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등을 올라 대청까지 - 설악산


추석연휴의 피로가 채 풀리기도 전에 10여년 만에 설악산에 오르게 되었다.
친구의 설득에 몇번이고 고민하다가 가기로 하였다.
말로만 듣던 공룡능선.. 소문난 산의 아름다움은 뒷전이고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산행코스 및 시간은 설악동(05:20) -> 비선대(06:20) -> 마등령(09:20) -> 나한봉(10:20) -> 1275봉(12:20) -> 신선봉(14:30) -> 희운각 -> 소청봉(16:40) -> 대청봉(17:30) -> 오색(19:40)


비선대에서 달을 보고 (2004.10.02)


새벽 한시에 설악동에 도착하여 차안에서 잠을 청한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서 준비해 간 점퍼를 입고 아쉬운 김에 돗자리까지 덮었으나 그래도 춥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아침 4시 30분에 기상을 하여 아침을 먹고 5시 20분에 출발한다.
설악동에서 비선대까지의 완만한 길이 아침 굳어진 몸을 풀기에 적당하다.
장군봉 위의 달이 너무 밝다.


금강굴 오르는 중 맞은 편 (2004.10.02)


통천문의 단풍 (2004.10.02)


마등령에서 (2004.10.02)


마등령에서 본 세존봉과 설악동 (2004.10.02)


마등령의 단풍 (2004.10.02)


비선대에서 마등령가기전 중간 휴식처까지는 급경사의 너덜지대 오르막이다.
무려 1시간 30분 정도를 올랐지만 비선대까지 오면서 몸풀기가 잘 된 탓인지 힘드는 줄 모르겠다.
오르는 중에 보는 아침 햇빛을 받은 기암이 아름답기보다 웅장하다고나 할까..
단풍은 조금 일러 보이지만 통천문 부근에서는 제법 단풍의 아름다움을 볼 수가 있다.


나한봉에서 본 공룡능선 (저길 언제 가나..) (2004.10.02)


마등령에서 1시간을 걸어 공룡능선의 첫번째 봉우리인 나한봉에 도착한다.
이제서부터 본격적인 공룡능선의 산행이 시작된다.
나한봉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의 모습에 앞으로 가야하는 걱정이 조망의 아름다움에 묻혀버린다.


공룡능선 맞은 편의 물개바위 (2004.10.02)


코끼리바위 앞에서 (2004.10.02)


용아장능 (2004.10.02)


천불동계곡 단풍 (2004.10.02)


신선봉에서 본 공룡능선 (많이 걸었네..) (2004.10.02)


신선봉에서 본 공룡능선 (멀리 울산바위) (2004.10.02)


신선봉에서 (2004.10.02)


나한봉에서 1275봉을 거쳐 신성봉까지의 공룡능선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중간 중간에 쉬면서 주변 조망을 즐긴다.
눈에 보이는 바위가 모두 동물형상이다.
우리끼리 이름도 지어본다.
물개바위.. 코끼리바위..
옆능선의 용아장능도 웅장해 보이고 천불동 계곡의 단풍이 기암과 조화를 이룬다.
나한봉을 출발한지 4시간만에 신선봉에 도착한다.
신선봉에서 본 공룡능선의 모습은 아... 이래서 유명하구나..
산행기를 쓰는 것 조차도 힘들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설악과 공룡의 아름다움에 빠져 오고 갔는가?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갈 것인가?
이렇게 공룡능선을 무사히 넘었다.


소청봉 오르는 길 (2004.10.02)


대청에서 본 중청, 소청봉 능선 (2004.10.02)


정상(대청봉)에서 (2004.10.02)


대청에서 본 천불동 계곡 (2004.10.02)


공룡을 지나 희운각에서 오늘의 산행을 중간 마무리하며 친구와 허기를 채운다.
공룡에 긴장해서 술 한잔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 하산길만 남았다.
농담을 한마디 해 본다. "우리 내친김에 대청까지 올라 볼까?"
10여년 전에 한번 올랐건만 카메라가 고장이 나서 아직껏 사진한장 없다.
친구가 농담을 한다. "오르자고.. 지금 안 오르면 또 언제 올지 모르는데.."
대청은 바로 코앞에서 유혹하고 있고..
하산을 해도 4시간.. 대청을 올라 오색으로 가면 5시간..
힘은 들겠지만 친구는 하산을 하고 혼자서 오르기로 한다.

예전의 기억은 하나도 없다.
오색에서 올라오는 길이 급경사였다는 것 외에.. 그때는 오색에서 대청으로 설악까지 14시간이 걸렸는데..
휘운각에서 대청까지의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공룡에서의 오르막 보다도 가장 길고 힘든 오르막이었다.
시간을 단축하고자 마지막 힘을 낸다.
쉬지도 않고 잠깐 잠깐 숨돌리기 만을 하며 1시간만에 소청에 오른다.
그리고는 드디어 대청봉...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이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쌩쌩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인 것 같다.
정상에서 누군가가 두고 간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한다.


오색으로의 내리막 계단 (2004.10.02)


대청에서 오색으로의 내리막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단이다.
계단도 온갖 종류의 계단이 다 있다. 나무계단, 철계단, 고무계단, 돌계단...
예전의 기억으론 그냥 오르막이었는데..개발한다는 것이 산행꾼들 무릎을 망가뜨리기로 한 건지..
내려오는 중에 날이 어두워지는 듯 싶더니 이내 깜깜해 진다.
헤드랜턴을 켜고 내려오는데..처음보는 고슴도치 한마리..

날씨가 쌀쌀해서 인지.. 신기하게도 오늘 산행은 힘이들지 않았는데.. 서서히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대청봉을 출발한 지 2시간만에 오색에 도착한다.
아 설악..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