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산행1 (영남알프스)
누가 : 최치학
언제 : 2004년 1월 12일(월)∼13일(화)
어디를 : 영남알프스
첫날(통도사극락암-백운암-영취산-신불산-간월재-간월산-배내봉-배내고개)
둘째날(배내고개-능동산-헬기장-알프스목장-천황산-재약산-사자평-고사리분교
-층층폭포-흥룡폭포-표충사)
왜 : 혼자 일어서고 싶어서
준비는 : 구급약(영양제2알,아스피린2알,정로환2알,지루텍2알,물파스,밴드),
휴지, 손수건, 양말, 발목보호대, 휴대용라디오, 우의, 아이젠, 만능칼,
라이타, 귀마개, 장갑(방한장갑,면장갑), 모자, 후레쉬2개, 생수1통,
오이4개, 사과2개, 초코렛2개, 사탕조금, 김밥2줄(1일분)

첫날 2004.01.12
※신평(통도사)까지 가는 방법
1. 롯데백화점옆에서 출발하는 완행버스는 06:30분첫차, 30분마다출발,
신평까지80분소요, 요금1100원.--기다리는시간포함 총100분
2. 노포동까지 지하철이용(15분), 노포동에서 직행버스 06:30분첫차, 30분마다,
신평까지45분걸림. 요금2200원.--환승시간포함 총시간100분

07:00 부산 동래럭키아파트 출발.
자명종을 얼떨결에 끄고 잣나보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20분 늦게 출발 하면서 노포동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였다.

08:00 노포동 출발
환승시간을 단축하면(운에 따라) 시간을 단축할 수도있는데.... 실패했다.

08:45 신평(통도사)터미널 도착.
도착시간이 1시간30분이 늦었다. 택시를 타고 정법교를 거쳐 극락암으로 출발하는데 택시요금이 5000원, 통도사입장료 2000원(기사는 안냄)이 든다. 걸어서 극락암까지 1시간 요금치곤 저렴하다고 생각이 된다.

08:53 극락암 도착
암자의 분위기로는 극락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분위기가 묘하다. 사진 1장 찍고 백운암으로 출발하는데 처사님이 등뒤에서 잘 다녀오라신다.-성불하십시요!!!

09:10 본격적인 등산로 진입.
이제부터 차가 다닐 수 없는 너덜길이 펼쳐져 있다. 출발할 땐 춥다고 느꼈으나 지금은 땀방울이 한여름의 소나기 마냥 땅에 내려 꼿힌다. 간간이 불어오는 계곡바람을 옷을 벗고 맞이하고 싶다. 월요일이라 등산하는 사람이 안 보인다. 너무 자유로워 너무 기분이 좋다. 또...벌써... 사람도 그립다. 백운암에 기도 드리러 가는 1남3녀와 인사하니 첩첩산중에 조금의 위안이 된다.

★오르막 보행법: 10분 걷고 3분 쉬면서 호흡이 급해지지 않게,
등산 지도에 나와있는 시간보다 10% 더 많이 소요하도록 권하고 싶다.

★겨울철 등반 계획: 산 속에는 해가 빨리 지지만 겨울산은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겨울등반 계획은 남동쪽을 오르고, 내려올 때는 남서쪽을 내려오는 것이 가장 햇볕을 많이 받아서 좋다.

09:55 백운암 도착
물통도 채울겸 잠시 쉬어야겠다. 암자 입구의 다리이름도 정법교이다. 통도사 본절 뒤에 시살등으로 오르는 갈림길에도 정법교가 있다. 백운암 정법교를 건너기 전에 커피 자판기가 있는데 한잔에 400원이다. 동전도 바꿔준덴다. 보시 대신 커피한잔을 마셔야겠다. 암자는 대웅전 공사중이라 몹시 산만하지만 스님 인물은 정말 잘 생겼다. 등산로 옆에 화장실도 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10:10 백운암을 출발하여 주능선으로

11:00 전화(이것도 오염인데)
금곡 형님으로부터 급한 전화가 와서 30분 정도 통화하니 몸에 한기가 돌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싶어진다. 추위 때문에 탈진 현상이 보인다. 웬 까마귀는 그리도 울어 되는지... 까마귀는 죽은 사람의 혼이라 했던가... 죽어 가는 동물...

11:13 주능선에 도착
시살등-한피기고개-영취산(취서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인데 불어오는 바람이 시베리아 칼바람 마냥 매섭다. 제자리에서 5분을 버티기가 힘들다. 다음 번 산행에는 정법교-시살등-한피기고개로 올라와 봐야겠다.
※이정표: 시살등1km □ 취서산2km

11:40 119조난위치안내판 (양산시 4-라) 취서산정상1.5km

12:06 ※이정표: 시살등2.5km , 영축산정상0.6km , 통도사비로암2.5km
이정표에서부터 정상까지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길인데 전화 때문에 탈진해서인지 몹시 힘든다. 길 곳곳에 눈이 녹았다 다시 얼어서 생긴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보인다.

12:20 영축산 정상
오후1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싸 가지고 온 김밥을 먹었다.(2줄은 너무 많아 반을 남김) 칼바람이 매섭어 자꾸 추워진다. 오래 있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정표: 시살등3km , 신불산2.95km

다른 산의 정상과 마찬가지로 정상 부근에 쓰레기가 많이 보인다. 라면봉지도 보이는 걸로 봐서 버너를 사용한 것 같은데 아직도 이런 무식한 산쟁이가 있음을 통탄한다. 후손에게 물려줄 금수강산을 휴지로 더럽히는 것은 줍고 청소하면 그 피해가 적어지지만 불로 홀랑 태워 버린 산하는 몇 십년을 기다려도 완전 복구가 어렵다. 산에서 불을 사용하는 산쟁이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산에서 불피우지 맙시다. 불에는 전문가가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담배 피우는 분들이여.. 밥해먹는 분들이여..

대피소가 있는데 일요일만 이용 가능한건지 사람이 없고 전화번호만 있다-전화하면 올란가??. 우측으로 방기리(삼성SDI뒷길)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다는데 보이지 않는다.


12:45 영축산 정상에서 출발
너무 추워서 15분 일찍 출발하였다.

13:25 신불산 대피소 도착(역시 사람이 없음)
※이정표: 영취산2.3km , 신불산0.65km , 가천마을4.15km

13:45 신불산(1209m)정상
정상의 돌무덤이 무너져 있고 그 옆 기퉁이에 간이 매점이 있다. 역시 사람은 없고 커피,율무1000원, 미숫가루2000원이란 팻말만 있다. 초행길인데 전에 보았던 풍경 같다. 어디서 봤더라....

13:57 흰색 프라스틱 벤취 도착
억새밭 끝부근 간월재로 내려가는 급경사 앞에 울주군에서 마련한 벤취에 앉아서 바라보는 풍경이 한 폭의 풍경화 보다 더 이채롭다. 영화에서나 나올만한 풍경과 벤취이다. 시라도 한 수... 아님 잠시 멍하니 앉아 있고 싶어진다.

14:24 간월재 도착
간월재에는 차량이 주차하지 못하게 간월산장, 등억신리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파래소 폭포에서 올라오는 임도가 통해지지 않게 막아놨다. 포장마차(집)에 들러 오뎅500원짜리 2개와 막걸리 한잔1000원 먹으면서 배내고개까지 임도가 완성되었다는 주인 아줌마의 정보에 편하게 갈 수 있겠구나 생각이 된다.

같은 직장의 동료가 그려준 지도상으로는 간월산-배내봉-배내고개까지 2시간30분정도 걸리것 같은데 간월산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물으니 간월산으로해서 배내고개까지 1시간도 않걸린단다. (두 시간 뒤에 이 말이 거짓말임은 알았고, 그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접하게 된다.)

임도로 해서 쉽게 가는 것을 포기하고, 지도에 없는 길로 가고 싶은 욕망이 생겨서 잘못된 선택(간월산-배내봉-배내고개)을 하고야 말았다. 마누하님이라도 있었으면 가장 분명하고, 가장 쉬운 임도로 갔을 것이다.-정말 필요할 때는 없다.

14:45 간월산으로 출발

15:09 간월산 정상 도착
내려가는 길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매다가 정상 팻말 뒤에 있음을 발견했다.

16:10 마누하님 전화
마지막봉우리(배내봉)를 오르고 있다고 전하면서 1시간 뒤에 목적지에 도착할 거라고 얘기했다. 아직은 해가 해의 두께 6배만큼 산 위에 있다. 주능선의 등산로 주변 한아름이 훨씬 넘는 소나무들이 비바람에도 꿋꿋이 자라 있음이 대견하여 모두 한번씩 쓰다듬어주면서 갔다.

16:33 배내봉 정상 도착
해가 해의 두께 4배만큼 산 위에 있다. 추운 겨울 저녁을 맞이해야 함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빨리 내려가야지.

16:39 이정표 도착
※이정표: 간월산정상2.5km,장군메기2km , 송곳산정상3.5km,오두산정상0.6km

★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으면 : 오두산정상2.5km , 송곳산정상5.5km 가 맞음.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이정표를 조금(100m-300m) 지난 부근에 있음)

지도에는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길이 배내봉에서 1km 정도 내려오면 좌측으로 길이 있다고 되어있다. 이정표의 표시로는 배내고개 내려가는 길이 되기 전에 오두산정상(0.6km)을 지나야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급히 오두산정상까지는 무조건 가기로 마음먹었다. - 첫 번째 실수

산행하면서 이정표를 믿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믿지 못하고 지도를 보고 다시 확인해야함은 우리나라의 정치,행정을 들어 말하지 않더라도 익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급한 마음에 지도를 보고 확인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 더 크기에 또 한 번 슬퍼진다.

17:05 잘못됨을 알았다.
해가 산 위에서 자기의 얼굴을 감추려한다. 배내봉을 출발하여 30분쯤 되었을 때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오두산정상까지 0.6km가 아님을 알았고, 다시 되돌아가서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길을 찾기까지 밝음이 지속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계속 오르막인 그 길을 다시 걸어 올라갈 체력이 비축되어 있지 않음을 알았을 땐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가지고 간 지도를 꺼내어 신중하게 지도를 읽었다. 배내봉에서 오두산까지 2.5km이고, 지도에는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지 않고,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길을 많이 지나쳐 왔고, 지금부터는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없고, 길을 내기에는 너무 가팔라서 불가능하며, 내려가는 길은 오두산 정상에서 다시 찾아야함을 알았다.

17:47 오두산(823.8m) 정상 도착
※이정표: 배내봉2.5km , 밀봉암3km , 석남사2km,송곳산정상1km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으면 : 석남고개도로 직선거리2km(길이없음), 송곳산정상3km

해의 여운으로 아직은 길이 보인다. 능선길이라 다행이다. 밀봉암3km(동북쪽계곡) 보다는 가까운 석남사2km가 서북쪽이라서 택했다. - 두 번째 실수

18:17 암담해지기 시작한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숲이 울창해지고 길이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졌다. 후레쉬 2개를 꺼내어 점검하였더니 날씨가 차가워서인지 큰 후레쉬의 불빛이 갑자기 약해진다. 낚시 바늘 끼울 때 쓰는 작은 후레쉬의 불빛에 의지해서 하산하기 시작하는데 부산일보 문학기행팀(?)의 리본과 유사한 리본을 의지해 길을 간다. 길이 없어질 만 하면 리본이 보여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19:05 공포가 엄습해 온다.
1km라고 적힌 송곳산 정상이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마누하님의 전화에 아직도 어두운 밤길을 해매고 있다고는 차마 대답 못하고 안전하게 하산해서 숙박지를 찾고있다고 얘기했다. 어두워서 무서운건 아니지만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하니까 걱정이 앞선다. 얼어죽지 않으려면 밤새워 걸어야할지도 모르겠다.

19:20 119소방서에 도움을 청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길에 갑자기 내가 지도를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경남 지역번호가 052인 것만 알고 무작정 052-119를 눌렀다. 접수담당자님이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소방서 번호(052-262-0119)로 다시 전화하란다. 친절한 소방관님의 덕택에 내가 바른길로 왔지만 멀리 돌아온 것을 알았다.

21:15 후레쉬도 없이 밤길을 갔다.
울산중부소방서(052-262-0119)의 여러 소방관님과 행정리, 소야정, 양등리의 주민 여러분의 수고로움으로 21:15분에 태화강변의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로 무사히 하산하였다. 도움을 주신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2004.01.13
08:20 등정 포기
자고 일어나니 새끼 발가락이 퉁퉁 부어있다. 신발에 시씰렸는가 보다. 하기야 12시간을 걸었으니 아프지 않음이 이상하다. 집에 가는 길에 목욕이나 원 없이 해야겠다.

♣ 후기 :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혼자 도전해 보고 싶다. 메직펜과 깃발을 들고 가서 틀려있는 이정표는 고치고, 찾기 힘든 소로길에는 깃발을 세워 나 같은 사람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하고 싶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이정표 고치기, 소로길 표시하기, 리본 달기, 등을 같이 했으면 한다. 설령 혼자 산에 간다 하더라도....


▣ 김흥문 - 처음가시는 길인데 너무 장거리로 계획하신것 갔습니다. 간월산에서 배내봉을 거처 배내고개로 빠지는 길은 수월한 능선길이고 좌우 전망도 좋아 많은 분들이 이용하는 길인데. 안내판과 지도를 참고하시면서 자신의 진행방향과 소요시간을 잃지않도록 자주 비교 확인하셔서 심이 좋을 듯합니다. 배내고개로 하산하는 길은 순탄한편이라 길만 알면 간월산정상에서 1시간정도면 되리라고 보여지는데 엉뚱한 곳으로 하산하신것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겨울산에서 밤늦은 시간에 산속을 헤매인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지요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 산거북이 - 저는 배내봉을 가끔 오르는데도 님과 같은 코스(극락암-배내언덕 : 산행기번호 9339) 에서 깜박 배내언덕으로 내려서는 길을 지나쳐서 오두산 아래까지 아무 생각없이 간 적도 있습니다. 얼마나 놀랐던지... 선생님은 침착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