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횡주(?) 1박2일 - 중산리에서 백무동까지

산행일시 : 2004년 6월13일(일)-6월14일(월)

산행지    : 지리산 산청군 중산리에서 함양군 백무동까지

산행자    : 성당교우 4부부

산행코스 : 중산리(12시30분) - 칼바위-법천폭포-홈바위-유암폭포 -

                장터목대피소(17시30분)(1박)

                장터목대피소(03시30분, 08시30분) <->천왕봉 -연하봉-촛대봉-

                세석대피소-한신계곡 (한신폭포-오층폭포-가내소폭포)-

                백무동(17시30분)

교통편   :  고석수님 15인승 이스타나.

 

 

 "더러운 마음의 집착을 버리니

  세상은 그냥 흐르는 물과도 같네

  다만 한 생각 번뇌없으면

  번거로이 세상사 붉다 희다 논할 게 없네"

 

지리산, 또 오라고 하데요.

지난 종주 때의 똥배짱으로 바쁘게 돌아 가고 있는데

또 오라 재촉하시니...

 

그래서 기왕 부린 똥배짱 이번에는 오기로 지리산을 찾아갑니다.

세상사 그까짓것들....

제 아무리 다리를 붙잡아 봐라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내 더욱 가리라하는

오기가 발동을 합니다.

 

(결국 똥배짱과 오기로 인한 욕계에서의 아우성을 해결하느라 지금까지도

 허둥대고 있지만 그 때는 그 때고...)

 

이번엔 화엄사에서 대원사로 이어지는 바람의 길이 아니라

중산리에서 백무동으로 욕계와 속계가 이어지는 사람의 길입니다.

 

6월13일 일요일 새벽 6시 고석스님의 15인승 이스타나에 70대 어르신 부부,

60대의 초로이신 부부, 50대 후반의 중년부부, 그리고 50대 중반 우리부부

이렇게 8명이 자! 지리산으로  탑승을 합니다.

 

서울을 벗어난 새벽공기.

어쨋던 서울만 벗어나면 이렇게 좋으니 이 것도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 체질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만나고 대전에서 비껴 통영으로

내달리다가 산청에서 꼬부라져 밤머리재를 휘청휘청 오릅니다.

코를 찌르는 밤나무 향기에 정신조차 몽롱해 질 무렵 밤머리재 정상.

 

검은 산 봉우리 하나 보이니 왕등재라 하나요?

지난 번 종주시 내려왔던 유평리 대원사가 지척이랍니다.

 

어찌어찌 내려와 유평리 초입길을 보니 벌써 한 달전의 지리산 종주.

이미 옛일이 되어 기억만 남아 괜스레히 가슴이 가라앉습니다.

세상나이 참 별거 아닙니다. 이렇게 짧다고 생각하는 시간들이 모이고

쌓이고 흐르면....지리산은 그대로 거기에 있건만....

 

똥배짱과 오기를 부리기를 너무너무 잘했습니다.

그 까짓것들....!!!

 

11시30분 기억도 생생한 덕산을 지나 덕산재를 넘고 어느 곳 무슨무슨 가든 입구,

예쁘게 꾸며진 도로변 무료노천가든에서 이른 점심식사를 합니다.

든든하게 먹어 둡니다. 지리산 장터목에 이르기까지 간식을 위한 휴식시간은 있어도

정식을 위한 식사시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12시30분 중산리 입구에 도착하니 무수한 관광버스,

길가에 길게 길게 세워진 승용차 행렬.

많은 산님들이 지리산의 초대장을 받았는가 봅니다.

물론 그중에는 밤새 달려와 무료 초대권으로 입장한 산님들도 계시겠지요.

 

다른 산 님들께서는 지루한 아스콘 오름길을 땀을 흘리며 올라가지만

우리는 이스타나를 타고 주변풍광 즐겨가며 룰루랄라 올라갑니다.

법계교 못미쳐 중산리 매표소까지

고석수님은 만일을 위해 차량을 정터목에 무사히 올랐다는 연락이 오기까지

중산리에 대기시켜 놓고 내일 백무동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지금부터 단단히...아랫배에 힘을 주고....

매표소 여직원이 눈이 둥그래져 묻습니다.

"지금 올라 가시어 언제 내려 오시려구요?"

마치 입장을 불허 하겠다는 태도입니다. 하기야 연세가 높으신

어르신께서 늦은 시간(!)에 입장권을 사시려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러나 60세이상은 무료 입장이라는 사실을 아는지라 일부러

어르신께 매표를 의뢰했음을 그 여직원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12시40분 파이팅을 외치고 씩씩하게 지리산 속내를 향해 출발-

6월의 숲이 만드는 그늘이 좋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청량합니다.

작지만 끊임없이 불어주는 바람도 시원합니다.

 

법계교를 지나 천왕봉과 장터목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엔

많은 산님들이 그늘아래 바위에 걸터 앉아 있습니다.

대부분 천왕봉에서 내려오신 듯....

 

앞서 도착하신 어르신 내외를 보고 다들 눈이 둥그레 집니다.

"지리산 오르실 겁니까?"

"그럼요"

"지금 시간에요?"

"그래요"

"언제 내려 오시려구요? 어휴 힘드실텐데..."

"지금 올라가 천왕봉을 보고 내려 올겁니다"

"예.....? 어르신 큰일 납니다. 지리산 함부로 오르는 산이 아니예요

동네 뒷 산이 아닙니다"

 

더욱 눈이 둥그레지며 온 시선이 어르신께 꽂힙니다.

"아,  이 정도야 문제없지. 올라가서 장터목에서 잘 거거든...."

그제서야 "그러면 그렇죠. 깜짝 놀랐습니다. 조심해서 올라 가십시오"

하며 안심을 합니다.

 

역시 산님들의 모습은 다릅니다.

어르신을 알아보고 걱정해 드리고 격려해 드리고....

 

오른쪽 천왕봉으로 직접 오르는 길을 버리고 왼편 장터목 산장으로

오르는 길로 접어 듭니다.

 

개인적으로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가 깃든

칼바위를 지나고

계류를 가로 지르는 출렁다리를 몇 개인가 건너 법천폭포에서

휴식을 취하며 오이와 참외로 간식을 합니다.

 

쉬엄쉬엄 천천히 천천히

4방,5방,8방,10방의 지리산을 음미하며 그렇게 오릅니다.

물이 있으면 물가에 앉아서 쉬고

그늘이 있으면 또한 바위에 앉아서 힘을 보충합니다.

 

계속 계속 숲사이 계류를 가로 끼고 오르는 나무숲 그늘길

너무나도 상쾌합니다.

2시경 도시에서라면 가장 더워야 할 시간대, 그러나 장터목 오르는 길은

검은 숲 그늘에 가득 덮혀 있고 곁을 흐르는 계류의 물소리는 청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산길을 마냥 걷습니다.

어르신께서도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자알 올라가고 계십니다.

 

그러나 홈바위를 지나며

드디어 우려했던 "껀"이 발생합니다.

연세 높으신 어른신 부인께서 다리에 쥐가 올라 걷기가 힘드시다고....

 

모두가 비상입니다.

배낭의 짐을 우선 나누어 메고 다리를 주무르고 온갖 비법들이

동원됩니다.

"다리를 높혀 앉아 보십시오"

"발가락을 뒤로 제껴 보십시오"

"허리를 굽혀 발가락을 잡아 보십시오."

그밖의 여러 가지 등등....

 

그래도 쥐는 멈출줄을 모릅니다.

또 다른 비법이 동원됩니다.

이 번엔 침으로 발가락 따기입니다.

처음엔 엄지발가락만 따고 나중엔 온 발가락을 모두 땁니다.

또 주무르고...

 

어느 비방이 효과를 보았는지 쬐금 걸을 만 하시다기에 모두

안심을 합니다. 그래도 힘이 드신지 한 참을 뒤쳐지기 시작하십니다.

곁의 어르신께서는 항상 곁에 머물러 계시고...

역시 부부 밖에는 없는가 봅니다.

 

지리산 오름길에 웬 돌밭?

마치 트럭이 지나간 듯 길이 나 있는 넓은 돌밭을 지나고

유암폭포에 닿습니다.

그늘아래 바위에 걸터 앉아 또 오랫동안 휴식.

 

삶을 오래사신 어르신네의 경험은 역시 예리하십니다.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을 손 바닥만한 곰취를 발견하시곤

"곰취다" 한 말씀에 모두의 눈이 폭포 곁 비탈에 몰려 듭니다.

 

작지만 군락이더군요.

조심스레히 내려가 손 바닥만한 곰취를 뜯습니다.

그 곰취 향-

지리산의 정기를 품었을 곰취 딱 8장만을 채취합니다.

함께 한 분이 모두 여덟분이기에....참나물도 조금 뜯고.

 

그렇게 쉬며 쉬며 오르니 어느새 장터목 턱받이 아래

마지막 깔딱고개 돌길 오름길입니다.

뒤돌아 보면 시야가 터지기 시작하고 대피소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하 정답습니다.

 

사람이 만들어 낸 소음이 정다울 때도 있으니 사람은 간사스럽다라는

비난을 들어 백번 마땅합니다.

 

5시 30분 30여일 만에 다시 오른 장터목 대피소가 반갑습니다.

삐딱한 붉은 우체통이 반갑고 기다란 나무 벤취가 반갑고 제석봉 오르는 길이

반갑고 멀리 뵈는 연화봉, 일출봉, 고사목이 반갑습니다.

 

옛 연인이 이토록 반가울까?

옛 연인을 만나면 눈물이 나겠지만 30일만의 장터목은 커다란 미소로 만납니다.

지리산의 모든 것 모두 모두가 반갑습니다.

하나못해 통신시설까지도 반가움의 대상입니다.

 

대피소로 들어가 직원에게 아는 체 반가움을 표시하니

깜짝 놀라며 "지난 번 종주 잘 하셨습니까?" 하고 반가워 합니다.

지리산은 온통 반가움으로 가득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아! 반가워라. 지리산!!!!

 

6시 관리공단 직원의 반가운 배려로 중앙홀 특석(!) 배정을 받고

고석수님께 장터목 대피소 모두 무사 도착 연락 후

먹거리로 저녁식사를 합니다.

지난 번 종주 때에는 꿈도 꾸지 못한 김치찌개에 햄과 참치를 넣고

무겁게 짊어지고 온 밑반찬을 꺼내니 벼라 별 것들이 다 나옵니다.

 

거기에다 붉은 뚜겅 오리지날 진로 3병을 더하니

세상에나 진수성찬이 지리산에 차려집니다.

 

60대 교우분께서 한 말씀 하십니다.

"지리산 천왕봉 오르기가 어렵다더니 별거 아니네....."

"..............................................."

이 말씀의 뒷감당은 내일 백무동 내림길에서 당신께서 홈빡 하십니다.

 

식사후 취사장을 나오니

멀리 뵈는 반야봉이 씰루엣으로 변하며 해떨어짐이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지리산의 연이어진 검은 능선, 능선들...

저 속엔 수많은 사연들이 쌓여 있고 또 쌓여질 것입니다.

 

하잘 것 없는 존재에 부질없는 집착들...

지리산의 오름도 한 갖 부질없는 집착의 소산일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엔 현세 모두의 사연 역시 저 지리산 능선 속

한켠에 쌓이겠지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연이 되어....

 

함께 한 분들의 탄성이 검어지는 하늘에 닿고 제석봉에 닿고

연화봉에 닿습니다.

 

담요를 깔고 담요를 덮고 누웠으나 잠이 들리 만무합니다.

옆자리 어르신과 옆자리 포항에서 오셨다는 분과 소주 두 병에

육포 안주를 준비하여 다시 취사장으로 나갑니다.

 

검은 밤 지리산에서 한 잔 더 하러.....

산 이야기, 산행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합니다.

소주 두병이 거의 비워질 무렵

어느 부인의 배낭 뒤에 메어달린 "한국의 산하"표찰이 눈에 띕니다.

다가가 여쭤보니 산사랑방님 내외분과 해병대님

 

에구 반가워라. 지리산은 온통 반가움 투성입니다.

악수하고 소주 한 잔 권하니 백세주가 나오고 그래서 또 한 잔....

네 분이 당일 종주 중으로 천왕봉을 내려와 백무동으로 하산 할 예정이랍니다.

이 밤중에.....? 그러나 워낙 유명하신 부부 산꾼님들이라 걱정은 없습니다.

 

빌려드린 버너로 라면을 끓여 드신후 무사히 내려 가셨는지는 다음 날

백무동에서 고석수님께 소식 전해 들었습니다.

새벽 1시에 백무동 통과 하셨다구요

 

장터목 대피소의 잠자리는 역시나 업치락 뒷치락

6월14일 새벽3시30분 지리산의 새까만 하늘엔 무수한 별들이 총총총...

북두칠성은 제석봉 봉우리에 엇비슷이 걸려 있고 새색씨 눈섭같은 초생달은

천왕봉 봉우리께에 올려져 있습니다.

 

도시에선 이미 전설이 되어 버린 은하수가 동남에서 북서 방향으로 길 게

길 게 흐르고 있어 수억 광년 전의 빛을 이제야 떨구고 있습니다.

과거를 만나는 곳- 지리산.

 

배낭은 대피소에 그래로 놓아두고 이마엔 헤드렌턴을 두 손엔 스틱을...

제석봉을 오릅니다.

역시 새까만 어두움.

지난 지리산 단독 종주때 안개와 바람과 비를 뚫고 새벽 2시30분에

혼자 오르던 길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미친 놈 처럼....

 

제석봉을 지나고 내림길을 거쳐 다시 오름 길 통천문을 지납니다.

지난 오름길에 죄가 없음이 확인되었으니 이 번에도 물론 아무 탈 없이

통천문 통과.

 

함께 하신 분들중 가장 연장자이신 어르신께서는 장터목 대피소에서

쉬시고 3팀, 여섯명만이 오릅니다. 3개의 렌턴만으로는 앞길의 밝힘이

쉽지 않아 조금 고생을 합니다. 두발로 걷기도 하고  네발로 기기도 하며...

 

혼자 지리산을 종주중인 여성분도 함께 합니다.

대원사로 내려갈 예정이라 키를 넘는 배낭이 어깨에 걸려져 있어

마치 30여일 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애처러워 보이니 30여일전 나의 모습도 애처러워 보였을까?

 

통천문을 지나 렌턴을 벗습니다.

동쪽 하늘은 어스름 여명이 피워오르고

4시45분 드디어 천왕봉 도착.

천왕봉 표지석을 보니 벌써 옛날이 되어 버린 30여일전이 또 생각납니다.

 

저 표지석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바람과 비와 안개를 피했었지요.

아무도 없는 새까만 밤 지리산 꼭대기 천왕봉 표지석 앞에...

그 모습이 보이는 것은 착시 때문일까.

 

많은 산님들이 동쪽하늘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추위에 오버쟈켓을 걸치고 3대 조상님들의 쌓아 놓으신 덕을

확인합니다. 지난 번 종주시엔 조상님들의 덕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이 번엔 확인 할 수 있으려나?

 

5시17분, 드디어 해오름이 시작됩니다.

동쪽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산님들의 환호성도 함께 터지기 시작하고

붉은 태양이 솟아 오릅니다.

바다에서 오르는 태양과는 달리 천천히 천천히 세상을 붉게 비추며 솟아 오르기

시작합니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둥근 쟁반같지만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태양은 마치 한 점

붉은 불꽃과도 같습니다. 붉은 농도가 바다에서 보다 훨씬 더 짙습니다.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 바다에서는 불쑥 솟아 오르지만 천왕봉에서는 마냥 느긋히

떠올라 하늘에 걸리기까지 한 참의 시간이 지납니다.

 

천왕봉에서의 해오름.

지리산에의 또 초대가 이 해오름 때문이었을까.

 

천왕봉 표지석 증명사진 찍기 위해서는 잠시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공급은 단 하나이지만 수요는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역순으로 장터목으로 내려오는 길.

역시 지리산의 아름다움입니다.

지난 번 종주시에는 한 밤에 그대로 통과하여 어둠과 바람과 비와 안개만을

기억하고 있으나 이젠 그 참모습을 봅니다.

 

중봉과 하봉도 되새김하고 천왕봉 바위의 기기묘묘한 모습과 바위 틈

가문비 나무의 유려한 모습에 감탄도 하며 통천문의 모습도 비로서

확인합니다.

 

제석봉의 고사목 군락지와 돌길과 숲길과 바윗길은 또 어떠하고

야생화는 어떻게 피어 있고 등등등 천왕봉 모두를 가슴에 담습니다.

제석봉에서 보는 장터목 대피소는 영신봉에서 보는 세석대피소 만큼이나

평화롭습니다.

 

8시 40분경 어제 지어 놓은 밥과 육개장으로 식사를 하고 커피도 한 잔 합니다.

그리고 세석으로 출발

장터목에서 세석으로 오는 길 참으로 평화롭습니다. 능선의 높낮이가 거의 없어

함께 하신 교우분들 마치 산천을 유람하듯 유유자적 걷습니다.

 

연하선경의 황홀한 경광엔  넋을 빼앗기기라도 한 듯 걸음을 멈추어 마냥 지체되기도

하며 간혹 보이는 곰취엔 허리 굽혀 그 향을 맡기도 하십니다.

 

아예 신선이 되어 눌러 사시려나? 갈 길이 먼데.....혼자 속앓이를 합니다.

연하봉을 지날무렵 포근한 능선길을 걷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한 산님 부부께서   

정다운 모습으로 올라오십니다. 배낭엔 예의 그 "한국의 산하" 패찰을 달고....

 

반가운 마음에 여쭤보니 부산에서 오신 이우원 내외분.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지리산 종주중이시랍니다.

악수하고....덕담 나누고....

부부가 함께 하시는 지리산 종주 너무 멋있어 보입니다.

 

 촛대봉 바위 위에선 세석평전을 내려다 보며 시간을 마냥 보내고....

 세석대피소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하며 또 시간을 마냥 보내고....

 시간이 마냥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지기만 합니다.

 지난번 종주시 만나 함께 대원사로 내려갔던 산님도 샘터에서 다시 만납니다

 이번 지리산 산행에는 웬 반가운 만남이 이리도 많은지

 

 오후 12시 40분이 되어서야 겨우 세석을 출발합니다.

 그 험한 한신계곡을 지나 백무동으로....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급경사 너덜길 

 

 한신폭포에 이르러 머리감고 세수하신 교우분께서 모두들에게 한마디.

 "나 보다 깨끗한 사람 나와보라 그래" 라는 말씀이 끝나자마자

 이끼낀 바위에 엉덩방아를 찥습니다. 엉덩이는 온통 물에 젖어 함께 하신 모든

 분들보다 가장 지저분해지고 ....

 

이 분이 바로 "천왕봉 별거 아니네...." 하시며 지리산을 얕보던 분입니다. 

 

끝없는 너덜 내림길을 내려오느라 기진맥진.

하기야 높으신 연세에 지리산을 하룻밤사이에 넘으셨으니 어찌 힘에 부치지

않겠습니까. 쉬는 시간이 잦아지고 또한 길어집니다.

 

오층폭포의 아름다운 경관도 계곡사이에 걸쳐진 출렁다리의 아찔한 스릴도

뒤돌아 보면 계곡을 타고 쏟아지는 계류의 굉음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가내소폭포와 바람폭포 첫나들이폭포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철다리의

아름다움을 덕분에 혼자서 마냥 음미하며 내려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지리산의 비경. 한신계곡

많은 산님들이 이 길을 즐겨 찾는 이유를 알 듯 합니다.

허나 오늘은 오르는 산님도 내려오는 산님도 거의 없어 한적하기 그지없습니다.

 

혼자 조용히 오르고 싶은 곳.

계곡 물 흐르는 소리, 폭포 떨어지는 물소리, 바람 나무스치는 소리, 산 새들의

지저귐 모두가 지리산의 아름다운 화음입니다.

 

5시 30분 드디어 백무동 마을.

핸드폰을 열어보니 기다리다 지치고 걱정스러운 고석수님의 콜이 무려 10개나

찍혀져 있습니다.

 

커다란 수박 한덩이와 갖여갔던 캔 맥주를  다리 아래 흐르는 물에 채워놓고

마냥 걱정스럽게 기다린 것입니다.

오랜 걸음으로 지친 발을 흐르는 물에 식히며 수박을 뽀개고 맥주를 들이키며

그렇게 또 흐르는 물처럼 지리산을 다녀 갑니다.

 

  "더러운 마음의 집착을 버리니

  세상은 그냥 흐르는 물과도 같네

  다만 한 생각 번뇌없으면

  번거로이 세상사 붉다 희다 논할 게 없네"

 

지리산은 그대로 지리산일 뿐.

괜스레히 말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라 붉기도 하고 희기도 합니다.

지리산은 "말 없어라" 라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 오니 밤 11시경.

 

함께 하신 교우분들께 감사드리고

먼 곳 지리산 자락까지 무사히 안내해주신 고석수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 노르웨이숲 - 장터목에 올라오실때 뵜던 분같군요^^
###혹시 장터목 나무벤치에 앉아 계시던 분 아니신가요? 아무러나 뵐 수 있었다니 반갑습니다.

▣ 이우원 - 아! 함께 산행 하셨던 분들이 같은 교우님들이시군요. 만났을때 반가움의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기념사진도 못남겨서 멀리 가시는 뒷모습을 줌으로 당겨 억지로 흔적을 남겼습니다.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무사히 지리산을 다녀가셨으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모든님들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 이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음에 만나면 꼬옥 함께 기념사진을 찍도록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 산초스 - 모처럼 서정길님의 산행기가 올라왔다 했더니 연세드신 교우분들과 지리산을 다녀오셨는데 산하가족들과 뜻밖에 반가운 만남도 갖고 정말 뜻깊은 산행이었던것 같습니다. 함께 한듯 지리산에서 보는 은하수와 이슬이 한잔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산초스님 하시는 사업 번창하시기를 바랍니다.개업날 지리산에 있어 참석치 못했습니다.죄송!

▣ 빵과 버터 - 그냥 흐르는 물처럼 쓰여진 산행기를 보니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덕이 깊으신 분이라 산에서도 좋은 분들을 만나는 군요...장터목 산장의 해 지는 광경이 새삼 그립습니다
###지리산에서 전혀 생각밖의 산하 모임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 항상 좋은 산행하십시오

▣ 고석수 - 인간이 만든 소음이 반가운..힘드는 길을 더욱 힘들게 넘으신 오두막님,교우여러분 수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삼대의 덕분으로 멋진 일출도 있었구요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수박 맛나게 먹었습니다.^^

▣ 산사랑 - 삼대의 덕을 샇아야 볼수 있다는 일출도 보시고 연로하신 교우님들 뒷바라지에 고생많았겠군요.한국의 산하 만남의 날인겄같아 보기가 좋았슴니다..~~
###감사합니다.산사랑님의 산글 즐겨보고 있습니다.헌데 제가 답글을 쓸줄을 몰라서리...이제 배웠습니다

▣ 코스모스 - 서정길님의 모습처럼 잔잔하게 쓰여진 지리산 . 다시 지리산에 오르고 싶군요.연세 지긋하신분들 모시고 오르셨다니...수고많이 하셨습니다. 언제고 안전한 산행길 되소서....
###오타 정정했습니다.*^^* 산행기 즐겨 보고 있습니다만 저야말로 숫기가 없어서 못쓰고 안쓰고 있습니다. 태평양 바다는 넓습니다!!!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 산거북이 - 중장년층의 천왕봉 횡주에 하룻밤이 끼었으니 여유로움은 별처럼 빛납니다. _()_
###항상 어슬렁거리는 산행입니다.언제쯤 산거북이님처럼 산을 다닐 수 있으려나? 그런 시절이 있기는 있을런지 궁금합니다.

▣ 이수영 - 때로는 사진없는 산행기가 더 필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산행기가 바로 그렇군요. 얼마전에 지리종주 하신 것을 알았는데 난데없이 또 지리산에 오르셨다고 해서 들어와 봤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요. 그 까짓것들....!!! 하시며 생활의 구속을 가감하게 털어버리시는 서정길님의 여유로움이 무척 부럽고 본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리산을 별것 아니네 하면 꼭 봉변내지는 재앙을 당하는 것을 경험합니다. 산신님이 있나봐요. ^^
###무슨 과분한 말씀을.....가급적이면 가고싶을 때 가고 머물고 싶을 때 머무는 그런 산행이 되도록 합니다만 사실 무리가 따르기는 합니다.산신령님께 감사드려야지요

▣ 산사랑방 - 서정길님! 님께서 고석수님과 같이 교우이시라니 역시..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딘가 그 친밀감이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그날 장터목에서 서형제님께서 베풀어 주신 호의와 쇠주 한 잔.. 아마 그 힘 덕분으로 무사히 종주산행을 끝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날 고마웠고요 개인적으로나마 저도 같은 교우이지만 요즘 어줍잖은 산(?)에 반푼수로 미쳐서 성당일에 게이름을 피우고 있습니다만 또 언젠가 또 열심히 하리라는 다짐 항상 가슴속에 품고 있습니다. 그 힘든 한신으로 하산하신다고 수고하셨고요 고석수님께도 안부전해 주십시요 그리고 그날 저도 정신이 없어서 새벽 1시에 백무동에 도착한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새벽 2시 였는가 봅니다.
###그러시군요.에구 반갑습니다.저 역시 발로만 다니고 있습니다. 항상 두 분이 함께 하시는 산행 많이 부럽습니다. 그날 특히 반가웠구요. 기회가 되면 소주한잔 더...

▣ 운해 - 다시 찾으신 지리산 줄거워 보입니다. 지난 번 모임 때 작별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헤여짐이 마음에 남아 있는데 산행기에서 대하니 너무 반갑습니다. 언제나 줄산 이어 가시고 건강 하세요.
###똥배짱과 오기의 산행 후유증으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튀어 나왔습니다.죄송!!!함께 산행 초대해 주십시오.

▣ 윤도균 - 서정길님 완전히 지리산과 산바람나 버리셨나요 아님 그곳에 님을 반기는 각시라도 있어서 집에선 지리산 간다고 하시고 각시보렁 가시나요 정말 대단하신 열정에 찬사를 보내드립니다 중산리에서 백무동까지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쿵쿵튀는듯한 요동을 칩니다 간신히 맘 가라안치고 현업에 충실하고 있는데 님만 자유부인이되시어 지리로 달려가시니 앉아있는 의자가 들썩들썩 합니다 몇일쉬시고 또 다녀오셔서 또 아름다운 산행기 올려주세요 기대합니다 늘 즐산하세요
###아이고 죄송합니다.각시보러가 아니라 지리산 보러 였습니다. 윤도균님의 산사랑앞에는 족탈불급입니다.더 좋은 산행 많이 이어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최선호 - 정말 가슴이 찡합니다. 님께서 지나신 모든 곳이 눈에 선한데 사진이 없으니 오히려 더 기억을 더듬게하여 참으로 기쁩니다. 특히 7순대의 노익장들과 하신 산행 고맙구요 고석수 친구님의 소식도 접하게 돼 반갑습니다. 안전산행 하십시오.
▣ 이두영 - 나이드신 노 부부님들의 지리산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건강 관리도 잘하고 계심니다 향상 건강 하시고 안산 즐산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