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월악산(1,094m, 충북 제천)

산행일자 : 2004년 7월 3일 (토요일)
날씨  : 태풍 민들레 상륙 전날 (산행도중 비바람)

산행코스  :  송계리 동창교 매표소 - 영봉(월악산 정상) - 마애불 - 덕주골

구간별 산행시간 :

  동창교 매표소
- 1시간 40분(+) - 송계3거리 -
1시간 - 영봉 - 40분 - 송계3거리 - 1시간 20분 - 마애불 - 50분 - 덕주골

총 산행시간 : 약 5시간 30분 (식사는 하산후에 함)

참고 산행기
       
김정길(04.6),    허경숙(03.10),    윤두영(02.11)

다른 참고자료 (산행지도, 산행코스, 산행기 등) : 아래자료에서 충청지역 '월악산' 자료모음 참조



참고지도

산행지도 (안내 게시판에서)

 

 


월악산에 대하여


월악산은 국립공원으로서 웹이나 각종자료에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 간단한 설명과 산행기에서 본 것 중에서 공감하는 내용을 적으면....

.... 월악산은 자못 험준하며 정상의 봉우리는 마치 석상을 둘러친 듯 바위봉으로, 주봉인 국사봉으로도 불리는 영봉(1,094m),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다는 하설봉, 용두산, 문수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영봉은 거대한 암봉으로 이 꼭대기에 서면 월악산 산 그림자를 담고 있는 충주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한국의 산하, 김정길)

....누구에게나 대접을 받지 못할 계단의 신세가 처량하다, 천국가는 계단 길도 아닌데, 왜 그리 계단이 많은지, 그 많은 계단이 월악을 신물나게 하는 건 아닌지, 그저 흙 길이 그리워, 바위 길이 그리워, 자꾸 아쉬워하며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허경숙)

 


 

월악산 항공사진 (출처: 조선일보사) - 사진 누르면 확대 

  


 

 


 


산행 전날



7월 2일에서 3일까지 행사가 있어 수안보로 향했다.
사는 곳이 창원이니 구마고속도로로 가다가 경부고속도를 경유 김천에서 새로난 중부내륙고속도를 타고 수안보로 가는 길이 빠르나, 단양 쪽 경치를 좀 보면서 가자고 해서, 대구에서 안동방향 중앙고속도로로 올라가다가 단양에서 나와 36번 국도로 수안보로 향했다.

이 길을 가면 충주호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일기예보에는 내일 태풍 민들레가 남해안에 상륙해서, 전국적으로 비가 올거라고 한다.
아직은 비가 내리지 않으나, 습도가 높고, 옅은 안개가 끼어 시계가 좋지 않다.


단양에서 수안보로




수안보 모 콘도에서 오후 내내 행사를 치렀다.

다음날(토요일) 아침은 각자 취향에 따라 월악산 산행, 골프, 그냥 퍼져서 온천하고 쉬기 등 여러프로그램으로 나누기로 했는데, 어라 산행팀이 가장 작다.

등산이 운동효과도 좋고, 경제적이고,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도, 조금 나이든 축에게는 부담인 모양이다. 오르막 오를 때 힘들고, 골프만큼 재미도 없고... 그런 모양이다.
특히 이번에는 태풍이 온다고 해서인지, 산행준비를 별로 안해왔다.

그래, 하는 수 없지... 몇몇이라도 가지 뭐....비나 많이 안 왔으면 좋겠다...


 

수안보에 여장을 풀고

  



만찬을 하고, 내일 산행이 5-6 시간 걸리니 일찍 쉬려고 했는데...
그게 영 다른 길로 새버렸다.

식사때 반주로 시작해서, 이곳 저곳 몇 차례 옮기다 보니,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주거니 받거니 좀 과음을 했다.

오랜 만에 집 떠나 평소 만나기 힘든 지인들을 만난 터라 영 브레이크가 안 잡힌다.
성화봉송주, 육탄주(六彈酒), 버디(birdy)주니 이름도 생소한 폭탄주까지....
그렇게 만취해서 숙소로 돌아와 겨우 몇시간 눈을 붙이고 있는데, 어느샌가 일어나서 산행 준비할 시간이다.


산행후기

송계리 동창교에서 송계3거리


일어나 밖을 보니 아직 비는 내리지 않으나, 잔뜩 찌푸린 날씨다.

부랴부랴 해장국을 한그릇 하고, 월악산 쪽으로 떠났다.
송계리 월악산 매표소 가는 길로 들어서니, 영봉은 아닌 것 같고, 하봉인지 중봉인지 월악산 봉우리 들이 싱그러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멀리 월악산이 보인다

  



차 한대는 하산할 덕주골 산행로 입구에 두고 돌아와, 동창교 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하니 아침 8시 30분 경이다.

같이 산행 떠날 동료는 그저 동네 산보가는 차림이다.(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자연산이라고 부른다). 지난 주 부부가 당일 지리산 종주를 다녀오고, 다음달 백두산 천지 서파외륜 종주를 떠난다.

 

 

동창교 산행 들머리



 


산행로는 국립공원인지라 잘 조성되어 있다.
송계3거리까지는 외길이므로 산행안내도 필요없다.

처음에는 완만한 경사길이더니, 조금 지나서 부터는 1시간이 넘게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그런데 컨디션이 영 엉망이다.
습기에 후덥지근한 기온에 온몸이 땀에 푹 젖는다.

어젯밤에 과음을 해서인지, 한발한발 띄기가 천근 만근이다.
입에는 아직 분해가 덜 된 신맛의 알콜같은 것이 목으로 올라오는 것 같다.

“애라, 오늘은 포기하고 돌아갈까?”

“건강 위해 하는 등산인데, 이러다가 탈나면 뭐하나? 지난번 마라톤 경기에 보니 무리하다가 2명이나 죽던데... 술마시고 산에 오르는 거나 같은거 아닌가??”

“그래도 멀리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도 못가고 갈수는 없지”

이런저런 생각에 갈등이 생긴다.

동창교 1.6km 지점에서 잠시 쉬는데 상태가 영 말씀이 아니다.
일단, 같이 가는 일행에게 보조를 맞추기 힘드니 먼저 가라고 했다.

“어젯밤 술 땜에 정상은 못 갈 것 같고, 여기서 좀 쉬었다 올라갈테니, 영봉 갔다올때 쯤 송계3거리에서 만나자. 거기서 나는 정상 안가고 덕주골로 하산하지 뭐...”

술 핑계는 댔지만, 좀 챙피한 생각이 든다.
혼자 이게 무슨 꼴이람.... 그래도 매주 산에 다닌다는 사람이....

일행을 보내고,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한 20분을 쉬고나니 좀 났다.
역시 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있는 마눌님 한테 전화를 해서

“오늘 잘 하면 과부될테니 기다려 보라”고 하고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서 천천히 오르니 조금씩 다리에 힘이 오른다.
등산은 역시 자기 pace대로 컨디션에 맞추어 하는게 좋다.

덕주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송계3거리에 올라오니 딱 2시간이 걸렸다. 다른 일행은 1시간 3, 40분 걸린셈이다.

 


송계 3거리



송계3거리에서 영봉


송계3거리에서 정상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약간 망설여 진다.

아직 술기운이 있는터라 보통 때보다 힘은 들지만, 아무래도 정상까지 가야겠지...
고지를 눈앞에 두고 하산할 수는 없지...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영봉을 향해 간다.

영봉은 바로 눈앞에 있는 엄청 큰 바위 봉우리인데, 완전히 360도를 돌아서 철계단, 나무계단으로 올라가는 모양이다.
비구름에 쌓여 봉우리 모습은 잘 안보인다.


비구름에 가린 영봉 암벽


 


조금 가다가 까마득한 급경사 계단을 오른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조심해서 올라야 한다.
그러나 난간만 잘 잡고 가면 위험한 길은 아니다.

계단을 올라, 조금 가니 어렵쇼.. 다시 한참을 내려간다. 아니 이렇게 내려 갈걸 왜 계단을 올라 왔는고?
여기서 앞에간 일행한데 전화를 해보니, 이제 막 정상에 도착했단다.
나보고는 한 25분쯤 더 걸리겠다고 한다.

“거기서 좀 쉬고 있으면, 나도 올라간다...”

다시 계속되는 나무계단... 끝도 없는 듯하다.
아마 우리나라 산 중에서, 계단 많은 곳 많이는 안 다녀 본지 몰라도, 이 곳보다 많은 곳은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허경숙님 산행기에 나오는 계단 소감에 대해 100% 공감하고,
나에게 월악산의 특징과 기억에 남는 것이 무어냐고 하면 단숨에 “계단”이라고 할 것 같다.


영봉 오르는 계단




그렇게 여러번 계단을 오르고 오르다 보니, 결국은 월악산 정상인 영봉에 도착했다.

먼저 온 일행들이 반갑게 맞는다.



 

드디어 정상 영봉

  

 

영봉 설명 (Click here!)




영봉에 대한 설명은 안내판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안개로 한치 앞도 볼수 없다.
그저 그려러니 하고 상상만 해 본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 왔으니 미련은 없다.
경치는 다음에 다시한번 오면 되지 뭐...

비구름 속에 아무것도 볼수 없다.


정상 바위바로 앞은 절벽같고, 멀리보면 경치가 좋을 것 같은데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맑은날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몇 장 찾아 보았다.


 

퍼온사진 -월악리쪽에서 바라본 월악산 영봉 (촬영자: 서재권)


 
퍼온사진-헬기장에서 바라본 영봉 (촬영자: 서재권)

 


영봉에서 마애불


늦게 오는 나 때문에 일행들은 40분 넘게 정상에서 쉬다가, 송계3거리 방향으로 하산했다.
여기서 마애불을 거쳐 덕주골로 하산한다.

이번에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 와야 하는데 올라가는 것 못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만약 미끌어지면 큰 일이다.

어느 산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하산길은 마음이 가볍다..
40여분을 내려오니 아까 지나간 송계3거리다.

여기서 직진하여 마애불 방향으로 향한다.

아까는 그저 땅만 보고 겨우 오라갔는데, 이제 녹음 우거진 작으마한 봉우리들이 눈에 조금 들어온다.
술은 다깼는데...  날씨가 좋으면 참 좋으련만...

 

하산길 - 능선




수풀속으로 가다가 암릉을 지나기도 하고, 비교적 평평한 능선길을 40여분 지난다.


암릉 능선





가는 길에 전망대가 나오는데, 안개로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대로 다른 사람 사진으로 대신 감상한다.


 

퍼온사진 - 전망대에서 바라본 영봉과 충주호 (촬영자: 산거북이)


 


부근의 좀 높은 언덕이 960m 봉인 모양이다.
이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이니, 비는 별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다시 가파른 계단 내리막길이 시작되는데, 이게 보통이 아니다.
영봉 주변 계단 보다 오히려 더 많은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계단을 많이 만들지 않고, 등산로를 만들 방법은 없었을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 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다시  계단길




계단을 내려와서 암벽을 올려다 보니 까마득한 절벽이다.


암벽





마애불에서 덕주골


영봉에서 하산한지 약 2시간만에 마애불에 도착했다.

덕주사 마애불은 부처님 한분을 바위에 새긴 불상인데, 지난번에 가본 방어산 3존 마애불보다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여기도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다.


덕주사 마애불 (보물 406호)



 

마애불 설명




아래는 지난 5월 방어산에서 본 마애불 사진이다 (
방어산 산행기)


방어산 마애3존불 (보물 159호)




마애불을 지나니 이제는 평탄한 흙길이다.  흙길이 반갑다...

산을 오르고 내려올 때는 힘들지만, 산행이 끝날 무렵이면 항상 힘든건 모두 잊어버리고 나른하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곧 시멘트 임도를 따라 덕주사와 학소대를 거쳐 덕주골로 하산했다.


덕주사 입구





덕주골 입구에서 늦은 점심을 했다.
비내리는 천막아래서, 오늘 하루 힘들었던 산행을 생각하며
파전, 감자전, 산채비빔밥, 수제비...

그리고 시원한 냉수로 샤워를 하게 해준 연세든 아주머니의 친절한 서비스도 기억에 남는다.

돌아오는 길은 김천방향으로  빗속을 달렸다. 새로 만든 고속도가 잘 닦여있다. 

여하튼 다음부터는 산행 전날 과음은 안해야지....


 


사랑의 술 한잔 하시고, 좋은하루 되세요. 
술은 적당히 마시고 사랑은 많이하시고. ^^*
               



▣ 산거북이 - 어려운 날씨에 귀한 산행을 하셨는데, 거기에다 불초한 소생의 사진까지 뽑아올려주시니 반갑고도 감사합니다. 그동안 창원51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미미하나마 산행기 구성에 도움이 되서 되려 감사합니다.
♣ 51z...허락없이 사진 올렸는데.. 감사드리고,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그 코스는 더 힘들겠더군요..

▣ 김정길 - 전날 과음으로 얼마나 힘들었으면 집에 전화를 걸어서 “오늘 잘 하면 과부될테니 기다려 보라”고 하셨을까요, 월악산 산행은 어디에서 오르고 어디로 내리던 힘든 산행인데, 최악의 컨디션으로 송계3거리에서 덕주골로 가시질 않고 풀코스 산행을 마치신걸 보니 역사 창원51의 s이신지 z이신지는 모르오나 대단하십니다. 산행기도 후답자들을 위하여 여러 사람들의 자료를 총 동원하시는 등 최선을 다하신 모습에 감탄합니다. 부디 내내 건강하시고, 무탈한 산행 이어가시기를 소망합니다.
♣ 51z... 허이고, 겨우 올라갔다 왔습니다. 일행중에 꼴찌로... 앞으로는 등산 잘하시는 분 흉내내지 않고, 천천히  몸에 맞게 다닐까 합니다.  격려말씀 항상 감사드리며, 계속 금연하시고 즐거운 산행 많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 산너울 - 안녕하세요 멋진 명산 다녀오셨습니다. 월악산 영봉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지요 더구나 과음까지 하셔서요*^^* 특히 동창교를 들머리로 할 경우 더욱 힘드실텐데.. 멋진사진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저도 다시 가고싶네요. 건강하세요
♣ 51z... 감사... 수락산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건강산행하시기를...

▣ 빵과 버터 - 산행기 구성이 참 독특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자료를 매끄럽게 연결하여 다시 돌아보는 즐거움을 주게 하는 아이디어하며.....아~ 보고잪다~ 1년전의 내모습이......
♣ 51z... 왜 1년 전의 모습을 찾으시는 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건강산행하시고.. 우렁각씨님과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운해 - 히야! 한국의 산하 작품 전시회를 보는 듯 합니다. 산거북이님의 예술작에다 서재권님의 사진에 곁들여 창원51님의 작품까지 월악의 진수를 보고 갑니다. 과음 하시고 가파른 월악 다녀 오시느라 고생 하셨습니다.줄산 하시고 건강 하세요.
♣ 51z...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혹시 아래에 계시는 분인지?


▣ 헌트 - 저도 맨정신으로 덕주사코스로 왕복산행 했는데 힘드신데 전날과음하시고 산행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수많은 계단 장난아니죠...저도 올라갈때는 올라 갔는데 내려올때 다리가 풀려서 저절로 막내려 오다가 굴러 떨어질뻔 했습니다.
♣ 51z... 힘들었다는 분이 있으니 위안이 됩니다.  항상 건강산행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이우원 - 월악산을 다녀오셨군요. 맑은 날이면 충주호와 어우러진 비경을 볼 수 있는데 조금은 아쉽습니다. 천년사직의 한이 서려있는 월악산, 창원51님의 사진으로 마애불을 다시보며 마이태자와 덕주공주의 슬픈사연을 되새겨 봅니다. 잘 보았습니다.
♣ 51z... 산행기 공부하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안전산행 하시기를...

▣ 브르스황 - 멋진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과음을 하셔서 힘든 산행을 하셨군요. 항상 건강하시고 즐산하십시요.
♣ 51z... 산하 고참님 격려 감사... 항상 건강산행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