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05년12월18일

산행지:지리산

인원:00명

산행코스:중산리-칼바위-개선문-천황봉정상-중봉-써리봉-치밭목산장-대원사주차장

산행시간:선두-6시간30분

             후미-9시간30분

 

 

 

 

어제 소백산을 다녀와 곧바로 지리산을 찾는 나는 과연 人間인가 싶다.

대단한 동장군의 위세가 꺽일줄 모르는 이때 우리나라의 母山인 지리산을 찾는다는게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어제 뉴스에 대설경보까지 내렸다는데...

약속된 일정이니 어쩌겠는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 관광버스를 타러가는데 정말 추위가 대단하다,

하지만 어제 다녀온 대한민국 최고의 바람인 소백산을 생각하면 이 정도 추위는 견딜만 하다.

단단히 마음먹고 집을 나서서 버스에 오르니 아는 회원님들과 눈인사를 하고 오늘 산행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우리 회원님들을 모두 태운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해 대진고속도로 덕유산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잠시 들린다.

휴게소에 도착하기전 회원들께 스패츠와 아이젠 그리고 산에서 드실 행동식을 꼭 준비하라 일러주고 간단히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다.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는데 요즘 개인적으로 힘든일이 있어 밥 맛도 없고 불면증에 시달려 힘들지만 억지로라도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어려움이 있을때는 산행을 하며 극복하려는 내 마음이 있어 더더욱 산을 찾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비웠다고 산을 찾고 부처님께 108배를 하며 빌었것만 아직도 내 마음엔 욕심이 있었나보다.

이젠 진정으로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바라보고 살고 싶다.

 

 

 

회원들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차에 승차한후 오늘 산행에 대해 브리핑한다.

뉴스에서는 제일 추운날씨에 폭설주의보까지 내렸다고 하니 어제 예약했던님들이 열명씩이나 펑크나는 일이 벌어 지고 말았다.

어제 소백산 산행할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말 우리나라 예약문화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소득만 높다고 되는게 아니다.

이제 우리국민도 2만불시대를 맞으려 하지 않는가?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 모범적인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되리라 본다.

특히 산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산님들 부터라도 새롭게 변하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버스안에서 오늘 산행의 주의점과 행동요령, 겨울 산행의 준비 등등을 설명하고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라 일러준다.

중산리에서 정상인 천황봉을 거쳐 대원사까지가 만만한 코스와 거리가 아니다.

오늘 컨디션이 나쁜사람과 겨울산행이 처음인 회원은 대원사에서 오르는 b코스를 택하라 했건만 아무도 없고 모두들 월령산행을 한단다.

사실은 걱정스럽다.

오르는 중간지점부터 눈이 많이 쌓였다는데 말이다.

10시30분에 들머리에 도착해 버스를 중산리매표소 입구까지 오르게 했는데 원래는 16인승이하만 매표소입구까지 갈수 있게 돼 있다.

왜나하면 시간 단축과 회원님들을 위한 나의 배려였는데 관리공단직원과 실랑이를 잠깐하고 오늘 오신 교장선생님과 내가 선처를 부탁하고 잘 해결해 들머리를 출발한다.

 

 

 

오르막을 시작할땐 눈이 없었는데 장터목가는 3거리부터는 깔딱고개와 눈으로해서 속도가 나질 않는다.

선두에서 함께 시작했던 우리회원님들은 뒤로 쳐지고 중간과 후미대장한테 무전으로 안전한 산행하라 부탁하고 나홀로 계속 전진이다.

올 겨울들어 처음으로 원없이 눈을 밟기 시작한다.

로터리산장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곳에 위치한 법계사를 지나며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 잘 할수 있길 기도 하며 정상으로 향한다.

날씨가 추워서 인지 그리 산님들이 많지는 않다.

개선문을 지나고 천황봉 정상 바로 아래에서는 하산하는 사람과 오르는 사람이 뒤 엉켜 잠시 지체가 된다.

도로에서만 차량이 지체 정체가 되는게 아니다.

산에서도 산님들이 많고 길이 하나면 서로 양보하는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하산하는 사람이 오르는 사람에게 먼저 양보하고 여러명의 사람이 함께한다면 홀로 산행하는 사람에게 길을 터줘야 되는 산행예의인것이다.

 

 

 

정상에 도착한후에 정상석에 써있는 "韓國人의 氣象 이곳에서 發源되다"라는 글을 확인하고 곧바로 대원사쪽으로 기수를 돌린다.

우리회원들께 정상석에 써있는 내용을 읽어보라했으니 아마도 확인들하고 하산을 할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대원사쪽 코스는 위험하고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다.

거리도 멀지만 눈은 쌓여 엉덩이까지 덮인다.

걱정이 앞서지만 오늘의 날머리가 대원사이니 어쩌겠는가?

러쎌(눈 길을 터 주는 행위)을 하며 가는데 만만치가 않다.

다행히 한두명이 지나간듯 보이는데 조금가다보니 어제 장터목 산장에서 자고 천황봉거쳐 대원사로 하산하는 세명을 만났는데 도저히 힘들어 못가겠단다.

나는 우리회원들을 위해 길을 터 줄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계속 전진이다.

 

 

 

몇년전 두타,청옥산을 오르며 러쎌을 하다 쥐가 나서 고생한 경험이 있다.

러쎌은 여러명이 교대로 해줘야만 되는것이다.

한 겨울에 나홀로 러쎌을 한다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눈은 엉덩이까지 빠지고 산세를 읽으며 정확한 코스로 길을 내야 하기에 이 한몸바쳐 희생하면 이 길을 따라오는 사람들은 걱정없이 바른길로 올수 있기에 어렵지만 힘을 내 전진한다.

몇 시간째 나 홀로 길을 내며 중봉을 거쳐 써리봉에 도착했는데도 급변하는 날씨와 산길등을 종합해 볼때 도저히 후미에 오는 회원님들은 이 코스를 타기 어렵고 위험해 후미대장한테 천황봉에서 장터목을 거쳐 중산리로 하산하라 일러준다.

어렵게 겨울 산행을 위해 지리산을 찾았건만 제일 중요한 안전을 위해 아쉽지만 5명의 회원님들께는 미안하지만 지리산 정상인 천황봉을 밟았다는 위안을 갖고 하산해줬음하는 바램이였다.

 

 

 

겨울산이 아니라면 모두들 월령산행을 시켰을것이다.

힘들게 치밭목산장에 도착한 나는 중간대장한테 러쎌은 다해 놓았으니 걱정말고 중간회원들 모시고 이곳까지 오라 일러주고 대피소에서 기다린다.

한참후에 도착한 다른 세명의 산꾼들은 나에게 길을 터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기들 끼리 맛난것을 먹으며 나에게 권하지도 않는데 정말로 얄미웠다.

나도 엄청나게 배고프고 한참을 희생하며 길을 터 줬건만 ....

얼마를 기다렸을까 우리회원들을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수가 ?

어려운산행을 하며 대피소에서 만나 간단히 행동식을 함께 먹고 빨리 하산을 시킨다.

겨울산은 일찍 어두워지는 법이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산은 더더욱 그렇다.

하산하는 회원들한테서 렌턴을 빌려 준비하고 나는 계속 치밭목 대피소에서 내려오는 회원들을 기다린다.

 

 

 

한참동안을 기다리는데  김해와 대구에서 온 젊은 산꾼들이 대원사쪽에서 올라와 대피소에 들러 나와 얘기를 나누는데 이곳에서 숙박을 하고 내일 정상인 천황봉을 오른단다.

오늘 러쎌해 놓은 길을 아마도 편히 오르르수 있을것이다.

멋진 젊은이 들이다.

그 친구들이 갖고온 양주로 한잔씩 나누어 먹는데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여러명의 우리회원들이 내려와 함께 일잔씩하고 서둘러 하산을 시킨다.

컴컴해지고 거리가 있기때문에 부지런히 내려가야한다.

치밭목대피소 지기말로는 오늘 천황봉 기온이 영하32도를 가리켰단다.

이런곳에 어제 소백산에서 불었던 王바람이 불었다면 아마도 상상키 어려운 일이 벌어졌을것이다.

 

 

치밭목대피소에서 1진과 2진을 하산시킨후에 한참후에야 마지막회원들과 함께 하산하는데 날씨도 춥고 바람도 불고 날은 컴컴해지고 정말 걱정이 앞선다.

지리산은 산이 높아서 어느코스든 계곡길이 엄청나게 길다.

지루하리만큼 걸어내려와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5명은 내가 준비한 렌턴불을 켜고서야 하산할수 있었다.

몇시간을 힘들게 하산해서 본부에 연락했더니 관리공단구조차량을 올려 보냈단다.

대원사를 들러 108배를 하며 mind control을 하려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대원들의 안전이 우선이라 시간에 구애받지말고 安山한것에 만족을 느껴야 한다.

 

 

오늘 함께 어려운 산행에 동참하신 회원 여러분들은 많은걸 느꼈을것이다.

특히 겨울 산행은 위험이 따르고 산길에 변수가 있기에 철저히 장비를 준비하고 평소에 체력을 키우기 위해 동네 뒷산이라도 매일 오르기를 당부드립니다.

아무탈 없이 안전한 산행을 위해 잘 따라준 대원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최선 다하는 guide가 되도록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산행을 마치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山友들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산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산님들이여 영원히 산과 함께 하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ko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