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주년 미림산악회 시산제를 마치고

   2008년 3월 9일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행사를 앞두고 있으면, 공연히 마음이 바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나보다. 예보엔 날씨가 좋다곤 했지만 그래도 어디 사람 마음이 그리 편할까.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서 하늘부터 쳐다보았다. 날씨가 풀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온화할 수가? 한시름 놓았다.  오늘 시산제에 날씨 걱정은 덜었다. 출발지엔 벌써 김 회장뿐 아니라 김 익구홍보 이사도 나와 있고, 준비는 다 된 듯하여 일단 안심이다.

  이제 시간만 되면 떠날 수 있다. 벌써 싱그러운 봄기운이 스물스물 옷깃을 간지려도 싫지가 않다. 오히려 상쾌할 뿐...  일에 쫓겨 한동안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이 한형 수석고문님이 특유의 온화한 모습으로 나오자 한층 분위기가 업되었다. 다들 시간에 맞춰고,  오늘따라 차가 가볍게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올림픽 대로 들머리까지 김 순님 산우가 택시로 쫓아와 동승, 잠실에서 서 홍일 산우가 합류 목적지로...  유수 세월이라, 엊그제까지 칼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했었는데. 오늘은 완연한 봄 날씨 하늘이 돕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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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원사 들머리에서  기념사진 촬영, 대부분 회원들은  여기서 산행을 시작했고, 행사 준비를 위해 몇몇만 등선폭포 쪽으로 차를 돌렸다. 제상 차릴 자릴 잡아놓고, 우리는 수석부회장 미진 엄니를 선두로 등선폭포 쪽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들머리에서부터 가파른 철계단이 숨을 가쁘게 했다. 하지만  대협곡을 연상케 하는 바위 계곡 사이를 이리 돌고 저리 돌면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폭포와 소를 바라보면서 절로 감탄이 흘러 나왔다. 금방이라도 용이 하늘로 날아오를 듯, 고운 선녀라도 살포시 내려앉을 듯!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신공이 물물마다 헌사롭다.”  감탄을 절하니 선인들의 표현을 빌릴 수밖에...

  오르다 외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가 눈에 들었다. 아슬아슬 소름이 돋는다.

  

       無情히 섰는 바위 有情하야 보이나다.

      最靈한 吾人도 直立不倚 어렵거늘

      萬古에 곧게 선 저 얼굴이 고칠 적이 없구나.


 

  변함없이 굳은 절의를 발견한 그 심성에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몄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김 정덕 산우님이 다리가 불편해 하산, 주차장으로 안내하고 나니, 김 무섭 부회장도 무릎 때문에 하산한다는 전화,  얼마 오르지 않아 유 여사도 다리 때문에 하산, 타 산악회원들과 섞여 흥국사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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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봄이라기엔 이르지만, 남녘에선 금방이라도 화신이 날아올 것 같은 따뜻한 날씨라 산행엔 그만인 날이다. 신라 그 어느 때 세웠다는 고찰, 흥국사에선 왠지 서글픈 감회를 금할 수 없었다. 쇠락한 고찰의 모습이, 그 자그마한 암자랄 수밖에 없는 초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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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습이, 마음 한 켠에 연민을 일게 했다. 이제 퇴락한 절이지만 대웅전 하나만 동그마니 자리한  그 앞에 한 뼘 남짓한 빈터가 따사로운 봄볕에 졸고 있는 듯. 문득


   竹杖芒鞋를 분수대로 짚고 신고

   千山 萬水에 이리저리 오락가락

   값없는 강산 명월과 함께 늙자 하노라


  자연에 동화되어 그 속에서 유유자적하려는 심정 알 듯도 하다. 띠로 움막 얽어놓고 따스한 햇살 받으면서 신선처럼... 새싹이 움트고, 녹음이 짙어가고, 불타는 가을 산빛, 그리고 하얀 설국으로 바뀌는 자연에 이 한 몸, 물아일체의 경지에 들어 봄직도 할게다.

  잠시 쉬었다 하산하는데, 벌써 선발대로 산우 이 은희씨가 자당을 따라 앞장서 내려오는 게 아닌가.  잠시 뒤엔, 오늘 처음 동참한 김 무웅, 손 찬호 산우가 훨훨 나는 듯 내려와 노익장을 과시했다. 여기서 고향 까마귈 만날 줄이야...


   다들 예정 시간 전에 도착했으나, 오던 길목에서 더러는 시원한 곡차로 시흥을 돋운 분도 있고, 이 유청 수석 부회장은 산행하기 힘든 산우를 보살피느라 좀 늦었다. 오후 1시에 시산제를 올렸다.  김 회장의 헌작과  김 무섭 부회장의 독축으로 산신제는 정성을 다했고, 마련한 제수에 산신님께서 흠향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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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경건하게 향을 사르고 잔들을 올리며 무탈 산행과, 미림산악회의 발전을 빌었고,차린 음식으로 음복을 즐겁게 했다. 진영선 산우는 집에서 정성껏 제물을 준비해 오셨고, 신 동화 부회장은 아예 향리에 부탁해, 귀한 제주를 바리로 준비해 오셔, 너무 감동... 특히 산신령 이 고문님의 돼지머리 요리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산신제를 올리는 동안 회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도와주셨고, 특히 김 익구 홍보 이사, 이 정숙 운영이사 또 수석부회장 미진 엄니의 헌신적 주선에 감사드린다.  항상 우리 산우들을 선도해주는 송 재삼 등반 대장님, 김 종인 고문님, 멀리 월곡동에서 불원천리 찾아오시는 강 찬원 부회장님 너무 고맙고, 항상 말없이 미림을 사랑해주시는 양 재선 부회장님, 유머로 우릴 즐겁게 하는 김 용남 부회장님, 묵묵히 산행에 도움을 주는 송 성흠 산우와  송 대장의 사진 솜씨는 거의 프로페셔널이 아님감.

 제를 마치고 귀로에 올랐다., 흥겨웠던 시간 돌아보면서 김 천택의 싯귀가 왜 문득 떠오르는 걸까?

       

       부생(浮生)이 꿈이어늘 공명(功名)이 아랑곳 없다.

       현우(賢愚) 귀천(貴賤)도 죽은 후면 다 한 가지.

       아마도 살아 한 잔 술이 즐거운가 하노라.

                                                                  목  어  :   백  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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