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
그리고 훌터...

여명의 어둠속..
간간이 산정상과 숨바꼭질하며
달님이 온통 하햔 눈발의 산기슭을 밝히고 있을때
조용하지만 다부진 숨소리를 내며 각호산을 향해 가는 훌터...


산을 오를수록 코가 땅에 닿을만큼 급한 경사가 우리의 발걸음을 비웃지만
그저 마음을 비둔다는 자세로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 뒤를 보면
오금이 저려오고...

각호산 정상에서의 바람..
짓궂은 도깨비의 웃음같은 바람소리
무서움도 내 스스로 마음을 붙들고 있음이겠지...


가자 그래 가자.. 길이 있음은.
무릎깊이 만큼의 눈속에도 길이 있음은
걸으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라는 신의 뜻이겠지..


저멀리 있는 이름없는 작은산도 내식구로 보듬고 있는 큰마음 민주지산에서
훌터끼리 끌어안고 사진 한컷..


자 석기봉으로 향해 또 가야지
그래 우리를 반겨줄 산이 있는한 힐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또 가야지...

앞의 길을 날렵하게 끌어주는 제비
모자에 고드름을 키우면서 큰 몸집을 이끌고 터벅터벅 오르는 대장..
그 뒤를 우직하게 따르는 믿음직한 장사..

이름의 돌처럼 하늘을 향해 뭔가를 말없이 전하고자
사람의 발길을 허락치 않을 거칠음으로 버티고 서 있는
석기봉에서 큰 숨을 한번 들이마쉬고...



먹자 마시자
총무가 바뀌더니 먹을건 충분해서 좋다.
그래 낄낄대며 한잔씩 나눠마시고
라면발 한가닥에 목숨건듯 싸워가며 먹자 먹어
먹고자 하는게 삶의 힘이 아니냐...

충청북도,전라북도,경상북도
매년 10월10일이면 삼도에서 먹을걸 만들어와
삼도사람이 서로 나눠먹으며 한민족임을 느껴본다는
삼도봉...



내림길은 수행길..

오름길이 쌓음이라면 내림길은 버림이겠지..
얻기보다 어려운게 나눔이고 쌓기보다 힘든게 버림이란걸 알아가는게 인생
그래 인생을 즐기려면 많은걸 버려야지
욕심도 명예도 풍요도 버려야지..

내림길이 더 힘든건 오름에 지쳐서라기 보다
비울게 너무 많은 내 마음탓이겠지..

좋다 좋아
터벅터벅 황소걸음으로 쉼없이 걸어보니 참 좋다..
걸음걸음 마다 마음이 비워지는듯해 너무 좋다..

큰체격의 대장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끈질긴 체력에 감탄사가 나오고..
수행을 추진하는라 세심하게 마음쓴 제비에게 감사하고..
오며가며 훌터를 애마에 태워 편안하고 빠르게 데려가준 장사에게 고마울 뿐이고..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안전하게 다녀올수 있도록 기도했을 탱크...박사..

모두에게 고마울 뿐이네.. 고마울 뿐이야.....

-------- 훌터부대장 종권형의 편지중에서 -----

ps) 훌터의 민주지산 산행의 압권은 당연 훌터 대장님 모자에서 자란 고드름입니다.
족히 10센티미터가 넘는 고드름은 우리의 마음을 100미터는 깊게하여 줍니다.
훌터의 영원함을 기원합니다.


▣ san001 - 눈이 엄청 많이 쌓였네요. 몇년전 혼자 그 코스를 종주한 기억이 새롭군요. 모자 고드름.. 저도 지난번에 한번 보고 얼마나 웃음이 나든지. 사진 잘 보았습니다.
▣ 여명 - 긴 인고의 세월을 아주 간결 압축 표현하신 훌터의 편지내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