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자 : 2004. 01. 10. 04:55~16:37

2. 산행형태 : 원정산행, 종주산행

3. 교 통 편 : 기차,버스

4. 날 씨 : 안개 후 맑음

5. 산행코스 : 성삼재(04:55)→노고단 산장(05:23)→임걸령(06:27)→노루목(06:51)→삼도봉(07:07)→화개재(07:26)→토끼봉(07:51)→연하천 산장(08:46)→벽소령 산장(10:02)→선비샘(10:57)→세석산장(12:14, 12:34)→장터목 산장(13:36)→천왕봉(14:18)→장터목 산장(14:49)→망바위(15:22)→참샘(15:58)→하동바위(16:12)→백무동 매표소(16:37)

6. 산행기

지리산은 나에게 항상 좋은 기분을 남겨주었고 여러번에 나누기는 했지만 태극종주도 하였다. 단 하나 당일 종주는 시도하지 못했었는데 꼭 숙제를 마치지 못한 초등학교 학생이 수업시간 시작전에 숙제검사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이제 그 숙제를 마치려고 22:50분 서울역 출발, 04:05 구례구역 도착 기차를 예약하고 나니 마음이 설렌다.

그러나 연속 3주를 지리산으로 향하다 보니 집에서는 지리산에 꿀단지라도 파묻어 두었냐고 투정이지만, 내 숙원사업같은 당일 종주를 더 이상 미룰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변하면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갈 수 있을런지도 모르니까.

서울에서 출발하는 당일 종주는 산악회에서도 간혹 기획되지만 나만의 산행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구례구역에서 택시를 이용하여 05시에 노고단에서 출발하고 천왕봉을 오른 후 12시간 이내에 백무동에 도착하면 1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간단한 세수와 저녁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시간 3km를 운행해야하니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계획대로 진행이 가능할 것 같아 떡으로 중식을 해결하기로 하고 능선상에 샘이 많으니 물 1,000mℓ를 준비, 행동식도 넉넉히 준비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만약을 경우를 대비하여 떡 한 팩을 추가로 준비하였다.

구례구역 맞은편에 불켜진 식당에 도착하니 몇 분의 산객들이 식사를 기다리고 있고 국밥으로 아침식사를 하는데 이른 새벽이지만 맛이 있다. 줄지어 선 택시를 이용하여 성삼재에 도착한 시간이 04:54분 택시비를 치르고 출발한 시간이 예정된 시각보다 빠른 04:55분으로 웬지 예감이 좋다.

성삼재는 어둠이 감싸고 있고 인적이 없어 적막함만이 감도는데 갈길 바쁜 산객은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종석대 갈림길인 코재에는 여전히 종석대 방향의 출입금지 표식이 서 있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불빛은 밝기만 한데 아랫녘에 보이는 저기쯤이 구례읍내로 생각된다.

돌계단을 지나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니 28분이 소요되었는데 예상보다 조금 빠른 것 같다. 화장실을 찾아 몸무게를 줄이고 이내 출발하는데 조짐이 좋다. 백무동에서 서울행 버스를 탈수 있을 것 같다. 새벽이라 등로의 지체도 없고 소복히 덮인 눈들은 푹신푹신하여 운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임걸령에서 가쁜 숨을 삭이며 한 바가지의 샘물로 목을 축이니 온 세상을 다 얻은 만큼 온몸이 시원해지는데 노루목을 지나니 날이 밝아지고 있다. 그런데 날은 밝아지지만 가스로 인해 좋아하는 능선조망을 할 수 없다. 계획대로 운행한다면 장터목에서 늦은 중식을 해결하고 느긋하게 천왕봉을 오르려고 하는데 계획대로 진행될런지는 모르겠다.

반야봉 두번째 갈림길에서 산우에게 묘향대 들머리를 알려주고 삼도봉에 오르니 산장에서 머물다 온 산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표식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화개재를 내려가는데 익숙한 길이라 그런지 지겹지가 않다. 2년전 가을날 첫 종주시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계단에 힘들어질 오름짓을 걱정했었는데 세월이 지나니 조금은 생각이 달라지나 보다.

토끼봉을 지나는데 다리가 심상치 않다. 지난번 청계,광교산 종주시 어려움을 주었던 터라 걱정이 앞서 조심조심 운행하는데 연하천 산장에는 천왕봉 방향으로 운행하는 산객들의 출발준비로 분주하다. 취사장에 들러 준비해온 맨소래담으로 맛사지를 해주면서 잘 버텨주기만 바랄뿐이다.

텅빈 벽소령 취사장에는 인적이 없어 준비해간 행동식으로 입을 달래보지만 능선을 덮은 가스는 물러갈 줄을 모른다. 한정된 시간안에 가야 할 목표가 있기에 서둘러 출발하여 넓다란 군사도로를 걷는데 딛는 발걸음에 속도가 붙는다. 구 벽소령을 지나 세석산장에 도착하니 가스도 자취를 감추고 환한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어준다.

준비해간 떡으로 중식을 해결하고 출발하는데 촛대봉을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다. 지금까지 8시간을 운행하였으니 힘들때도 되었는데 동행자는 지친기색이 전혀없이 생생하기만 하다. 촛대봉에는 세찬바람이 환영해주지만 갈길 바쁜 산객이라 이내 출발하는데 음지 등로에는 반들반들 닳은 눈들이 빙판길을 만들고 있다. 평지는 운행하는데는 도움을 주고 있지만 내리막길은 걸음을 더디게 하고 있다.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 출발하고 속도를 조금 더 내야할 것만 같다.

촛대봉부터는 평이한 길이라 큰 어려움없이 내닫는데 1시간여를 소요하고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니 늦은 점심을 준비하는 산객들로 취사장이 만원이다. 갈길 바쁜 우리는 취사장 귀퉁이에 배낭을 내려두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새해 첫날 일출산행으로 새벽 3시 20분에 장터목 산장에서 짐을 내려놓은 적이 있었지만 오늘은 또 다른 느낌이다.

제석봉을 오르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한데 고사목 지대를 지나니 천왕봉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이제껏 지나온 길도 눈이 다져저 있어 많이 미끄러웠지만 이길도 만만치는 않다. 고이 모셔둔 아이젠은 편하게 지리산을 종주하고 있지만 등산화는 미끌미끌한 빙판길에 힘들어 하고 있는것 같다.

천왕봉에는 중산리에서 오르는 산객들과 백무동에서 오르는 산객들로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천왕봉의 명성에 걸맞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중봉,하봉 그리고 새재마을 대원사계곡 등등을 소개하며 잠시 숨을 고른뒤 하산길로 접어든다. 몸이 힘들어 하는 상황이니 내리막길은 평지나 오르막보다 더욱 난코스가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니 쉬고 있던 배낭이 날 반기고 있는데 둘러메고 백무동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망바위 표식을 지나는데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일출산행때는 벡무동에서 장터목까지 2시간 40분만에 주파하였는데...

참샘과 하동바위를 지나 철다리를 지나니 백무동이 가까워지는데 왁자지껄하던 새해첫날의 정경은 어디갔는지 백무동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고 관리소 마저도 인기척이 없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라 잠시 외출중인 모양이다. 마음속으로만 기원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지리산 당일 종주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길이었으며 여유있는 일정이 필요하다고 느낀 하루였다.


▣ 고추밭주인 - 저도 소시적엔 기록이란걸 중시 여긴적이 있었지요 나이를 조금먹으니 후회가 되는군요 무릎이 고장나 버렸어요. 제가 추고를 하나 드린다면 산행은 절대 경쟁이나 기록에 연연하시지말고 느긋하게 즐기면서 하십시요 -부산에서 고장난 악동-
++ 한번쯤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도전하였습니다만 앞으로는 고추밭주인님 말씀을 명심하여 되도록 무리한 산행은 지양하고 천천히 다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 슬기난 - 드디어 다녀오셨군요.이제 어느정도 몸을 추스렸으나 일정이 맞지않는군요.건강한 지리산행 부럽습니다.다음 숙제에는 동참해 볼까합니다.
++ 슬기난님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건강하자고 다니는 산행이니 주의하시면서 무리한 산행은 지양하셨으면 합니다. 오래도록 산을 찾을 수 있도록...

▣ 김정길 - 인자요산님, 사람 맞아요? 요즈음 등산인들 중에는 60대 70대도 많지요, 70대 80대 까지 즐기는 등산 하시기를....
++ 김정길 선생님 감사합니다.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오래도록 산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산인준치 - 인자요산님! 여전하시네요. 체력과 정신력 모두가 부럽습니다. 토요일 새벽 구레에서 뵙겠습니다.
++ 준치님 일출산행후 처음인데 반갑습니다. 구례에서 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