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봉 산(道峰山) 739.5m
도봉산매표소 – 우이암 – 관음암 – 마당바위 – 도봉산매표소

산행일자 : 2004년 2월 14일
산행인원 : 초등학교 동창 13명

▣ 서울 가는길
집출발05:30-영주06:00
무정차 우등버스편으로 서울이동 영주출발06:15 – 동서울 도착 08:20
전철이용 강변역08:30 – 건대입구(7호선 갈아탐) – 도봉산역09:23
▣ 등산로의 자취
매표소10:50 - 우이암12:15/12:20 – 중식12:30/13:10 - 만장봉700m전 봉우리13:45 – 관음암14:15/14:20 – 마당바위14:45/15:00 – 서원교위 휴식15:30/15:50 – 매표소16:02
▣ 풍기 오는길
전철이용 도봉산역17:50 – 건대입구(2호선 갈아탐) – 강변역18:37
무정차 우등버스 서울출발19:45 – 영주 도착21:15 – 집도착21:40

◈ 초등학교 친구들과 추억 속의 소풍 도봉산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단체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 줄 순박한 초등학교 동창들이랑…
수 십년 만에 처음 볼 반가운 얼굴도 여럿 있으리란 생각에 잔잔히 밀려오는 흥분이 온 몸을 가볍게 흔들어 놓습니다.
주말에 전국적으로 비가 오리란 일기예보도, 조카의 돌잔치도…
돌아보고 생각할 여유가 이미 저에겐 없어졌습니다.
장롱 깊숙이 들어있는 먼지 쌓인 사진첩의 누렇게 변한 흑백사진처럼 언제 어디서 보아도 정겨운 그런 친구들 생각만이 가득할 뿐…

드디어 출발하는 아침…
날씨 걱정에 창문을 열어 보니 이미 쌓인 눈도 제법인데 함박눈이 펄 펄 내리고 있습니다.
순간 많은 근심걱정이 들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더욱 빠른 손놀림으로 모든 준비를 마친 후 근심스러운 집사람의 눈총을 피해 도망치듯 집을 빠져 나옵니다.
신발이 푹푹 빠지는 적설량에 또 한번 갈등을 하는 사이 뒤따라 나온 집사람이 말없이 빗자루로 차에 쌓인 눈을 쓸어 줍니다.
미안함에 일단 인섭 친구를 만나보고 서울상황도 알아본 후, 정 안될 것 같으면 되돌아오겠다고 안심을 시켜 봅니다.

풍기에서 같이 가기로 한 인섭이와 만나 걱정스러운 몇 마디를 나눈 후 근심스러운 목소리를 실어 춘산이 에게 전화를 해보니 의외로 서울은 비가 조금 왔을 뿐 날씨가 괜찮다는 반가운 소리로 되돌아 옵니다.
이제부터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습니다.
미끄럽지만 홀로 전세 낸 길을 신나게 달려 버스터미널에 도착, 친구들 얼굴이 아른아른 거리는 표를 받아 쥐곤 버스에 몸을 실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차창 밖의 풍경도 즐길 수 없고 밤새 설레임에 잠을 제대로 못잔 탓에 조금 졸았다 싶은데 어느덧 2시간이 지나 동서울 버스 터미널입니다.
밤사이 온 비에 거뭇 거뭇 젖어있는 아스팔트 모습은 황량한 느낌이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서울 사람들 틈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바쁜 걸음을 걸어 봅니다.

생각보다는 한산한 지하철을 이용하여 도봉산역에 내려 매표소로 향하는 길…
길게 늘어선 먹자골목의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아침구경을 아직 못한 나의 발걸음을 자꾸 잡아 채니 더 이상 지나칠 수가 없어 무얼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친구와 잠시 해봅니다.
뜨끈한 올갱이 해장국을 급한 마음에 후후 불어가며 먹고 앞선 등산객들의 꽁무니를 부지런히 쫓으니 금새 도봉산 매표소가 보입니다.

이미 많은 친구들이 나와있으리라 기대 했는데 매표소 주변엔 그리 많은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우릴 먼저 알아본 현숙이와 반가움의 악수를 한 후 북부초등 출신이라는 경자, 종남친구와 눈인사를 나누고 보니 의외로 적은 인원에 약간의 실망도 들었지만 속속 도착하는 반가운 얼굴에 금새 이야기 꽃이 만발합니다.

30명은 넘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많은 친구들이 동참을 못하고 12명의 친구들이 설레임 가득한 첫발을 내딛습니다.
도봉산을 수도 없이 오르내렸을 진정한 산꾼 홍석이가 산행대장으로 선두를 맡고 나는 친구들 제일 뒤를 따르는 그런 대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집니다.

등산코스는 홍석대장에게 일임을 한 체 우린 뒤만 따라가기로 합니다.
덕분에 오늘은 나 혼자 다니던 그런 산행이 아니라 마치 소풍 나온 느낌으로 걷습니다.
그것도 초등학교 소풍 가는 기분으로…

등산을 많이 해본 친구도 있고 전혀 해보지 않은 친구도 있으니 좀 돌아가더라도 가파르지 않고 덜 위험한 우이암 코스로 홍석이가 친구들을 이끕니다.
서원교를 건너고 금강암을 지나니 제법 미끄러운 응달진 등산로가 나타나는게 입춘을 지나 봄인가 했더니 도봉산계곡은 아직 깊은 겨울입니다.

들을 때마다 쓸쓸함이 묻어나는 구봉사 풍경소리도 얼음이 녹아 질척이는 미끄러운 등산로도 서로의 지나온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데 아무런 방해가 되질 않습니다.
서로가 사는 모양새며 자식 얘기며 학창시절 얘기만 있으면 그뿐…
빨리 걸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걷다가 누구라도 힘들어 하면, 쉬어가면 그뿐입니다.

문사동과 거북샘 이정표를 지나 얼마를 오르니 홍석이가 우이암을 다녀오라고 권합니다.
친구들은 우이암을 안 거치고 바로 자운봉쪽으로 갈 거라며…
하여 잠시 친구들 틈에서 빠져 급하게 우이암으로 올라봅니다.
우이암 바로 밑 철계단을 오르는데 요란한 바람이 강한 쇠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바람에 단련된 몸이니 그냥 꿋꿋하게 오릅니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선 우이암…
인수봉과 백운대가 무척 가깝게 보이고 오봉과 만장봉이 따사로운 겨울 해를 받아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모처럼 맑게 보이는 서울시내는 빽빽이 들어선 건물이 마치 성냥갑을 오밀조밀 쌓아 놓은 것 같습니다.

일행과 떨어져 나온 길이기에 아름다운 모습을 마냥 감상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급하게 한번 더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새기고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거센 바람에 카메라를 든 손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좋은 구도를 잡으려 애쓰는 와중에 카메라 집이 강한 바람을 타고 철계단 저 아래로 날아가 버립니다.
속타는 나의 마음도 모른체 말입니다.
사진이고 뭐고 철계단을 넘어 급경사 사면을 바람이 지나간 뒤를 쫓아 겨우겨우 내려섭니다.
다행이 나뭇가지에 걸린 카메라 집을 주워 들고 내려온 길은 쳐다보니 오르막이 또한 장난이 아닙니다.

하지만 기다릴 친구들 생각에 허둥지둥 기어올라 정상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경상도 특유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소리를 더듬어 가보니 각자 정성을 들여 싸온 갖가지 반찬을 펴놓고 점심 식사에 정신이 없습니다.
어떤 친구가 반찬 만드는 솜씨가 좋은지 누구 집사람이 음식을 맛깔스럽게 잘하는지 대충은 알겠으나 후환이 두려워 공개는 할 수 없습니다.
실은 전부 살림솜씨가 프로급인 것 같더라구요… ^^*
맛있는 반찬과 몇 방울의 이슬을 함께하니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습니다.
웃고 즐기는 동안 쉼 없이 걸었을 진구친구가 도착을 하니 또 한번 반가움의 인사가 이어지고 진구친구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려 정상쪽으로 걸음을 옮겨봅니다.

여태 걸었던 계곡과는 사뭇 다른 능선 길엔 세찬 바람이 몰아치니 각자 모자를 꺼내 쓰고 새로운 결의를 다집니다.
능선길을 따라 오르며 보는 사방 조망은 어떤 산에 못지않게 멋진 풍경으로 다가오지만 이제부터 서서히 지치기 시작하는 친구들은 급경사 길을 오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관음암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몇 명의 친구는 남기로 하고 만장봉을 700미터 앞둔 이름없는 봉우리까지만 다녀오자는 홍석이의 말에 아쉽지만 무명봉에 올라봅니다.
지난번 다녀온 오봉능선과 포대능선이 뚜렷하게 보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는 내려 가는 길…
오늘 산행의 주제는 여럿이 움직이기에 안전한 산행입니다.
사려 깊은 등반대장 홍석친구는 가까워도 험한 길은 피하고 조금 돌더라도 순한 길로 계속우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관음암을 지나고 가끔 가끔 쉬는 시간마다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한번 풀린 이야기 보따리는 끝이 날 줄 모릅니다.
하지만 별 얘기 아닌데도 하루종일 들어도 싫지않고 정감이 가는 건 왜일까요?

세상 사는 얘기를 따라 걸은 발길은 마당바위에서 또 한번 멈춰 섭니다.
바위가 마당처럼 넓다 해서 붙여진 마당바위엔 많은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따사로운 겨울햇살을 즐기고 있습니다.
우리도 배낭을 벗고 앉으려는데 1시간 늦게 등반을 시작하였다는 춘산친구의 부인이 정상을 돌아 마당바위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가움에 인사를 하고 터도 넓으니 단체사진도 한 장 찍습니다.(초등학교 소풍사진 찍듯이)

마당바위를 뒤로하고 매표소로 내려서는 길은 훨씬 여유로워진 등산로를 여유로운 발길로 걷습니다.
몇 번이고 아쉬움의 눈길로 자운봉을 되돌아 보면서 말입니다.
도봉산 매표소가 가까워오니 헤어짐이 아쉬운 친구들은 황량한 냇가의 바위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자리를 잡습니다.
온종일 하고도 못다한 얘기들이 남았나 봅니다.
특히 입담 좋은 진구의 말솜씨엔 모두가 배꼽을 잡습니다.
우리의 정겨운 모습에 심술이 난 바람은 먼지와 함께 마른 낙엽을 우리에게 몇 번이고 날려 보내지만 오늘은 이 바람마저 좋아보이는 그런 즐거운 날입니다.

장장 다섯 시간의 즐거운 도봉 산행을 마치고 간단한 뒷풀이로 아쉬움을 달래며 후일 소백산 철죽제 때 다시 산행할 계획도 잡아보았습니다.
이제 헤어짐의 시간, 선뜻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친구들과 겨우 이별의식을 치루고 돌아선 길…
전철역 넘어 우뚝 선 수락산이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나란히 선 오봉 모습


도봉산 풍경1


도봉산 풍경2


도봉산 풍경3
▣ 산초스 - 길문주님 또 서울까지 원정산행 오셨네요. 초등학교 동창생들도 모처럼 만나고 산행까지 하셨으니 이보다 알뜰하고 좋은 모임이 어디있습니까? 수고하셨습니다.
▣ 주왕 - 지난 1월6일 제가 북한산의상능선 산행했던날 풍기에서 새벽에 올라오셔서 도봉산 산행하신거 기억납니다.비록 얼굴, 몸은 많이 변하였겠지만 마음만은 그시절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시절로 모두들 되돌아갔던 즐겁고 뜻깊은 산행이 아니셨을까 생각됩니다. 건강하세요.
▣ 길문주 - 산초스님, 주왕님 오랬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과 시간가는줄 모르고 즐긴 봄맞이 산행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보아도 그저 정겹고 훈훈함이 묻어나는 그런친구들과 말입니다..... ^^*
▣ jkys - 경상도 풍기에서 도봉산을 오셨다구요?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반갑읍니다.
▣ 이명호 - 제 집에서는 한시간도 안걸리는 도봉산을 그 먼 풍기에서부터 다녀 가셨다니 매번 가는 도봉산이 더욱 고맙고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좋은 산행 바랍니다.
▣ 길문주 - jkys님, 이명호님 좋은산이 있으면 어딘들 아니가겠습니까? 좋은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수도 서울이 저도 자랑스럽습니다. ^^*
▣ 김정길 - 영주 시내까지 30분 거렸다면 자택이 어디인지요 풍기 봉화 예천 보문 북후 부석 궁금합니다. 그쪽으로 자주 가게 되는데 한번이라도 만나서 국밥이라도 차라도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자주 뵈요?
▣ 길문주 - 김정길 선배님! 저의 고향 주변에 명산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당연히 자주 오시겠지요....... 저도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뵙고 싶군요...... 저의 집은 소백산 아래 풍기입니다..
▣ 김정길 - 저는 011-319-0900 입니다. 길문주님의 휴대전화번호를 메시지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