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산 632m(경기도 가평군)

    호명산..
    언젠가 뾰루봉을 가는길에 택시 기사분이 다음번엔 호명산에 한번 올라보라는
    당부?를 잊어버리지 않았다..
    경기도 일대 유명산은 이젠 왠만큼 올라봣지만..
    호명산은 이름도 낯설고 처음 들어보는 산이다.
    그래서 별 기대없이 출발이 가볍다.

    상봉역에 약속시간보다 10분가량 늦은터라..
    앞서 가버린 서너대의 청평행 버스탓에
    왕언니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ㅎㅎ
    예정시간보다 40분 늦게 청평행 좌석버스에 올랐다

    아침부터 시내버스만 타면 멀미를 하신다는 언니가 안스럽다.
    싸이클로 다져진 단단하신 분임에도
    문득문득 천상 여자임을 상기시켜주시는 왕언니..
    지난 삼도봉 대간 이후 처음보는 수국님은 세수도 안한 얼굴에 머리는 새집이구..
    산에서 몇달씩 묵더니 도사가 되어가는지 가끔 엉뚱한 말로 배를 잡게 하신다.
    여전히 대장님은 조용한 미소만 머금고 계시고...^^*

    청평역에서 내려 잠시 몸을 추스리고 안전유원지 쪽으로 걷다가
    맘씨 좋아보이는 중년의 아저씨의 안내로 철길을 따라 걷다
    철길위로 올라 다리를 건너 터널입구 못 미치는 철길아래로 공사장이 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없다..
    그렇다고 오던길로 다시 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여..길도 아닌 가파른 산비탈길을 차고 오르기 시작하였다..
    대단한 팀파워.ㅋㅋㅋ
    예전같으면 돌아서 가자고 엄살일텐데 이젠 용기탓인지 오기가 발동한탓인지
    힘든코스도 싫지만은 않다..힘든만큼 기쁨은 배가일테니..
    그렇게 길도 아닌 산비탈길을 차고 오르니 본 능선길이 환하게 열려있다.

    한바탕 오르막길을 올라 뒤돌아보니 청평댐이 바로 아래로 보이고
    강 건너편 남쪽에 추억이 깃든 뾰루봉(709m)이 두팔 벌려 안아주는듯 하다.

    북한강변에 자리잡은 호명산은 한북정맥상의 귀목봉에서
    남으로 뻗은 산줄기 끝자락에 있는 산으로 청평댐 뒤로 병풍처럼 솟아 있다.

    산 서쪽으로 조종천이 흐르고 남으로는 청평호를,
    동으로는 북한강을 끼고 있으니 물과 인연이 깊은산임에 틀림이 없다 .
    정상 가까이에 청평양수발전소 호명호까지...
    산행 내내 아름다운 강줄기를 바라볼 수 있고 아기자기한 능선길..
    왜 호명산을 진작 와보지 못 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번의 가파른 능선을 오르다 보면 청평호의 아름다움에 방해될까 그랬는지
    등산로 옆으로 여기저기 벌목이 되어 있다..
    덕분에 시야가 시원하고 청평호가 더욱 짙푸르다.

    헬기장이 있는 호명산 정상(632.4m).
    의자가 놓여있고 잔디가 깔려 있어서 휴식하기에 좋다.
    마치 소풍나온 어린아이들처럼 온갖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 숨을 돌리고나니..의자위에 조그만 플라스틱통이 눈에 들어온다.
    열어보니 메모노트..여기를 찾은 많은이들의 흔적이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더욱 각박해져만 간다는 현대인들..
    하지만 아직도 메마르지 않은 우리시대의 정서가 느껴졌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조종천이 가느다란 실선을 그리고 있고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운악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명지산과 화악산까지 시원하게 터져있다

    헬기장에서 청평양수발전소 방향으로 약 50m쯤 가다보면
    왼편에 돌무더기가 있는 곳이 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예전의 봉화대터라고 하는군요...

    라면사리 하나 넣어서 보글보글끓인 김치찌게에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는 중식시간..
    언니가 직접 담근 매실주도 한잔식 마시고...
    수국님은'으메 맛난거!' 연신 감탄사다..ㅎㅎㅎ

    청평양수발전소 저수지 방향으로 30분 가량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통나무 벤치 3개가 ㄷ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일명 아갈바위 쉼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우뚝우뚝 서 있는 고송의 기풍에 기가 느껴진다.
    마치 용이 승천하듯 구불구불 하늘을 향해 뻗어오르는 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숙연함과 함께 사시사철 푸른 군자의 당당함을 보는듯 하다
    능선 좌측으론 우무내골이고 우측엔 범울이계곡(여기서 호랑이가 어흥~!?)이다.

    장자터고개쯤에서 잠시 하산을 어디로 할지 망설였다..왜냐면 꼭 가보고 싶었던
    호명호를 보려면 장자터로 가는길로 접어들어야 하는데..출입금지란다.
    철책이 그물망처럼 쳐져있고..경고간판엔

    "이 지역은 국가중요시설로서 사전 승인되지 않은 자는 출입을 금지합니다.
    무단출입자에 대하여는 의법 조치됨을 알려드립니다.
    청평양수발전소장"

    그래도 호명호가 부르고 있으니? ..포기할 순 없었다.
    일행은 약속이나 한듯 철망옆 좁은길로 우회하여
    호명호 방향으로 무단출입을 하고 있었다...ㅎㅎ

    한바탕 올라 능선끝..아!
    잡초하나 없는 잘 정돈된 잔디와 함께
    파란 호숫물이 잘 조화된 호명호가 한폭의 그림이 되어 시야에 들어온다.
    시간을 잡을수만 있다면 하룻동안만 머물고 싶어진다..
    무단출입을 했다는 죄스러움은 어느새 다 떨쳐버리고
    일행은 호수를 한바퀴 돌아 호명정(팔각정)에 올라
    팔각정 뒷쪽 능선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갑자기 길이 끊기고 일행은 산행시작전과 같이 길도 아닌 깍아지른 가파른 길로
    질러내려가고 있었다..돌아가면 누가 잡아먹나..ㅎㅎ
    어렵게 다시 능선길로 접어들긴 했는데
    등산객의 발길이 뜸한길임엔 틀림이 없는듯..무성한 잡목과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여기저기 산수유 꽃몽우리가 금새라도 터질듯이 부풀어 있고..
    능선 곳곳에 두릎나무가 많아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인적이 드문탓인지 도토리가 바닥에 지천으로 널려있기도 하다.

    산행시작전 청평양수발전소 저수지를 거쳐 큰골로 하산하나 했는데..
    호명호를 돌아 원을 그리듯 능선길을 타고 있었다.

    해도 기울어가고.. 무리할 수 없어 눈앞의 417봉을 바라보며
    이번에도 길도 없는 비탈길로 하산을 서둘렀다
    (이번산행은 길이 아니면 만들어서라도 가라인가)
    얼마나 숲이 우거졌는지 얼굴이 아니면 손이 걸리고, 손이 아니면 발에 걸리고..
    거기에 사냥꾼의 올가미까지 설치되어 있으니 아차하면 사람잡을판이다...허!

    어렵사리 산을 내려오니 방골이란다...
    하산길 바로 앞에 원불교 마크처럼 커다란 원형 철제마크가 문위에 설치되어있고..
    바로옆에 ←등곡산방 이라 표식이 있다..머하는 곳일까 여긴?

    하산완료...오후 4시 5분..약 15km/ 총 여섯시간의 산행..

    다녀오시면 절대 후회할 수 없는 산..
    벌서 다시 가고싶어지는..아름다운 테마가 다양한 호명산.
    지금쯤 그 능선엔 아름드리 산수유가 수줍은 미소를 화알짝 퍼뜨리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