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지리산( 나,SOLO )

 

" 아쉬워, 아쉬워."

 

8월 14일 SOLO와 성삼재를 새벽 2시 43분에 출발했다.
오늘의 목표는 천왕봉 거쳐 오후 5시쯤 백무동으로 하산이다.
성삼재에 도착하니 여러분이 산행 준비로 부산하고 곧이어 택시에서 4명이 내린다.
그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바삐 산으로 올랐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돌로 만든 도로 수준의 등로로 오른다.
여러 팀 추월하며 바삐 오른다.
헤드랜턴을 손에 들고(머리에 쓰면 덥고 불편) 40여분만에 노고단에 도착했다.
비박 하시는 분들이 가끔 눈에 띤다.

 

우리는 구례에 13일에 도착하였다.
SOLO는 저녁 7시부터 잠을 잘 자는데 나는 도통 잠이 안온다.
결국 한잠도 못자고 홀딱 밤을 새고 산으로 떠났다.
산행 내내 졸음을 쫓느라 고생했다.

 

시간이 촉박하여 노고단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곧장 출발이다.
계속 돌무더기길이다.
왠 돌들이 그렇게 많은지 지리산은 온통 돌천지다.
꼭두 새벽에 랜턴으로 돌길을 걷기가 만만치 않다.

 

돼지평전 거쳐 임걸령에 도착했다.

아직도 깜깜하다.
그곳에서 어느 팀이 라면을 끊인다.
임걸령 샘터는 길 옆 약 5M정도 떨어진곳인데 수량이 철철 흐른다.
목이 마르던 차에 두 바가지씩 들이켰다.
물맛 참 기가 찼다.
3분 쉬고 또 비삐 출발이다.

 

지리산 특징의 하나는 돌이 참 많다는것이다.
등로의 95%는 돌길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부드러운 길이 있으나 길이가 극히 짧다.
지리산 가기전에 어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리산은 말이죠, 노고단까지가 힘들고 그 다음은 거의 평평한 능선길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지리산의 능선길은 솔향기가 살살 풍기고 솔잎과 낙옆이 조금
떨어진 약간 푹신한듯한 완전 육산이라 생각했다.
룰룰라라하면서 능선을 거닐거란 생각은 초반에 박살이 났다.
중간 중간에 오르막도 많이 있다.
그리고 그길이 거의 돌길이다.
좌우지간 거의가 돌길이다.

 

임걸령 지나 노루목 다와서 동이 슬슬 트는데 그 시커멓던 산천이 어느 언덕을 넘는 순간
새파랗게 눈으로 다가 오는데 감탄스럽다.
곳곳에 비박하시는 분들이 눈에 띤다.

 

지리산에 와서 또 하나 느낀 점은 산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벽소령과 세석 사이 어느 전망 좋은 곳에서 우측 능선을 바라 보았는데
산들이 어찌나 큰지(뚱뚱하고 참 넓고 높다) 감탄에 감탄을 했다.
그곳에서 몇분간 서 있었다." 와! 세상에나!"

 

벽소령 지나 일행인 SOLO가 무릎에 이상이 감지 된다고 한다.
쉴 때마다 약 바르고 마사지하라고 일렀다.
평소에 그렇게 산을 다닌 사람이 왜 무릎이 아플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갈수록 통증이 오더니 ,
이젠 무릎을 피고 접을 때 자지러지게 아프단다.

 

세석 산장까지 어떻게 간신히 왔다.
일단 점심을 먹고 다시 물어보니 고통이 상당하다고한다.
앞으로 두시간이면 천왕봉인데 이걸 어쩌나.

 

예전에 내가 무릎이 아프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만사가 귀찮다.오로지 머리속에는 하산뿐이었다.
지금 SOLO의 심정이 그럴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과감히 천왕봉을 포기 했다.

SOLO보고 혼자 백무동으로 살살 내려가면 내가 바삐 올라 천왕봉 찍고 나도 장터목쪽 백
무동으로 급히 하산 할테니 그 때 만나자고 할수도 있는데 만에 하나 아픈 무릎으로 내려오
다가 더 다치면 큰일이다.
천왕봉은 다음에 또 올수도 있으나 무릎이 절단나면 천왕봉 아니라 우이동 진달래 능선도
못간다.

눈물을 머금도 둘이서 포기했다.

 

세석에서 백무동까지 대략 6.8KM인걸로 기억 된다.
평상시면 약 2시간 30분 정도면 하산 완료할 수가 있는데
부상자가 있어서 4시간은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돌무더기 돌무더기 했으나 이 백무동 가는 길처럼 돌무더기 길은 세상에 처음이다.
한마디로 인간적으로 너무했다.
끝까지 돌길이다.돌길도 참 험한 돌길이다.
역시 지리산은 컸다.
매표소 마지막 순간까지 돌길이다.

 

가는 길이 한신계곡이다.
한신계곡.
또 한번 내가 감탄했다.
용추구곡은 이곳에 비하면 유치원생이다.(실제 그렇다)
우선 계곡의 폭이 상당하다.
장마철에는 대단할거란 생각이 든다.
곳곳에 소가 있는데 그 수준이 웅덩이 수준이 아니라 저수지 같다.
물빛이 파랗다못해 시커멓다. 무섭다.

 

거의 두 시간정도 왔는데 고도계가 1000M이다.
이것 참.
갈길은 멀었다.
목적지 3KM를 남겨 두고 알탕 준비를 했다.
우선 등로에서 덜 보이는곳을 선정에 알탕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너무 차가워 발을 담글수가 없다.
처음이라 그러려니 하고 물속에 들어가 1분정도 있었는데 발에 감각이 없고 아렵다.
아려운 정도를 지나 통증이 오는데 괴롭다.
어쩐지 물속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더니.
역시 알탕은 개운하다. 상쾌하다.
새옷 갈아 입으니 날아갈것같다.

 

숙소로 오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너무 아쉽다.
부상한 당사자는 오죽하랴.
내색을 안했다. 자꾸 딴 생각만 했다.
아뭏튼 천왕봉 2시간 남겨 놓고 돌아서는 우리들 마음이 오죽 아팠으랴.
오면서 소주 한 잔씩들 했다.

 

서울집.
세석에서 탈출을 했으니 다음에는 세석부터 시작하자라는 생각이 퍼득 들면서 지도를 보니
거림에서 세석으로 가는 직통 코스가 보인다.
서서히 결심이 선다.
이번주 내로 가리라.

 

아침에 일어나 배낭 꾸려 불암산으로 향했다.
상계동에서 내려 전철 방향으로 조금 따라 가면 길건너 오른쪽에 불암산 들머리가 보인다.
45분 정도 오르니 불암산 정상이다.
태극기가 휘날린다.

덕능고개쪽 부대 위 동물이동로를 찾아 내려왔다.
이정표는 없고 방향과 표지기로 길을 찾았다.

밑에서는 사격소리가 들린다.
가까히 들리니 좀 겁난다.12시 지나니 사격소리가 멈췄다.

차도 가까이 내려오니 철로된 웬 방패같은 쇳덩어리가 보이고 바로 오른편에 부대 정문이 있
고 차도 위로 동물 이동로가 보인다.
그 위로 걸어 가며 부대 초병들과 눈이 마주친다.
건너자마자 간식을 하는데 별안간 산행이 싫어졌다.
즉시 하산이다. 이런 일은 드문데.

지리산 산행도 짤라지고 불암-수락도 짤라진다.

 

SOLO님이 오늘 병원에 간다고 했는데,
내가 통증 클리닉으로 가보라했다.
결과가 좋아야 하는데 아마 그럴 것이다.
아프면서 다음주 산님들과 약속한 치악산 산행에 걱정을 한다.
포기하라고 했다.

 

아뭏튼
나는 간다.
이번 주에 지리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