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2006.06.11.(일요일)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이른 아침엔 소강상태라.

컨디션도 별로이고 안개도 자욱 한데 종아리가 국민학교때 원족(소풍) 다녀온 다음날 같다.

 

하로 쉬었으면 하는 마음인데 처는 산행 준비가 부산하다. 관악산 연주암에서 아침밥 먹게

빨리 가잔다. 내 종아리 무겁단 말은 꺼내지도 못 하고...

 

5시50분 떠나는데 봉담 부근부터 소나기가 온다.악산은 우산쓰고 바위오르기 나쁘니 청계산이나

수리산 가면 좋으련만 내밥이 연주암에 있으니...

 

의왕과천 고속도로 나와 중소기업청으로 가는데 승용차 두대가 앞서 간다.

처보다 더 극성인 사람도 있나보다 하며 따라 가는데 두대 모두 오른편 공용 주차장과 청사로 간다.

내 처 보다 더한 극성은 없나보다 하며 중소 기업청 앞에 가니 벌써 여러대가 주차 되어 있다.

처가 자기는 극성이 아니라며 양양해 한다.

 

6시30분 부터 산행이다.

입구 왼편에 돌로쌓은 축대는 항상 불안하고 돌 축대위의 철망 담장 안으로 장미인지 월계인지 모를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붉은 나무 다리 아래엔 시멘트 구조물이 비 때문에 폭포가 되어 물소리가 요란하다.

 

우산 쓰기도 안쓰기도 아리까리하게 빗방울은 간간히 뿌리고 안개 자욱하여 전망이 없다.

문원폭포 사진찍으러 내려가 폭포물 옆수직으로 바로 치오르다 미끄러져 왼 정강이 깨고 다시 내려왔던 길로 올랐으나

젖은 바위 앝보다 초장부터 부상이다.

 

발목 다칠까 발아래 조심 하고 우산 배낭에 꽂았으니 오늘은 동전 흘려 찾는 모드로 산행이다.

꼿꼿이 서 걷다 발목 겹질려도 안되고 우산이 나무가지에 걸려 나뭇잎의 빗물 뒤집어 쓸터이니...

 

처가 일명사지로 올라 육봉으로 내려 오자 하여 비오는 날은 육봉 내려 오기가 더 나쁘지만 일명사지부터 오른다.

나는 일명사지 축대로 오르고 처는 왼편 능선으로 올라 안개로 서로 보이지도 않아 한동안오르다 이름 부르니 대답이 앞쪽에서 난다.

호(弧)를 그리며 돌아온 처가 앞서다니.

 

케이블카 기둥 지나 늘상 오르던 수직 바위 길을 오늘은 우회하고 관악산 정상과 연주암 갈림길도 안개로 구분이 어려워

잠시 헤매고 연주암 식당에 가니(7:50) 다른때 보다 밥먹는 사람이 몇 않된다.

 

식후 식당 남쪽 추녀아래 앉아 커피마시고 화장실은 고장으로 폐쇄되었으나 나뭇잎으로 천지가 화장실이니 걱정없이 계단을 올라

관악산 (정상석을 3m전방에서 찍어도 흐릿하다.) 정상에 올랐다가 바위능선으로 육봉 방향으로 가는데

바위에 앉아 무엇을 먹던 부인이 연주암을 물어 우리 오던 방향으로 가라 일러주고 가는데 처가 그여자 뭘 먹더냐고 묻는다.

 

도마도를 다먹고 꼭지에 붙은 마지막 과육을 먹더라 대답하고,

처는 비로 젖은 바위 위험하니 능선 아랬길로 가잔다. 바로 아랫 길은 없어 한동안 가다

오른편 아랫길로 들어섰는데 오리무중 아니 십리무중도 더될것 같아 바위와 나무에 붉고 푸른

천막친 막걸리 장수가 있어 한잔 생각 나는데 처는 포도주 있다며 그냥 가잔다.

 

내 처는 산에서는 한번도 못 사먹게 한다 사주면 자꾸만 장사꾼들이 많아지고 냄새나고 자연이 더러워 진다고...

다른이들에게는 못사먹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남편은 철저히 못사먹게 한다.

관악산 야채 비빔밥도 막걸리도 군침 돌게 하지만 처의 주장에 동감하는 마음이라 남이야 사먹든 말든 우린 그냥 지나간다.

 

한참을 갔는데 이정목이 보여 보니 연주암으로 다시 가고 있다. 연주암 0.3km. 이런 십리무중에 어디에서 돌았는지.

아까본 막걸리 장사 있는 곳으로 또 왔네. 팔아주지는 않았으나 육봉 가는길 묻고 다시되돌아 육봉으로...

 

안개로 30여년 늘 다니던 육봉 연주암 길을 잃고 헤맬수도 있으니 모르는 심산 유곡이라면 더 할수도 있겠다 생각든다.

위험하다고 아랫길 들어섰다 맴돌고 나서는 그냥 육봉 능선길과 육봉으로 내려 온다.

 

이런 날은 오르기 보다 내리기가 더 신경 쓰여 가운데쯤 있는 직벽 하나 우회하고 다른 봉은 모두 기어내려 왔다.

직벽 우회도 처음 해보니 길 찾기 사나워 김밥 먹는이 에게 물어 보기까지 하고.

 

아침에 일명사지 방향으로 가느라 못본 물안개님이 서폭포라 하는 비로 물 많아진 폭포 보고 경사진 마당 바위애 오니

이제 오르는 사람들이 많이 쉬고 있으며 비는 그치고 해가 가끔씩 보인다.

전라도 부안말로 날이 떠든다. 이이들 처럼 다시 오르고 싶다.

 

차에 오니 열한시십분.

처는 오락가락 하는 비 맞으며 산행 했지만 일찍 끝내고 쉴수 있으니 좋지요 한다.

응 좋아.

 

보아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모두들 안산 하십시오