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등반에장애요소인가(매화산-천지봉-치악비로봉-구룡사)


1. 산행일자 : 2004.9.18(토) [비]


2. 운행구간 : 전재-매화산-천지봉-치악비로봉-구룡사


3. 등반자 : 관악산,가난한영혼,반원,SOLO(본인)


4.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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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산행기

<전에 그러니깐 아주 한여름인 7월 중순경에 치악을 다녀온 적이 있다.
치악의 남쪽인 가리파재에서 시작하여 비로봉 거쳐 구룡사로 내려온 것이다.
이른바 치악의 남북종주인 셈이다.

그것말고도 치악은 서에서 동으로도 화려한 산의 진수성찬을 준비해 놓고 있다.
우천면과 안흥면의 경계점인 전재에서 시작하여 매화산/천지봉을 거쳐 비로봉찍고
삼봉/투구봉/토끼봉으로 내려오는 것이 그것이다.

허나 별거 아닌 것 같은 매화산/천지봉의 저항이 거셌다.
거기다 일조한건 폭우의 향연. 비로봉까지 근 6시간을 상납한 것이다.
도대체 비란 것은 등반에 어떤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것인가..>



출발은 청량리발 원주행 06:25분 무궁화호 열차다.
이번 출발은 날씨가 도움을 안준다.
일주일전 예보는 흐림이었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는 것이다.

예약된 등반에 어떤 장애요소가 있어 실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기분 나쁜 일이다. 대개의 경우가 그럴 것이다.

날씨도 똑같이 작용한다.
머 일부러 비올 때 산에 가는 취향은 아니지만
산에 가기 작정한 날 비올 땐 오기로 가는 것이 다반사인 것 같다.

요번도 마찬가지다.
전날 비장한(?) 각오를 했다.

"억수처럼 비가 쳐와두 가는 겁니다. 아셨죠?" 일일이 다짐을 받는다.
산에는 조금씩 미친(?) 분들이라 다 OK싸인이 났다.
흐믓하다. 나랑 증세가(?) 비슷한 분들을 보는 즐거움 때문이리라.

다가올 격전에 대비 원주가는 열차에서 1시간 50분 동안
느긋한 여유를 즐긴다. 지도를 보다가 이야기 하다가 졸려우면 눈좀 붙이고..

원주 도착은 8:10분.
횡성거쳐 전재가는 버스가 역 바로 앞에서 8:20~30분 정도에 있다 하는데
횡성을 거쳐 돌아가기 때문에 시간문제도 있고해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한다.

◎ 원주역전 ▼





전재로 가다보니깐 요금이 25,000원이 넘어 나오는 것 아닌가.. 엥?
산모퉁이님의 정보에 의할거 같으면 20,000원이면 된다고 했는데..

이거 기사분이 전재로 가는 길을 잘못들었나 했는데
전재 다와서 그 의문점이 풀린다.

요금은 미터 기준으로 간다해서 보니 28,000원이 나왔는데
기사분 하시는 말씀이 25,000원만 내라는 것 아닌가.

아.. 타기 전에 협상을 해야하는구나.. 후등자는 잘 기억할 일이다.
전재에 도착하니 비가 간간히 내린다. 우산을 펴든다.

◎ 전재에서(몰하시는지 영혼님의 표정이 심각하다) ▼



◎ 전열을 정비하고 ▼





전재에서 내려 지체없이 우측 목장길로 들어선다.
들어서서 보니 좌측 너른 경사진 초원지대에서 내리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로이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내리는 비에 평화로운 정경이다.

◎ 풀뜯는 소떼들 ▼





차량 방역통로 뒤쪽으로 차에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매화산가는 들머리는 전재에 내려 목장길로 들어서자 마자
우측으로 출입금지 경고판 쪽으로 오르는 거란다.

목장쪽으로도 있는 거 같은데 목장에 등산객 들끓어 좋은 꼴 볼거 없어
그리로 안내하는 모양이다.

◎ 출입금지 경고판 ▼





일단 그쪽으로 올라선다. 비 오는 날은 참 부자연스럽다.
한손에 우산을 드니 스틱잡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래 스틱은 포기다.
그렇다고 방수자켓을 입자니 덥고.. 좌우간 마땅 찮다.

꽉 차인 수풀로 우수수 샤워를 맞는다.
지금은 고어텍스가 버티지만 바지타고 흘러내리는 물로 곧 찌걱찌걱할 것이다.
능선터기에 들어서니 제법 빼곡한 잣나무가 반긴다. 기분 좋다.

◎ 목장 초입의 잣나무 지대 ▼





우측의 물 흐르는 소리의 계곡지대를 지나고 오름길이다.
비오는 날, 눈오는 날은 등반이 스튜디오 촬영같다.
보이는 건 오직 본인 주위 둘레뿐이기 때문이다.

산에 올라 주위 조망을 포기한다는 건 쓰린 일이지만
오르는 즐거움으로 그 고통을 상쇄하려한다.
한 50분 오르니 넓다란 헬기장이다. 역시 조망은 포기 상태.

◎ 헬기장에 올라 ▼





이 헬기장이 매화산 전위봉인 모양이다.
거기서 다시 30분을 빡빡기니 비로서 매화산(1,084m)이다.
야트막한 산소가 그야말로 정상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다.

돌아가신 분이며 그 후손들도 다 대단한 분들 같다.
산에 묻히겠노라 유언을 하신 분이며 그 유언을 받든 후손 들이며..

◎ 매화산 정상 ▼



◎ 정상의 산소 ▼





이즈음에서 반원님의 단골메뉴가 풀린다. 막초 한사발씩.
해가 쨍쨍이었으면 그 효험은 갑절이었으리라.
역시 조망은 제로. 흩뿌리는 비가 조망을 대신한다.

천지봉을 향해 매화산을 떠나면서 쪼뼛한 암릉능선이 이어진다.
직등하며 우회하며 오르고 내리고 천지봉(1,087m).

매화산 떠난지 1시간 40분만이다. 중간에 수레너미재를 거친다는데
어떤게 수레너미재인지 기억도 안난다. 전재에서 3시간 남짓 걸렸다.
천지봉은 진짜 허접이다. 수풀 그득한 자그만 봉우리다.

영혼님이 "먹고 합시다!"를 외친다. 관악산님이 지금이 몇신데라며 일축.
비로봉쪽으로 조금 가서 먹자고 일치를 본다.

나는 배가 갑자기 꾸루룩. 참 환장할 일이다.
기차에서 그렇게 애를 써도 안되더니만..
일행들을 먼저 보낸다. 정로환이 나의 상시 휴대 비상약이다.

◎ 천지봉 ▼



◎ 천지봉에서 영혼님, 반원님 ▼




일행들을 부지런히 쫒아간다. 오르고 내리고..
한 40분을 가니 일행들이 오찬상을 펼쳤다.

◎ 오찬상을 마련하고 ▼





20분간의 식사를 끝마치고 바로 또 길을 나선다.
다행인 것은 먹는 중엔 별로 떨어지는 비가 없다는 거였다.

조금 후의 일을 생각하면 재수도 억수로 좋았다.
먹자마자 길을 떠나 경사를 오를려니 가슴이 답답하다.

점심먹고 길 떠난지 40분이나 되었을까.
비가 굵어지더니 천둥이 치면서 폭우로 바뀐다.

아니 오늘 예보는 오후에 갠다했건먼
오후로 갈수록 비가 원숭이를 본 개처럼 사나워지다니..

우산도 접었다. 허접한 방수자켓뿐.
무섭게 후려치는 비를 맞으며 생각해 본다.

도대체 비란 것은 등반에 어떤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것인가.
어떻게 보면 하나도 장애요소가 될것 같지 않다.

어차피 홀라당 젖은 몸.
더 적시지 말아야 할 애착이 있는 것도 없다.
단지 물이 점점 차오는 신발의 늘어나는 무게가 장애가 될 뿐.

비로봉이 다가오면서 경사가 점점 사나워진다.
덩달아 내 무릅쪽 인대도 느낌이 이상하다.
전에 지리산에서 느낀 그 아픔의 전조다. 벌써 두번째다.

빡세게 5시간 정도하면 찾아오는 이 기분 나쁨.
고질이 될지 몰라 몸소리가 쳐진다. 왜 이럴까. 왜 이럴까..

관악산님을 아까 보내고 곧이어 반원님도 보낸다.
어기적 어기적 오르니 비로봉이다.

5시간 50분이나 걸렸다.
그리 긴거리 같지 않아 보이는데 시간을 엄청 쏟아 부었다.

매화/천지구간엔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더니만
비로봉엔 웅성웅성이다. 다들 사다리병창으로 오른 모양이다.
곧이어 영혼님 도착으로 일행들의 기념사진.

◎ 기념사진 ▼



◎ 비로봉의 그 돌탑 ▼





20분 정도를 쉬면서 신발의 물을 비워내고 다음 길을 숙의한다.
일기는 악천후지만 어차피 내림길. 더 힘들게 무어 있겠냐하면서
예정대로 삼봉/투구봉쪽으로 발길을 내딛는다.

삼봉쪽은 비로봉에서 상원사쪽 길로 가다가 삼거리를 만나
서쪽으로 틀어 진행한 후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향로/남대로 이어지는 상원사는 남쪽으로 갈린다.

◎ 상원사/삼봉 갈림길(삼봉은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



◎ 출입금지로 막아놓은 삼봉 길 ▼





삼봉길로 들어서서 좀 가니 삼거리.
좌측 서쪽길은 표지기가 달려 있고, 우측 북쪽길은 아무것도 없다.

우측 복쪽으로 들어선다.
무조건 여기선 북쪽으로 가야 하는줄만 알았다.
이 길의 선택이 불행이랄 수도 있었고 아주 다행이랄 수도 있었다.

좀 가니 길이 끊어지고 절벽지대. 좌로 파고들어 길을 뚫는다.
이건 아닌 느낌이다.
전위대 관악산,반원님이 먼저 길을 알아보러 내려가신다.

내려오란 신호에 좀 내려가니 다시 후퇴 사인.
아까 애초에 그 표지기 길로 들어서야 했던 것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위축된다. 시간은 16시 30분에 임박.

일기 난조/늦은 시간/길의 애매함.. 더구나 난 무릅까지..
이런 것들로 그냥 세렴폭포쪽으로 해서 구룡사로 내려가기로 한다.

만약 표지기쪽으로 제대로 길을 들어서 삼봉쪽으로 갔다면?
오늘의 4인이 잊지못할 좋은 추억 만들기-억수로 고생하기-가 될것이 뻔했다.

비로봉 산림초소쪽으로 다시 백을 해 세렴폭포쪽으로 내려선다.
지리한 너덜길이다.

그새 온비에 계곡엔 하얀 포말이 가득한 물이 으르렁댄다.
점점 어두워오는 계곡에 여기저기 하얀 물들이 장관이다.
계곡을 건너는 철교가 계속된다.

◎ 계곡의 물 ▼





무릅의 찌릿함을 안고 시간반을 내려오니 사다리병창길과 만난다(18:00)
철교를 건너 대충 씻고 구룡사로 내려온다.

신작로같은 구룡사길로 내려오면서도
물기 거의 빠진 등산화를 몇번이나 물에 담군다.
비가 와 도로에 물이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영혼님이 귀경하는 영춘팀들에게 전화를 해 조인트 파티.
원주에서 합동으로 찐한 뒤풀이를 즐긴다. 농주의 달착지근이여~


산행기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