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799m 마적산-오봉)...............소양호가 내려다 보이는  생존의 쇠줄타기

 

 

날짜: 2004/09/19(일)

동행: 여여와 마눌(최원철, 안귀여루)

날씨: 안개후 맑음

산행경로

소양댐(수자원공사 사택)-마적산-오봉산(1봉~5봉)-망부석-688봉-칼바위-청평사

산행거리: 17.2km (어푸로치포함)

산행시간(총 8시간 55분, 휴식포함)


 

0900 너치골 주차장(소양댐 아래)

0940 수자원공사 사택안쪽 들머리 산행시작(군부대근처 30분 알바)

1004 능선

1112 마적산(602.5m)

1130 헬기장1

1133 헬기장2

1153 575봉

1225 임도

1245 615봉(30분간 점심)

1340 784봉

1400 770봉

1430 1봉

1450 2봉

1535 오봉산(799)

1607 688봉

1627 망부석

1730 청평사

1755 청평사 선착장

 

 


 

1.인간 구실하기도 힘들 군.......

 

 

은사 정년퇴임식에 참석하여 새벽까지 진행된 자리에서 일요일 산행을 염두에 두고  그마나 술을 절제해서 마셨지만 몸이 가볍지는 않다. 추석 연휴 때 지리산 단독산행을 앞두고 용화산에서 오봉산으로 종주도상훈련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몸 상태로 보아 좀 무리인 것 같아 용화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마적산~오봉산으로 계획을 변경한다. 사회에서 인간구실하기도 쉽지 않다.

 

↗푹신한 마적산 능선
 

2.마적산 오르는 길을 30분 알바 끝에 찾다.

 

 

마누하님을 모시고 차를 몰아 소양강댐아래 주차장에 4000원을 내고 주차를 하니 9시 정각........... 위로는 거대한 소양강댐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주차장 안내소에 가서 마적산 들머리를 물으니 주차장 맞은편에서 올라가는 길은 철조망으로 막아놨고 단체버스 산행객들은 폐쇄된 군부대 옆으로 많이 올라간단다. 도로를 따라 300m 아래로 내려가니 과거 군부대인 것 같은 건물옆 철조망이 뚫려있어 여기거니하며 올라가지만 길은 끊어지고 만다. 다시 도로로 나와 더 내려가니 과거 이근용님의 산행기에서 본 수자원관리공단 사택단지가 나온다. 연립주택단지 안으로 들어가서 눈을 휘번득이며 들머리를 찾는데 오른쪽 11시 방향으로 계단이 나있다. 마적산 오르는 최남단의 들머리인게 틀림없다. 이 들머리를 찾는데 거의 30분을 알바하여 두서없는 산행에 필요한 최적요건을 일단 만족시킨다.

 

↗멀리 용화산

 

↗소양호


 

 

3.“한국의 산하” 이야기 하는 산행객들

 

 

마적산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그리 길지는 않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울창하고 수자원공사 직원들도 이제는 더 이상 마적산에 오르지 않는 것 같은 청정 산행길이다. 땀이 모여 떨어지는 순간 능선에 올라 마적산을 향한다. 어제까지 비가 와서 그런지 솔잎이 푹신하게 밟히는 길의 느낌은 발바닥에서 다리를 타고 올라와 가슴을 데우고 온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인적인 뜸한 이 마적산 가는 길에도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산행객들을 만난다. 여자 4명에 청일점 한분이 우리를 뒤따라오면서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한국의 산하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들어가 봐!.....산행기도 많고 볼거리도 많아. 얘!.......”  “그런데가 있어? 오늘가서 꼭 들어가 봐야지...” 마눌과 나는 서로를 보며 말없이 웃는다. 내가 어디서 오신 분들인가를 묻자 바로 옆 춘천이란다......마적산 들머리를 어디로 했냐고 물었더니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자원공사 사택안으로 같지만 우리가 택한 들머리 사진을 보여주자 자기들은 그곳으로 올라오지는 않았단다.  흠!~ 수자원공사 사택안에도 또 다른 들머리가 있군.........................

 

↗건너편 부용산과 소양호


 

↗용화산

 

4.비취색의 소양호를 보며 걷는 비단길

 

 

능선에 올라온 지 한시간만에 정상석이 있는 마적산(605.2m) 정상에 오른다. 김형수저 400산 개념도에는 마적산이 오봉산에 거의 다 가야 나타나는데..........둘 중 하나 뭔가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널찍한 헬기장을 지나며 보니 북서쪽에 암릉이 걸상하게 발달되어 삐죽삐죽한 용화산이 멋있게 보이고 가야할 능선길이 굽이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오늘 산행에 마적산을 포함시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육산의 감촉으로는 너무도 촉촉하기 때문에..........여러개 봉우리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비단결과 같은 능선길을 걷는데 우측으로는 녹색의 비취빛을 발하는 소양호가 내려다 보인다. 마눌은 녹색의 소양호에 떠가는 하얀 유람선을 보면서 저런 배를 타고 싶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소양댐 선착장에 차를 주차하고 마적산을 넘어 오봉산에서 청평사로 하산한 다음 청평사선착장에서 유람선를 타고 다시 소양댐선착장에 원점회기하는 “깜짝 드림 산행”을 준비하였기 때문에 마눌에게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다. 마눌은 나중에 청평사 선착장에서 우리가 탈 배인 줄 전혀 모르고 있는데......... 하지만 저 배를 우리가 타지 못하게 될 줄 소양호에 하얀 물살을 일으키고 가는 저 유람선은 알고나 있을까?

  

↗소양호와 유람선

 

↗무슨 꽃이 필려고 하는지....


 

↗용화산맥?

 

 

5. 비온 후 몸 말리러 나온 뱀을 만나다.

 

 

  소양댐 아래에서 출발하여 마적산을 거쳐 김형수저 400산에 마적산이라고 나와있는 784봉(정상석도 없었음)을 지나 배후령직전의 770봉에 이르니 배후령에서 사람들이 올라오는지 차소리와 사람들소리가 많이 들린다. 오봉산의 1봉에서 계속되는 연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져있고......................................

전망바위를 내려서 안부에서 배후령 갈림길 가기 직전에 있는 725봉에 오르려고 위를 보니 제법 가파르다. 마눌은 겁을 먹고 우회로로 간다고 말하여 나 혼자 끙끙대며 오르기 시작한다............바위턱에 손을 올려놓고 다리를 올려 반쯤 올라가면서 보는데....... 어휴! 길이는 한 30cm 정도고 굵기는 손가락만한 독사가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잡았던 바위에서 거의  손을 놓을 뻔 한다.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그 녀석을 째려보는데 ...내려가기도 어렵고 올라 갈수도 없다. 이 녀석은 어제 비가 와서 몸을 말리려 바위위에 올라온 것이 틀림없다. 비가 와서 갠 날은 바위에서 선탠(?)하는 뱀을 조심하라했는데...............다행히 이 녀석이 서서히 유유하게 옆으로 움직인다. 마치 내가 한끼 점심꺼리도 되지 않는다는 몸짓이다. 정신을 수습하고 카메라를 꺼내  그녀석이 비켜준 자리로 올라서면서 인물사진을 찍는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암릉을 건너가니 마눌이 먼저 와있고 왜 이리 늦었냐고 묻는다. 독사만난 이야기를 하니 깜짝 놀라며 운이 좋았다고 한숨을 내쉰다...........요즈음 부쩍 그전에 만나지 않던 독사를 자주 만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마디한다..........

 

↗좌측 725봉(뱀 만난곳)    우측 오봉


 

↗독사인감?

 

↗고사목과 소양호


 

↗가야할 능선

 

 

↗고이 잠드소서

 

 

6.오봉산정상에서 가파른 청평사로 하산을 결정하다.

 

 

운이 좋음에 감사하며 배후령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지나 1봉에 오른다. 북서쪽으로는 용화산이 멋있게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사명산이 우뚝 서있다. 다시 안부로 한참을 꺼져 2봉에 오른다. 아름다운 소양호를 가운데 두고 병풍처럼 둘러쳐진 능선을 따르는 산행의 묘미를 이곳 아니면 느껴보기 힘들 것 같다. 소양댐아래 마적산 들머리에서부터 마적산을 거쳐 오봉산을 넘어 부용산 그리고 봉화산을 아우르는 것이 소양호를 뺑그르 도는 길인데 도상거리도 상당할 것 같다. 오봉산을 넘어 부용산으로 가는 부드러운 능선 종주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오봉산에서 가파른 암릉인 청평사로 급하게 쇠줄을 탈것인지 결정해야하는 시각이 다가오고 있음을 안다. 춘천에 사는 쥐약님에게 편지를 써보니 칼바위를 거쳐 청평사로 내려오는 암릉길이 오봉산의 백미라고 알려주셨지만 삼악산에서 고생한 적이 있어 썩 내키지는 않는다. 파란 소양호를 고사목 사이로 보면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사이 어느덧 오봉의 정상인 799봉에 도달한다. 1봉과 2봉은 표지판이 있었는데 3봉과 4봉은 누가 떼어갔는지 여러개의 봉우리를 넘어오는 사이에 알 수가 없다. 곳곳에서 일행인 듯한 사람들이 서로를 소리쳐 부른다. “거기가 몇봉이야? 이거 원~ 몇 봉인지 써놔야지 더 가든 말든 하지.......쩝........” 우리가 지나온 2봉과 1봉을 찾는지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정상에서 우리는 청평사 쪽으로 하산을 결정한다. 오늘은 지금까지 육산을 너무 오래 걸었기 때문에 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아니면 얼마 전 삼악산 암릉으로 고생한 기억을 금방 잊어버리는 망각의 어리석은 동물이 인간인가? 

 

↗소양호

 

↗쇠줄 오름

 

↗용화산

 

↗사명산

 

↗688봉

 

7.구멍바위를 통과하며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정상에서 688봉까지 가는 길에 서서히 오봉산의 숨어있던 발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녹슨 쇠줄이 나타나면서 바위사이 구멍으로  몸을 꾸겨 넣고........마눌은 엉덩이의 보조도 시원치 않은지 바위 옆댕이에 머리까지 동원하여 그야말로 요가 폼으로 구멍을 통과한다. 여기서는 인간의 고상한 존엄성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생존”이란 화두만 존재할 뿐........ 몸이 비~비~ 꼬이니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배꼽을 잡는다. 688봉까지는 그럭저럭 내려섰지만 3거리가 나오는데 우측은 청평사 “해탈문” 좌측은 청평사 “천단”이라고 되어 있다. 칼바위를 타려면 천단으로 가야하는데 무슨 간뎅이가 부었는지 귀신 뭐에 씌었는지 천단으로 향한다.

 

↗구멍바위로 하강~

 

↗소양호를 바라보고 있는 망부석

 

↗누구를 기다리나........

 

↗쇠줄을 타면서 본 소양호

 

↗보기에는 만만해 보이는데...글쎄.....

 

  

8.마눌의 엉덩이를 머리로 받치다.

 

 

이제부터는 진짜 거의 수직의 녹슨 쇠줄이 나타나는데 ..................아직까지는 마눌은 재미있단다........ 이 말이 씨가 되었나?  바로 천길 낭떠러지 쇠줄이 연속으로 나타나고......이제 마눌의 얼굴을 보니 가관이 아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엄청 분비되는지 아무런 말이 없고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져간다. 내가 먼저 내려가고 바로 따라서 마눌이 내려오는데 수직의 쇠밧줄에 발 디딜 곳이 없다. 거의 팔힘으로 내려와야 하는 곳이 계속 나오면서 팔힘이라고는 거의 없는 마눌은 울기 일보직전..........팔로만 내려오는 수직구간 중간에 쇠줄을 잡고 기다리면서 마눌보고 내려오라고 하지만 내심 걱정이 많이 된다. 드디어 마눌이 내려오다가 팔힘이 빠지면서 죽~ 미끄러져 떨어진다. 나도 한손으로 쇠줄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 손으로 받을 수는 없고................. 할 수 없이 머리로 마눌의 엉덩이를 받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나는 머리에 마눌의 엉덩이무게를 버티면서 발을 바위에 대보라고 소리쳐보지만 턱이 없는 바위사면에 발을 디딜 수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급기야 팔에 힘이 빠진 마눌은 내 머리위에서도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리면서 내 모자와 안경을 벗겨버린다. 모자와 안경은 수직사면 아래 추락해버리고......마눌과 나는 본의 아니게 서로 포옹하며 공중에 쇠줄을 잡고 매달려있다(이 광경을 찍었어야하는데).... 겨우 살았다고 정신을 수습해 내려가 심봉사 더듬듯이 안경을 찾아보니 다행이 2~3m 아래 바위턱에 걸려있다. 내려갈 길은 먼 고행길인데 잃어버린 내 눈알을 찾았으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 낭떠러지에 쇠줄 끝만 보이는데.......다가가기에 너무 먼 당신

 

↗여기는 비교적 쉬워 보이는군.......정말 그럴까?

 

↗좌측은 보지 말고 가시길.....

 

↗간담이 서늘

 

  

↗제발 좀 끝나라.........

 

 

9.지겹도록 나타나는 공포를 넘어선 생존의 녹슨 쇠줄

  

  

아직도 운이 따른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지겹게 나타나는 쇠줄에 몸을 의탁한 체 내려온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쇠줄 구간이 10군데라 이야기한다...........어휴~.......... 팔에 맥이 풀린 마눌을 껴안고 내려오는 나는 긴장을 해서인지 고소공포증을 오히려 잊어버린다. 연속되는 쇠줄을 원망하며 얼마나 내려왔을까? 청평사 지붕이 어렴풋이 보이고......살았다는 안도감에 문어처럼 온 몸의 근육이 흐물거린다.

청평사에서 “오늘 산행을 무사히 정말로 무사히 마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합장하고 머리를 숙인다.

  

↗구성폭포

 

10.계획했던 마지막 유람선은 떠나고.......

 

 

내려오면서 나는 분위기도 바꿀 겸 마눌에게 청평사 선착장에 가서 배를 타고 소양댐아래 주차해놓은 곳으로 가자고 깜짝 제안을 하고 선착장으로 내려가서 물어보니 ......아뿔싸!............5시 40분에 막차 유람선이 떠났단다.............현재시각 5시 55분........15분 늦은 아쉬운 상황..........대미를 멋잇게 장식할 수 있었는데........“오늘 집에서 출발이 우리가 너무 늦었어........”라고 말해주지만 마눌은 자기가 너무 늦게 걸어서 배를 못 탔다는 미안함이 얼굴에 나타나 있다. 하여간 청평사선착장에서 소양댐까지 가야하는데 막막하다.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오는 데만 30분정도 걸리며 소양댐까지 3만5천원을 달라한다. 좀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남자 분들이 우리를 태워다주시겠단다.

 

↗ ? 알려주세요.....

 

 

11.지친 우리를 태워준 너무 고마운 분들.............

 

 

배치고개 쪽으로 한참을 올라 차가 있는 곳에 도달하니 두 분은 차를 타고 나머지 세분은 배치고개 안부정상까지 뛰어가시겠단다. 우리들에게 좌석을 양보하고............. 얼마나 먼 거리인데....  알고나 계신건지.........허걱..........차안에서 통성명을 하니 양구 감리교회에서 오셨단다....처음에는 배치고개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는데 소양댐까지 차를 태워주시겠다고 하니 고맙다는 말도 나오지 않고 말문이 막힌다. 자그마치 30분 걸려 소양댐 주차장에 우리를 데려다 준다. 너무 고마워  사례라도 할까?하여 나는 주머니 속에서 돈을 꼼지락 거리며 만지다 좋은 분들의 호의는 호의로 받아들이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따뜻한 호의에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여러 군데 상처의 고통도 잊은 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깜박거리는 소양댐의 불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후기)

 

 

그  먼곳까지 차를 태워주신 양구 감리교회의 지영춘 권사님, 김의곤 상사님....그리고 그 멀고 먼 배치고개까지

멋도 모르고 저희를 위해 뛰어가신 세분 선생님... 지면을 통해 감사 드립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_^**

 

 

 

Chris Glassfield.........." high s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