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4. 2. 15
목적산 : 감악산 (945m)
소재지 :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충북 제천시 봉양읍
코 스 : 황둔교-북쪽능선-백련사-감악산-재사골재-재사동(4시간 30분)
인 솔 : 부산새한솔산악회
인 원 : 48 명
디카촬영 : 서디카님

감악산 지도(지도를 클릭하시면 큰지도를 볼 수 있습니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과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경계에 우뚝 솟은 감악산은 북서쪽에 상원사 등 명승고적을 품에 안고 조선왕조 5악으로 불리던 국립공원 치악산의 웅장한 위세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산이다. 더구나 제천시에서도 월악산 금수산 등 제천 10경에 가려져 이 산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글이 없어 제대로 된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고 다만 몇 개의 산행가이드에 소개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탓에 오히려 오염되지 않아 깨끗함을 간직하고 있을법한 산을 새한솔산악회가 찾아 나섰다. 원주하면 이곳 부산지방과는 달리 유난히도 눈이 많은 지역이고 보면 남쪽 지방의 사람들에겐 눈을 밟고 산행하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산이다.

일찍이 이 산을 오른 후에 한국의 산하에 산행기를 남긴 일만성철용님의 글을 보니 다음과 같은 귀절이 있었다.
『감악산은 원주시 신림(神林)면에 있는 산으로 글자 뜻 그대로 자고로 신(神)과 관계된 것이 많다. 남쪽 봉양 쪽에 있다는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 들어와 화전을 일구고 옹기를 구워서 생계를 유지하며 신앙을 키워 나갔다는 '배론성지'가 그러하고 이 근처에 있다는 '가나안농군학교'(Canaan farmhand school) 또한 그러하였다.』

여기서 잠깐 배론(제천10경중의 하나임)이란?
배론이란 지명은 골짜기가 배 밑바닥 같다고 하여 한자 새김으로 주론(舟論), 또는 음대로 배론(排論)이라 하였다고 한다. 정조 15년(1791년)부터 시작된 천주교 탄압은 1868년까지 계속됐는데 지난해 여름 둘러본 서산의 해미읍성에서만도 2000여명의 신도들을 호야나무에 목을 메거나 웅덩이에 생매장 됐다고 하니 그 당시 박해가 과연 어떠했는지 짐작하여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 호야나무는 가지가 부러진 채로 천주교인들의 순교지를 지키며 해미읍의 보호를 받고 있다.

다시 잠깐 가나안농군학교란?
복음화를 통한 구국, 농민운동의 목표아래 창설된 그리스도교 사회교육기관으로 가나안이란 요단강 서쪽 땅의 옛 이름으로 여호와가 이스라엘 조상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이상향을 말한다.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도 말라는 슬로건아래 1973년 이곳 원주시 신림면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농군학교가 있다.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감악산은 5만분의1 지도에서는 분명히 감악봉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일반 안내서나 등산인들 사이에서는 감악산으로 불려지고 있음은 잘못이라고 「한국의 100명산」을 펴낸 안경호님은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월간 山」지에도 분명히 감악봉으로 실려있었다.

교대앞에 도착해보니 좌석은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 토요일부터 예약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억지로 차에 올라와서 자리를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출발시간 까지 기다렸다가 자리가 없어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보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모두가 예약문화가 정착하지 않은 탓이리라.

오늘도 변함없이 반가운 얼굴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부산을 벗어나 경북으로 들어서니 산봉우리마다 희끗희끗하게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풍기를 지나갈 때는 설국의 모습을 드러낸 소백산이 눈에 들어왔다.

5km나 되는 죽령터널을 통과하여 신림 IC에서 내리니 또다시 국도 신림 터널을 통과한다.

만남의 광장에 모인 회원들


11시 50분
산행기점인 황둔리 만남의 광장에 도착하니 나옹대사의 토굴가를 새긴 돌 비석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만남의 광장에 있는 나옹대사의 토굴가 시비


날씨 또한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지만 오르는 길이 응달이라 방심해서는 안된다.
감악산의 두 개의 봉우리(일충봉, 월출봉)가 바로 코앞에 올려다 보이고 응달쪽이라 하얀 잔설이 그대로 남아있다. 황둔교를 지나 곧 바로 산행은 시작되었다.


황둔교를 지나 감악산의 품으로 접어들어..





원래는 감악고개를 향해 계곡으로 오르기로 되어 있었으나 등산의 짜릿한 묘미를 맛보기 위해 좌측 능선으로 코스를 바꿨다. 가파르긴 하나 그런대로 별 위험구간 없이 눈길 능선을 올랐는데 40분정도 지나니 경사는 가팔라지고 위험구간들이 군데군데 도사리고 있었다.

로프에 의지해서 오르막길을 오르는 회원들 1


로프에 의지해서 오르막길을 오르는 회원들 2


로프에 의지해서 오르막길을 오르는 회원들 3


로프에 의지해서 오르막길을 오르는 회원들 4


험로를 오르는 회원들


설치 해놓은 자일에 몸을 맡기고 급경사 눈길을 오르는 회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앞서가던 대장님은 자일이 없는 곳에 자일을 설치하며 회원들의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 주었다.

회원들의 안전산행을 위해 로프를 설치하는 산행대장님


잔설이 얼어있어 바위지대를 통과할 때 발붙일 곳이 없어서 애를 태우는데 양쪽은 단애로 이루어져 조심하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한 곳을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며 모두 무사히 통과했다. 지나고 나니 오밀조밀한 등산로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잔설을 머리에 이고 솟아있는 암봉들


정상 직전 남쪽의 조망


두시간의 오름 끝에 정상에 섰다.

감악산 정상석


지도를 꺼내놓고 바라보는 정상에서의 조망은 남서쪽으로 주론산과 구학산을 돌아 백운산이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남대봉의 줄기가 향로봉을 거쳐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치악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북동방향으로는 백덕산과 가리왕산쪽 산줄기들이 끝없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첩첩으로 둘러싸인 산맥들이 소백산의 줄기인 듯 흰눈을 하얗게 이고 하늘금과 마주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남쪽의 산군들


정상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회원들


조망을 끝낸 후 내려오니 백련사는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서 1km를 내려가야 한다. 아직은 선두에 속해있어 갔다가 다시와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 백련사를 향했다. 백련사를 향하는 길은 바로 감악고개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백련사 전경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백련사는 1300여년의 세월을 고난속에 견뎌온 듯 초라하다. 호국불교시절에는 분명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지나온 세월이 무상하기만 하다. 천하를 호령하던 그 시절 같으면 이렇게 외롭게 산중에 있을 것이 아니라 당당히 중생속에 파고들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을텐데.....
백련사는 신라 문무왕 2년(662년)에 의상조사가 창건했다는데 절을 지을 당시 연못에서 백련이 피어났다 해서 절 이름을 백련사라 했다고 한다.

백련사를 뒤로하고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니 무척 힘이 든다. 원래는 이 백련사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일행은 아무도 오지 않았고 나중에 알고보니 전망좋은 바위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처음 올라왔던 길과 마주치는 능선에서 고픈배를 채우고 재사골 재를 향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군데군데 겨우살이가 눈에 띈다. 만병통치약쯤으로도 불리는 겨우살이가 많기로는 북덕유산 백련사 부근에 가장 많고 다음에는 해인사 부근이리라.

재사골재로 하산하며 되돌아본 암봉


제천과 단양쪽에는 굴참나무가 유난히 많다는데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봉양에는 도토리를 조리해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전문식당들이 생겨났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울고넘는박달재」라는 유행가 가사에서도 '도토리 묵을 싸서....' 라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인 것 같다는 자료를 본적이 있다.

하산길에 석기암봉을 바라보며


재사골재로 내려서니 석기암봉으로 오르는길이 앞을 가로 막는다.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석기암봉이지만 산행로는 열려있지 않은 듯 발자국이 별로없다. 우리는 재사골재에서 좌측으로 재사골을 따라 내려오니 골의 길이가 예사롭지 않다. 계곡이 넓어지고 소와 암반들이 눈에 보일 즈음 별장같은 고급스런 집들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고 민가가 하나둘 보인다.

스스로를 땡초로 비유하며 무성한 갈대숲 사이로 하산길을 재촉하는 영한님


재에서 하산하는 재사골은 겨울의 한가운데 있는 듯 하얀눈이 그대로 쌓여있어 하산길의 발을 편하게 해 주었다.

한국의산하 표찰을 달고


멀찌감치에서 바라볼 때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산 같지만 그렇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쉬운 산이다. 산명에 '악'자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리라.
감악산은 분명 치악산 국립공원에 속해있지 않으면서도 등산로 정비는 잘 해두었고 안내판도 적소에 잘 설치해놓은 것 같았다. 이 글을 빌려 이 산을 관리하시는 관계자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재사동 3개의 다리를 건너 차량에 도착하여 4시간 30분의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산행을 끝냈다. 안전산행을 위해 특별히 애쓰신 새한솔산악회 임원진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산행기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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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청산은 나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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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永漢 - 첫번째 사진은 희양산 사진입니다.^^*
▣ 이우원 - 잘못된 부분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치겠습니다.

▣ 永漢 - 저도 한국의 산하 패찰을 달고 다녔는데 거의 세미클라이밍을 하면서 부지불식간에 뜯겨져 나간 모양입니다.다시 제작해야겠습니다.아예 배낭에 박음질을 해 버릴까요.^^*
이우원- 영한님 거기다가 땡초라고 새기는거 잊지 않으시겠지요 ㅋㅋ

▣ 서디카 - 우원님.. 함께한 감악산 산행.. 의미깊은 산행 이었습니다... 다음 또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이우원-서디카님 사진 촬영하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 이수영 - 지금 사진은 한장만 보이네요 하지만 영한님의 산행기에서 사진을 보았기에 섭섭하지만 만족하고요, 음악이 넘 좋네요. 족발과 소주 한잔 같이 하고 싶은 분위깁니다. 꼴깍..
이우원-지금 사진이 뜨지 않는것은 컴내꺼 서버에 문제가 있는듯 하는데 오래가지 않을겁니다. 신경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 이두영 - 이우원님 사모님의 건강도 완쾌되시질 않았는데 같이 산행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악산에 대한 자세한설명 감사합니다 자주 함께 산행할수있는 기회를 가지도록합시다 수고하셨읍니다
이우원-이렇게 좋은 산을 오를수 있다는 것도 모두가 다 회장님 덕분입니다.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 천사 - 제가 좋아하고 틈만 있으면 오르는 감악산을 산행하셨네요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이우원-천사님은 주거지가 부근인가 봅니다. 이렇게 좋은 산을 자주 오를수 있다니 천사님은 복도 많은가 봅니다. 부럽습니다.

▣ DibBay - 꼭 가보고 싶은 산 입니다. 구경 잘 했습니다. 늘 즐거운 산행 되십시요
이우원-변변치 못한 산행기를 끝까지 읽어부셔서 감사합니다. DibBay 님도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 많이 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창원51 - 부산서 멀리까지 갔다 오셨군요. 산행기, 사진 잘보았습니다. 올해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 많이하시길...
이우원-가끔씩 님의 산행기를 읽어보고 있습니다. 편집도 잘하시고 더구나 창원이면 이웃동에나 마찬가지 잖습니까. 한국의 산하패찰을 달고 다니니 기회가 되면 만날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창원51 여러님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 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