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산 가는길



이번 겨울 최대의 한파와 돌아올 때 귀경 차량들 틈에 끼어 고생할 것 같은 생각도 가보고 싶은 곳 청도, 그리고 가보고 싶었던 절 운문사 또한 오르고 싶었던 산 영남 알프스지역을 간다는 생각에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는다.

설 다음날 오전9시 허전한 도시 서울을 출발, 중부고속도로를 한달음에 지나 경부 고속도로 금강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cafe같은 분위기의 화장실 통 유리 건너 하얀 눈이 소복이 덮힌 금강을 잠시 바라보며 피로를 씻는다.

대구의 경산 I.C.로 빠져 나오기 직전 잠시동안 밀렸던 차량은 69번 지방도로 자인까지,919번 도로 갈아타고 용성지나 운문으로 달린다.

고개 위에서 본 운문 호와 주위의 산들은 절묘하게 어울린 것 같고 운문 댐을 끼고 돌아 운문사까지의 드라이브코스는 봄철이라면 환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운문사에 도착하니 오후 2시 불과 5 시간 만에 도착해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절약됐다.

매표소 입구의 유명한 울산 아지매 집에서 먹은 칼국수는 맛깔스러운 점심 한끼로는 부족함이 없다.




#운문사의 느낌



운문사!!!

국내 최대의 비구니 도량으로 1200년 역사와 주위를 에워싼 산세와 더불어 예사롭지 않다.

또한 화랑5계의 원광법사를 비롯하여 고려의 일연 스님이 바로 이곳에서 삼국유사를 집필하신 곳답게 오늘날에는 비구니 승가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펼쳐진 소나무 군락지는 수백년 된듯한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차로 지나치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생긴 소나무들이 한결같이 밑동에 상처가 나 있는 것은 일제 시대 때 일본의 전쟁물자로 송진채취 때문이란다.



운문사 경내에 들어서면 눈앞에 500년 수령의 천연 기념물 "처진 소나무"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위로 자라지 않고 옆으로 뻣은 자태도 신기하지만 매년 봄,가을에 12말씩 막걸리를 마셔서인지 싱싱한 나무 가지도 대단하다.

스님들의 법고 치는 소리를 들으며 아늑한 경내를 둘러본 후 청신암과 내원암으로 가는 오솔길을 걸어본다.

가을철 사색하며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길이다.

절 입구의 소나무 군락과는 달리 이 오솔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쭉쭉 벗은 전나무 들일 것이다.

좀더 시간이 있다면 북대암까지 오르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운문사를 빠져 나온다.

길을 나와 좌회전후 한적한 길을 몇 구비 돌아 운문사 휴양림에 도착한다.



저녁 먹기전 어슬렁거리며 계곡 안쪽 길을 따라 폭포입구까지 산책하는 것으로 오늘하루를 마친다.




#운문산으로



부지런히 이른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다.

휴양림을 나와 구불구불 운문령을 넘어 가지산 석남사를 지나 밀양을 향해 험한 고개를 넘는다.

석남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이 시작되며 왼쪽으로 밀양의 유명한 얼음골이 펼쳐진다.

고개 끝까지 내려오니 남명리, 오늘 산행의 날 머리이다.

산밑파 들에게 이곳으로 데리러 오라고 장소 지정해 주고 다리건너 우회전하여 조금 더가니 석골사 입구가 나온다.

방심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표지판은 없고 길옆으로 석골사라고 새겨진 돌 비석을 세워 놓았다.

차 돌리기조차 어려운 동네길이 이어져서 청림 산장앞 주차장에서 내려 5시간후 남명리에서 만나기로하고 차를 돌려 보낸다.

정작 석골사 절 앞에 도착하니 주차 걱정은 안 해도 됐는데......




#운문산 산행



절 옆으로 난 계곡에는 커다랗게 움푹 파인 바위와 얼어버린 물줄기가 범상치 않다.
석골 폭포 일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오전 9시 35분 고즈넉한 1500년 고찰 석골사를 뒤로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초행길이지만 방향을 잃을 염려가 없을 정도로 길목마다 표시가 잘 되어 있다.

상운암을 향한 기나긴 오름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끼고 오르다 보니 밑으로 한채의 천막이 눈에 띤다.

수건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누가 기거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오르니 엄청나게 많은 수의 돌탑들이 비탈길 따라 새워져있다.



어느 누구의 첫 시작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도 돌 하나를 정성스럽게 올려 놓는다.

가파른 비탈길을 좀더 치고 오르니 드디어 상운암이다(11시 20분).



앞마당에 상록수 한 그루 심어져있고 탁 트인 전경을 감상 할수 있도록 벤치도 보이고 스님을 뵐 수는 없었지만 올라오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를 느낄수 있었다.

커피한잔 마시고 부처님께 무탈 산행을 기원해 본다.

11시 35분에 시작한 마지막 오름 길은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다.

상운암에서 한 5분 정도 장갑을 벗고 있었는데 그사이 손가락이 얼었다.

급하게 방풍장갑을 겹쳐 끼었지만 산의 북쪽사면을 끼고 오르는 등로 라 눈길에 엄청난 추위와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12시 정각 드디어 1188m 운문산 정상에 오른다.



확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남쪽으로 천황산이 얼음골을 품에 안고있고 그 뒤 멀리 하늘금을 긋고 있는 것이 내일 가야할 간월산, 신불산이다.



동쪽으로는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의 정상부가 뾰쪽하게 서있다.




정상의 양지바른 남쪽 사면에 앉아 컵라면과 정상주를 한잔하며 겨울산의 매력을 음미해본다.

가지고 온 물이 얼었을 정도로 춥고 고생스럽지만 그 이상으로 얻는 기쁨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12시 35분 산밑파 들과 만날 남명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기나긴 내림 끝에 약초파는 움막 한 채가있는 아랫재에 도달한 시간은 1시 20분이 지날 쯤이다.

이후 남명리 마을 입구까지는 기분 좋은 산책로 같다.

잠시 쉬려고 자리잡은 바로 옆에서 누런 색의 산토끼가 놀라서 튀어 달아난다.

산에서 내려오니 마을은 온통 사과밭이다.

돌담길을 끼고 돌아 돌아 큰길에 2시20분에서야 도착한다.




#그리고 나서......



일행을 태운 차량은 가지산 유황온천으로 향한다.

남자 5200원 여자 4700원의 요금차이는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다.

시설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수영장 시설이 있다.

하지만 수영복 빌리는데 2000원이라 조금 아깝다는 생각에 온천만 하고 나온다.

다음에 이곳에 온다면 물안경에 수영복은 챙겨야겠다.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신불산 휴양림을 향해 배내고개를 넘는 마음은 점점 급해진다.


▣ 솔향. - 사진이 좋아서 님의 아이디를 살펴보니 역시 님의 작품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