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閑談 4

Well-being 열풍이래요.

 

 

 

 “당분간 높은 산에 가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심각합니까?”

 “재생되지 않으면 수술을 받아야하니까 조심해야합니다.” 
 

 청천벽력 같은 의사선생님의 한마디가 움츠려져 작아질 대로 작아진 내 가슴을 더욱 메마르게 만들어버린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한쪽 귀가 먹먹해서 병원에 갔더니 고막이 천공되어 재생되려면 상당한 기간을 정양해야한다고 한다. 
 

 바쁘게 살다보니 평상시에는 건강에 대해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들의 보편적인 일상의 정형이다. 그러나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게 되면 건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우리들의 관습적인 삶이다.
 

 산에 가지 못한다고 하니 왠지 알 수 없는 서글픔이 앞선다. 그동안 힘든 일들이 겹쳐 머릿골이 띵할 때마다 산으로 쏘다녔는데 산에 갈 수 없다고 하니 숨쉬기마저 답답하리만치 암울한 일상의 연속이 두려워진다.
 

 그러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로 여기며 흐트러진 내 자신을 담금질하련다. 하지만 울적한 심사를 어떻게 추스를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틈나면 산에 가고 잠시 짬을 내서 책이나 읽고 그저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오면서 건강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기우리지 않고 살아온 것이 지금까지의 일관된 삶의 답습이었는데 사는 것이 죄인지라 치열한 삶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갑작스럽게 몸이 안 좋아 산에 갈 수 없다고 하니 가슴이 답답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요즘 세태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리만큼 건강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사회적 추세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그 어떤 것을 얻을지라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강은 자신의 삶 중에서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젊음이 한없이 지속되리라는 헛된 망상으로 건강을 등한시하고 삶의 엇박자를 퉁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예외로 허다하다. 우리의 삶의 여정은 참으로 허망하디. 허망한 것인데 잠시 쾌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듯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한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다른 사람처럼 비춰진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것이 통례적인 편린의 삶이려니 여기며 나이 듦을 탓해보지만 애년(艾年)을 훌쩍 넘기는 길목에 서서 곧 닥쳐올 노령기를 어떻게 보람되고 건강하게 보낼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왠지 조금함만이 더해진다.
 

 요즈음 사회 전반의 유행 화두는 웰빙(well-being)이다. 물질적 가치나 사회적 신분상승에 집착한 고단한 삶보다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안락'(well)한 '생활'(being)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을 말한다. 이와 같은 열풍은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크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웰빙족은 자신에 대한 투자에 과감하되 외형보다는 실속을 챙긴다고 하니 삶의 질을 중시하면서 쿨(cool)하게 사는 야무진 그들의 모습들이 아름답고 부럽기만 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상책이다. 병이 생긴 후에 뒤늦게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건강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꾸준하게 실행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해를 맞아 목표했던 것이 지금에 와서 작심삼일로 물거품 되었다면 지금부터 또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처음의 목표를 지키지 못했으므로 중단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반드시 자신이 목표했던 것을 이루려면 부단한 노력과 의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30여 년 넘게 시도 때도 없이 피워왔던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것은 강인한 의지력이었다고 생각한다. 기분이 좋으면 좋아서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기분 내키는 대로 습관적인 기호품이 오로지 담배였다. 
 

 그토록 피워댔던 담배를 끊은 것은 지난 3여 년 전 늦가을의 어느 날, 지리산 불무장등 산행이 동기가 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담배 두 갑을 배낭에 넣고 산행을 시작했다. 
 

 쉴 때마다 한대씩 피우다보니 산행을 마치고 화개장터 어느 찻집에 도착해보니 한 갑은 이미 거덜나버리고 남은 한 갑에도 몇 개비 남지 않았다. 애써 산에 올랐다가 담배만 피우다 내려온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문제가 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금연을 결심하기로 작정했다. 
 

 “지금부터 담배를 끊어야겠소.”

 “그동안 한두 번 실패한 것도 아니니까 식구들한테 스트레스 주지 말고 차라리 피우세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선언했음에도 그 동안 몇 차례 금연에 실패했기에 가족의 격려보다는 조소가 생각보다 심해 실망스러웠다. 반드시 금연하겠다는 굳은 각오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무너지기 시작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몹시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이번에 금연에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을 이기지 못한다는 독한 마음으로 피우고 싶은 욕망을 떨쳐 버려야했다. 1주가 지나고 2주째 접어드는 시기에는 운전하기 곤란 할 정도로 금단현상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어떤 금연 보조제도 사용하지 않고 담배만큼이나 즐겨했던 커피도 끊어버리고 계속 녹차를 마시면서 금연을 착실하게 실천해 나갔다. 
 

 금연을 시작하고부터 밥맛이 점차 좋아져 체중이 약간 늘어나는 것 같아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고 육류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고 열심히 산행했더니 한 달이 지나자 금단현상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얼굴에 끼었던 잡티들이 점차 없어지기 시작하고 산행할 때도 숨이 덜 가빠지는 등 일상생활이 점차 즐거워지기 시작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담배! 백해무익하다고 하지만 수많은 애연가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담배처럼 적은 돈으로 친구 같고 애인 같은 기호품을 우리 주변에서 그리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연은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는 아픔을 감내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처럼 금연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력으로 담배와 절연하는 각오가 필요하다. "담배 끊은 사람은 독한 놈이다"라는 말을 듣지 않고서는 절대로 금연의 고지에 도달할 수 없다. 젊은 시절 호기심에서 피우기 시작한 담배가 훗날 이처럼 끊기 힘들 줄은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은 그 고통스러움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엘빙 열풍시대에 자신의 건강을 등한시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과감하게 금연을 결행하는 등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여유 있는 삶을 엮어가는 것이 바로 웰빙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천공된 고막이 빨리 재생돼야 마음 놓고 지리산을 누비고 다닐 텐데 걱정이지만 이번 기회에 여유를 부리면서 차분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려니 생각하면서 그 동안 못 읽었던 책이나 펼쳐보다가 잠시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장난기가 발동되면 금연을 결행할 때, 피우다가 남겨놓은 몇 개비 들어있는 담뱃갑을 꺼내 보면서 금연의 성취감에 젖어보리라. 
 

 그리고 짬을 내서 내일의 건강한 산행을 위해 산행장구들을 손질하련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만이 성공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기에 - - - (끝)

 


▣ 권경선 - 속히 완쾌되시어 예전의 지리산연가를 다시 듣고 싶습니다. 저도 애연가인데 아직도 끊지못하고 담배의 노예로 살고 있습니다.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말입니다....
▣ 산그림자 - 안녕하세요..선배님.. !! 다시 뵙게 되니 반가운 마음 그지 없습니다.. 언젠가는 지리산 산길에서 뵙게 되겠지만.. 늘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 브르스황 - 빠른 쾌유를 빌겠습니다. 담배끊으신 일 정말 잘 하셨습니다. 저도 끊은지 3년 가까이 되가고 있지만 건강이 너무 좋아져서 담배피우는 사람들이 불쌍하게만 보입니다. 빨리 나으셔서 좋아하시는 산에 마음껏 오르시길 기원합니다.
▣ 현촌 - ♥염려해주신 고마운 마음 고이고이 가슴깊이 간직하렵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