄기가 마지막 몸부림을 치며 솟구쳐 올린 산이 영월군 하동면의 곰봉이다. 곰봉의 북쪽에는 옥동천과 운교산 및 망경대산이 솟아 있고, 곰봉의 동쪽에는 내리계곡과 목우산이 있으며, 곰봉의 남쪽에는 어래산이, 곰봉의 서쪽에는 마대산이 있다. 강원도의 산이 대부분 그렇듯 곰봉도 높이에 비해 산세가 험하고 가파르며, 곳곳에 암봉이 버티고 있어 경치가 뛰어나다. 곰봉의 산행 기점에는 조선민화박물관과 김삿갓 선생의 묘역이 있어 볼거리 또한 많다.


 

● 곰봉 등산로

조선민화박물관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정상을 거쳐 김삿갓 묘역으로 하산을 하는 산행코스가 곰봉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루트이다. 그러나 이동거리에 비해 산행거리가 짧아 대간이나 정맥을 주로하는 산 꾼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코스가 될 수가 있다. 따라서 산행을 길게 하고 싶을 경우에는 935m봉의 갈림길에서 김삿갓 묘역으로 내려오는 내리막길을 버리고 어래산까지 곧장 치고 가는 것도 좋을 듯 싶고, 김삿갓 묘역으로 하산을 한 다음, 건너편에 있는 마대산을 연계하여 산행을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조선민화박물관의 입구에는 곰봉 산행 안내도가 있다.




  

 

<백두대간이...>

 


 

 

<마대산 전경>

 


 

 

<김삿갓 기념관 앞의 조각상>

 

산행개요


 

● 산행구간 및 구간별 도착시간 : 조선민화박물관 입구(09:23)→주능선 갈림길(10:29)→곰봉(10:53, 7분 휴식)→935m봉 갈림길(11:26)→노루목 식당(12:07, 23분 휴식)→조선민화박물관(13:00)

● 산행거리 : 약 8.5km(노루목 식당에서 조선민화마을까지 거리 2km 포함)

● 산행시간 : 3시간 07분(휴식 30분)

● 참가인원 : 허병화, 김삼준, 안성산지기

● 날씨 및 조망 : 구름이 다소 있고 초여름 마냥 무더운 날씨였음. 응봉산, 망경대산, 운교산, 예미산, 질운산, 단풍산, 매봉산, 목우산, 어래산, 소백산, 마대산 등 주변 산 군이 조망됨.

교통편

* 영월-조선민화 박물관 : 영월에서 녹전으로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이용하여 와석까지 간 다음, 와석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민화 박물관까지 가는 방법이 있고, 영월에서 김삿갓 문화관으로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이용하여 곧장 갈 수가 있으나 운행 횟수가 하루 6회 정도 밖에 없어 이동하는 것이 불편하다. 따라서 자가용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 김삿갓 문화관-영월 : 07:00, 09:30, 12:00, 14:50, 16:50, 19:30

● 곰봉 산행기

浮浮俄笠等虛舟/一着平生四十秋/牧竪經裝隨野犢/漁翁本色伴白鷗/醉來脫掛看花樹/興到携登翫月樓/俗子衣冠皆外飾/滿天風雨獨無愁

정처 없이 떠도는 내 삿갓 마치 빈배와 같이/한 번 쓰고 다닌 지 어느덧 사십 평생이어라/더벅머리 목동의 소몰이 갈 때의 차림새이고/갈매기 벗하는 늙은 어부의 모습 그대로일세/술 취하면 의복 벗어 나무에 걸고 꽃구경하며/흥이 나면 손을 들어 누각에 올라 달구경하네/사람들의 의관이야 겉모습 치장하기에 바쁘지만/내 삿갓은 비바람 가득 몰아쳐도 근심 걱정이 없다네


 

이 시는 김삿갓 선생이 자신이 평생을 쓰고 다닌 삿갓을 주제로 읊은 시이다. 김삿갓 선생은 본명이 金炳淵, 자는 性深, 호는 蘭皐로 알려진 조선 순조 때의 사람이다. 선생은 시제에 능하고 재치와 유머가 번득이는 당대의 풍류객이지만 선생의 삿갓(과거시험장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인 줄도 모르고 역도의 무리를 호되게 꾸짖는 시를 작성했던 선생은 나중에 자신이 꾸짖은 사람이 바로 자신의 할아버지임을 알고는 조상을 욕보인 자는 햇볕을 볼 자격이 없다고 하여 평생을 삿갓을 쓰고 다닌다)이나 시에는 자신의 죄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담겨져 있다.


 

곰봉 산행은 위에서 언급한 김삿갓 선생의 묘역이나 조선민화 박물관에서 시작을 하면 되지만 지난 산행 때 미처 선생의 묘역을 둘러보지 못해 이번에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답사를 하기 위해 조선민화박물관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선생의 묘역이 있는 곳으로 하산을 하기로 하였다.


 

안성을 출발하여 쉼 없이 달려갔지만 조선민화 박물관이 있는 곳에 도착을 했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는 9시 17분, 계절의 시공을 벗어나 버린 햇살의 강렬함은 출발부터 온 몸을 땀으로 적셔버린다. 아직 진달래조차 만개하지 않은 강원도의 심산유곡이건만 계절의 변화는 너무나 무상하다.


 

조선민화 박물관의 좌측 도로를 따라 외딴집으로 올라가자 농가를 지키는 개 한 마리가 사정없이 짖어댄다. 하지만 농가의 노부부는 일상의 틀을 깨트리고 싶지 않은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녀석의 울부짖음에 졸지에 박물관의 개들만 바쁘다. 곰봉 산행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농가를 지나자 드문드문 피어 있는 진달래와 노송이 반기는 듯 하더니 이내 등로가 흐릿해지면서 갈림길이 나타났다. 직진하여 능선을 따라 그대로 치고 올라가도 좋을 듯 싶으나 선답자들의 리본은 우측 사면을 따라 계곡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계곡으로 이어지던 등로는 이내 자취를 감춰 버린다. 물이 말라 걷는데는 지장이 없었으나 잡목이 많아 짜증스럽다. 한동안은 등로 없는 잡목 숲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다리품을 팔아야 했다.


 

잡목 숲이 끝날 즈음 등로는 계곡을 벗어나 능선으로 이어지고, 길 흔적만 겨우 보이는 오르막길이 흙먼지를 일으킨다. 경사가 가파른 탓에 앞서 가던 두 사람의 숨소리가 제법 거칠다. 지난 겨울 팔각산과 칠보산을 산행 한 후, 몇 개월만에 나선 산행이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마른침을 삼키며 힘들게 올라섰지만 능선에는 진달래가 무성하고 가끔씩 바위가 나타나 쉬는 시간이 길어진다. 경사까지 가팔라 오르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나마 노송이 있어 다소 위안이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40분쯤 지났을까? 싸리골로 이어지는 능선이 나타나면서 진달래가 사라진다. 진달래가 사라지니 경사가 가팔라도 오를 만 하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굴곡 능선이 이어지다가 팻말(곰봉 정상 0.8km)이 있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 정도 지난 시각이다.


 

주능선이 시작되는 갈림길을 지나자 밧줄이 매달려 있는 바위지대가 나오고, 이곳을 지나자 제법 덩치가 큰 바위지대가 연이어졌다. 바위에서 바라보는 남조천(김삿갓 계곡)의 풍경이 과히 절경이다. 계곡 건너편에는 마대산이 우람한 덩치를 뽐내고 있고, 능선 좌측에는 망경대산과 운교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한동안 바위 위에 앉아 조망을 한 후, 발걸음을 재촉하여 달려갔더니 어느 새 정상이 나타났다. 정상의 바위지대에 앉아 쉬는 맛도 달콤하다. 정상에서의 남쪽 조망이 제법이다. 고치령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능구렁이처럼 꿈틀거리고, 배틀재로 이어지는 도로는 형제봉의 산허리를 잘라 버렸다. 의풍리의 농가들은 봄 농사에 바쁘다.


 

정상 북쪽에는 망경대산에서 수라리재를 지나 두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게 솟아 있다. 그 앞에는 옥동천이 운교산의 암봉을 담고 있다. 녹전 마을의 농가도 봄 농사에 바쁘다. 왠지 정겹다.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옥동천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버리고 횃대바위가 있는 능선으로 내려가자 바위 사이로 등로가 이어졌다. 잠시 긴장을 하게 하는 구간이다. 횃대바위에서 바라보는 내리계곡도 제법 거칠게 다가온다. 그러나 바위를 내려간 후부터는 우회로가 발달되어 있어 걷는데 어려움이 없다.


 

횃대바위를 지나고 약간의 굴곡이 있는 능선을 지나자 팻말(미사리 계곡, 김삿갓 묘역 3.1km)이 있는 갈림길이 나왔다. 곰봉에서 어래산으로 산행을 이어가려고 하면 여기서 직진하는 능선을 타고 가야 한다. 어래산은 935m봉을 넘고 또 다른 봉우리 하나를 더 넘어가야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하산을 하기로 했다.


 

갈림길을 지난 후부터는 약간의 굴곡만 있는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경사가 가파르고 낙엽이 많아 제법 긴장이 된다. 그러나 소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남조천의 풍경이 기가 막히다. 절경이 따로 없다. 마치 지리산의 대원골을 보는 듯 하다.

 

 

팻말(김삿갓 묘역 1.3km, 곡골)이 있는 갈림길에서 곡골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버리고 김삿갓 묘역이 있는 좌측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자 무덤을 지나 다시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노루목식당을 지나 김삿갓 문화관을 구경할 수가 있다. 우측으로 내려가도 상관은 없다.

 

김삿갓 문화관 앞에는 시인의 재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조각상과 시문이 있다. 하동면을 지나면서 수시로 보게 되는 시인의 조각상이 이곳에서 절정을 이룬다. 시 한 수 한 수가 가슴에 와 닿는 곳이다. 해학과 풍자로 한 시절을 풍미한 시인의 한이 맺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二十樹下三十客/四十村中五十食/人間豈有七十事/不如歸家三十食


 

스무나무 아래 서러운 나그네에게/망할 놈의 동네에선 쉰 밥을 주는 구나/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으리오/고향집 돌아가 설익은 밥 먹느니만 못하리라



▣ 김정길 - 강원지역엔 올 여름에 3개월 쯤 들어가 미답산 70여 산을 답사할 겁니다. 곰봉도 미답산이며 자료는 준비 되어있지만 성 선생님 산행기로 교체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5/2일 안성휴게소로 나오시어 휴게소에 차를 두고 산하가족 대절버스로 옮겨 타시기를 소망합니다.(빵과버터님도 그렇게 하십니다.) 꼭이요??
▣ 운해 - 안성산지기님의 산행기를 보면은 교과서를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세세한 기록과 잘 정돈된 사진하며 시간대별 정확성은 타으 추종을 물허한 것 같습니다. 항상 존경하는 마음으로 탐독 합니다. 건강 하시고 더욱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 manuel - 이번 산행기를 정독하며, 대간에서 지맥으로 뻗어나오는 함백부터 백운~두위봉~완택산성길~동강까지 지도를 통해 함께 따라가 보았습니다. 자미원(역)부터의 연계산행도 추천받을만 한지요 ?
▣ 안성산지기 - 김정길 선배님 이번에도 뵙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날 미리 약속된 낙동 답사가 있어서 참석이 어려울것 같습니다. 죄송하네요. 그리고 운해님 처음 방문하신 것 같네요. 관심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요. 신선배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신선배님 소식이 없어 궁금했습니다. 자미원 역에서 두위봉을 올라 함백산이든 망경대산이든 종주는 가능합니다만 등로가 없어 고생은 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제가 시간이 날 때 이 능선을 구간 종주할 생각인데, 그 때 한번 더 확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답글을 올린 후 다시 한번 살펴보니 선배님이 말씀하시는 곰봉은 닭이봉 옆의 곰봉 같습니다. 그곳에 있는 곰봉은 자미원 역에서 산행이 힘들 것입니다. 아울러 제가 올린 곰봉은 마대산 옆에 있는 곰봉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