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토요일에 산행을 한다. 지난주는 마지막 휴가철이라 동행자가 없어 홀로 수락산을 종주했다. 당고개역에서 동막골로 올라 도솔봉을 거쳐 하강바위 철모바위를 거쳐서 정상을 지나 홈통바위를 타고 내려가 의정부 동막골로 하산했다. 그러니까 동막골에서 동막골로 내려온 셈이다. 웰켐투 동막골인가?



집에 와서 샤워하고 맥주 한잔하는데 후배로 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 날씨도 좋을것 같으니 북한산 가자구... 될수 있으면 주일은 밖에 잘 안나간다. 미사 못보는 것을 내 마눌이 싫어하기에,그리고 고백성사보기도 그렇고.. 그러나 주님은 내가 좋아하는 산에도 계시기에 후배에게 O.K를 했다. 집사람이 아침까지 잘 차려주고 조심해서 다녀 오시라고 한다.



일요일(8월21일) 10시 불광동역 2번출구로 나오니 등산객이 많다.

후배와 불광사입구를 지나 좌측 등산로로 오른다. 예전에는 이곳에 매표소가 없었는데..이코스는 북한산 남쪽 끝이라 바로 된비알길로 처음부터 힘이 든다. 오늘은 북한산능선을 우회없이 모든 봉우리를 오르기로 하고 족두리봉을 향해 암릉을 릿지로 오른다. 바람이 적당히 불어 전보다 쉽게 족두리봉에 올라 좌측 바위를 타고 조심스레 내려간다. 사람이 많다. 사실 이 코스는 좀 위험한데 모르고 오는 사람들 때문에 정체가 되는 것 같다. 시간을 허비해 빠른 걸음으로 향로봉을 향한다.



향로봉밑에 도착하여 새로운(?)코스로 가기로 하고 좌측 소로로 조금가니 올라 가기에 난이도가 적당한 곳이 보인다. 조금 오르니 추모비가 하나 서있다. 거기서 추모도 할겸 감자떡과 막걸리로 휴식을 취한다. 12시가 넘어 절벽에 가까운 암릉에 붙어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선등하는 후배의 릿지화가 벗겨진다. 낭패다. 3지점 확보가 필요한데 신발을 신을 수가 없지 않은가?

벗겨지는 신발을 위에 턱진곳에 간신히 올려 놓고 오르려니 왼쪽 신발도 벗겨 지고 있다. 이 친구 릿지화 끈을 제대로 매지 않았던 것이다. 양말차림(?)으로 어찌어찌하여 향로봉 넓은바위에 올라 한바탕 나의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북한산 향로봉을 양말로 오른놈은 네가 처음일 거라구...



향로봉 능선은 항상 바람이 부는것 같다. 오늘 시계가 좋아서 관악산 검단산 천마산 예봉산 청계산등이 다 보인다.선명하게..나의 앞으로 삶도 저렇게 청명했으면 어떨까 ? 잠시 마음이 침잠된다.



비봉이 눈앞에 있다. 물한모금 먹고 우리나라 산중에 정기가 가장 많다는 곳이 이곳 비봉과 태백산정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무술인들의 기도하는 곳이다. 하기사 진흥왕이 왜 이곳에 순수비를 세웠겠는가? 더높은 백운대도 있고 한데..나도 비봉에 올라 정기를 받아보자. 그런데 너무 사람들이 많아 그만 내려왔다. 젠장 정기 커녕 김치,족발냄새만 맡았으니..



이제 부터 사모바위 승가봉 문수봉밑까지 쉬지않고 간다. 청수동암문으로 가파른 길로 가느냐, 아니면 문수봉 암릉으로 릿지로 가느냐는 장단점이 있다. 암벽을 타는것은 일종의 스릴(?)이 있어야 하는데 문수봉을 오르는 암벽은 별로다. 오히려 청수동암문까지 쉬지 않고 오르는게 힘든 쾌감을 느낄수있다. 그리하여 계획을 바꿔서 승가봉서 청수동암문까지 쉬지 않고 가기로 한다. 가뿐 숨을 토하면서 청수동암문에 도착하니 뼈속까지 시원한 바람이 분다.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을 거쳐 대동문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먹는다. 김밥과 복숭아로.. 북한산장에서 물을 보충하고 용암문을 거쳐 백운대로 향한다. 시간상 도저히 만경대 릿지는 할수 없을것 같다.

사람이 많아 백운대에 오르는것은 생략하기로 하고 위문에서 백운산장으로 내려간다. 인수봉을 보니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늦은시간(4시30분)에도 많이 있다. 산장에서 우물물로 갈증을 해소하고 하루재를 거쳐서 도선사로 하산한다.

도선사에서 지루한 아스팔트길로 내려와 삼겸살에 소주 그리고 2차....



어설푼 북한산 종주를 끝내고 취한 발걸음으로 전철역에 내리니 어디서 많이 본 아줌씨가 나를 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