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뒤 돌아본 팔공산행길)

낙타봉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팔공산의 선경에 취한 친구들의 이마에 송알 송알 땀방울이 돋고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그리고 하늘을 보고 또 먼곳을 본다.우리가 지나온 길 가야 할길,눈이 온 팔공산이 우리를 유혹한다.

발아래 놓인 염불암의 고적함이 시야에 들어오고 저 인봉 밑 팔공산 골프장의 정경이 볼상 사납게 보이지만 눈이 온 산야는 모든것을 덮고,평화스럽게 보인다. 염불재로 가는 북쪽길로 방향을 잡고 우리는 길을 재촉한다.

바위를 내려서고 올라서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선행자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오른다.겨울철에 대구 시내에 비가 내리면 어김없이 눈을 볼수 있는 곳은 팔공산 뿐, 기대와 설레임으로 서둘러 팔공산 산행을 감행했다.

이틀 동안 비가 오락가락 했으니 분명히 팔공산은 설화의 천국으로 바뀌었으리라. 이러한 나의 기대를 한번도 저버린 적이 없는 팔공산, 집을 나온 나는 눈이 온 팔공산을 친구들에게 선물 하기로 했다. 동화사 집단시설지구 탑골 등산로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이제 서너 밤 자면 갑신년 새해 새날이 밝아 온다. 낙타봉 능선을 따라 전망대를 넘어 올라 오는 우리 뒤를 따라 후등자들이 눈위에 점점이 새겨진 우리 발자욱을 딛고 올라 온다. 우리는 시선을 교환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눈이 내린 팔공산은 온 천지가 새롭고, 또 다른 백색의 향연으로 신화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 한다. 우리 일행을 맞이하는 팔공산 설경은 가히 선경이 따로 없다. 낙타봉 등산로는 집을 나설때의 세속적인 우리 모습을 동화의 세계로 이끌고, 팔공산이 우리를 조건없이 반긴다.

산은 가지고 있는 모든것을 우리에게 준다. 세속에 찌든 우리, 오늘 하루 만이라도 이 팔공산 자락에서 순결을 이야기 하자. 염불재에서는 수태골과 염불암 방향에서 올라온 일단의 등산인들과 만나 수인사와 미소로 서로를 격려하고 우리 일행은 동봉 기슭으로 난 등산로로 방향을 잡았다.

코끝에 닿는 상쾌한 공기가 그렇게 좋을수 없다. 정상으로 가는 길 상고대가 끝간데 없이 피어 있다. 하나님 창조의 신화가 현실이 되어 있는 팔공산 자락은 끝간데 없는 상고대 물결로 파도치고, 형형색색의 나무가지는 오늘 만은 똑같은 솜옷을 입었다.

우리의 탄성과 환호에 발걸음은 더디고, 치산리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동봉의 왼쪽 안부에 선 우리 일행의 호흡을 가다듬을 즘, 100m 남짓되는 정상 오르막 통나무 계단길이 나타났다.

예전에는 자일로 올라야 할 마지막 난 코스였다. 3년전에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었을때 참 아쉽고 서운했다. 한계단 두계단 딛고 오르며 호흡을 고른 우리 마침내 마지막 자락을 딛고 동봉(1155봉) 정상에 섰다.(팔공산은 동봉 서북쪽 약400m 지점의 비로봉(1193봉)이 정상이지만 군 부대의 주둔으로 정상은 등정을 할수 없다.)

아... 더할수 없이 좋은 광경, 구름이 머문 팔공산 산정은 끝간데 없는 이곳만의 세상으로 이미 바뀌었다. 하얀 천지 사이로 대구시가지도 가까이 보이며 팔공산의 모든곳이 한눈에 들어왔다.

천지와 온누리에 퍼지는 함성을 지르고 또 질렀다. 팔공산의 부름에 젊은 날의 열정을 떠올리며 야호~오, 함성으로 날려 보냈다. 좌편으로 신령재 넘어 갓바위까지, 우편으론 서봉 넘어 파계재 까지 산마루를 타고 함성은 울려 퍼지고 달려 간다.

동쪽의 갓바위를 보며 동봉 북사면으로 난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방향을 잡았다. 염불봉 조암 병풍듬 삼각바위 신령재로 가는 팔공산 주등산로 중에서 가장 수려하고 장엄한 길이다.

자일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 선다. 1031봉에서 우리는 동화사 큰절로 난 하산로를 찾아 경사진 비탈길 능선을 딛고 내려서며 눈을 돌려 병풍처럼 둘러싼 팔공산 능선의 봉우리를 셈해 본다.

저기가 병풍듬이고 삼각봉이지. 팔공산이 참 잘 생겼지. 서로간의 대화는 끝간데 없이 이어 진다.
(2004.1.18)

[팔공산 등산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