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스치는 봄바람에 훈풍이 감도니 남녘에서는 꽃소식이 앞다퉈 올라온다. 가만히 집안에 틀어박혀 있으려 해도 창가에 다가와 두들기는 봄 햇살에 어찌 바람나지 않으리요! 더구나 서울의 진산 삼각산을 간다는데……

  지난번 산행피로가 다 풀리지도 않았고, 전날 저녁 친정어머님 생신축하로 밤늦게 새벽 1시까지 어울린 탓에 피로가 누적되었지만 또다시 주체할 수 없는 봄바람, 산바람을 잠재울 수 없어 배낭을 꾸린다. 오늘의 출발장소인 체육관으로 향하는데 여명에 들뜬 거리 풍경에 한껏 매료되어 오늘 산행도 예감이 좋더니 역시 예감이 들어맞았다. 휴일이면 사람들로 인산인해라는 북한산 아니 삼각산이 야구경기로 호젓한 산행이 되었으니…….

                                       (아침 여명의 거리풍경)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삼각산 산행인데다가 12년 만에 개방했다는 코스라기에 기대가 컸던바, 기대보다도 훨씬 더 큰 만족을 주었다. 사기막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줄곳 가파른 된비알로 이어지는 코스에 숨은벽 능선을 지날 때에는 오금이 저리도록 스릴 넘치는 풍경에 압도되고 숨을 죽이며 기어오른다. 거대한 암봉인 인수봉의 자태에 연신 눈길을 빼앗겨 진행이 더디기만 하고 인수봉 암벽등반에 나서는 젊음에 경탄의 눈길을 보낸다.

                                (저길 오르는데 오금이 저려서)

                              (숨은벽 능선에 들어서며 양쪽으로 인수봉과 백운대)

                                    (숨은벽 능선을 기어오르다)

                                       (인수봉 설교벽과 숨은벽)

  백운대 오르는 길목에 서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오늘도 야구경기에서 일본을 이겨 우리나라의 국운이 힘차게 뻗어나가길 빈다. 삼각산 정상 백운대에서는 말로만 듣던 인수봉, 만경대, 염초봉, 의상봉, 노적봉 등등 유명 봉우리들을 직접 바라보니 봄바람에 일렁이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저 봉우리들을 언제 다 밟아볼 수 있을까?

                                    (백운대 정상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입니다)

                                 (인수봉의 위용과 도봉산 주능선)

  12년 만에 개방했다는 영봉에 올라서니 또 다른 모습의 인수봉에 넋이 빠진다. 저 멀리 도봉산의 주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수락산, 불암산이 손짓한다. 영봉 주변에는 고사목이 많아 안타까웠다. 우리 모두 조심해야지 순간의 방심이 이렇게 오래도록 상처로 남아 있다. 삼각산,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불암산 등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명산들이 감싸고 지켜주는 수도 서울을 모두가 잘 보존하고 가꾸어야 한다. 코끼리 바위를 조망하고 육모정 고개를 넘어 용덕사를 거쳐 주차장에 도착하니 5시간 30분이 걸린 봄바람 난 그렇지만 ‘봄바람은 용서해 줄 수밖에 없다’는 삼각산행이었다.

                                        (영봉에서 본 도봉산)

                                         (영봉에서 본 인수봉과 만경대)

                                 (영봉 정상석 뒤로 인수봉과 만경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