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0. 20. 수. / 2명

 

일원역(06:10)-양평-홍천/아침-

철정-현리-진동 계곡-점봉산 설피밭 주차(10:00)

 

설피밭 출발(10:00)-곰배령-설피밭(12:50)


 

설피밭-진동계곡-필례약수-한계령으로 가다 되돌려

약수터-내린천-인제/점심 겸 저녁-홍천-서울 일원역(7:00)


 

1.

태수와 한 동안 함께 못 갔다.


 

그제께 단풍 좋은데 가자는 물음에 백담사-수렴동 계곡이 어떠냐고 해놓고

어제 오후 준호선생과 오랜 만에 만나 얘기하다가 점봉산으로 낙점.

정확하게 06시에 왔다.

야간진료 뒷날이라는데 놀랍다.


 

일찍 나서니 도로 분위기가 좋다.

남한강에 물안개가 자욱하다.


 

홍천 시내로 들어가 기사분께 물어

해장국으로 아침.

25년째라며 먹어 보라는 주인의 말을 들으며

뜨끈하게 먹고 나니 든든하다.


 

철정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현리 지나

방동약수 방태산 휴양림을 옆으로 두고 진동계곡으로.

단풍이 일품이다.

가다서다 사진을 찍다.


 

설피밭에 차를 세우고

고교 친구들과 (학술조사허가를 얻어) 올랐던

곰배령길로 오르다.

단풍은 끝.

바람이 많이 불어 달린 잎이 거의 없다.

오르다 만난 윗동네 산다는 할머님께

좋은 데 사신다고 하니

그렇긴 한데 바람 많고 눈이 너무 많다 신다.


 

‘설피’- 푹 쌓인 눈길을 걷기 위해 덧신는 신발

‘쇠나드리’- 얼마나 바람이 심하기에 소가 난단 말인가

이런 말들이 이를 뒷받침 한다.


 

2.

날이 흐리다.

멀리서 천둥소리 같은 것이 아련히 들린다.

처음 올 때도 비가 뿌렸었다.

완만한 길을 풍부한 수량의 계곡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길 가에 철사(태수의 표현)를 모심듯 세워놓은 듯한

이름 모르는 청색의 줄기들이 유난히 많다.


 

텅 빈 듯한 산에서

내려오는 한 팀을 만났다.

설피 밭에서 단목령 쪽으로 올라 정상 곰배령으로 하산하는 길.

어제 여기서 자고 07시에 올랐다고.

내려 오다 다시 만났는데 이 분들은 5시간에 완주했단다.

걷는 모습들이 예사롭지 않다.


 

3.

곰배령은 강풍과 안개로 시정거리가 코앞.

좌측 귀둔리와 정상(입산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에서 증명사진.


 

규정도 지키고

-전에는 설피밭에서 제지당하고 허가서를 제시했는데

지금은 곰배령까지 4km 구간(90분)은 허용하고

여기서 정상으로는 금지다.


 

날씨와 태수의 7시 저녁 일정을 고려 하산키로 하다.      

태수에게 정상의 모습과 전망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그냥 내려가기 섭섭하여

준비해 간 다른 것은 그대로 손대지 않고

태수가 가져온 뜨거운 차가버섯 한 잔과

커피를 마시다.

기온이 제법 쌀쌀하다.

가는 방울들도 떨어진다.


 

내려올 때 보는 산 모습 올라올 때와는 또 다르다.

내려오니 바람이 잠잠해지고

집이 들어선 자리는 평온하게 느껴진다.

자연의 순리에 적응해 땅을 골라

집을 지은 지혜가 새삼 돋보인다.

요즈음 집들은 기능적 편의에 치중하느라

천기지세에 얼마나 부합하여 짓는 지 알 수 없다.  

  


 

4.

남은 시간을 요긴하게 쓰기 위해

지난 주 설악에서 오다 본 필례약수 쪽으로 이동

필례-언뜻 순박한 여인네 이름 같은데

써 놓은 한자(必曳)는 흔한 글자가 아니다.


 

진동계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단풍 장관을 보다.

한계령 쪽으로 더 올라가니 끝물.


 

도로 내려와 약수터에 들리다.

단풍이 곱다.

사람들이 꽤 많다.

약수 한 잔 마시려다 줄 서 있는 사람들 보곤 포기.


 

하산 시 만난 분들이 어제 올 때 좋더라는

내린천으로 하여 인제 도착.

인제에서 태수의 제의로 탕(특)과 소주 한 잔으로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을 뜨끈하게 먹다.


 

신심 깊고 성경공부를 많이 한 태수에게

평소 궁금해 하던 것들을 물어 보고

많은 계몽을 받으며

막히는 양평 길을 뚫고

간신히 시간 내에 도착하다.   


 

다음에는 태수의 말대로

방향을 남쪽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태수야,

함께해서 즐겁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