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1일

가야산 산정에서.

앞으로 약 10여일 후의 대장정을 위해 서서히 워밍업을 시작해야한다. 산행지는 가파른 경사
지를 택해 훈련(?)을 겸하기로 하였으니 가야산 백운동 코스가 먼저 떠오른다. 금요일 저녁
에 결정을 하고 카메라 삼발이까지 챙겨 배낭의 무게도 한껏 늘여 놓았다.

8시 반이 되니 백운동 국민호텔 앞에 도착한다. 가야산까지는 늘 별 부담 없이 오지만 대구
화원-88고속도로가 공사 중이어서 현풍에서 국도로 나와야하는 줄 모르고 화원까지 왔다가
유턴을 하게 되었다.

요즈음에 구마고속도를 오가면서 "현풍-성산, 광주가는 길 폐쇄" 라고 되어 있어서 국도가
폐쇄된 줄 알았는데 고속도로가 화원에서부터 공사중이란 말이니 오히려 현풍에서 국도로
빠져야 하는데 빠지지 말라고 하는 줄 알았다. 기가 찼다. 이토록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다
니..... 하긴 동창원이니 서울산이니 하는 것도 무슨 소린지 모르고 오랜 세월을 지났으니...
그게 창원의 동쪽인지 울산의 서쪽인지 처음엔 나만 모르고 의아해했으니 내 모자람이 클
것이다.

제법 추위가 스미는 아침이다. 아내의 천식(喘息)은 요즘은 상태가 좋아 호흡곤란이 없다.
이대로 20일간 잘 유지되고 기상만 받쳐주면 벼르던 대망의 겨울장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
다. 3시간 15분 만에 칠불봉에 도착. 좀 느린 걸음이었지만 되도록 휴식을 줄이고 끈기있게
산행을 지속하였고 피로감 없이 칠불봉에 오를 수 있었다.



칠불봉은 사방 조망이 가능하다. 우두봉 고스락에서 이 칠불봉이 가리어 동쪽 조망이 제한
되는데 비해 여기는 사방팔방이 훤하다. 딱 올라서니 서쪽으로 수도산 종주길이 또렷하고
그 너머로 덕유산이 지척이다. 스키슬로프가 여러 줄기로 갈라져 잘도 보인다. 수도산 정상
에서도 산객들이 가야산을 바라보고 있겠지....






남쪽으로는 가까이 뾰족한 남산제일봉이 의엿하고 그 뒷줄에 첨탑이 있는 오도산, 약간 앞
쪽으로 비계산-의상봉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오도산과 남산제일봉 사이로 황매산까지
또렷한데 지리산은 아쉽게도 가물가물하다.서북쪽으로 민주지산 각호산 봉우리를 확인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우두봉 쪽으로 와서 정상부에 오르지 않고 헬기장으로 와서 수도산 능선 쪽으로 한참 내려
가 보았다. 언젠가 이루어질 내 희망이니 기념 삼아 밟아본다. 다시 헬기장으로 돌아와 삼발
이로 부부기념촬영을 하고 정상 바위덩이 아래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뒤로 돌아와서 보니
우두봉의 바위덩이는 정말 거대하다. 여덟 번이나 가야산을 와서도 이런 각도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산이야말로 더하다. 거대하고 깊은 것은 원래 그
러하다.



가야산 우두봉에 다시 올라 완전무장을 하고 조망을 다시 즐겼다. 야~.... 참 산들 정말 잘
생겼다. 어째 그리 한결같게도 이쁘기도 한지.... 산에 오르면 역시 조망의 즐거움이 최고다.
그 즐거움을 쫒다보니 어느 곳에 가도 산의 모양을 짚어내고 스스로 기뻐 어쩔 줄 모른다.



멀리, 크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땀흘려 오르는 노고를 감당해야한다. 능선을
거닐며 추위와 더위를 감내하면 산과 하나되는 일체감을 맛볼 수 있다. 고요적적함 속에서
산 속에 그렇게 파묻혀 버리는 느낌으로 산행을 하면 정상이 아니라도 극치감을 맛볼 수 있
다.

지난번 오월 산행처럼 해인사로 내려설려다 차비를 아낄려는 아내의 협량에 기대어 왔던 길
다시 내려서니 한시간 40분만에 백무동 국민호텔에 와 닿는다. 백무동 하산 신기록(?)이다.
어둡게 전에 부산에 도착하니 몸은 가뿐한데 무거운 배낭에 쿵쾅거리며 내려선 탓인지 허리
가 뻑적지근하다.


▣ 산초스 - 역시 한국팔경중의 한곳이라 멋진산입니다. 잘봤습니다.
▣ 김정길 - 곁님의 천식이 속히 완치되기 바랍니다. 겨울 대 장정이란 어떤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두 분의 건강과 무탈 산행을 바랍니다.
▣ 산사랑방 - 저 개인적으로 바래봉 철쭉꽃과 맞바꾸면서 까지 다녀온 가야산 .. 그 고귀한 기품에 매료되어 두번이나 다녀 왔지요.. 저는 육십령에서 시작해 님이 출발하신 영각 매표소로 하산하였지요..님의 산행 사진을 보니 가야산의 추억이 새삼 가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늘 건강하소서..
▣ 산사랑방 - 산거북님 덕유산 육십령... 영각사 댓글은 선달님께 올린다는 것이 그만 엔타가 이상하게 쳐저 님께 또 올라갔네요..
▣ 이수영 - 역시 산거북이님의 멀리보기는 타의추종을 불허합니다. 님의 산행기를 읽고 님에 비하면 새까만 초보가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님의 사진은 언제나 보아도 약간 푸른빛을 띠는데 사진을 보정하나요?? 특색이 있고 아주 좋습니다.^^*
▣ 산거북이 - 산초스님, 김정길선생님,이동준선생님 감사. 김정길선생님의 안전우선 산행 명심합니다. 이수영선생님. 타의추종 새카만 초보 이런 과장된 단어 사용 중지요망^^ 저도 언제까지나 초보일 뿐. 향후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는 일이 있어도 저는 언제나 초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은 아마도 니콘블루! 전 파인픽스를 쓰지만 기종이 니콘의 특성을 갖고 있죠.
▣ 산거북이 - 산정에서는 화이트밸런스를 보정하는데도 니콘계열 특유의 블루이미지가 남습니다. 필카의 경우 네가필름을 쓰면 더욱 강렬합니다. 저의 덕유산일출산행을 편을 보거나 지리종주사진은 필카(네가)인데 그런 블루 이미지가 강하죠... 전 그런 블루를 무척 좋아합니다. 예리하시네요...
▣ 자경산인 - 가야산국립공원의 회신(04.1.17)에 의하면 칠불봉 표지석 철거를 성주군과 협의 중임을 통보받았습니다. 저의 졸문을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산거북이님의 조언을 받고 포기하지 않고 수십차례 도전하여 산행기(불족봉에서 해인상아장릉을 올라 가야산으로 가다)를 올린 필자입니다.그럼 언제가 뵙겠지만 건강하세요.
▣ 자경산인 - 가야산국립공원의 회신(04.1.17)에 의하면 칠불봉 표지석 철거를 성주군과 협의 중임을 통보받았습니다. 저의 졸문을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산거북이님의 조언을 받고 포기하지 않고 수십차례 도전하여 산행기(불족봉에서 해인상아장릉을 올라 가야산으로 가다)를 올린 필자입니다.그럼 언제가 뵙겠지만 건강하세요.
▣ 지리 - 벌써 님의 겨울대장정이 기다려집니다. 님의 산행기를 보고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