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봉 710m

위 치 : 충북 단양군 단성면

산행코스 : 장회리주차장 - 제비봉 - 장회리주차장

산행일자 : 2004년 9월 26일/아내와 나

  

◐제비봉 가는길

06:10 풍기출발

06:45 장회리주차장 도착

  

◐산행기록

06:50 장회리주차장 출발

07:35/07:45 계단위 암봉에서 휴식

07:47 476m고지 매표소에서 1km, 제비봉 1.3km

08:03 매표소에서1.5km 제비봉 0.8km

08:30/08:58 제비봉 정상

09:17 매표소에서1.5km 제비봉 0.8km

09:29 476m고지 매표소에서 1km, 제비봉 1.3km

10:15 장회나루 주차장


 

◐산행시간 3시간 25분(휴식기간 포함)

◐산행거리 4.6km

  

◈ 충주호의 비경이 일품인 단양의 제비봉

지난 6월 13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조령산 종주산행중 부상을 당한 이후 100여일이 넘는 기간동안 유난히도 길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낳지 않는 다리에 속을 태우며 산행을 하고 싶어 꿈틀대는 욕망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아 시험 삼아 풍기읍민의 산책코스로 30분 거리인 노인봉을 다녀와 보기도 했지만 통증과 함께 퉁퉁 붓는 발목을 보며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져 지나기를 여러 날.....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자연의 섭리 앞엔 어쩔 수 없는지 어느덧 물러가고 들판을 누렇게 물들이며 시작된 가을은 어느새 부지런한 농가의 처마 밑에까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게다가 설악산의 단풍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5일간의 추석 황금연휴를 맞고 보니 도저히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 한번 가보자! 도저히 안 되면 중간에 포기하고 오면 되지 뭐!”

마음을 굳게 먹고 아직 산행의 산짜도 못 꺼내게 하는 아내의 허락을 얻기 위해 고심을 하다가 단양의 제비봉으로 산행지를 정하였습니다.


 

우선 산행거리가 짧고, 충주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 할 수 있으며 집에서의 접근 또한 용이하기에 큰 부담 없이 조심해서 다녀오면 될 것 같아서였습니다.


 

막상 걱정스러워 하는 아내의 허락을 얻고 나니 100여일 만에 하는 산행에 대한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과연 잘 다녀 올수 있을지?

다녀온 후에 발목의 상태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런 마음이 더 많습니다.


 

산행전날 잠자리에 들기까지 기대 반 걱정 반이던 생각은 아침에 눈을 뜨면서 이상하리만치 무덤덤해져 있습니다.


 

배낭을 꾸리고 뜨끈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 후루룩 삼키니 속도 든든하고, 날씨도 괜찮아 보이니 좋은 기분으로 집을 나섭니다.


 

추석 귀향길로 제법 차가 붐비는 하행선과는 달리 널널한 고속도로와 36번 국도를 달려 35분 만에 장회나루 주차장에 도착 합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커다란 주차장은 텅 비었고 이따금 국도를 지나는 차량들만 간간히 눈에 띌 뿐입니다.


 

굳게 닫힌 매표소를 디카에 담고 꿈에 그리던 산행 길에 접어드니 초반부터 급경사 계단이 숨을 가쁘게 합니다.

오르고 보니 그리 길지 않은 계단인데도 오랜만에 걷는 탓에 가쁜 숨이 몰려나오는 것 같습니다.


 

급경사를 한 구비 올라서니 멋있는 암봉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힐끔 뒤돌아본 충주호의 모습은 고요한 쪽빛 물과 옥순봉, 구담봉이 어우러져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넋을 놓고 충주호 풍경에 빠진 아내에게 좀더 전망 좋은 곳에서 쉬자며 오르길 재촉하니

“먼저가! 따라 갈 테니” 하는 겁니다.

행여 다칠세라 조심조심 걷고 있는 내가 답답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불안한 마음에 뒤 따라 오면서 보살펴 주겠다는 건지?

둘 다 싫으니 다시 아내를 앞세우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한발 한발 옮겨 놓습니다.


 

가끔씩 나오는 암릉을 조심스레 지나오르니 양쪽이 절벽인 날카로운 능선으로 가파른 등산로가 열려있고 정상부위에는 사다리가 길게 놓인 우뚝 선 암봉이 눈에 들어옵니다.


 

밑에서 봐서는 제비봉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위용이 있는 모습입니다.

“저게 제비봉인가?”

말해놓고 생각을 해보니 이제 겨우 30분밖에 산행을 하지 않았으니 벌써 제비봉이 저렇게 가까이 보일 리가 없습니다.


 

무안한 마음에 뒤돌아보며 “야! 여기서 보는 충주호 조망이 제일 좋겠다.” 하며 말머리를 돌립니다.

그러니 아내도 모르는 체 내말에 화답 하고 나섭니다.

무안한 마음을 면해 보려고 한 소리지만 충주호의 풍경만은 정말로 멋있습니다.


 

제법 긴 계단을 무리 없이 오르니 아내가 전망 좋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쉬어가자며 손짓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산능성이 끝에 제비봉이 보이니 반 정도는 온 것 같기도 하여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풋풋한 흙냄새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바라보는 산속 풍경은 꿈결인지 생시인지 모를 환상 그 자체 입니다.

아내와 난 아무런 말없이 아름다운 비경과 고요한 분위기 덕에 사색에 한동안 푹 빠져 봅니다.


 

잠시 쉬고 나서 걷는 길은 어느덧 경사도 완만해져 있고 그리 힘들지 않는 등산로가 열려있습니다.

편한 발걸음은 산행을 한지 거의 1시간 만에 매표소 1km, 제비봉 1.3km 이정표를 지납니다.


 

지금까지 별 무리가 없이 올라 좋은 기분으로 편한 걸음을 옮기다가 돌을 잘못 밟아 다친 다리를 삐끗하는 아찔한 순간을 맞습니다.

다행이 별탈은 없었지만 한줄기 식은땀이 등골을 따라 길게 흐릅니다.


 

방심은 금물!

옳지 않은 다리로 산행을 하려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더욱 조심스런 발걸음은 매표소를 출발한지 1시간 40여 분만에 제비봉에 오릅니다.


 

충주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자리를 잡고 서니 제일 우뚝 솟은 금수산을 비롯해서 말목산, 가은산, 수석을 수반에 올려놓은 듯한 옥순봉, 구담봉과 여러 산들이 충주호와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시간도 멈춘 듯한 고요한 산속....

숨소리조차 부담스러운 제비봉 정상엔 잠시 정적이 흐르고....


 

어디서 달려왔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가오는 다람쥐가 정상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다람쥐와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빵을 나누어 먹었지만 자기 볼일만 보고 횡하니 사라지는 녀석 때문에 기념사진도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30여분 정상에 머물다 내려서는 길...

오를 때 보다 더 부담스러운 다리로 인해 더욱더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깁니다.


 

충주호의 아름다운 모습도 등산로 주변의 분재같이 멋스런 소나무도 제대로 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 체 안전하게 내려오는데 온 정신을 빼앗겨 버립니다.


 

그렇게 50여분을 내려서니 매표소가 얼마 남지 않은 전망 좋은 곳에서 이릅니다.

아름다운 충주호 구경도 할 겸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이른 시간이라 텅 비었던 주차장에 관광버스를 비롯한 차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물결하나 없이 고요해 보이는  충주호 수면 위를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떠다니는 모습이 너무도 한가로워 보입니다.


 

나도 마음속 유람선을 타고 떠도는 듯 옥순봉, 구담봉을 비롯해서 충주호의 비경을 한바퀴 다시 돌아보고 오랜만에 해본 조심스런 산행을 마쳤습니다.


 

장회 매표소 입니다......

 


 

제비봉과 등산로의 모습

 


 

멀리보이는 월악영봉

 


 

산행안내 이정표

 


 

제비봉 정상 충주호 전망대에서

 


 

제비봉 정상 기념

 


 

길고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계단

  


 

제비봉의 암릉미

 


 

구담봉이 가까이 보이는 곳에서

 


 

전체적으로 찍어본 충주호 전경

 


 


 

구담봉의 아름다움

 


 

하산길에 본 말목산

 


 

하산길에 본 금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