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남부능선 삼신봉을 찿은이유

  1,산행날짜: 2004.9.9 (목)

  2,산행날씨: 흐렸으나 시계는 양호.

  3.산행구간: 청학동~삼신봉~한벗샘~삼신봉~상불재~청학동.

  4.함께한 사람: 나 홀로.


 

  5.산행후기

 

                  <삼신봉에서 조망>

 

새벽 3시.

오늘 산행을 할까 말까?.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퇴근 무렵이 다 되어서야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갑자기 바빠진 나는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지리를 향해 달려간다.

언제부터 심야 마지막 날이면 꼭 산에 오르는 버릇이 오늘도 뒤 늦게 발동하고 말았다.

그건 그동안의 심신을 달래기 위해 (?).........

아마 지리의 정기를 받으러 가는것일까?  따스한 어머니 품에 안기며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함일까. 산에 가야 된다는 핑계로 조금만 몸이 아파도 지리의 정기가 부족한 탓이라고

항상 집사람에게 말해 왔듯이.........


 

피곤한 육신을 차에 맡기고  몇 번이고 뒤척이다 몇 분간의 수면 끝에 창 밖을 보니

어느새 섬진강에 와 있었다.

섬진강 !

장엄한 지리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흐르는 섬진강은 지리산만큼이나

우리민족의 아픔을 갑 내 해온 강이다. 해방직후 빨치산의 후예들이 지리산으로 가기 위해

이곳 섬진강을 건너야 했다. 섬진강의 맑은 물과 고운 모래 속에는 이러한 우리 역사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 이기도하다.

강 건너 노부부의 재첩몰이가 무척이나 정겹게 보여 지고 있으며 희뿌연 하늘은

금방이라도 소나기를 쏟아 낼 것만 같았다.

  

             <갈색으로 퇴색되고 있는 지리능선>

 

11:00 청학동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소재 청학동은 우리의 전통종교인 유교를 기반으로 이상향을

추구하기위해 만들어진 마을이다. 오늘 산행코스를 이곳으로 짧게 잡은 이유는 내 나름대로

피곤한 육신도 이유지만 이곳, 도인촌과 삼성궁의 참 모습을 보기위해서다.

그런데..... 청학에 도착한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없었다.

하기야 10년이면 강산이 바뀌고, 요즈음 하루가 다른 IT 세상인데..........

다만, 아쉬운건 무슨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이렇게도 많은지......


 

                                <삼신봉 오름길에서>

 

산행은 시작되고.....

버스종점에서 가파른 도로를 따라 오른쪽 등산로로 발길을 돌려댄다.

날씨는 계속 흐려져 있어 마음이 심난하다. 이윽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후회 아닌

후회를 해본다. 오늘도 고행은 시작되리라고.......

이따금씩 널려진 너덜 길과 양옆에 피어있는 야생화가 어두워진 흐림 속에서 갈길 바쁜

나를 붙들며 말한다. 잠시 말없는 대화는 시작됐다.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무엇이냐고. 너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로움과 자연의

법칙에 따라 순응하는 신비로움에 고마울 뿐.......

이렇듯 너희들과의 대화 속에 참다운 나를 찾기 위해서 내일도 이곳에 올지 모른다.


 

                                           <삼신봉 정상석>

 

  11:45 삼신봉에서

등산로의 길은 뚜렷하고 숲이 우거져 맑은 물이 흐르는 지류를 수시로 만날 수 있어

여유롭게 오를 수 있다. 정상을 오르기 전 샘터를 지난 후 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 길은

외삼신봉 내가 가야 할 왼쪽 길은 삼신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윽고 삼신봉 정상에 서니 날씨는 흐리지만 조망은 끝내준다.

사통 팔방 탁 트인 정상 이곳에 동서 100 리길의 하늘금인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되어

좌우로 펼쳐진다. 우측으로 천왕봉이 우뚝 솟아있고 제석봉, 연하봉, 촛대봉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좌측으로는 노고단 앞쪽 왕시루봉으로 뻗어 내린 밋밋한 산줄기가 지리산의

주능선을 받치고 있으며 반야봉 역시 이름만큼이나 자상한 모습으로 주위의 봉우리들을

아우르고 있다.

 


                    <며칠전 3시간 알바했던 단천지능 >

 

또 다른 욕심.

주위의 조망에 넋이 나간 나는 한참 망설인다.

결국 두 눈은 단천골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 그거야 아직 시간의 여유는 있지.

며칠전의 알바한 단천골을 찾고 싶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 3시간 동안 알바하여 어렵게

찾은 수곡재의 단천지능과 수곡골의 초입을 알고 싶었다.

나 홀로 지리산에 올 때면 항상 계획대로 산행한 경우는 거의 없다.

산행을 하다가도 또 다른 변칙 산행이 이어지곤 하였으니,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리를 너무도 모른 無知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사목은 아직도 까만 흑빛을 내뿜고 있건만.......>

 

수곡샘(한벗샘)까지만 가자.

나의 두발은 벌써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 정녕 등잔 밑이 어둡다던가 삼신봉을 내려서자 말자 지난 98년이던가 이곳 주위로

산불이 난 흔적은 무성한 잡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커다란 고사목은 아직도 까만 흑 빛을

내 뿜고 인간들을 저주하고 있구나.

이곳에 올 때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 어쩌면 영원히 우리를 저주로 몰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면서 수곡샘 주위에 와서부터는 갑자기 발걸음은

늦어지고 두 눈의 동공은 더욱더 팽창되어 있었다.

주위의 등로를 찾아 나서고 나의 미로를 찾아 그날 알바의 족적을 찾을수 있었다.

한벗샘에서 물 한잔에 목을 축이고 선답자들의 자빠진골의 미로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취운님의 도움)


 

 

                                  <수곡샘 옆의 야생화>

 

뜻하지 않은 만남(취운님께 감사)

한벗샘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올라오는데 세석쪽에서 인기척이 난다.

놀랠까 싶어 몇 번이고 헛기침을 해댄다. 아랑곳없이 두 분의 대화는 계속되면서 내려

오는데, 이런 우연일까? 취운 형님이 아닌가? 취운님과도 벌써 지리산에서 우연히도 2번째

조우이다. 올 3월에 삼도봉에서 만나고......

같이 온 일행도 그날 H 산악회에서 초반에 나와 함께 단천지능에서 알바한 그분이다.

(그날 그이는 중간에 하산하고 말았단다) 그 역시도 대단한 열정으로 이곳이 궁금하여

지리산의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 취운형님을 GUIDER 삼아 이곳에 온 것이다.

우리는 취운님의 덕택으로 삼신봉까지 동행하면서 단천지능과 수곡골, 자빠진골 등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내 삼신봉의 표시석>

 

2시간의 만남과 함께한 산행의 즐거움을 뒤로하고 이곳에서 서로 쪼개지기로 하였다.

나는 삼성궁으로 취운님 일행은 단천골로 하산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30여분 흘러 내삼신봉에 닿았다. 이곳에서도 삼신봉 못지않게 조망은 좋았다.

지리산에는 영신봉, 노고단등 영(靈)적인 느낌을 주는 봉우리들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삼신봉은 지리산을 영산(靈山)이 도록한 대표적인 봉우리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오늘의 청학동 역시도 병풍처럼 둘러진 삼신봉 자락에 위치에 있는지 모른다.


 

                                <상불재 이정표>

 

                       <삼신산정에서 삼신봉을 바라보며....>

 

    쇠통바위를 보지 못한 아쉬움.

상불재로 내려오면서 종정굴이란 바위를 지나왔건만 쇠통바위를 보지 못하고 내려온

아쉬움이 남는다. 일명 선비가 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하여 독바위라고 하는

쇠통바위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또 하나의 숙제를 안고 떠난다.


 

                       <청학동 박물관 공사터이자 삼성궁의 날머리>

 


 

    아내를 위한 배려.......

이윽고 숲길을 따라 급경사의 길을 내려오니 마이산과 같은 돌탑들이 눈에 들어오고

대로 옆에는 청학동 박물관이 공사중이다.

아이고, 어느 세월에 완성될지 모르지만 도인 두 분이서 돌탑을 쌓고 있는 것이 세월을

쌓고 있는 기분이다. 기나긴 인고의 세월 속에 쌓는 돌탑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곳 도인촌과 삼성궁은 아내를 위하여 관람을 미뤄뒀다.

요즈음 아내가 무릎이 좋지 않아 함께 산행하지 못함이 못내 아쉬워 수일내로 이곳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결국 남겨두기로 하고 지친 몸을 차에 맡기며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2004 . 9 . 14.

                            

                                                                      전   치   옥  씀.


 


                                                   <청 학 서 당 에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