滿山紅葉의 雪嶽恐龍에 빠진 靑山夫婦의 無泊山行


 

산행일 : 2004.10.2~3  날씨 : 쾌청  기온 : 2~15℃

산행 시간 : 13시간 45분 산행 거리 : 25km  靑山夫婦 듀엣 산행

 

<산행 경로>  

 

한계령 휴게소

01 : 15

천화대

09 : 27

능선 갈림길

02 : 05

1,275봉

09 : 49

끝청봉(1,604m)

04 : 41

로프 코스(적체)

10:10-11:07

중청봉(1,676m)

05 : 05

나한봉

11 : 46

대청봉(1,708m)

05 : 28

마등령(1,320m)

12 : 01

소청봉(1,530m)

05 : 50

금강문

12 : 26

일출

06 : 21

금강굴

13 : 40

희운각 대피소

06 : 58

비선대

14 : 07

신선대

07 : 45

신흥사

14 : 52

신선봉

08 : 00

소공원 주차장

15 : 00

 

 

 

<돌아오기 위해서>

 

 여행은 또 다른 인간의 깊은 정서를 표상한다.

 인간에게 '귀환(歸還)'이라는 말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인간은 '돌아오는 동물'이다. 그러나 돌아오기 위해서는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귀환의 진한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어디론가 출발해야 한다.

 여행의 참 맛은 바로 여기에 있다.

  

- 김용석의《 일상의 발견 》중에서 -

  

(여명의 공룡능선)

(설악의 장엄한 일출)

(대청봉의 신비로운 운무)

 

칠흑같이 어두운 한 밤중인데도 달빛은 너무도 밝고 환하다. 약간 모난 달 모양이지만 중천에 떠서 온누리를 비추고, 오리온성좌의 확연한 별자리 세계는 우주의 신비가 산중에 가득한데 새벽 1시의 어둠 속에서도 가을을 만끽하려는 인파의 행렬은 한계령 휴게소에 분주하다.

무박 산행의 어려움 때문에 거의 1년을 찾지 못했던 설악이지만 가을 단풍이라는 화려한 설렘은 어쩔 수 없는 필연처럼 어둠의 노정을 찾도록 한다.

인생의 반전이 삶의 굴레에서 수없이 생겨나지만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세월의 물레방아가 되어 돌아야하는 무딘 가슴만이 아픔처럼 되돌아온다.

어둠의 산길을 걸음은 속절없음에 비교한다. 무수히 많은 어둠을 걸으며 왜 이런 무모한 일을 반복하느냐고 되묻곤 했지만 언제고 다시는 안하리라는 반문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묻히곤 한다.

서북능선을 오르는 4시간의 여정은 그저 걸으며 별을 낚고 사람의 신체 등급을 테스트하는 것인 양 오르막의 연속이다.

남설악의 절경도 점봉산의 미려함도 백두대간 줄기의 아스라함도 저만치 버려둔 채 차가운 밤바람은 동해 바다 불빛 따라 스산하게 산꾼의 언저리에 밀려온다.

 

(여명의 빛을 받아 금빛으로 아름다운 신선대)

(희운각 대피소 가는 계단길의 가을)

(대청봉에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산줄기)

(신선대의 기암 괴석)

 

여명의 대청봉에는 무수히 많은 인파가 시도 때도 없이 분주함으로 가득하다. 오색에서 한계령에서 밀려온 인파는 랜턴 불빛 따라 점점이 이어지고 동해 바다 저 멀리 퍼지는 일출의 고고한 밀려옴은 차가운 아침 바람에 인고를 강요한다.

중청 대피소의 아비규환도 도저히 참기 힘든 버팀의 기다림이요, 소청봉의 아침 서기는 긴장감의 극치이다.

  

일출!

산에서 보는 바다의 일출!

그 장엄하고 영롱한 빛에 모두는 숨을 죽인다.

두 손을 합장하고 기도하는 여인네의 간절한 바람도 아름답다.

설악의 해돋이.

어둠을 밝히는 소생의 빛.

자연의 소중함과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따뜻함의 빛.

살아 숨쉬는 나를 알게 하는 시작이던가!

 

희운각 대피소로 향하는 인파의 행렬이 대단하다. 내리막의 경사가 심하고 곳곳에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어 흐름에 맞춰 내려가기가 불편하다.

한 무리에 엉켜 가던 아내가 갑자기 스틱을 헛짚고 나뒹군다. 무려 세 번을 돌며 간신히 멈춰선 기막힘에 아연이다.

다행히 머리와 다리는 무사하고 몇 군데 바위에 스쳐 통증을 호소한다. 순식간에 닥친 안전사고지만 엄청난 불행까지도 가능했다.

언제나 안전을 외치던 산행 길이었는데 직접 당하고보니 정말 아찔하고 정신이 없다.

음료수를 마시고 온몸을 간수하니 정말 다행으로 다친 데는 없어 보인다. 희운각 대피소에서 듀엣부부의 산행을 중간 점검하고 신선대로 오르는데 겁먹은 모습이 역력하여 더더욱 조심하게 된다.


 

언제고 찾은 공룡능선이었지만 날씨와 상황이 안 좋아 늘 비켜 갔던 신선대 능선을 오른다. 가파르고 험하고 위험 요소가 즐비한 첨봉들.

하지만 단풍과 어우러진 암릉의 아름다움은 피로와 위험을 잊게 한다. 저 아래 가야동 계곡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단풍이 곱다.

설악동 쪽으로 엄청난 단애의 절벽이 사람의 기를 죽인다. 대청봉과 중청봉에 운무가 끼고 아침 햇살에 신비의 산정을 그린다.

까마득히 내려오는 사람의 줄기찬 이어짐이 시야에 들어오고 길게 험봉들이 공룡의 등줄기 마냥 위치한 능선의 아름다움이 신비롭다.

 

(내설악에서 외설악으로 연결되는 절경)

(공룡능선의 암봉들)

(천화대)

(귀떼기청봉과 용아장성)

(1275봉)

(공룡능선에서 뻗은 암봉들)

(우뚝선 공룡의 첨봉)

 

신선봉 근처 용아 장성이 한눈에 보이는 널찍한 곳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천혜의 쉼터여서인지 지나는 모두가 한마디씩 한다.

서북능선과 용아 장성 그리고 공룡능선의 기다란 줄지음이 너무도 환상적이다. 어떤 신이 있어 이런 자연의 극치를 미완성의 대본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

12봉우리의 오르내림이 분주하다. 천화대의 화려한 암봉들. 범봉, 1275봉의 우람한 모습.

저 멀리 나한봉과 마등령의 모습이 화사한 햇살에 모든 속살을 드러낸다. 정녕 설악은 신이 자연을 통해 빚은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인지 모른다.

오르고 내리고의 반복이지만 공룡은 결코 힘들지 않다. 다만 지나치는 산꾼들의 스침이 분주하고 서두르는 조급증이 약간의 가로막이지만 언제나 보여주는 멋진 모습은 그 모두를 앗아간다.


 

설악의 가을은 사람과의 전쟁인지 모른다. 아마도 산에서 1시간의 정체를 경험하다보면 도로에서의 체증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으리라.

오르막 경사에서 줄지어선 배낭 멘 산꾼들의 긴 행렬은 가을 설악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아닐까?

하지만 그 모두를 받아들이고 여유와 너그러움으로 자연 속에 흡수되는 자신이 된다면 이 또한 새로운 경지의 산행이라고 여겨본다.

나한봉에 올라 지나온 공룡능선을 되돌아본다. 결코 길지 않지만 4-5 시간을 투자해야만 하는 긴 험로.

하지만 설악의 가을을 먼저 느끼고 암봉의 우람한 자태와 우리의 산하를 맛보는 산행지로는 공룡이 으뜸이다.

무너미 고개를 지나 공룡의 고갯마루를 넘어 미시령에 이르면 설악의 가을 여행은 또 다른 운치의 길목으로 접어든다.

 

(12번 오르내리락의 연속 공룡능선)

(공룡능선의 화려한 가을 모습)

 

마등령에서 비선대에 이르는 산행은 가을 공룡의 진수를 즐기며 단풍과 산수의 경관을 만끽하는 노정이다.

단풍과 암봉 그리고 공룡을 배경삼아 포커스를 맞추는 즐거움은 서너 시간의 긴 하산도 별로 지루하지 않다.

빨간 단풍에서 노란 잎의 옅음까지 설악의 가을은 능선을 타고 흐른다.

금강문을 지나 하산의 말미에 울산바위의 위용을 바라봄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바다와 어울린 울산바위의 희디흰 진경은 설악에서 맛보는 행복이다.


 

천혜 암벽에 노송과 인간이 어우러져 간담을 서늘케 한다. 인간의 욕심은 평범함의 극한을 지나 절묘한 극지에까지 서게 한다.

로프에 의지하여 천혜의 비경을 감상하려는 도전 그것은 어찌 보면 무모하지만 미지의 세계를 갈망하는 인간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선대는 아직은 여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녹색의 천불동 계곡은 풍부한 수량과 험봉들이 어울려 늦여름을 노래한다.

비선대 아래 물가에서 탁족을 하며 산행 말미 피로를 푼다. 어려운 순간을 겪고도 꾸준히 산행에 몰두한 아내가 고맙다.

청옥-두타, 지리산, 덕유산을 종주하고 이제 공룡능선까지 완주한 산꾼의 기개가 대단해 보인다.

비록 엄청난 인파에 시달렸지만 누가 누군지 가늠키 힘든 산행에서 듀엣이 서로 의지하며 땀을 나눈 하루가 소중하다.

비록 많은 대화를 오가는 눈빛으로 나누었지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은 모두를 수용하는 인생의 오솔길로 여기고 귀로에 몸을 싣는다.

가을의 화신처럼 달려온 설악의 공룡!

장년의 틈새에서 다시올 수 있는 날들이 영원하기를 기대해 본다.  


 

(울산바위와 동해의 원경)

(천불동 계곡)

(만물상)

(화채능선과 천불동 계곡)

(설악동의 가을)

(아직은 가을이 먼 천불동 계곡)

(금강굴과 비선대)

(신흥사 청동대불)

 

<산행 거리>

 

   한계령  →  대청봉  →  신선봉  →  마등령  →  비선대  →  설악동

           7.5 km      1.5 km     5.0 km       3.5 km      3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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