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04/1/17 13:30 - 17:00(3시간 30분)


★ 다녀온길 : 수락산역-시립요양원-야영장-깔닥고개-독수리바위-철모바위-다사랑약수터-야영장-수락산역


★ 누구랑 : 맨처음 4명 그런데 결국 홀로..쩝



오늘 원래 석모도 해명산에 가려고 했는데 아침에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 못가게 되었습니다. 기다리고 고대하던 오랫만의 섬산행이었는데...할수 없지요. 아내와 토끼처럼 예쁜 두딸 먹여살리려면...



밖을 보니 눈인지 비인지 모를 정체불명 - 약간은 진눈개비 같기도한 그 놈이 하늘에서 날리고 있네요...작전을 세웁니다. 눈오는 산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요. 평생 감동으로 남을지 모르는 그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어요...그런데....



막 성질까지 내면서 입이 두 자나 나온 녀석들을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오긴 했는데...아 이게 웬일입니까...눈이 어느새 비로 바뀌어서 추적추적 청승맞게 내리고 있네요...애들 하는말...와~~비다 비



아마 눈보다 비를 좋아하는 놈들은 우리 애들 뿐인가 하네요...아내도 가기싫은 표정이 역력하고...결국은 그렇게 되었습니다. 혼자가 되어서 우산 펼쳐들고 지하철역을 향해 걷고 있는 제가 이상한가요...? 하긴 정상은 아닌듯 합니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수락산역에 도착합니다. 생각보다는 산객이 많질 않습니다. 어디로 갈까..가장 보편적인 길인 시립요양원쪽으로 갑니다. 질척한 길을 걸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것이 아닐까...나는 아이들을 위해 참으로 많은 것을 하고 있는거 같은데 그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나는 돈버는 기계인가...(너무 비약했나요^^)



이러저러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비가 눈으로 바뀌어 있더군요...다시 우산을 접고 눈을 그대로 맞고 갑니다. 나무위에는 서서히 눈님들이 얹혀 있구요...길가에는 어느새 산님이 눈사람을 만들어 놓으셨네요...






깔닥고개에 오르니 이제는 제법 많은 눈이 내리네요...아이젠을 착용하고 조금은 난코스인 바위들을 오릅니다. 먼저 오르신 선등자의 발자국을 따릅니다.








중간에서 만난 월계동 사시는 한선생님을 뵙습니다. 5년만의 첫 산행이시라고...올해는 주말마다 산에 가시려한다고...깔닥고개 직전 호흡이 정말로 깔딱깔딱 하신거 같더라고요...거기에서 다시 내려가신다고 해서 "조금만 더 가면 좋습니다"하고 같이 오릅니다.








철모바위에서 막걸리를 한잔 하였습니다. 가족이랑 같이 먹으려고 준비한 귤15개, 커피, 코코아 등등을 산님들께 권합니다. 마음이 넉넉해 집니다. 한선생님은 저보고 유격조교라고 합니다. 하긴 조금전 바위 난코스에서 아무리 기다리고 불러봐도 대답이 없으시길래 뭔일 생긴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말씀하시길 대답할 기운조차 없었다고 하십니다. 못된 유격조교입니다. 저는...









내려오는 길은 더 아름답습니다. 배낭에 눈가지가 자꾸 걸려서 눈 벼락을 맞곤 합니다.그래도 즐겁습니다. 이런 광경을 보지 못한 제 두딸이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아내도 이런 광경을 봤으면 굉장히 좋아했을 겁니다.








온통 눈세상입니다. 설악에는 더 많은 눈이 왔다지요? 거기에 있는 산님들은 참 행복하겠지요...하지만 안전사고에 유의하시길 빕니다.



조금 내려오니 막혔던 시야가 많이 풀립니다.






많은 눈이 걸려있어서 나무가지들이 힘들어 합니다. 앞서가시던 한선생님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춥니다. "왜 그러세요?" "무릎이 시큰거리네요.." 운동 안하다 갑자기 무리하시면 당연히 무릎 아픕니다. 꾸준한 산행만이...











이제는 다 내려왔습니다. 내려 오면서도 다시 그리워지는 것은 과연 정체가 뭘까요?
▣ 산모퉁이 - 맘이 넉넉하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어제 북한산(향로봉-대성문)에 올라서 기막힌 설경을 보았었지요... 저도 두딸에게 못 보여준게 못내 아쉬웠는데... 서울시내에 진눈깨비 내리면 산에는 기막힌 설경이 기다리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 물안개 - 멋진 눈사진 잘보고 갑니다.
▣ manuel - 눈사람 옆에 함께 자리했으면 더 아름다왔을 가족분들도 아마 지금은 아쉽다 하시겠지요 ? 함께 하시면 아빠가 외롭지 않을텐데 ...
▣ 산초스 - 수락산의 설경 멋 있습니다 .저희는 치악산의 금대계곡에서 악전고투하며 상원사로 올라 망경봉에서 향로봉까지 힘겹게 다녀왔습니다.
▣ san001 - 멋진 사진 잘보고 갑니다. 사진에 조예가 깊은신것 같습니다. 저는 그시간 반대편 불암산에 있었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