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산통제가 해제되고 처음으로 가는 설악.
국도는 한산하여 막힘없이 시원스레 질주한다.


*오색입구
대청봉까지 최단거리 구간이라 설악을 장시간 산행하기위해서는
자주 들르는 곳.
새벽2시 20분.
오랜만에 하는 무박산행이라 약간은 긴장이된다.
스트레칭으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설악의 품으로 들어간다.
(산행시작 전 스트레칭은 필수 입니다. 처음에는 늦어도 나중에는 효과를 봄.)


시작은 다들 보무도 당당하게~
야밤에 경보대회도 아니고 왜 죽기살기로 오르는지 모르겠다.
나는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 하며 잠깐씩 선채로 쉬고 나면
이른바 숨이 트이고 약간은 편해 지면서 새로운 힘이 솟는다.

어차피 설악폭포 근처에서 만나게 될것을......


*설악폭포
캄캄한 숲속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반가운소리.
지나온 거리를 가늠하고 물도 보충하라는 신호이고
일행에 뒤쳐져 있다면 다시 만나 전의를 다시 불태울 수 있는 곳.
- 낮에는 한번도 통과 한적이 없으니 설악폭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

휴식도 잠시
다시 가파른 오름길.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면서 이 야밤에 왠 고생
계속이어지는 계단은 보기만해도 몸서리 치게한다.
숲만보고 오르다 능선이 보이는 구간에 다다르면
거기서도 십중팔구 일행들이 쉬고 있고 간식을 꺼내 허기를 보충 한다.

부지런한 새들은 아침인사를 건네며 설악의 새아침을 연다.
푸르스름한 여명은 랜턴을 끄게하고 대청의 설악주능선이 눈에 들어오면
대청은 코앞에서 일출을 기다리며 우리를 맞는다.


*대청봉
설악산에 처음가면 누구나 대청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는다.
또 일출시간이라면 일출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땀이 식어 추워도 애써
참으며 일출을 기다린 다음 기어이 일출을 보고 사진으로 남긴다.
왜? 가문의 영광이며 주위 사람들에게 훈장처럼 보여주기 위해~^^

우린 그냥 잠시 있다 지나친다 춥기도 하고 땀이 식으면 페이스를
잃는다는 것을 영악하게도 알아차린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위에서 말한 증명용 사진은 이미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청산장
대청에서 보면 저아래 멋진 집이 한채 있고 이른 아침이면 집앞이
분주하다.
먹고, 싸고, 짐꾸리고, 떠나고, 오고....
그 집은 속초 앞바다와 공룡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상궁전
바로 중청산장이다.
맑은 여름날 이 산장에서 밤을 맞으면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과
속초앞바다에 떠있는 고깃배의 불빛으로 그야말로 황홀경을 만끽 할 수 있다.

앞마당 식탁에 쓴 소주와 약간의 안주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


*소청산장
중청에서 소청을 향해 가노라면 힘이 들기 일쑤이다.
험로는 아니지만 이미 대청에서 중청으로 오는 내림길을 맛보았기에~
사람이란 얼마나 간사한지.....
희운각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공룡이나 천불동으로 가는 분들과
이별을 하고 나면 섭섭하기도 하고 호젓 하기도 하고....

이제는 공룡보다 더 무서운 용아가 우리를 맞는다.
길게 늘어선 용의 이빨은 금방이라도 우리를 물어 뜯을 기세다.
아직 늦잠을 자고 있어 다행이지만....

잠자는 용아를 얼이 빠져 보고 있으면 뱃속에서 아침식사 넣어 달라고
간청을 한다.
소청산장의 아침풍경은 중청산장의 그것과 판박이^^
이곳은 라면을 끓여 팔고 술도 있기 때문에 우리같이 술도 약이되는
사람들에겐 중청보다 더 반가운 곳(?)

라면이 익는 익는 시간 산장에서 용아를 보면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는것 같다. (에구 무서버라~)

무서움을 잊기 위해 소주를 두어잔 빈속에 넣으면 무서움은 싹 가시고
용아와 한판 할 정도로 기세등등...
라면에 먹는 소주한잔은 산에서는 보약????!!!!!!!!

물은 봉정암에도 있고 미역국을 좋아 하면 바로 봉정암으로 하산 해야함.
(늦으면 미역국물도 없고 물을 보충하는 줄도 장난이 아님.)

*
봉정암
부처님 진신사리탑과 적멸보궁이 있는곳(진신사리가 봉안된 사찰에는 불상이
없다는 것은 상식으로 아시져~)
나는 개인적으로 금빛 찬란한 불상은 왠지 럭셔리하게만 느껴지는지~
서민이라 그런가?........
요사채로 쓰이는 건물을 지나면 사리탑과 오세암 이정표가 보이고
계단을 오르면 오랜 풍상으로 퇴색한 사리탑이 단아하게 서있다.

탑은 고색이 완연하나 바닥은 잘 정비되어 있고 수 많은 보살님들의
정성(?)으로 광택이 난다.
기도가 잘 먹히는 곳으로 소문이나서 인지 몰라도 참배객은 아침부터
줄을 선다.( 아들을 점지해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풍문으로 들었음.)

지금까지 봉정암을 그냥 통과만 했다면 다시가면 적멸보궁과 사리탑은 꼭 보고 올 일이다.
특히 사리탑만이라도....

사리탑을 보고 약간만 오르면 용아가 바로 지척에서 위협과 유혹을 번갈아
하며 사람을 약오르게 한다.
(비밀 : 사리탑에서 조금내려 가면 용아구간 직벽이 시작됨. 지금은 통제구역이며
걸리면 50만원 벌금 입니다. 다 아신다구요?~)


*오세암 가는 길
공룡을 거쳐 마등령에서 오세암으로 가는 길도 있으나 봉정암뒤 큰 바위산
옆으로 오세암가는 길이 있다는 건 잘 모르시죠?
용아를 좌측으로 두고 내림길로 들어 서면 용아보랴 급경사길이라
앞을 보랴 눈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고개도 윤활유를 쳐야 한다.

신기하게도 바로 우측으로는 물이 따라 흐르고 당연 하겠지만 수량은
점점 많아 진다.
용아도 자취를 감추고 나면 이제는 시원한 계곡이 길 동무 해주고
각자의 염원을 담아 부처님께 호소하려는 신자들이 줄을 이어
우리와 역순으로 봉정암으로 향한다.

가슴에는 소속사찰의 마크가 선명하고 가이더 스님의 얼굴에도 땀이 흐른다.
신도들을 위해 축지법은 생략 하시는듯~

할아버지 할머니가 노구를 이끄시고 오르는 모습을 보면
분명 국태민안과 세계평화보다는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러 가시는 길임에
틀림없어 보이는데 그 모습이 더 구도자의 길 같아 보여 가슴이 뭉클하다.

갸야동 계곡을 이루는 곳에 내려서면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이
있고 그곳에서 쉬노라면 오세암은 포기하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
수렴동산장에서 피로를 달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이 구간도 통제구간.


*기왕 달려온길 오세암으로...
오세암으로 가다보면 소청에서 먹은 아침도 소주몇잔도 효력을 다하고
오르막만 나오면 나오느니 한숨뿐~ 휴~
차라리 용아를 타는게 편하겠다는 엉뚱한 생각.

수많은 보살님들에게 인사를 하다보니 목도 아프고 하여
인사도 선별하여 건넨다. (어머니 같이 연세드신분과 젊고 예쁜~?^^)

자동으로 앞으로 나가는 발걸음에 의지하다 어느 능선에 서면
의외로 숲속아래에서 들려 오는 목탁소리.....

아! 드디어 나도 성불을 하나보다.


*오세암
마음을 가다듬고 내려서면 오세암으로 가는 워터라인(?)이 보이고
발은 성큼 오세암에 착지.

이런곳에 그 어린 5살난 동자스님을 남겨두고 그것도 눈 내리는 겨울에
큰스님이 떠났으니 ...
전설이니 망정이지 아동학대 입니다.^^

경내에 들어서자 마자 스테인레스물통이 보이고 스님은 " 수고하셨습니다!
시원한 물한잔 하고 가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정말 가고 싶었으나 그 옆에 기와불사 접수처라는 팻말이 갈증을 가시게 한다.

그 스님은 자비심으로 하신말씀일 텐데......(죄송합니다. 호의를 무시해서...)

오세암에서 백담사 팻말을 보고 내려서다 보면
큰길에서 좌측으로 조그만 계곡이 보이고 리본이 있는 좁은 길이 보인다.

이길이 가야동계곡을 보며 능선길을 걷는 코스이다.
거대한 분비나무가 꺽이여 상채기를 드러내며 쓰러져 있고
그 아래로 통과 하면 마치 아마존의 원시 밀림속에 와 있는 기분이다.

멀리 가야동계곡의 초록색의 소는 우리눈을 유혹하고 혹시 꿈을 꾸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계곡의 풍경이 머리를 아찔하게 한다.

가야동계곡의 끝부분에 도착하면 대부분 일행들이
알탕을 얘기하는데 여자분도 알탕을 얘기해서 나는 처음에
여자도 알이 있는 줄 알았다.^^


*수렴동 산장
아니 여기도 두물머리? !!!
두곳의 계류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산장.
찬계곡물로 냉각시킨(사실은 시야시라고 쓰고 싶었으나~)음료수(?!)가
강력하게 유혹하는 곳.

우선 흐르는 계곡물에 들어 가 무릎 위 까지 적시고 서있으면
시원하다 못해 차가워서 견디기 힘들고 몇번을 하면 믿기 힘들 정도로
다리는 시원하다.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식탁에 앉아 도토리묵과 음료수를
마시면 그야말로 무릉도원.

다 왔을거라고 오산하여 옷을 갈아 입으면 마지막으로 화끈한 구간이 있으니
참아 주시길....

무박으로 넘어온 대청은 숲에 가려 보이지도 않고 이제는 집에 가서
눞고 싶은 생각뿐.

백담사를 향해..
좌측으로 이어지는 계곡은 더워진 요즘 쉬었다 가라고 손내미는데
조금더 가서... 조금더 가서라며 나를 북 돋우며 걷는다.
한참을 가다 유혹에 지쳐서 계곡으로 내려 서면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계곡에 고기들이 노닌다.

요즘 보기드문 민물고기라서 신기한듯 쳐다보고 있으면 제법 큰놈들이
자태를 뽐내고 머릿속에선 매운양념과 야채가 들어있는 남비에서 물이
끓고 있다.^^


*백담사
옛날의 정취는 왕의 별궁으로 쓰임을 당한 후 없어지고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후 이제는 그 위용을 자랑하기에 이르러
우리는 기세에 압도 되어 지나쳐 버린다.
예전에TV에서 본대로 참선의 요람으로 거듭 태어나길 빌어 본다.

신도가 아닌 우리는 용대리행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콘크리트포장길은 딱딱하기도 하거니와 지열을 마구 토해낸다.
지금까지 걸어 온 놈이 여기는 못걸어 하면서 이를 악물며 걸으면
다리가 나타나고 모퉁이를 휘돌면 버스 정류장 .

버스에 타면 시름이 잊혀지고 설악을 빠져나오는 길이 허허롭다.


*용대리
용대리에서 설악을 보면 힘든 기억은 사라지고 언제 또 만나려나
가슴이 짠~ 하다.

설악은 애교많고 여우같은 애인!!
지리는 후덕하고 온화한 어머니!!

그래서 설악은 항상 나를 가슴 설레게하고 달뜨게하는가 보다.

** 한번 다녀 온 곳을 2번 산행기 씁니다. 처음것은 너무 밋밋한것 같아서
다시 쓰고픈 유혹을 못이겨 그만~ 부적절 하다고 느끼면 의견 주십시요.
즉시 삭제 하겠습니다.


▣ 지리팬 - 애인보다 어머니가 영원하다? 정말 재미있는 글에다 지난가을 걸었던 가야동 계곡이 선하게 떠오르네요 언젠가 가야동같이 조용하고 세련된 사람을 그리워한적이 있으니 설악이 애인이다는 말이 맞을런지도....
▣ san001 - 설악... 정말 매력적인 산이죠. 애인같은 산.. 딱 맞는 표현입니다. 님의 설레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무박까지 서슴없이 하시고.. 이제 완전 꾼이 다 된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길^^^
▣ 길문주 - 수고하셨네요! 다녀올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니 몇번을 쓴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재미있게 쓰신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즐산하세요^^*
▣ 산초스 - 저는 88년 서울올림픽 열리던해 제헌절날 오링겐님과 둘이 폭우속에 비선대를 통과하여 희운각에서 빗물반 라면반 서서 먹으며 대청봉 올라가니 구름만 끼어있어 소청봉산장에서 하루자고 비가 계속와 공룡능선 포기하고 봉정암에서 권총무님가신 길로 오세암을 대각선방향으로 내려갔다 다시 마등령으로 올라와 비선대로 하산한 적이 있는데 , 이번에 님의 산행기를 보니 그때 비 맞으며 설악산 공룡능선대신 미니일주 한것이 생각납니다.^^**
▣ 진맹익 - 상투적인 인사 보다는 그 알탕이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저희 향골에서는 알탕 작은게 15000원인디 아까워서 소주 한잔에 한숟갈 퍼먹는디 설악엔 철대방죽으로 넘쳐 난다니 .. 하기 휴가때 소주 서너 박스 짊어지고 원없이 먹으러 갈 참입니다. 유려한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즐산 즐생 하소서.
▣ 산사랑 - 잠도 못자고 무박으로 여우갇은 애인 잘 만나고 오셨네요...설악 뿐이아니라 모든산들이 애인이요, 님이지요...글 잘보았슴니다 ........
▣ 운해 - 누구나 한 번쯤 오르고 싶은 용아의 유혹를 뿌리치느라 엄청 고생 하셨습니다. 용아대신 구간별 정리 하시느라 고생 하셨습니다.
▣ 김찬영 - 설악산은 안가도 되겠네요 .워낙 피부에 와닿게 만들어놓아서...그런데 설악폭포를 못보아서 어쩌시나... 못보면 어떱니까 설악폭포소리만도 좋치않습니까 !!!
▣ 문종수 - 몇번 갔던 길인데도 새로운 감흥으로 와 닿는 님의 산행기는 너무 재미가 있어 쉽게 읽어 내려 갑니다. 백담사 화장실 뒷길로 가면 시간절약이 되던데...!
▣ 물안개 - 저는 눈이 오는겨울의 봉정암을 꼭 가보고 싶거근요.얼마나 조용하고 고즈넉할까?겨울이면 좀 조용하겠지요...지난번 오색 대청 천불동을 10시에 출발하여 오후6시에 완료하더니 이제는 공룡도 당일로 들어간다네요.우리는 어쩌라고...하루자면 좋으련만 100 여명의 대식구를 거느리고 공룡이라..생각만해도 어지럽네요.님을 따라 설악의 품에 안겨봅니다
▣ 김사웅 - 올 2월 2박3일로 용대리에서 설악동까지 간 기억이 나네요..마침 전날 눈이 살포시내려 그 감흥은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는답니다.. 개인적으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아무도없는 적막만이 감돌던 봉정암 사리탑에 올라 1000원을 시주한 기억이 새롭네요.. 산행기 잘봤습니다.
▣ 김정길 - 경선아우의 좋은 친구들, 재용아우는 중간에 만나보았는데, 성봉 원석아우는 본지가 꽤 되니 얼굴 잊을까 걱정됩니다. 헌데, 경선아우도 재용아우도 뚱뚱하고 해서 내 그렇게 등산을 잘 하는줄 몰랐었는데, 설악산을 관통하시다니!!!
▣ 서디카 - 새벽2시20분 산행 시작... 야간산행이군요.. 시간의 여유는 있겠습니다.. 부산에서 설악산을 가면 오색 새벽4시30분 도착혀여..산악회 일행과 함께 행동을 할려면 항상 마음의 여유가 없어 아쉬웠죠.. 봉정암 사리탑 오세암 백담사.. ~~ 그리워라~~
▣ 김현호 - 아깝다 아까워 그 담날 우린 비선대~공룡 탓었는뎅~암튼 항상 즐산하시구여..
▣ 산모퉁이 - 멋진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작년 겨울 용대리-수렴동계곡-봉정암-대청-오색으로 당일 종주를 한 기억이 새롭네요. 님께서 이번에 걸으신 봉정암-오세암 구간은 담에 꼭 한번 들려 볼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