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량 산 870m
위치 : 경상북도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산행일자 : 2004년 1월 9일/우리부부

풍기출발07:40-청량산매표소08:40
입석08:50-응진전09:16-김생굴09:37-경일봉10:06-자소봉10:50/11:10-청량사11:40/12:25-입석12:50
청량사매표소 13:00-풍기도착14:05

◈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걸은 청량산
요즘 들어 직장의 근무형태가 바뀌어 개인적으로 시간이 많이 난다.
하여 또 어느 산엘 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든다.
환상적인 눈꽃과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걷고 싶은 생각에 마음은 벌써 태백산이나 계방산,
오대산으로 달려가지만 몇일 전 도봉산 등산을 혼자하였기에 집사람 눈치도 안 볼수 없고 해서 가까운 청량산행을 결정하였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니 급히 서둘 필요도 없고 해서 평상시 처럼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게 되었다.
5년간 출퇴근을 했던 봉화를 지날때는 정겹기도 하고 잠시 추억에 젖어본다.
1시간여 부지런히 운전을 하니 청량사 매표소에 도착하고, 입석으로 올라가는 길 우측 개울에 근조 깃발이 언뜻 보인다.
11월인가 관광버스 추락사고로 여러명의 사상자를 내었던 현장임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지고 고인들의 명복을 잠시나마 빌어보았다.

햇살이 아직 비치지 않아 썰렁한 입석에 내려서서 산행안내도를 보며 오늘 산행코스에 대해 계략적인 설명을 해주고는 바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유난히 많은 낙엽은 산행객들의 걷는 걸음 걸음을 부드럽게 받아주고…
혼자 다닐 때 보단 훨씬 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보조를 맞추며 가는데도 금새 응진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담한 건물 뒤로 직각으로 뻗어 오른 금탑봉은 아찔하기까지 하여 현기증이 나니 오래 쳐다 볼 수가 없고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야! 장관이다” 탄성이 터져 나온다.
멋진 풍경에 발걸음은 움직일 줄 모르고 소풍 온 어린애 마냥 좋아하며 마냥 늘어지는 시간이 느껴지지만 서두르고 싶은 생각이 없다.
번갈아 가며 사진을 몇 판 찍고서야 청량사쪽 모퉁이를 돌기 시작한다.

응진전에서 한구비 돌아서니 연화봉에서 금탑봉까지 병풍처럼 둘러쳐진 멋진 암봉들 앞에 포근히 쌓인 청량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산사음악회로 널리 알려진 청량사 앞에는 이 산사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아담한 찻집이 있어 산행에 지친 이들에게 아늑한 쉼터를 제공해준다.
하산 길에 들러 보리라 마음먹고 신라시대 명필 김생의 전설이 전해오는 김생굴을 잠시 둘러보고 경일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경일봉까지 700m의 급경사 길이 이어지니 한발한발 내딛는 발걸음 뒤엔 단김이 입에서 흘러나오고 온몸엔 열기가 넘쳐 난다.
이럴땐 이런 저런 생각없이 그저 걷기만 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도 짜증스런 너덜길도, 질리는 계단도 아니니 얼마나 다행이랴….

경일봉을 100여 미터 남겨두고 말없이 걷던 집사람이 쉬어가자며 바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경일봉 정상에 가서 쉬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옆에 앉아 앞산들의 조망을 보니 이 또한 그저 그만이다.
잠시 쉬며 귤로 갈증을 달래고 조금 걸으니 경일봉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 그 자체는 뒷동산 모양 볼품이 없으나 자소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웅장하게 보이고 우뚝선 자소봉과 자소봉 오르는 철계단이 뚜렷이 보인다.
다른 조망은 잠시 전 쉬던 곳과 별반 다르지 않고 자소봉에 빨리 가고픈 생각에 바로 발걸음을 옮긴다.

흐린 날씨에 구름사이로 햇살은 잠깐잠깐 얼굴을 내밀 뿐이고 마주치는 산행객도 보이질 않는 평범한 능선 길을 따라 걷는다.
중간중간에 우회하는 길을 걷기 싫어 밧줄로 매어 논 암봉을 두어개 넘어서고야 자소봉에 이른다.

흐린 날씨 탓에 일월산만 뚜렷이 보일 뿐 태백산과 소백산 모습은 흐릿한게 가물가물하다.
언제 보아도 웅장하면서 힘찬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백두대간을 한참 넋 놓고 보다가 제법 쌀쌀한 바람에 한기를 느끼고 자소봉 바위 한 귀퉁이로 바람을 피해 앉는다.
우유와 빵으로 간단한 요기를 채우고 사방조망을 한번 더 살펴본 뒤 철계단을 내려선다.

뒤실고개 쪽으로 해서 청량사로 내려갈 계획이었으나 산불방지를 목적으로 길을 막아놓았으니 김생굴 쪽으로 내려가는 수 밖엔…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에 비나 눈이 온지 오래된 까닭에 내딛는 발걸음을 따라 먼지가 푹석푹석 난다.
겨울산행에 눈 구경은 고사하고 먼지가 펄펄 날리는 길을 걷는 기분이라니….

아늑하고 정갈한 청량사에 도착하니 마음이 착 가라앉는게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게다가 마음을 흔드는 풍경소리는 바람을 타고 들려오고…

여유로운 걸음걸음에
마음이 멈추는 곳
아늑하고 고요한
겨울의 산사 청량사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풍경소리 실려오니
내마음도 바람타고
두리둥실 날아가네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는데 집사람이 차 한잔 하자며 찻집으로 이끈다.
작설차의 은은한 향을 온몸 가득 느끼며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려 본다…


응진전 모습


청량사 앞 연화봉


청량사를 품고 있는 암봉의 모습


겨울산사 청량사


자소봉


청량사에서 본 금탑봉


자소봉에서 기념사진


▣ 산그림자 - 님의 고운 발자취와 아름다운 풍경의 사진속에서 청량산의 모습을 상상하여 봅니다. 자난시절에 때늦은가을날에 다녀왔던 추억들이 또오르게 하여주신 님의 마음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하며.... 잘 읽었습니다....^^
▣ 능산 - 비오는여름에... 청량의 진수를 맛보시기를 권합니다
▣ 정영동 - 행복해 보이는 님의 산행기 잘읽고 보고 갑니다. 여유로히 마시는 작설처의 향내가 이곳 평택까지 전해오는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