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짙어가는 벌써 여름의 산하에

너무도 가물은 탓에 발에 밟히는 낙엽소리가 무섭기도 한

여러곳에서 산불이 발생하여 산하를 태우며 또한 그 산불을 끄느라 많은이들이 고생을 하며

더우기 천태산의 불은 천년고찰인 영국사까지 태울뻔 했다하니 제발 비가 많이 내려서

메마른 산하를 적셔주기를 고대하며

 

산꾼들은 불을 내지않는다(?)라는 신념으로 H산악회 회원들을 덕산재에 수송하고

나는 나대로 남진하는 대간길을 따라 못 다 이은 백두대간에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버석거리는 산길을 들어선다

새벽안개가 자욱했던 것으로 보아 오늘은 몹시 더울듯 하지만 짧은 거리인지라 가벼운 차림으로

또 즐거운 마음으로 대덕산을 오른다

 

늦게핀 진달래가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고

상쾌한 아침공기를 들이마시는 기분좋은 대간길은 이름모르는 새들이 축하노래를 부르는 즐거운 길입니다

그렇지만 오름길이어서 상당히 힘이 드는 그런 길이기도 하지요

 

얼음샘까지 한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오를 수 있었으며

차거운 샘물은 고마움 그 자체입니다 임걸령이나 노고단처럼 높이로는 비교가 안되지만

그래도 이리도 높은 산위에 이런 샘이 있다는것 그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지요..

 

흐르는 땀이 안경사이로 파고듭니다

자주 닦아내니까 얼굴이 따갑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참 좋습니다 대간길을 걷고 있으니까요^^

30여분을 더 올라 대덕산 정상에 오릅니다

 

아직은 아침안개가 다 걷히지 않았지만 조망은 참 멋있습니다

진달래꽃 사이로 동북진하는 우리의 대간능선이 마치 용이 '용트림'을 하는 듯 합니다

저 기상이 백두산까지 이어지고 그 길을 따라 걸어볼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꼭 묘석처럼 만들어진 정상석 옆에 모자를 벗어놓고 사진을 남깁니다

서남쪽으로 가야할 길이 가야할 능선이 줄달음 칩니다 바로 앞에 있는 초점산(삼도봉)에서 갈래친 능선을

신경수님께서 뭐라고 이름을 지으셨는데 무심한 산후배는 벌써 그 이름을 잊은것이 미안스럽습니다 

 

바로 앞에 '삼봉산'이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도 있습니다 '백두대간특별법 결사반대'을 외치는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하여 산 중턱까지 일구고 있습니다. 보존과 개발..

둘이 공존하는 숙제를 우리는 아직 풀어내지 못하고 있지요

 

소사재로 내려올수록 '개발'은 더욱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온 산은 상채기 투성이가 되가고 있는 중 입니다 명쾌한 해답이 없으매 무거운 마음이고 때맞추어 뿌려놓은 거름은

지난는 이의 정신을 몽롱하게 합니다 마치 '술 취한것' 처럼요

 

소사재에서 라면 한그릇을 사먹고 삼봉산을 오릅니다

무시무시한 산자락에 가기도 전에 일구어 놓은 삶의 터를 따라 밭 가장자리를 걷습니다

기왕에 저리도 파 헤쳐놓았다면 저기서 생산되는 작물들이 저들을 윤택하게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출입통제선을 지나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됩니다

 

더운 날씨가 아니라 뜨겁습니다 ㅠㅠ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쳐내며 꾸준히 오릅니다 한시간반이나 지나서야 덕유삼봉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멋진 바위들을 이고있는 산위에서 잠시동안 조망을 즐겨봅니다

 

이 산은 조정래님의 '아리랑'의 배경중의 한곳입니다 아마도 '보름'이라는 촌부의 아들이름이 이 산의 이름을 딴

무척이나 듬직하고 조국의 '해방'을 위하여 한 시대를 산 그런 사람의 이름이 이 산이라면 참 잘 지었다고도 생각해 봅니다

한자로 잘 새겨놓은 정상석은 조금 더 가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컴컴해 집니다

쏟아지는 빗속에 '새앙쥐'가 되더라도 그리되기를 빌어보며..

 

호절골재, 된새기미재, 수정봉등이 이 길을 지나는 이름들 입니다

이정표가 없기도하지만 도데체 '된새기미재'마루에 있다는 헬기장은 전혀 찾을수가 없었으니 내가 엉뚱한 길로

온것이 아니라면 선배들의 산행기가 틀린것이 되는데..

 

건너편 산자락에 송계사에서 빼재로 넘어오는 길을 만드는 현장이 보입니다

아마도 바로 밑이 빼재이겠지요 저 도로가 뚫리면 덕유산 남쪽을 도는길이 훨씬 가까워질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앞에 보이는..산 허리를 깍아내는 일들이 꼭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산하의 신음이 들리는 듯 합니다

 

작년가을 이후로 다시 문을 연 신풍령휴게소가 보입니다

오가는 사람이 별로인 탓에 그 흔한 유행가 소리도 들리지 않는 참 쓸쓸한 휴게소에서 커피한잔을 마시며

오늘의 대간길을 접습니다 힘들기도 했고 많은 생각들도 하게 했지만 황소걸음은 또 한구간을 이어갑니다^^

다시 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