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의 꿈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금년들어 가장 추웠던 12일 밤 노짱과 함께 진부를 거쳐

하장 귀네미골 입구에 차를 세우고 한숨 눈을 붙이고자 하나

쓍~하는 바람소리가 무섭기까지 하다.

 

함께라고는 하지만 지난번처럼 내가 한구간을 앞서가는..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내가 먼저 출발한다. 일출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표석을 끼고 귀네미마을 임도를 차로 오른다

 

지난번 콘크리트 길을 따라오다가 능선을 두개나 지나쳐서

큰재를 찾지못하고 시간에 쫒겨 하산했던 기억이 새롭다

일출이 시작되는지 동녁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다. 과연 일출이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자랑할 만한..

물탱크가 왼편으로 바라보이는 능선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서 있기조차 어려운 바람과 추위는 자연의 무서움 그것이었다.

스틱으로 의지하며 걸음을 옮긴다 뺨과 손가락이 얼어붙는 듯

장갑에서 손을 안으로 구부려 곰배손을 만들며 그래도

잠시후 큰재에 도착한다.

 

대간은 북쪽으로 크게 휘어나가고

앞선이들의 표시기를 따라 무시무시한 바람속을 헤쳐나간다

여름이라면 몹시도 성가실 잡목들의 훼방도 너무도 추운 때문에

개의치 않고 황장산을 향하여 걷는다

 

한시간반만에 표시기들도 얼어붙은듯 돌돌 말려있는

황장산에 도착한다. 그토록이나 이곳을 지나지 못하여 마음이 쓰였는데

동북쪽으로 미로에서 댓재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우리의 산하를 우리의

필요에 의하여 산자락이 깎여나가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 길이 없으면

태백,정선과 삼척은 어떻게 교통이 될까..

잠시도 머무를 수 없는 추위 때문에 서둘러 댓재로의 내림길을 간다

두시간 조금지나 삼척시에서 세운 멋진 탑이 있는곳 오늘따라 산신각의

모습도 좋아보이지만 얼른 휴게소로 들어가 몸을 녹여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이 나지않는다. 또 한구간을 걸어왔다는 생각밖에는..

이제 닭목이에서 시작하는 노짱을 써포트해야 한다

임계를 거쳐 대기리에서 아침겸 점심을 만들어먹고 산불초소에 양해를

구한 다음 산으로 드는 노짱을 뒤로하고 대관령으로 차를 옮긴다.

 

14일 아침 6시 성황당 길을 따라 산으로 드는 노짱을 뒤로

진고개로 차를 옮긴다. 아직 경방이 끝나지 않았고 더욱 이 구간은

동대산까지 휴식년제에 걸려있기 때문에 여전히 불법산행이기도 하다

어제 대관령의 기온이 영하 17도 였다는데 지금도 만만치 않은 바람과

추위가 오름길을 오르는 나를 잡아당기는 듯 하다.

 

등뒤로는 붉게 물든 아침노을이 아름답다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에서 천점바구는 나는 저런모양을 보면 똑 눈물이

날라고 허요하는 말을 누구에겐가 했었는데.. 한낮 머슴이었던 그가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를 그토록 사랑했었으니 누군들 지금의 이 모습이

장엄하고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예의 황소걸음으로 동대산을 오른다

몹시도 추워서인지 한시간만에 01-05 동대산이다 맑은 하늘아래로

펼쳐져 보이는 우리의 산하는 과연

오대산의 다섯봉우리중 두번째인 두로봉까지는 8km 세시간정도로

예정해 본다. 눈이 얼어붙어 몹시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하며 차돌백이를

지난다. 대개 새벽산행을 하는 때문에 사진이 잘 알아보기가 어려웠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워낙에 추워서 카메라 꺼낼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한참을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두로봉 오름길에는 그나마 추위의 덕을

조금은 본듯 합니다^^ 11시 조금지나 산림청과 국립공원에서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지가 서있는 01-21 두로봉에 섰습니다 이제는 남쪽으로 보이는

오대산의 형제들이 흰눈을 머리에 이고 사이좋게 서 있습니다.

 

신배령을 향하는 내림길은 눈이 쌓여 위험스럽습니다

아이젠을 신고 조심해서 내려갑니다. 바람을 피해 산자락에서 따뜻한 물에

말아 점심을 먹습니다. 길이 멀어서 서둘러 보지만 워낙에 황소걸음인지라

마음처럼 걸음이 옮겨지지가 않습니다

 

한시간여 만에 신배령에 도착합니다

너무나도 추워서 그저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이 구간은 표지가 전혀 없습니다. 응복산에 도착할때까지는..

복룡산인가.. 가칠봉으로 갈려나가는 삼거리를 지나고 숨이 턱에 차는

오름길을 지나 응복산에 오릅니다

 

바닥에 동판으로 정상표지가 있으며 구룡령 6.8km를 알려줍니다

시간은 벌써 두시반이 지났습니다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마지막 구간을 가는 마음으로 추위를 견뎌봅니다

선배들의 산행기에서 악명높은 약수산 아래 안부입니다

어림하여 8~900m정도 일텐데 첫봉 오름길부터 지쳐있는 황소걸음을

더욱 더디게 합니다. 오름길 중간에서 그래도 사진 한장도 남겨보며

얼어붙은 눈 사이로 약수산에 올랐습니다. 해는 십여분이면 질것입니다

아직은 불빛이 보이지는 않지만 저 아래에는 구룡령휴게소가 있을것이구요

바쁜마음에 아이젠을 벗고 내림길을 갑니다. 그런데 중간에 약간 오름길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것도 힘이 듭니다^^ 이제는 구룡령을 오르는 차들의

소리와 불빛이 보입니다. 끝없어 보이는 계단을 내려 휴게소 뒷마당에

내려섭니다. 이제 내일 하루만 하면 황소걸음의 대간에의 꿈은 이루어집니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짱과 만나며 하루를 마칩니다.

 

진고개에서 시작하는 노짱을 배웅하고 다시 구룡령으로 향합니다

15일 아침입니다. 주문진 양양까지 돌아가는 길을 줄여볼 요량으로 418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봅니다. 어성전으로 하여 서림으로 넘는다면 50여km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잘못되었습니다. 어성전에서 면온치리로

비포장 임도를 따라(418지방도) 넘어가는데 사거리가 나옵니다

표시도 없어 인근에 사는 사람의 도움을 받습니다. 지도에 표시가 되서..

종종 차들이 들어오는데 비포장으로 거리가 20여km이고 경방기간이라

바리케이트로 막혀있다는 것입니다.

 

하는수없이 새로생긴 59번 국도(진고개 아래에 소금강 못미쳐 59번 국도

표시가 있습니다 철갑령을 넘어 어성전으로 연결이 되는데 약 4km 비포장

도로입니다)를 따라 양양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시간이 마구 흐릅니다

왼편 능선을 넘으면 56번 국도입니다. 그쪽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살피며

진행하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양양까지 나가서 한계령쪽으로 오르다가

구룡령 56번 국도로 들어섭니다

 

새벽에 조금내린 눈이 얼어붙어 있는 고갯길은 조금은 위험스러워 보입니다

9시30분이 지났습니다. 은근히 구룡령정상에 산불감시원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해 봅니다. 조침령 21.5km는 그리 쉬운길이 아닌데 10시가 되어 산에들면 하산길이

어려울 것은 뻔하니까요

 

찬바람만 불고있는 고갯길에는 제 바람처럼 산불감시원도 없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행장을 갖추어 동물통로 옆으로 마지막 구간을 들어섭니다.

갈전곡봉을 향하여 오름길을 오릅니다 뒤에서는 약수산이 나를 보고

혀를 차는듯 합니다. 7시간에 걷는다면 황소걸음의 대간잇기는 그래도

깔끔하게 끝날 수 있을 것 입니다. 힘드는 오르내림을 반복합니다.

이 구간에서 가장 높은 갈전곡봉에 섰습니다

 

나무십자가처럼 생긴 표지목에 아래로 써내려간 좌측에는 쇠나드리

12.7km 6시간이 걸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조침령은 약 5km입니다.

과연 다 갈 수 있을까왕승골 삼거리를 향합니다

내림길이 몹시 미끄럽습니다.

 

1시 반이되어 왕승골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표언복교수님의 안내에는 오른편(동쪽)으로 15분 거리에 민가가 있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표교수님 뿐만이 아니라 앞서 이 길을 가신 모든분들게

후답자는 도움을 받습니다. 많이 망설입니다. 남은 거리도 많고 시간은 모자라고

선채로 식사를 하며 망설여 봅니다.

연가리 샘터를 안내하는 산림청의 표지를 기준으로 쇠나드리까지는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높아보이는 고갯길로 오릅니다. 추위는 조금 가셨는데 식사후의

오름길이 힘들기 한이 없습니다. 불대장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추운 날씨에 혼자서 걸어가고 있는 것이 늘 안타까운 고마운 사람이지요

조심하시라라는 격려를 받으며 없는 힘을 내보며 오름길을 오르지만 어쩔 수 없는

황소걸음의 한계를 느끼며 오르며 쉬며 쉬며 오르는 것을 반복합니다.

이 구간은 우회로가 거의 없습니다. 2~30m짜리 언덕하나도 남김없이

오르고 또 내려가야 하니까요..

 

세시가 조금지나 연가리 샘터에 도착합니다

기실 샘터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남아있는 거리입니다

조침령 약10km 두시간정도의 야간산행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오늘로 장정의

끝은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바람몰이 삼거리까지는 가야합니다

행여 오늘 끝내지 못한다 할 지라도

 

정말 이 구간은 쉴틈이 없습니다

오른만치 내려가버리는 그리고 또 그만치 올라야 하는 어려움의 연속입니다

아이젠을 손에 들고 내림길에서 신습니다. 풀기가 귀찮아서 맨땅에도 그냥갑니다.

대간에의 꿈은 이리도 힘이 듭니다

 

바람몰이 삼거리에 4시반이 조금지나 도착합니다

멧돼지만 아니라면 두시간이 못할 것은 아닌데.. 워낙에 이 구간에 많이 산다는

그 친구들 때문에 왼편 내림길을 살핍니다. 어두워지고 있고 길은 희미합니다.

눈물을 머금고 쇠나드리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게 크게 잘못되었습니다.

하산을 하고자 하면 구조침령까지 가서 임도로 내려가면 될 일인데 실망으로

힘이 풀리고 판단이 흐려졌는지 계곡길을 하산길로 잡는 실수를 한 것입니다.

캄캄해져 오는 산길은 희미한 랜턴하나로 가늠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자꾸만 길을 놓칩니다. 추위 때문에 안경도 벗어놓고 갔는데

그래서 길을 어림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길을 포기하고 계곡을 따르다가

다시 길을 찾아드는 것을 몇차례 반복하다가 계곡위 20여m에 사면으로 만들어진

길에서 몇번이나 추락할 뻔 합니다. 와중에서 6년간이나 들고다니던

회사(핸드폰^^)도 잃어 버립니다. 1.9km로 생각하고 내려온 길입니다

 

어둠속에서 온갖 공포가 밀려오지만 그래도 이 길의 끝은 쇠나드리라고 믿고

깜깜한 어둠을 헤쳐 내려옵니다.밭자락이 보입니다. 길도 임도처럼 넓어지며

저 아래에는 등불도 보입니다. 억울하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인 것 처럼 생각이 되기도 하고..

다 내려섰지만 추운바람 때문에 콧물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것이 뚝뚝 떨어집니다

차라리 그냥 야간산행을 하였어도 이토록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었는데..

 

우왕좌왕 좌충우돌 걸어온 이 길이 끝이 나려면 한번쯤 더 와야 되겠네요..

노짱이 기다리고 있는 차를 타며 아직은 이루지 못한 대간에의 꿈을

가슴속에 남긴 채 우리사는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장문의 글을 보아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걸었던 길: 13일 큰재- 댓재 약 6km 2시간

14일 진고개-구룡령 23.5km 10시간30분

15일 구룡령-바람몰이 약17km 7시간30분 하산 1시간반 불포함

남은구간:  바람몰이-조침령 약5km, 백화산-이화령 약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