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9월 26일

산행인원 : 베컴과 백운대

산행구간 : 산성 매표소-의상능선-백운대-우이동

산행시간 : 총 9시간


 

친구와 함께 사랑하는 의상능선으로

 

추석 지내러 온 서울

보고 싶었던 북한산을 산행하기로 하고

친구와 구파발 역에서 아침 8시에 만났다.

  

이 친구는 세월이 갈수록 젊어지는 이상한 친구로서

신선술을 연마하는지 궁금하며 나이보다 10년 젊게 보인다.

꽃미남이라 불리며 인기가 높다.

  

이른 아침은 아니지만 부지런한 산꾼들이 많다.

헬멧을 준비하고 암벽 타러 가는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김밥, 물 등을 가게에서 준비하고 북한산성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오늘 코스는 산성 매표소에서 시작하여

의상능선을 타고 백운대에 올랐다가 우이동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북한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 이렇게 잡았는데

산행을 즐겨하지 않는 친구에게 결과적으로 힘든 산행되었다.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다.

하늘에 구름이 적당히 햇볕을 가려주고

청량한 기온에 가을바람이 소슬하다.

 

산성 입구에 들어서니 가파른 의상봉이 떡 버티고 서있다.

마치 거대한 벽이 눈앞에 있는 듯 위압감을 느낀다.

누구나 ‘저기를 오르자면 땀께나 흘리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의상능선은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칠성봉, 문수봉의 8봉 능선으로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생각하며 즐겨 찾는 코스이다.

 

의상봉부터 문수봉까지 여덟 봉우리는

땀 흘리고 봉우리 하나를 넘을 때 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백운대를 비롯한 북한산의 모습과 먼 곳의 조망이 달리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산은 오른 만큼 달리 보인다는 것을 의상능선에서 실감하게 된다.


 

문수봉으로

 

출발한지 20분 쯤 되니 본격적인 의상봉 바위타기가 시작된다.

위태롭게 보이는 구간도 있지만 안전시설이 잘 되어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의상능선은 제1봉인 의상봉을 오르는 것이 가장 힘들면서도 재미있다.

 

의상봉을 오르는 친구의 발걸음이 가벼운 편이 아니다.

산을 타는 사람들도 체력 소모가 많은 곳인데 산에 자주 오지 않는 편이니 더욱 그렇겠다.

오늘 산행은 쉬엄쉬엄 천천히 가기로 한다.

 

1시간 10분 만에 의상봉에 올랐다. 사방이 훤히 보인다.

땀 흘리고 오른 보람을 느끼는지 친구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멀리까지 시원한 조망을 즐기기에 충분한 날씨이다.

 

의상봉과 비슷한 높이의 원효봉,

염초봉 그리고 백운대와 만경대도 보인다.

인천과 파주 쪽도 보인다.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을 하나씩 넘어간다.

처음에 힘들게 올라왔던 의상봉도 이제는 저 아래에 있다.

증취봉에 오니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로 인수봉이 살포시 모습을 드러낸다.

 

白日依山盡  빛나는 태양은 서산에 지려하고

黃河入海流  황하는 바다로 흘러간다.

欲窮千里目  천리 먼 곳까지 보고자 하여

更上一層樓  다시 한 층을 더 올랐어라

 

의상능선에 제법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다른 코스보다는 길이 험하여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어린 초등학생을 데리고 온 엄마도 보인다.

확실히 산행 인구가 많아졌구나.

 

나월봉이다.

우회로 표지판이 땅에 누워 경고하고 있으나 조심하면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오른쪽에 천길 낭떠러지를 낀 바위를 조심스레 올라갔다가

왼쪽에 백길 절벽 길을 손으로 잡고 돌아서간다.

곧 “미끄럼틀”같은 바위를 두손 두발로 내려오면 위험 구간은 끝이다.

 

제6봉인 나한봉에서 내려와 칠성봉으로 오른다.

밧줄을 잡고 오르는 길에서 비봉능선을 보니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가 저 아래에 있다.

저기도 걷기에 좋은 길이다.

 

“칠성봉”은 측량 삼각점이 있는 이름없는 봉우리이었으나

신동국여지승람에 “칠성봉”이라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고

최근에 어느 분이 매직펜으로 적어놓았다.

그 이름이 좋아 나도 이제부터 칠성봉이라 부르기로 했다.

 

칠성봉을 지나 비봉능선이 갈라지는 청수동암문에서

잠깐 올라오면 의상능선의 종착지인 문수봉이다.

문수봉 옆 태극기가 휘날리는 곳에서

왼쪽의 보현봉과 오른쪽의 문수봉을 바라본다.

둘 다 늠름하고 기품있는 바위봉우리로서

의상봉과 원효봉의 경우처럼 불교식 이름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가장 사랑하였다는 보현봉,

서울 중심부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그 봉우리이다.

지금은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갈 수 없다.

 

문수봉에서 승가봉으로 이어지는 저 능선.

아기자기하고 힘 있는 바위들에 바위 타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서 족발에 막걸리를 곁들이며 목을 축인다.

친구와 땀 흘리고 먹는 것이라 더욱 맛있다.


 

동고(同苦)와 동락(同樂) 사이

 

옛날 중국 오왕(吳王) 부차에 패한 월왕(越王) 구천이

20여 년간 와신상담하며 복수를 꿈꾸던 시절,

구천을 도와 부차를 쳐부순 명재상 범려는 중국 3대 미녀인 서시를 데리고

토사구팽 당하기 전에 구천을 떠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구천은 동고(同苦)는 같이 할지언정 동락(同樂)은 같이 못할 위인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동고동락(同苦同樂)으로서 우리가 아는 의미와는 약간 다르다.

예로부터 사람사이에는 동고는 쉬워도 동락은 힘들다고 한다.

어려움은 서로 힘을 합쳐 견디고 이겨내지만

즐거움은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으면

동락보다는 동고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산행은 서로 땀 흘리고 고생하는 동고의 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산행 또한 동고를 통한 상호이해의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위문(衛門)으로

 

대남문, 대성문을 내려가면서 친구의 왼쪽 무릎에 통증이 온다고 한다.

안 좋으면 여기서 하산할까 하고 물어보니 견딜만하다고 한다.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주고 아플 때 마다 뿌려라고 했다.

 

추석 전이지만  일요일의 산성 주능선에 산행온 사람들이 제법 많다.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에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겠지.

 

보국문 지나 칼바위능선을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잠시 쉬었다.

저 밑에 사이좋은 형님 동생 같은 형제봉이 보인다.

 

장터 같은 대동문을 지나

동장대에서 남은 김밥을 먹으면서 바라보니 대남문이 저 산위에 있다.

쉬면서 돌아보면 걸어온 길이 새삼 멀게 느껴진다.

한 걸음씩 걸어 멀리 온 것이다.

 

노적봉 앞에서부터 위문까지는 만경대를 우회하는 길이라 험하다.

쇠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곳이 많다.

험한 길에 친구는 무릎이 점점 더 아픈지 속도가 더 늦어진다.

그렇지만 할 수 없다 일단 위문까지는 무조건 가야한다.

 

바윗길을 살짝 돌아가니 백운대가 웅장하게 서있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가을하늘 아래라면 백운대의 하얀 바위가 더욱 빛나겠지만

그래도 백운대의 모습은 위풍당당하고 보인다.

 

위문 밑 백운산장(白雲山莊) 내부에 “영암웅봉(靈岩雄峰)”이란 힘찬 글씨가 있는데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노적봉 등등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를 잘 표현한 말 같다.

한결같이 범상치 않은 흰 봉우리들이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기운을 가득안고 있다.

 

위문에서 친구에게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본다.

여기까지 와서 백운대 안 올라갈 수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백운대 가는 길이 힘들겠지만 가보자.'

 

 

백운대로

 

백운대 오르는 길에 사람들이 많다.

차례대로 내려가고 올라가려니 기다리는 시간도 제법 된다.

대여섯 살 아이 손을 잡고 올라오는 용감한 부모도 있다.

 

백운대에 올라왔다.

사방을 둘러보고 친구와 증명사진도 찍었다.

건너 인수봉에는 암벽타는 스파이더맨들이 새카맣게 붙어있다.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아줌마들,

"젊음이 좋은 것이여" 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아지매들도 아직 늦지 않은 것 같은데,후후’

 

 

내려가는 길

 

내려간다. 여기서부터 무릎이 아픈 친구에게는 고통의 시간이다.

한발 내려놓고 한발 내리는 씩으로 걷는다. 보기에도 딱하다.

그래도 아픈 표정을 짓지 않는다.

 

백운산장에서 두부와 파전을 시켜 막걸리 두 사발씩 마셨다.

캬, 역시 산행에는 막걸리가 최고다.

하산을 서두른다. 통증이 알딸딸할 때 내려가기 위해서다.

 

백운대매표소까지 천천히 내려오니 17시 20분이다.

9시간 산행했으니 많이 걸렸다.

아무래도 오늘 코스가 무리였던 것 같아 초행길에 아픈 무릎으로

끝까지 완주한 친구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사우나에 가서 몸을 씻으면서 피로를 잠깐 풀고

긴 동고(同苦)의 산행(山行)을 끝낸 후의 통증 완화와 관계 촉진을 위하여

청진동으로, 관철동으로, 인사동으로 동락(同樂)의 주행(酒行)을 하였다.

 

 

산성매표소 주차장에 본 의상봉

 

의상봉 오름길의 바위

 

파주쪽으로 바라본 모습, 멀리까지 보인다.

 

의상봄에서 본 백운대와 만경대, 인수봉은 보이지 않는다.

 

용출봉에 본 의상봉과 원효봉, 비슷한 크기와 모습이다.

 

용혈봉에서 본 용출봉

 

증취봉에 오르니 비로소 인수봉이 보인다.

 

나월봉의 "미끄럼틀" 바위, 그냥 이름지어 보았다.

 

의상능선, 봉우리 하나를 넘을 때 마다 고도를 올려간다.

 

문수봉, 오늘의 북한산에는 봉우리마다 산꾼들이 올라가 있었다.

 

승가봉에서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바위들

 

형제봉, 저 아래 남산이 보인다.

 

만경대 우회로, 밧줄잡고 오르는 구간이 많다.

 

백운대

 

줌으로 댕겨서 본 백운대, 줄지어 오르내리는 사람들

 

위문

 

위문에서 백운대로 올라가며

 

인수봉

 

암벽타는 사람들이 많다.

 

백운대 정상, 태극기가 휘날린다.

 

바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

 

우리 아들이 봤으면 이 바위를 똥꼬바위라고 했을 것, 저 밑에 만경대

 

백운산장

 

인사동 어느 술집에서, 이 집의 간단한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