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 지리산 398m
위 치 : 경남 통영시 사량면
산행코스 : 돈지 - 지리산 - 불모산 - 가마봉 - 옥녀봉 - 금평

산행일자 : 2004년 4월 7일/우리부부

◐섬으로 가는 길
풍기출발03:05 - 서대구IC04:21 - 서마산IC05:14 - 가오치선착장06:12/07:00 - 사량도금평07:40 - 돈지08:10
◐산행기록
돈지08:15 - 능선안부08:48 - 지리산09:23/09:41- 불모산10:30/10:40- 가마봉11:23 -옥녀봉11:35/11:40 - 점심12:02/12:42 - 금평13:05
◐집으로 오는 길
사량도14:00 - 가오치선착장14:40/14:50 - 칠원IC16:10 - 서대구IC17:01 - 풍기도착18:20

◈ 남해의 절경과 잘 어울린 사량도 지리산
여러 님들의 산행기와 인터넷사이트를 수도 없이 뒤적이며 마음속으로 흠모해왔던 사량도 지리산 등반을 가는 날입니다.
산과 바다의 뛰어난 아름다움으로 요즘 들어 산악인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산이니 만큼 주말에는 넘치는 산행객들로 제대로 된 등반을 할 수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한가한 날 다녀오리라 기회를 보고 있는데 마침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수학여행을 떠난다니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먼저 휴가를 내고 오늘을 기다렸던 것입니다.

새벽 2시30분에 의외로 홀가분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제일 먼저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경남 남해안 지방의 오전에 비올확률이 60%이며 오후부터 날이 개일거라는 실망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날인데…
일기예보의 날씨로는 등산을 할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 듭니다.
머리 속으로는 한걱정을 하면서도 부지런히 손을 놀려 배낭을 들쳐 메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하늘에 별은 보이지않지만 비도 내리지 않으니 다행으로 여기며 설레임의 사량도를 향해 갑니다.

짙은 어둠과 적막만이 감도는 고속도로엔 간간히 차창을 적시는 빗방울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더니 서마산IC를 통과하고 통영으로 향하는 국도로 들어서니 아예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바람까지 심하게 부니 절정을 지난 벗꽃잎들은 힘없이 이리저리 휘날리고 가뜩이나 심란해진 마음은 날리는 꽃잎처럼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등산을 포기하고 되돌아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지만 무거운 침묵에 빠져있는 아내생각에 속마음은 숨긴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얼마남지 않은 가오치선착장 길을 서둘러 봅니다.

고성을 지나면서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더니 거짓말같이 원망스럽기만 하던 빗줄기도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날씨는 맑지않아도 비만 오지 않았으면…
비가 오더라도 등산을 무사히 마칠 정도로만 와줬으면…
이런 저런 생각 속에 안개가 짙게 드리운 가오치 선착장에 도착합니다(06:12분).

서둘러 아침을 먹고 비릿한 바다내음 가득한 사량도 배표를 구한 뒤에야 잠시 여유를 찾아 안개비 자욱히 내리는 선착장을 거닐어 봅니다.
어디쯤이 사량도인지, 우릴 실은 배는 어디로 갈 건지…
넓고 넓은 바다도 그 위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도 모두 짙은 안개에 깊이 잠겨있습니다.
밤새어둠을 헤치고 왔듯이 짙은 안개를 헤치며 우리들을 안내할 사량호에 몸을 싣습니다.

둔탁한 엔진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짙푸른 바다를 하얀 포말로 가르며 사량호는 꿈에그리던 사량도로 향합니다.
우릴 포함해서 총6명의 등산객과 주민 10여명을 태운사량호의 선내는 여느 여객선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짙은 안개만큼이나 가라앉아 있습니다.
창밖의 풍경도 거의 보이질 않고 잡음소리가 더 큰 TV도 화면이 오락가락하니 그냥 두눈을 감고 잠시 명상에 잠겨봅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엔진소리는 짙은 안개속을 헤쳐가기 어려운 듯 힘겨운 소리를 연거푸 토해내더니 겨우 겨우 사량도에 도착합니다.


사량도 금평항의 모습(나올때 찍은 사진입니다.)

이것 저것 살펴볼 겨를도 없이 버스에 오르니 한창 포장중인 해안선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바다와 포구를 잠시 구경하는 사이 돈지리에 도착합니다.

조금은 개인 듯 맑아진 돈지리 포구는 아늑하고 평화스런 모습이고 그 속에 떠있는 조그만 고깃배는 주변경치와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합니다.
평일에 흐린 날씨 탓에 등산객이라곤 6명뿐인데 뭐가 그리 급한지 다른 분들은 벌써 성큼성큼 등산로로 접어 들고 있습니다.
괜히 뒤쳐지는 기분이 들어 경치감상은 잠시 미루고 오랬동안 흠모해왔던 지리산 산행을 시작합니다.
돈지초등학교 뒤로 난 등산로를 따라 가며 문뜩 산을 쳐다보니 안개에 가려 완전한 모습은 볼수없지만 범상치 않은 암릉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돈지리에서 산행을 시작하며

앞선 산행객들을 따라가기 위해 바빠진 발걸음에 짙게 드리운 안개로 바람 한점 없이 후덥지근한 날씨탓에 얼마 못가서 땀이 비오듯 쏫아집니다.
전망좋은 바위에 앉아 물 한 모금으로 가쁜 숨도 삭이고 정상에서 폭포수 떨어져 내리듯한 형상을 한 웅장한 바위의 모습에 한동안 넋을 놓습니다.

훨씬 느려진 걸음으로 능선안부에 올라서지만 모든걸 삼켜버린 안개는 겨우 보이는 해안선 너머로 가늘게 이어지는 통통배의 소리만을 들려줄 뿐 다른 어떤 것도 산행객이 보는걸 허락치 않습니다.
해안선만 겨우 보이는 바다를 내려다보고 또 내려다 보며 “날씨만 좋으면 정말 좋은 경치를 구경할 수 있을 텐데…”하는 아내의 말엔 아쉬움이 가득 배어 있습니다.
다만 간간히 부는 바람에 땀으로 범벅이 된 육신이 잠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마치 조각가가 거칠게 깍아 놓은 듯한 바위를 지나 오르니 그나마 보이던 해안선 마저 자취를 감추어 버립니다.
급히 솟아오른 산능선 줄기만 보일뿐 양옆은 안개로 가득하니 구름 위를 걷는듯한 묘한 기분에 빠집니다.
이따금 절벽엔 물기를 머금어 함초롬한 모습의 진달래가 산행객의 지친 걸음을 달래줍니다.

솔향 짙은 등산로에서 잠시 솔향을 음미하고있는 사이 아내는 옛생각이 나는지 진달래를 한잎 따서 입안에 넣어 봅니다.
그모습이 천진스럽기도 하고 가난했던 옛생각도 문뜩 떠오르게 합니다.
중학교 다닐 때만해도 도시락을 싸갈 형편이 못되어 점심시간만 되면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와 수돗물로 허기를 채우던 생각, 배고프던 어린시절 뒷동산에 올라 진달래꽃을 따먹으며 달래지지 않는 허기에 눈물짓던 부끄럽지 않은 기억들입니다.

이런저런 옛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지리산 정상입니다.
여전히 지독한 안개로 바다쪽 시야는 가려져있고 길게 이어진 산능성이엔 무심한 안개만이 바람을 타고 넘실넘실 넘나들고 있는 스산한 지리산 정상입니다.
맑은날 여기서 보는 바다의 모습을 얼마나 아름다울까?
검푸른 바다와 그림 같은 포구, 그사이로 한가로이 떠다니는 작은 어선들을 상상해 봅니다.

아쉬움을 삭이며 부지런한 발걸음을 옮기는데 바다의 풍경을 조금도 허락치 않던 안개도 우리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지 무대의 장막이 걷히듯 갑자기 안개가 확 걷힙니다.
희미하게 나마 소박한 포구의 모습도 보이고 바다의 모습도 조금 보이기 시작하니 답답하던 마음도 확 뚫리는 것 같습니다.
기쁜 마음에 아직은 희미하게 보이는 바다를 찍고 또 찍으며 불모산에 올라섭니다.

유난히 우뚝 솟은 듯한 불모산에 오르니 지리산 능선과 바다가 한눈에 보입니다.
장판을 깔아 놓은 듯 매끈한 바다가 인상적이고 옅은 안개로 희미하여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점점이 떠있습니다.
마치 소백산 위에서 운해를 보는 듯 봉우리 봉우리 희미하게 솟은 섬의 모습이 운해속에 잠긴 산봉우리 모습입니다.


불모산의모습

아직 그리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산행을 처음 시작할 때 보다는 훨씬 좋아진 날씨로 등산로 양쪽의 바다 풍경을 모두 즐기며 내려서는데 밧줄2개가 길게 늘어진 거대한 암벽이 나타납니다.
이제부터 슬슬 위험구간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생각하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 사이 아내가 밧줄을 잡고 성큼성큼 올라섭니다.
위험해보여 조심해서 오르라고 당부를 하니 보는 것 하고는 다르다며 아예 밧줄을 놓고 오릅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경사만 좀 심할 뿐 표면이 거칠어서 그리 위험하진 않습니다.
뒤따라 가마봉에 올라서니 옥녀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옥녀봉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옥녀봉의 모습


가마봉 내려서는 철사다리

노약자나 부녀자를 위해 만들었다는 경사가 엄청 심한 철사다리를 겨우 내려서서 무심결에 아내의 뒤를 밟아 가니 옥녀봉을 우회해서 지나쳐 오고 말았습니다.
여태 여러 번의 우회코스로 한번도 지난적이 없는데 힘이 빠져서인지 제일 중요한 옥녀봉을 무의식중에 우회하고 말았나 봅니다.
하는 수 없이 밧줄로 엮어 만들어 놓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오기로 합니다.
수직으로 우뚝선 거대한 암봉을 팽팽한 로프사다리로 오르는 잠깐 동안에 진한 긴장감과 스릴을 맛볼수있습니다.


옥녀봉 오르는 로프 사다리

사방이 절벽인 옥녀봉에 서서 절망적인 마음에 몸을 던졌을 옥녀를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양식장의 부표가 가지런히 떠있고 한가로운 어선이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이 보는이의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올라섰던 로프사다리로 다시금 내려서서 금평으로 향하는 길에 12시에 출발할 여객선의 모습이 보입니다.
서둘러 뛰어가면 배를 탈수도 있겠지만 어렵게 찾아온 사량도 인데 그리 급하게 굴 이유가 없어서 부두가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벼랑 끝 바위에 눌러앉습니다.


돈지리로 가는길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보입니다.

한없이 고요로운 절경의 바다를 바라보며 절벽 위에서 먹는 점심은 풍경에 심취해 언제 다 먹었는지 모를 정도 입니다.
하얀 물거품을 내며 격렬히 저항을 하는 물고기와 한바탕 씨름중인 어선의 모습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어촌 어디서나 쉽게 볼수있는 파란색과 빨간색의 지붕이 조화를 이루는 마을 뒤엔 곡선의 미가 절묘한 다락 논이 겹겹이 층을 이루며 서있습니다.


고요한 어촌의 모습


곡선미 절묘한 다락 논

40여분의 휴식을 마치고 금평항으로 내려서니 비릿한 바닷 내음이 코를 자극하는 진초록빛 바다엔 갈매기만 할일 없이 분주히 날뿐 뱃고동소리도 오가는 사람도 없는 한가로운 포구의 모습입니다.


산위에서 본 금평항


아쉬움에 뒤돌아본 지리산 전경


▣ 산초스 - 따님은 수학여행,부부께서는 기다렸다는듯 휴가내고 사량도 지리산으로 정말 가볼만한 곳 같습니다. 한밤중부터 서두르신 정성에 비도 그치고 깨끗한 전망을 보고 사진을 올려주셔 잘 보았습니다. 넘 수고 많으셨습니다.
▶큰맘먹고 가는 먼길에 비가 오락가락 해서 얼마나 애를 태웠던지요. 다행이 산행중반부터는 날씨가 개어서 그런데로 괜찮은 산행이었던것 같습니다. 주말은 피해서 주중에 하루 다녀오세요^^
▣ 똘배 - 잔잔한 바다와 살랑살랑 부는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바닷내음을 맡은 기분입니다.한번 가보고 싶군요..
▶동해바다처럼 맑지는 않았지만 아기자기한 섬들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바다는 바다의 맛이 있고 산은 산나름의 멋이있으니 둘다 즐길수있는 정말좋은 산행이었습니다.
▣ 삼도맨 - 사량도 지리망산 산악회를 이끌고도 가 보았고 개인적인으로 세번이나 가 보았던 사량도 지리망산 산행기와 사진을 보니 또 가보고 싶은 산입니다.
▶ㅎㅎㅎㅎ 삼도맨님 욕심도 많으십니다. 하지만 다른 욕심도 아니고 경치좋은 자연을 더 많이 느껴보고 싶다는 욕심이니 욕심중에도 제일좋은 욕심인듯 합니다.
가도 가도 또 가보고 싶은 산들이 많으니 얼마나 행복한 고민일런지요^^*
▣ 이수영 - 날씨가 흐렸기 망정이지 땡땡 내려찌는 폭염속에 다녀온 우리는 작년에 유격훈련 확실히 받고 왔지요. 그래서 사량도 지리산은 겨울이나 가을에 가야 될것 같더군요(햇볕을 피할 수없음) 그리고 옥녀봉은 제산행기 속의 내용입니다.( 옥녀의 전설로 유명한 옥녀봉은 아무런 전망도 없었고, 마을 주민들에 의해 쓰여진 플래카드와 돌이나 쇠붙이를 쓰면 안된다는 전설에 따라 1.5m 돌탑위에 플라스틱으로 쓰여진 안내판이 있었다. 아..이렇게 허망 할 수가..) 님이 말한 옥녀봉은 아마 가짜 옥녀봉 인듯 합니다. 모두들 이곳을 옥녀봉이라 오인을 하지요.
▶허걱!! 이수영님 지적대로 정말 가짜 옥녀봉에 다녀온듯 합니다. 우린 가짜 옥녀봉에 올라서니 돌에 사인펜으로 옥녀봉이라 적어놓았기에 아무런 의심도 하질 못했습니다. 더욱 철저히 준비하지 못하고 다녀온 저의 불찰인듯 합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계속이어가시길.....
▣ 최윤정 - 산행하기 위하여 또 새벽에 찾아 갔군요. 평화로와 보이는 어촌의 풍경과 바다와 산의 그림 잘 보았습니다..늘 좋은 산행 되시어요....^^
▶객지에 나가서 여관에서 자는것 보다는 잠을 덜자더라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게 편합니다. 작년 이맘때 월출산을 왕복 10시간 운전하며 다녀오던 기억이 생생하군요.
최윤정님도 항상 안전한 산행 이어가시길 ^^*
▣ 마이김 - 왜그리 좋으산 좋은 경치로 마치려 합니까
▶아직 산행기를 잘쓸줄 몰라서 그런가봅니다.^^*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 맷돌 - 아니4시간밖에안걸렸어요 평일날이어서 그런가 저는 제천서 4째주일요일날 갑니다 먼저잘봤습니다
▶주말엔 배표구하기도 힘들고 많은 산행객들로 지체되어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평일로 다녀왔습니다. 저처럼 가짜 옥녀봉에 속지마시고 잘다녀오시길 바랍니다......
▣ 주왕 - 풍기에서 마산까지는 고속도로가 쭉 뻗어 있어 크게 어렵지 않게 다다를 수 있으시죠? 그래도 통영까지 먼걸음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무지무지 가보고 싶은곳 중 한곳인데 아직까진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날씨가 개어서 정말 다행입니다.그림보다 더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중간 뭉클하기도한 멋진 글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어려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어지간히 힘든일은 그때를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견딜수 있으니 저는 오히려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왕님! 미흡한 산행기 잘읽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즐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