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003  우루사의 내장산 서래·불출봉 접수기

                                                                 참고 : 우루사(遇累史)는 인터넷 대명(代名)

 

 

 한밭테니스회원님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토요일 오후.
 홈피를 아무리 뒤져봐도 모임의 글은 뜨지 않고...... 
 그렇다면 오랜만에 가족에게 점수나 받아볼까?
 그래, 고향(야산은 물론 고산준령을 비롯 북빙양에 이르기까지)에나 가볼까? 
 언제부턴가 정보의 바다로 회자되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루사.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 듯 싶은 내장산이 눈에 들어온다.
 남들로부터 너무나 많이 들어 꿈에서라도 다녀 온 듯 착각하고 있던, 그러나 지금껏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내장산을 정복해보기로 마음을 다잡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느닷없는 등산계획은 얼핏 지난 추석날 성묘를 마치고 찾은 대둔산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 날 비록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으나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와 90여도에 이르는 길고 긴 철계단을 겁없이 올라가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 어린(8살) 공주님.
 세상에서 제일 이쁜애기를 위해 하루를 봉사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퇴근시간인 오후 1시 등산을 가자는 제안에 마눌님은 평소에도 고주망태인데다 특히 주말이면 새벽부터 없어져 얼굴도 잊을 판인데 이게 웬일(?)이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다.
 어쨌든 오랜만의 나들이에 마음이 한껏 들뜬 마눌님께 음식 등을 마련하라하고는 집으로 내달린다.
 집 앞에 도착하니 벌써 준비가 완료된 듯 문밖까지 나와 기다리던 우루사의 사랑스런 이쁜애기는 더더욱 흥분된 듯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마눌님은 술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것인지 자신이 포식해볼 욕심인지 어느 틈에 돼지고기를 쟁여놓는 등 새참거리 안주거리를 가득 준비해 놓았다.
 그런데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준비된 음식물은 가져갈 엄두가 안 난다.
 이런 날씨에 야외에서의 잔치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이에 준비한 모든 음식물을 돌아와 만찬을 즐기기로 한 우루사.
 초코파이를 비롯한 과자 몇 봉지만을 배낭에 담는다.


 오후 4시30분 집을 출발한 애마가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이 한껏 짓 눌릴즈음인 오후 5시께 전화벨이 울린다.
 왜 안 나오냐(운동하러)구.........
 그러나 이미 때는 늦은 것, 더욱 세차게 페달을 밟는다.


 고속도로를 나온 시간이 6시가 조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어둠이 깔리고있다.
 초행길인 관계로 현지답사 겸 정읍을 거쳐 매표소까지 내달리는 우루사.
 어둠이 짓게 깔린 깜깜한 밤... 열린 차창으로 스며든 산중의 찬 공기가 온몸을 덜덜 떨게 한다.
 매표소를 확인 후 방부터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턴, 조금 내려오니 불빛이 휘황찬란한데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쓴 삐끼가 느닷없이 나타나 애마를 가로막는다.


 못이긴 체 정차하고 대뜸 방 있냐고 물으니 식당과 방을 동시에 운영한다며 걱정하지 말란다.
이때 대화에 끼어드신 마눌님.
 대뜸 "얼마냐"고 묻더니, 호객아저씨가 대답도 하기 전에 "요즘 어디든 사람(손님)이 없어 거의 공짜"라고 선문답이다.
 기습적인 한마디에 얼이 빠진 듯 바라보던 삐끼는 그래도 그동안 축적된 내공의 노하우가 대단한 듯 금새 정신을 가다듬고는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하룻밤 3만원에 모시고, 그 대신 식사는 우리 식당에서 해야 됩니다."
 이에 마눌님 왈 "그게 뭔 소리요, 호텔에 가도 2만5천원인디, 그 이상은 절대 안되여. 딴데 가봐야 겠구먼."
 "하이구, 알겠습니다. 그리 모시겠으니 차나 대시쇼."
 이렇게 해서 일단 염가(?)에 쉐르빌모텔에 여장을 마련한 우루사는 그 날 밤을 상상하고는 마음이 마냥 들뜬다.


 그런데, 워낙 술을 좋아하는 우루사.
 키를 받아든 즉시 프런트 뒤로 이어진 광주대궐식당으로 발길을 옮기더니 넓은 방 한켠에 둥지를 튼다.


 주문한 유황오리전골(3만원)을 기다리는 동안 먹어보라며 건넨 파전에 우루사 이 야한 밤에 안주가 있는데 어찌 이슬을 찾지 않을 수 있으리오.
 조그만 파전 한쪽으로 이슬 3.6ℓ한병을 해치우니 그 제서야 오리님이 상위에 올라오신다.
 생각은 잘 나지 않으나 대궐에서 머금은 이슬이 모텔 방으로까지 이어져 밤늦은 시간까지 지속됐다는 중론.


 그러나 지난밤 이쁜애기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눌님과 함께 홀딱벗고 욕탕에서 목욕한 기억밖에 없다는 우루사.....
 어쨌든 새벽부터 산에 오르기 위해 현지에 도착했음을 잊은 채 꿈속을 헤매던 우루사를 깨운 것은 우리의 위대한 차윤태 총무님.
 벨소리에 눈을 뜬 우루사.


 아뿔싸 벌써 새벽(?) 8시30분.
 지끈지끈 아픈 머리를 만지면서도 기개는 잃지 말아야겠기에 행여 마눌님과 이쁜애기 잠을깰까 살그머니 일어나 물을 대충 끼얹고는 난리를 피운다.
 빨리 산에 올라야 하는데 웬 잠이 이리들 많으냐고......
 이를 두고 적반하장이라 했다던가.


 우쨌든 한바탕 난리로 모두를 깨운 다음 ㅋㅋ 남몰래 웃으며 문을 나선다.
 기분 좋은 아침 산중의 청아함에 찌든 속내가 다 후련해진 우루사.
 무언가를 찾는 듯 주위 상가 이곳저곳을 샅샅이 훝는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도 찾는 것이 없는 듯 이내 체념하고 돌아온다.


 이어 가족과 아침을 먹기 위해 또다시 찾은 대궐.
 우루사 빈속임에도 눈에 띈 술을 모른 체 하는 것도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며 아침 이슬 한병을 깨끗이 비우고는 따신 설렁탕 국물 주욱 들이켠다.
 이어 비빔밥으로 배를 가득 채우더니 보무도 당당히 바로 앞 관광안내소를 급습한다.


 40여세의 아리따운 아줌마에게 초행임을 강조하고 등산로 안내를 받는데 옥구슬이 구르듯 낭낭한 목소리에 심취된 우루사 무신소린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인터넷을 이용해 알아온 정보를 접목해 내장산을 정복하리라 마음을 다잡은 우루사.
 모텔에 다시 들러 산행 전 체중조절을 완벽하게 마치고, 준비물을 챙긴다.


 마침내 내장산 접수에 나선 시각이 오전 10시30분.
 매표소를 지나 케이블카승강 주차장에 애마를 세우고 일주문 옆 우측 벽련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오솔길을 따라 벽련암(고내장)에 도착한 우루사일행은 경건한 마음으로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절을 올린다.
 특히 이쁜애기의 앙증맞고 다소곳하게 올리는 우아한 자태는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였으니......
 넋을 잃고 바라보는 우루사의 가슴이 뭉클해진다.


 벽련암에서 서래봉으로 오르는 길 초입부터 아름드리 참나무가 곳곳에 쓰러져있는 등 산비탈에 잔뜩 겁을 먹는 마눌님...
 무성하게 자란 나무 숲 사이로 오르는 길이 상당한 급경사라 모두의 숨이 가빠진다.
 그래도 깨끗하고 상쾌한 숲길, 그들 가족 외에는 인적이 없는 호젓함에 이쁜애기 재잘거리며 잘도 오른다.
 어디서 구했는지 짧지만 제법 굵은 고목나무 지팡이에 의지하여 코가 땅에 닿는 마눌님.
 그러나 배낭 줄 잡아당기고 기차놀이를 즐기면서 잘도 오르는 이쁜애기가 있어 산행이 더욱 즐겁기만 한 우루사 일행.


 이쁜애기의 종알거림에 힘든 줄 모르고 치달아 오르니 어느새 전망이 트이며 한편에 저수지와 냇물이 내려다보이는 서래봉 능선에 올라와 있다.


 험준하게 치솟아 오른 암봉의 바위를 붙잡고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며 암릉을 넘는다.
 좌우로 천애의 낭떠러지를 이룬 암봉에서 주변 사위를 내려다보는 풍광은 가히 말문을 막는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장쾌하게 펼쳐지는 산릉들.
 거기에 방금 지나온 울울창창하게 치솟아있는 각종 나무들이 발아래 드넓은 평야를 이루고 있다.
 흡사 잔디를 깔아놓은 듯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평원을 연상케 하는데 이것이 바로 환상이 아닐까?


 모두가 한동안 말없이 바라만 보고있는데 퍼뜩 정신을 가다듬은 우루사.
 서래봉(622m)과 불출봉(610m)은 우루사로서는 앞마당이며 한눈에 들어오는 그 유명한 내장9봉 연릉 모두가 야산에 불과할 뿐이라며 흰소리다.
 이어지는 망해봉과 연지봉, 까치봉, 정상인 신선봉(763.2m), 문필봉, 연자봉, 장군봉, 유군치, 추령고개 등등 모두가.......


 바위만 보면 신이 나는 이쁜애기 아주 신바람이 난 듯 너무도 잘 오른다.
 철계단길이 나왔으나 이쁜애기는 이미 급경사의 대둔산을 정복한 터라 전혀 문제될게 없다.
 계속되는 암릉과 이름없는 암봉들을 이리 닫고 저리 넘자 드디어 서래봉 표지판이 나온다.
 서래봉에서 한참을 쉰 뒤 내려오니 철계단길이 두줄기로 나있다.


 매우 급한 경사라 철계단이라도 방심하지 말고 조심조심 내려서야 할구간이다.
 이 곳 철계단에선 이쁜애기도 우루사 손을 부여잡고 무섭다며 엄살을 부린다.
 참으로 힘들고 두려워 할만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는 공포의 길목인 것이다.
 게다가 북측인지라 땀에 젖은 온몸을 냉기로 휘감고 초가을인데도 칼바람에 철계단 난간은 벌써 손을 시리게 하는 등 이미 혹한의 겨울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 해도 이쁜애기와 용감무쌍한 마눌님이 물러설리 없는 일당백의 용사임을 이곳 철계단이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는데 일조했을 뿐이다.


 공포의 철계단을 지나 좌측 능선사면을 비잉 돌아오르는 길로 접어들어 조금오르니 서래약수가 나온다.
 시원한 약수에 쩌업 목을 축인 뒤 빈병에 약수를 가득 담아 배낭을 질끈 동여매고 출발하여 조금 오르니 다시 주능선길이다.
 서래봉 철계단길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이곳 불출봉 직전까지의 암봉은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푸석바위로 잘 부서지기 때문에 암봉 우측(북쪽)으로 한참을 돌아가게 만들어져있다.
 그러나 우리의 우루사 고향에 왔음을 상기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사뿐히 바위를 타고 넘는다.
 이어지는 바위와 철계단길을 지나니 드디어 불출봉이다.


 이제는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는 데에 남몰래 속으로 가슴을 쓸어 내리는 마음 약한 우루사.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한 듯 마눌님과 이쁜애기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고 뿌듯한 얼굴들이다.
 얼핏 주위를 돌아보니 정상 암봉에는 연인인 듯한 20대 초반의 선남선녀가 요염한 자태로 기념사진을 찰칵대면서 사위를 돌아본다.
 바로 앞 소나무자락 밑에는 가족끼리 온 듯한 7∼8명의 남녀가 준비해온 사과와 배 등의 과일을 깎아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우루사 과일은 없고 비스켓 뿐으로 입맛을 쩍 다시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이 때 암봉에서 촬영하던 한쌍의 선남선녀가 한 컷의 사진을 의뢰해 온다. 
 평소 한 카메라 한다고 우쭐대던 우루사.
 얼릉 받아들었는데 이게 웬일?
 사진기에 형상이 안 보인다.
 이런 낭패가 있나.
 우루사도 이제 한물 간 꼰대가 되었나보다.
 아나로그는 한가닥하는데 돼지털은 전혀 문외한이니.....
 하여간 망신을 당하고 촬영에 성공(?)한 우루사.


 사진기를 넘겨주는 순간 얼핏 촬영의뢰를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퍼뜩 뇌리를 스친다.
 돼지털과 메일의 접목.
 이들 선남선녀 우루사의 제안에 선 뜻 응한다.
 덕분에 공짜사진 촬영에 성공한 우루사의 가슴이 벌써부터 마냥 부푼다.
 기분이 더욱 상쾌해진 우루사.
 촬영에 대한 보답으로 선남선녀에게 서래약수터에서 받아온 약수 한병과 고소미와 검은깨비스켓 등을 한봉지씩 주니 그들도 고마워한다.


 이렇게 한참을 쉬고 난 뒤 하산길에 들어선 우루사 일행.
 불출봉을 내려서자마자 그들 앞에 또다시 비록 거리는 짧지만 제법 급경사인 두개의 철계단이 나타난다.
 왼쪽 철계단으로 내려서 원적암으로 하산하는 길로 접어드니 불출봉 암벽 남쪽에 커다랗게 뚫린 반원형의 암굴로 형성된 불출암터가 나온다.
 불출암터를 지나자 계속되는 나무계단과 다듬어지지 않은 그야말로 험난한 돌길이 이어진다.


 한동안 계속되는 험난한 돌길에 짜증 난 듯 지쳤는지 씩씩하던 이쁜애기 심통을 부린다.
 서두르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천천히 아주 조심해야 하는 정말 짜증나는 내리막길에 우리 이쁜애기 급기야 울먹울먹...눈이 발개져 있다.
 이를 무시하고 저만큼 앞서 가던 우루사 얼핏 뒤돌아보니 이번에는 이쁜애기의 눈이 졸리운 듯 게슴츠레하니 감겨진 듯 보인다.
 애구애구 큰일났다.
 여기서 자면 우짜노.
 갈길이 태산인 것을....
 한탄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편히 쉴 곳을 찾는다.
 넓적한 돌을 찾아 잠시 휴식을 취하니 금새 생기가 돌아온 이쁜애기.
 우루사 이쁜애기를 겪려하며 조심조심 내려오니 원적암이 바로 옆이다.
 뒤편에 서있는 황금부처님(입상)께 정성껏 절을 올린다.


 원적암을 나서는데 입구에 수십마리의 고추잠자리 가을하늘높이 고공에서 군무를 이루고 있다.
 이때 몇 마리의 고추잠자리가 지친 몸을 쉬려는 듯 나무등걸에 내려앉는다.
 이틈을 놓칠세라 고추잠자리 앞에서 손가락을 빙빙돌리며 고추 먹고 맴맴 작은소리로 노래부르는 우루사.
 그런데 이게 웬일?
 실제 최면이라도 걸린 듯 고추잠자리 두 마리가 어느새 우루사 손안에 있는 게 아닌가.


 우루사, 이쁜애기 보는 앞에서 잡은 고추잠자리를 손에 쥐어준다.
 그런데 이쁜애기 집에 가져가 키울 수 없는, 살생은 안 된다며 고추잠자리를 그대로 놓아준다.
 참으로 마음씨가 비단이라.
 이쁜애기 다시 한번 가슴을 찡하게 심금을 울리니 우루사 더욱 감복할 밖에....
 원적암에서 등산로를 따라 산중복길로 들어서니 600년여 됐다는 비자나무 거목을 비롯한 많은 비자나무들이 아름드리로 자라고 있어 운치를 돋운다.


 그런데 여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온 지팡이가 없다.
 원적암 입구에 이쁜애기가 감춰두더니 그대로 내려온 것이다.
 애구, 우리 이쁜애기 이때 또 이쁜 짓을 한다.
 지가 잘 못해 놓구 왔으니 제가 가서 가져오겠다며 이곳에서 기다리라 하더니 잰걸음으로 다시 올라갔다가 뛰다시피 내려온다.
 손에는 예의 그 고목나무 지팽이를 움켜쥔 채....


 차가 왕래할 수 있는 오솔길을 지나 조금 내려오니 벌써 해가 진 듯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조급해진 우루사.
 이쁜애기를 독려하며 얼마큼 걷다보니 저 앞에 휴게소가 보인다.
 그동안 배고프다며 컵라면 노래를 부르던 이쁜애기 저만큼 뒤에서 따라오다가 모두 서라고 큰소리치며 뛰어온다.
 하는 수 없이 휴게소에 들러 컵라면을 사주는 마눌님.
 우루사와 마눌님 또한 도토리묵과 시원한 막걸리를 게눈 감추듯 해치운다.
 그러나 컴컴해진 것 같아 마음이 또다시 조급해진 우루사.


 우루사의 빨리빨리 독촉에 이쁜애기 컵라면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지도 못한 채 또다시 하산길에 나선다.
 조금 내려가니 바로 내장사가 보인다.
 그런데 이때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으니.....
 문제의 고목지팽이를 짚고 있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을 그제서야 이쁜애기가 발견한 것이다.
 이쁜애기는 "오늘 첫 산행에 동반한 고목나무지팽이는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자신에 대한 선물"이라며 지가 다시 가서 가져오겠단다
 아휴! 어쩔 수 없는 일.
 이 우루사 좋은 일 한번 해 줘야제.


 우루사가 문제의 고목나무 지팡이를 찾아 내려오니 두 모녀는 벌써 부처님께 절을 했단다.
 우루사도 절을 올려야겠다고 하니 이쁜애기 같이하자며 따라나선다.
 경건한 마음으로 이쁜애기와 함께 부처님께 절을 올린 후 경내에 들어서니 캄캄했던 골짜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바로 내장산 뒤편 산중턱에서 내리 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옆으로 머리를 돌리니 바위병풍을 친 듯 아름답기 그지없는 서래봉 암릉이 그 위용을 뽐내며 다음에 또 만나자고 약속이라도 하려는 듯 그윽이 내려다보는 것이 환상 아니 예술이다.
 우루사 올랐던 서래봉을 가리키며 방금 우리가 저곳으로 한바퀴 돌아왔다는 설명에 이쁜애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내장사를 뒤로하고 일주문을 지나는데 이쁜애기 저기보이는 탐방관에 가보자며 조른다.
 일필휘지, 방문록에 기재하고 들어서니 방금 올랐던 서래봉과 불출봉은 물론 내장사를 'ㄷ' 자로 둘러싼 내장9봉 연릉을 비롯, 백양사를 둘러싼 등산로 등 모두가 그곳에 있다.
 한눈에 내려 볼 수 있는 데다 보턴을 누르면 점점이 이어진 불빛이 점등되는 가운데 상냥하고 아릿따운 처녀의 목소리로 설명이 곁들여진다.


 몇 발작 옮기는데 크나큰 멧돼지와 삵괭이, 검독수리 등 야생짐승과 수백여종의 각종 나비 등이 또다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한켠에 조그마하게 재현된 초옥에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방에 새끼치는 아저씨와 부엌에서 불때는 아낙에게 우루사 자연스레 말을 건넨다.
 좀 쉬면서 하시라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밖으로 나왔는데 첩첩산중이라 그런지 벌써 어둠에 싸여 있다.
 서둘러 애마로 돌아오니 시계는 어느새 오후 6시를 지나고있다. 
 우루사 주린 배를 움켜쥐고 어제 못 다한 야한 밤을 기대하며 내립다 고속도로에 애마를 올린다. 


 집에 오니 7시가 조금 지난 초저녘(?)이다.
 아픈 다리 위무를 위해 동리 목간통에 들러 뜨거운 물에 온몸을 맡기니 만사가 풍요롭다.


 어제 냉장고에 보관해뒀던 고기를 구우면서 이슬을 들이켜니 그야말로 신선이다.
 게다가 두고 갔던 식은 밥이지만 말로 형언키 어려운 그 맛. 바로 꿀맛이라던가.
 마눌님이 싸주시는 상추와 어울린 돼지고기 한점과 이슬의 만남이 이리도 맛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마눌님과 주거니 받거니 이슬 두 병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얼핏 시계를 보니 어느덧 11시를 지나니 이는 빨리 주무시라는 자시가 아닌가.
 

옆에는 이쁜애기 피곤함을 못이긴 듯 언제부턴가 깊은 잠에 빠져있고.


 야(심)한 밤에 남은 것은 마눌님과 우루사 단둘뿐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